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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861화 (856/1,132)

< -- 861 회: Part 5. 오염된 자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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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는 이번 페로 관 방문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았다. 황자 둘이 연이어 목숨을 잃고, 제국 전체가 기근에 신음하느라 민심도 흉흉하고, 황제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정을 총리에게 맡겨놓은 채 안락한 황궁까지 떨치고 떠났으니 그의 기준에서 지금은 말 그대로 비상시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황자들과 동반해서 페로 관에 초청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렇지만 국구 페로와 황후 아메스의 초청에 감히 싫다며 대놓고 거부할 수도 없었다.

이 자리가 어딘지 불편해 보이기는 황비 네페티도 마찬가지였다. 네페티는 애당초 ‘가문의 원수’인 자이센 가와 사이도 좋지 않았고, 아들 오렌의 죽음 때 입은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도 아니었다. 결국 일행들 중 딸 마리안을 페스트에 보내놓은 솔만 일행 중 유일하게 아이 없이 홀가분한 몸이었다. 여덟 번째 황자, 아니, 살아있는 숫자로는 여섯째 황자를 임신하고 있는 귀인 에스더를 뺀다면 그런 셈이었다.

어쨌든, 아침 일찍 황궁을 출발해 막 페로관에 도착한 일행은 미리 차려져 있는 조찬 석상에 일단 자리를 잡고 황후와 국구 페로 대공이 들어오기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말을 해 줄 수도 없고, 이거야 원.”

출발 직전, 참모부에서 긴급하게 전해들은 ‘페스트에서의 연락두절’을 떠올리며 베아트릭스는 맞은편 솔의 안색을 몇 번째 살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딸이 있는 일행과의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사실까지는 아직 모르는 듯 평온한 표정이었다.

총리도 분명 소식을 들었겠지만 이번 초청을 취소하지 않은 걸 보아 아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번 초청에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이유가 있던 것이거나.

이렇게 하나같이 어색하게 앉아 있는 비빈들 사이에서 철없이 신이 난 건 어린 황자들 뿐이었다.

“엄마, 아침 먹고 나면 말 타러 나가도 돼요?”

이복언니 마하 대군과 무언가 쑥덕쑥덕거리고 돌아온 딸 엘룬 옹주가 베아트릭스의 옷깃을 잡으며 물었다.

“글쎄다.”

베아트릭스는 조금 떨어진 창가에 있는 카이 장태자를 먼저 돌아보았다. 거의 몇달간 바깥출입을 못한 채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했던 그도 모처럼 바깥 풍경을 보아서인지 한결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멀리 서문 밖 떡갈나무 언덕―황제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있고, 지금은 할머니 마리안이 묻혀 있는―을 쳐다보는 그의 눈이 호기심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불쌍도 하지.’

베아트릭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헌신적인 황제를 빼면 카이 장태자에겐 자기 편이 많지 않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정이라는 것을 전혀 못 받고 자란 황후 아메스는 자신의 아이를 사랑해 주는 데도 서툴렀고, 장남 카이가 병치레로 정치적인 곤경에 처하면서부터는 아예 자식들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까지 보이곤 했다.

태자들에게 애정이 부족한 친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건 엉뚱한 두 남자들이었다. 페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외모를 많이 닮은 장태자에게 친아버지가 울고 갈 만큼 애정을 보였고, 둘째 주페는 ‘서류상’ 대부인 코리온과 붙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카이 오빠도 말을 탈 수 있거든 나가려무나. 모처럼 나왔는데 누이들만 나가서 말을 타고 놀 수 있다면 오빠가 가슴이 아플 거다.”

“탈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오빠도 몸이 좋아 보이거든요.”

엘룬은 어머니의 대답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가슴을 펴고 냉큼 대답했다. 그도 어머니가 몸이 약한 이복오빠 카이를 친딸인 자신만큼이나 염려해 주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장태자가 상태가 좋은 거 보니……황상께서도 어디엔가 무사히 계신가보다.”

베아트릭스는 황제가 궁을 떠난 이후 부쩍 혈색이 나아진 장태자를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예?”

베아트릭스는 눈이 휘둥그레진 딸의 뺨을 두 손으로 어루만져주었다.

“황상께서 몸이 안 좋으시면 장태자 오빠도 함께 앓거든. 희한하지 않니?”

“정말이요?”

엘룬이 까만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그래, 그러니 장태자지. 꼭 황태후 그분처럼……,”

베아트릭스가 딸을 보며 웃었다.

“그러니까 황상께서 안 계시면 큰오빠를 그분으로 여기고 존경해야 해.”

“‘존경’은 좀 심했네요. 꼭 노인네 같잖아요. 근데, 전 안 닮았다는 거예요?”

엘룬이 짐짓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장태자와 주페 태자, 마하 대군과 엘룬은 10대 초반에서 중반 연년생이다보니 함께 있으면 또래 친구들처럼 보였다. 그 중에도 엘룬은 전사가문 바툴 가 혈통답게 키도 제일 크고 몸도 강건해서 체격만으로는 맏이처럼 보였다. 어머니를 닮은 짙은 갈색 피부엔 붉고 건강한 혈색이 돌았고 양쪽 모두에서 물려받은 큰 골격과 단단한 근육질은 십대 초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얼굴 생김만은 베아트릭스에겐 영 불만이었다. 평생을 미모 컴플렉스에 시달렸던 그는 딸만이라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절세미인’이기를 간절히 원했었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앞으로도 실현될 것 같지 않았다. 엘룬은 호감을 주는 밝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친구도 많았지만, 생김새는 어머니 눈에도 분명 미인은 아니었다. 그는 책을 읽으며 고상을 떠는 모양새보다는 전장에서 말을 타고 도끼를 휘두르는 그림이 훨씬 잘 어울릴 외모였고, 실제 좋아하는 것까지 딱 그대로였다.

“설마, 네게도 그분의 모습이 보여서 흐뭇하단다.”

베아트릭스는 딸의 오뚝한 콧날과 움푹 팬 큰 눈, 자신보다 훨씬 얇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 자신은 물려줄 수 없는 황제의 흔적이었다.

“그나저나 지금쯤 험악한 곳에 계실 텐데…….”

베아트릭스는 앞에 차려진 흰 쌀밥과 이런저런 진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집어 손 안에서 괜히 만지작거렸다.

“기근 때문에 먹을 것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식사는 어찌하고 계실지. 아무 거나 드시지도 못하는데.”

베아트릭스는 맞은편의 마하 대군 쪽도 힐끔 돌아보았다. 저 새침한 인상의 소녀는 제국 최고의 미녀를 낳아 온 모계 덕분인지 미모만으로 치면 황자들 중 단연 최고였다. 옅은 갈색 머리칼에 짙푸른 눈과 하얀 피부에는 이름을 물려준 할머니 마하 부인과 어머니 네페티의 피가 진하게 녹아 있었다.

물론 적당한 근육이 박힌 늘씬한 몸매, 걸핏하면 내기를 걸어 형제들의 용돈을 홀랑 털어가는 승부사 기질과 잔꾀는 황제에게서 물려받은 듯 보였다. 그가 알기로는 지난번 라마단 기간 내명부 주방에서 냉장고를 통째로 털었던 사건도 바로 저 대군이 다른 황자들을 뒤에서 선동한 결과였다.

하지만 얄궂게도 네페티 역시 딸의 외모가 제일 불만이라는 소문이었다. 마하는 언젠가는 어머니의 최고제후 자리를 물려받아 제국에서도 제일 말 안 듣기로 소문난 서부 제후들을 이끌어야 할 위치였다. 그러니 다른 황자들에 비교해 어딘지 강인함이 덜해 보이는 딸의 외모가 네페티에게 내심 걱정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베아트릭스에게 ‘나하고 딸자식 바꿀 생각 혹시 없나?’라는 뼈 있는 농담을 툭툭 던지곤 했었다.

“황후와 대공께서 드십니다.”

장태자를 제외한 일행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용히 손을 모았다. 아버지 페로와 함께 조찬장에 든 아메스는 먼저 와 있던 아들 카이와 의례적인 맞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연회장 구석구석을 지키고 선 황실 경호대 장병들과 시종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 자리에 암살범이 들어와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경호대들은 자리를 좀 비워줬으면 좋겠는걸.”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읽은 베아트릭스는 엘룬에게 구석에 있는 자신의 짐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눈치 빠른 엘룬은 가방에 얼른 달려가서는 어머니의 묵직한 기병용 군도를 집어다가 무릎 위에 슬며시 놓아주었다.

“에이그, 어린 것이.”

베아트릭스가 풋 하고 웃었다. 그 꼬마도 어머니를 따라 작은 칼을 허리띠에 꽂는 모습이었다.

“자, 자. 모두 앉으세요. 딱히 예의를 차릴 공식 모임도 아니니 가볍게 아침이나 먹으면서 궁에서는 못 할 수다나 실컷 떨어보는 자리를 갖자고요. 이제 우리 빼곤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아메스가 손뼉을 짝짝 쳤지만 분위기는 도리어 조금 전보다 몇 배는 더 어색하고 냉랭해져버렸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히잡을 벗은 황비 네페티가 아메스의 뒤쪽을 응시하며 살짝 딴죽을 걸었다. 그곳엔 페로와 함께 들어온 사람들이 말없이 서 있었다.

“저라면 외부인보다는 차라리 경호대의 우직한 가디언들을 믿겠습니다.”

“저 사람들 누군지 아세요?”

임신으로 부쩍 예민해진 귀인 에스더가 베아트릭스에게 조심조심 물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는걸.”

베아트릭스도 고개를 살짝 저으며 낯선 사람들 면면을 꼼꼼히 살폈다. 페로의 바로 뒤에 의사복을 입은 남자 둘이 서 있었지만 정작 그의 눈길을 끄는 건 더 뒤쪽이었다. 연회장의 제일 모서리에는 페로 일행을 따라 소리없이 들어온 한 여자가 그림자 속에 모습을 감추고 서 있었다.

“저 여자 좀 특이하지 않아요?”

에스더의 물음에 베아트릭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드러나지 않게 서 있지만 희한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그 여자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의사 차림새도 아니었고, 비록 입 한 번 열지 않은 채 제일 구석에 소리 없이 서 있기만 했지만, 사람들 모두가 단체로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 여자를 힐끔거리기만 했다. 그 여자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고개를 든 순간, 가까운 곳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그와 눈이 마주치며 무의식중에 내는 소리가 군데군데 들렸다.

“맙소사, 저 여자 눈 좀 보세요.”

시력 좋은 솔이 테이블 밑에서 베아트릭스와 에스더의 발을 톡톡 치며 낮게 말을 건넸다. 의도적으로 상대를 유심히 안 보려 했던 베아트릭스도 그제야 하는 수 없이 그 여자의 눈을 보았다.

“오드아이(Odd Eyes)?”

깜짝 놀란 베아트릭스도 하마터면 큰 소리를 낼 뻔했다.

“아니, 봐요, 양쪽이 다른 건 다른 거고……사람 눈 색이 저럴 수도 있나요?”

솔이 신기한 듯 입을 가렸다. 여자의 왼쪽 눈은 맑은 하늘빛처럼 옅은 파란색이었고 오른쪽 눈은 선명한 금색이었다. 양쪽 모두, 사람에게서 보기 어려운 눈동자였다.

“고양이 눈이 저런 건 봤어도…….”

생각없이 입을 열었던 에스더가 흠흠거리며 얼른 입단속을 했다. 눈 색깔도 색깔이지만, 크고 쭉 빠진 몸매에 비빈들이 경계감을 느낄 만큼 빼어난 미모, 무언가 표현하기 힘든 기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차림새도 아무 무늬 없는 심플한 원피스에 어깨에 두른 숄 한 장이 고작이었지만 그 이상 화려한 복장은 주인공이 뿜어내는 뇌쇄적인 매력만 반감시킬 듯 보였다.

“황상께서 안 계신 게 이렇게 기쁠 줄이야.”

에스더의 농담에 솔이 풋 하고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신경 안 써도 황후께서 알아서 황궁에 출입 금지시키실 것 같은데요?”

일행 중 별반 놀라지 않은 태연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본 건 장태자 하나뿐이었다. 아메스는 비빈들의 분위기를 짐짓 모르는 척, 그들에게 장태자를 가리켜 보였다.

“어제까지는 괜찮으셨습니까, 장태자 전하.”

페로를 따라온 남자 의사가 카이에게 공손히 절을 올리며 물었다. 카이는 이들을 이미 여러 번 만났던 듯, 기계적으로 팔을 걷어 내보였다.

“그대의 약 덕분에.”

의사는 준비해 온 상자에서 작은 앰플을 꺼내어 주사기에 넣고는 카이의 팔에 가져갔다.

“잠깐, 잠깐.”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베아트릭스가 얼른 손을 들어 주사를 막았다.

“제가 알기로, 저들은 내의원 사람들이 아닙니다. 긴급 상황이 아닌 한, 내의원 소속 시의만이 황손에게 투약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황후 폐하.”

“아아, 안 그래도 그 말 하려던 참이니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눈 부라리지 말게나.”

아메스가 깔깔대고 웃으며 주사를 계속하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비빈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장태자의 팔에 주사약을 찔러 넣었다.

“이미 며칠이나 맞았으니 염려 마세요, 황빈.”

얼굴이 잔뜩 굳어있는 베아트릭스에게 카이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지만 베아트릭스는 도리어 더 화가 난 표정이었다.

“폐하,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옵니다. 외람되오나, 황상께 허락은 얻으셨습니까? 어찌 주변에도 알리지 않으시고 병약해지신 장태자께 투약을 하실 수 있는 겁니까.”

“그만 하라고, 나도 알 만큼 아니까. 지금 내 자식 치료하는 일인데 설마 황빈이 생각하는 만큼 신경 안 썼겠나.”

애써 웃음 짓던 아메스가 결국 짜증을 내고 말았다.

“황상께선 명망 있는 외부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 것도 용납하지 않으셨고, 여러 의사들이 가능성 있어 보이는 신약을 들고 왔지만 제도권 원로 의사들을 믿을 수 없다면서 모두 퇴짜를 놓으셨네. 그분께서 당신의 병 때문에 주변을 모두 의심하시는 건 이해하지만 명색이 내의원에 이름도 없는 콜로니 아카데미 출신 새파란 의사들만 앉혀놓고 황자들을 맡기시니 앞으로도 도무지 가망이…….”

흥분한 나머지 황제를 비난하는 말을 뱉었던 아메스는 실내에 외부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럼 지금 주사한 약은 대체 뭡니까? 설마 허가도 안 받은 불법 약물을 쓰셨다는 겁니까?”

“자가면역질환 환자 여러 명을 대상으로 이미 몇 달이나 테스트했네. 부작용도 거의 없었고, 증세도 거의 호전되었지. 지금 장태자 모습에서도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나?”

베아트릭스가 새삼 카이를 다시 돌아보았다. 조금 전 그도 인식했듯이, 카이의 상태는 근 며칠간 놀랄 만큼 호전되고 있었다. 황제가 보았다면 크게 기뻐했을 만큼.

“황상께 감추셨다면 저희에게도 감추고 몰래몰래 쓰셨어야죠, 저희 내명부 비빈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대놓고 밝히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만.”

중간에 갑자기 툭 튀어나와 정곡을 찌른 건 황비 네페티였다.

“저희 귀에 들어가면 어차피 황상께도 알려진다는 건 예상하지 않으셨습니까.”

네페티의 예리한 반격에 아메스가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했다.

“당연하지요. 하지만 이번만은 모두 제 편이 되실 걸 알기에 이 자리를 가진 겁니다. 그대들도 모두 자식을 둔 어미들이니까요. 이젠 귀인 에스더조차도요.”

아메스의 말뜻을 제일 먼저 읽어낸 네페티가 갑자기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는 옆에 있던 딸 마하 대군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하, 엘룬 데리고 잠깐 나가 있으려무나.”

“아뇨, 황손들도 함께 있는 게 좋겠습니다.”

아메스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마하에게 다시 앉으라고 손짓했다.

“저 애들도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아야죠.”

“알아야 할지 아닐지는 어미들이 먼저 듣고 결정합니다.”

웬만해서는 황후와 대놓고 대립각을 세우지 않던 네페티가 이번만은 얼굴까지 잔뜩 붉히며 딸에게 재차 나가라고 손짓했다. 중간에서 괜히 난처해진 마하가 어머니와 황후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분위기가 격해지려는 찰나, 주사를 다 맞은 장태자가 소매를 다시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처럼 기대하고 나왔는데 밥상에 저희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이 적네요. 동생들하고 여기 주방 냉장고나 좀 털고 오겠습니다.”

누구 한 명 웃을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전혀 웃음은 없었다. 그저 귀인 에스더가 억지로 웃으려다가 주변의 살벌한 분위기에 얼른 입을 다물었을 뿐이었다. 어쨌든 갈등을 일시 봉합한 카이가 누이동생들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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