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맥The Iron Vein-1097화 (1,092/1,132)

< -- 1097 회: 파트16. 신들의 전쟁 (완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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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테시폰 전체를 멍텅구리 쇳덩어리로 만든다고?”

바에자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짧게 번졌다.

“널 믿으마.”

바에자는 복도 한쪽에 쌓여있던 빈 헤네티 상자를 가리켰다.

“2명씩 들어가라. 꽉 끌어안으면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 거다. 고체 인화물질 하나 뜯어서 바닥에 깔아 태워.”

냉동실에 갇힌 일행들 사이에 차가운 빙무보다 더 차가운 공포와 걱정이 스쳤다.

기술요원이 타크마의 도움을 받아 냉매 파이프를 기어올라 거의 2층 높이에 있는 센서에 다가갔다. 그는 화재감지기를 떼어내고는 자신의 가방에 들어있는 고체 인화물질을 뱀처럼 길게 잡아 늘였다. 손이 얼어붙어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체온으로 손끝을 연신 녹이며 어렵사리 [저속 연소] 신관을 끼워 센서 조금 아래의 철골에 붙였다.

“됐습니다.”

요원은 신관을 작동시켜놓고는 타크마의 어깨를 밟고 후다닥 뛰어내렸다. 센서 밑에 붙인 인화물질에서 빨갛게 열이 나기 시작했다.

“살아서 다시 나와 보자.”

그 사이, 헤네티 상자 3개를 끌어온 바에자는 그 주변에 고체 인화물질을 둥글게 깔아놓고는 재빨리 불을 붙이고 가장 크게 다친 요원과 함께 상자에 기어들었다. 한 명이 딱 맞게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상자는 둘이 들어가기는 작았지만 그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상자에 억지로 몸을 맞췄다. 조만간 급락할 온도에서 잠시나마 체온을 지킬 수만 있다면 불이든 상자든 무슨 수단이든 써야 했다. 뒤이어 타크마와 나머지 요원들도 상자에 몸을 감추고 작은 틈새로 눈동자를 내밀었다.

잠시 후, 우웅 하는 진동과 함께 냉동기가 강하게 돌기 시작했다. 냉동실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오판한 센서는 냉동기에 더 세게 작동하라며 계속 신호를 보냈다. 냉동기의 진동이 점점 커지더니 귀를 막아야 할 정도의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공중에 있는 냉기 배출구에서 살인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내렸다.

“으욱!”

일행은 가까스로 빛이 들어올 만큼만 틈새를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냉동기가 가뜩이나 부족한 크테시폰의 출력을 괴물처럼 잡아먹으면서 냉동실의 조명까지도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긴장한 바에자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26층까지 계단을 뛰어서 올라온 케스난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느낌에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오는 중간중간 헤네티 경비병들도 만났지만 그들은 무슨 생각인지 단 한 번도 길을 막지 않고 케스난의 얼굴만 보고는 이곳까지 그냥 보내주었다.

그는 지금껏 4,5층 이상 걸어서 올라 본 일도 없었고, 이런 고지대에서 자신이 한 번도 안 쉬고 26층을 올라왔다는 것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순전히 아들을 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뛰어올라왔지만 부들부들 떨리고 풀린 다리는 정직했다.

바닥에 엎드려있던 그는 문을 짚고 엉금엉금 일어나 26층으로 밀고 들어갔다. 대신관 구역인 26층 계단실 출구 앞에는 엘리베이터 출구가 있고, 평소처럼 십여 명의 헤네티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은 녹초가 되어 올라온 케스난을 보며 아무 표정도 없었다. 케스난은 자기도 모르게 엘리베이터부터 보았다. 그리고 [작동 중단]이 켜 있는 버튼을 보았다.

“이런…….”

비로소 자신이 교단에 속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케스난의 표정이 흙빛이 되었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의 뒤에는 어느새 헤네티 2명이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케스난은 목구멍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발렌틴!!!”

아들을 찾는 케스난의 절규가 26층의 곳곳을 메아리치며 맴돌았다. 잠시 후, 몇 명의 사람들이 복도 모퉁이 너머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살름 부녀를 선두로 가르시바 모자, 능글한 네코 마구스의 모습도 보였다. 대신관과 아트위야는 다른 용무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이렇게 애처롭게 부르는데 모자상봉 정도는 시켜줘야지. 잠깐이겠지만.”

살름이 그 큰 손에 꽉 붙들고 있던 발렌틴을 놓아주었다. 파랗게 질려있던 발렌틴이 헐레벌떡 달려와 비로소 엄마의 품에 와락 안겼다. 아들을 품에 안은 케스난은 자신을 사방으로 에워싼 헤네티들과 맞은편에 서 있는 3명의 마구스들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저를 왜 이렇게…….”

케스난은 마지막 희망을 실어 살름에게 억지웃음을 보이려 했지만 항상 가볍고 미련해 보이기만 하던 이 사내의 표정이 오늘은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

“미안하지만 비어있는 말뚝은 원래 네 차지였어.”

입 가벼운 가르시바가 옆에서 장난처럼 킬킬거렸다. 케스난은 비로소 자신에게 가망이 없음을, 저들이 일부러 자신 하나만을 살려놓은 채 이 함정을 팠음을 깨달았다. 다리가 풀린 그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당했다…….’

케스난은 이들이 시키는 대로 칼데아군에 수송선을 대 주었고, 미끼 정보를 계속 제공해 주었고, 황실이 사용하기로 되어있었던 일란 호까지도 빼내어 빌려주었다.

케스난은 그 대가로 이들의 움직임과 몇몇 사소한 정보를 빼냈고, 일부 손해도 입힌 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감수할 수 있는 손해라 생각했을 것이고, 어떤 정보가 새어나갔는지도 머리 꼭대기에서 다 읽어가며 역공작이라는 덫을 놓고 있었을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헤네티들의 몸뚱이를 태우러 들어간 바에자의 팀이 어떤 지경에 처했을지도 말하나마나였다.

“엄마. 울지 마. 내가 지켜줄게.”

발렌틴은 울고 있는 엄마의 눈가를 쓰다듬어주며 그의 얼굴을 도리어 꼭 안아주었다. 살름이 성큼성큼 나와서는 주저앉아 있는 케스난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내게 고마워해야 할 거야. 위대한 현신께 졸라서 너와 네 아들은 내가 맡겠다고 허락을 받았거든.”

아들을 안은 케스난의 손이 힘이 꽉 들어갔다. 살름이 그를 내려다보며 계속 킬킬거렸다.

“솔직히 널 말뚝에 박을 생각은 없어. 넌 그냥 내 하렘에 가둬 부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 하는 짓은 맘에 안 들어도 네 아랫도리는 맘에 쏙 들었거든.”

살름은 케스난의 갈고리를 덥석 붙들고 거칠게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왜 그래요! 우리 엄마에요!”

엄마 품에 안겨있던 발렌틴이 엄마에게 떨어지지 않으려 발악을 하며 살름을 밀어냈지만 10살 소년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살름의 눈짓을 받은 딸 하페즈가 엄마에게서 아이를 강제로 떼어냈다.

“따라와.”

살름은 버둥거리는 케스난을 붙잡아 질질 끌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발렌틴을 붙든 하페즈도 그의 뒤를 따랐다. 앞장서는 살름이 큰 문을 확 열어젖히자 차가운 공기가 확 밀려들어왔다.

“으익.”

익숙한 냄새에 케스난이 몸서리를 쳤다. 문 너머는 그가 제국총회 직전 살름과 함께 들어와 교단의 출정식과 황실 프락치들의 집단처형을 지켜보았던 크테시폰의 메인 홀이었다. 26층의 문 안쪽은 대신관이 앉아있었던 높은 발코니석이 있고 10층 남짓 까마득히 아래로 지난번 자신이 살름과 함께 앉아있었던 발코니석과 끔찍한 처형이 있었던 단상이 내려다보였다.

케스난은 자신을 살려주겠다던 살름이 왜 뜬금없이 이 끔찍한 곳으로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살름은 케스난을 계속 끌고 대신관이 있던 발코니석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난간까지 끌려간 케스난은 단상에 여전히 세워져있는 12개의 말뚝을 볼 수 있었다. 3달 전 단상에서 끔찍하게 꿰어 죽은 시체들은 방부제를 잔뜩 뒤집어쓰고 바싹 마른 미라가 되어 혀를 길게 빼고 매달려있었다. 물론 12번째의 빈 말뚝도 여전히 서 있었다.

“저기 비어있는 말뚝이 내내 눈에 거슬렸는데 너 대신 다른 놈이라도 잡아다 꽂아야겠거든?”

순간, 그의 말뜻을 깨달은 케스난이 살름의 손을 떨쳐내려 버둥거리며 아들을 억지로 돌아보았다.

“미쳤어! 지금…….”

살름이 케스난을 거칠게 당겨서는 턱을 붙들고 빈 말뚝이 있는 단상을 억지로 내려다보게 했다.

“미안하지만 내 하렘에서 내 핏줄도 아닌 군더더기 꼬마 놈이 뛰어다니게 할 수야 없지. 너도 그 편이 훨씬 홀가분하지 않겠냐?”

몸부림치는 케스난을 꽉 붙든 살름은 뒤에서 발렌틴을 붙들고 있는 딸 하페즈에게 단상을 가리켰다.

“데리고 내려가서 꽂아. 구경꾼도 없으니 내장을 쏟고 질질 짜는 광경은 필요 없을 것 같고, 그냥 죽여서 대충 말뚝에 꿰어만 놔.”

“예에?”

움찔한 하페즈는 자신의 손 안에 있는 소년을 힐끔 돌아보았다. 까만 머리의 이 소년은 엄마를 찾으며 계속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하페즈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어린애인데요, 아무리 혈통이 그렇다 해도…….”

“뭐?”

“위대한 현신께서도 아이를 해치라는 이야기는 안 하셨…….”

“네가 포로로 잡혔을 때를 벌써 잊었냐?”

“저 그때 잘 지냈어요. 이러시면 제가 배은망덕한 년이 된다고요.”

여러 사람들 앞에서 딸이 느닷없이 저항을 하자 살름의 눈가가 험악해졌다.

“넌 모질지 못해서 탈이야. 네 자격이 합당한 건지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아, 아버지…….”

항명을 해 보려 했던 하페즈는 아버지의 무서운 시선에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신탁까지 받은 마구스 후계자이지만 한때 아스탈이 후계자에서 쫓겨났듯 그의 자리가 반드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당혹스러워하던 하페즈는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버둥거리는 소년을 어깨에 불끈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살름의 손을 턱에서 가까스로 치워낸 케스난이 목구멍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발렌틴!! 발렌틴!!!”

“엄마! 엄마! 나 어디 가는 거야? 엄마!”

하페즈의 어깨 위에서 울부짖는 아이의 절규가 계단 아래로 조금씩 멀어져갔다. 케스난은 생전 단 한 번도 낸 일이 없는 괴력으로 살름의 팔을 확 떨쳐내고 아들을 쫓아 내려가려 했다. 하지만 살름도 질세라 그의 뒷덜미를 덥석 붙들었다.

“이년이 어딜!!!”

살름에게 목 뒤를 잡힌 케스난은 악 소리를 지르며 그를 향해 갈고리를 확 휘둘렀다.

“끄윽!”

뺨을 가로질러 얼굴을 깊게 벤 살름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 주저앉았다. 하지만 감히 현신에게 상처를 입힌 케스난 역시 살름을 따라온 헤네티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바닥에 뒹굴었다.

“이게 뭐야?”

얼굴의 피를 본 살름의 표정이 당장 까무러칠 듯 창백해졌다. 마구스가 된 이래 단 한 번도 생명의 위협을 받아 본 일 없이 화초처럼 살아 온 그에겐 이런 작은 상처도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솥뚜껑만한 손으로 케스난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우욱!”

케스난은 터진 입술에서 피를 쏟으며 바닥에 축 늘어졌지만 곧 고개를 치켜들고 아들이 사라진 계단 밑으로 기어가려 했다. 그곳에선 엄마를 찾는 발렌틴의 비명이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다. 살름이 씩씩대며 일어나 휙 돌아섰다.

“씨발, 영빈관 이년 방으로 가자. 내 여자가 되려면 맛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

살름은 테라스석을 성큼 나섰다. 헤네티들도 아들을 찾으며 울부짖는 케스난의 팔을 붙들고 그를 따라나섰다.

“발렌틴!! 발렌틴!! 엄마 여기…….”

케스난의 절규가 무색하게, 홀 밑에서 발렌틴의 길고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내 아들…….”

케스난의 혀끝이 굳어버렸다. 이번 비명은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끄윽 하며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끝으로, 아들의 절규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케스난의 저항도 그대로 멈추었다.

“안 돼…….”

절반 넋이 빠진 케스난을 메인 홀에서 끌어낸 헤네티들은 두꺼운 철문을 쾅 닫아버렸다. 충격을 받은 케스난은 온몸을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시체처럼 눈만 멀뚱멀뚱 뜬 채 살름을 따라 바닥을 질질 끌려갔다. 어쩌면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그 사람’에겐 네 번째 자식의 죽음일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상온보관실에서 냉동실 문을 지키고 있던 교단 바에자는 시계만 보고 있었다. 저 안에 도사리고 있는 적과 괜히 싸울 필요는 없었다. 내부의 기온은 어차피 인간이 살아 버티기 힘든 정도이니 적당히 시간이 지난 후, 방한복을 제대로 갖춘 연구원들을 들여보내 꽁꽁 얼어 동태가 되어있는 적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해결될 일이었다.

문제는 ‘바에자’를 잡느냐 마느냐가 아니고 그의 시체를 루토를 비롯한 헤네티들이 보지 못하게 처리하는 것이었다.

“냉동실 문 다 잠갔지?”

얼떨결에 불려온 이곳 엔지니어가 현신의 물음에 벌벌 떨며 대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출입문은 여기 상온보관실 포함해 3개인데 모두 밖에서 단단히 잠갔습니다. 안에서 열 수 있는 문은 여기 상온보관실과 연결된 문 하나뿐입니다.”

“혹시 놈들이 안에서 멋대로 온도를 높이지는 못하겠지?”

“내용물을 완벽히 보존하기 위한 최고온도가 지금 수준으로 설정이 되어있어서 아예 냉동기를 끄지 않는 한 안에서 맘대로 온도를 올리지는 못합니다. 냉동기는 따로 밀폐되어있어 안에서는 못 끕니다.”

“여기로 튀어나오지 않으면 동태 둘 중 하나군.”

바에자가 팔짱을 끼며 다시 여유롭게 시계를 보았다.

“내 장담하지만 그놈들 스스로는 절대 안 나와.”

바에자가 혼자서 주섬주섬 방한복을 챙겨 입으며 빈정거렸다. 다른 2개의 문 앞에서는 바에자가 불러온 그의 심복들이 이미 방한복을 챙겨 입고 제일 먼저 뛰어들어 시체를 꺼내 나올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루토를 비롯한 20여 명의 헤네티들은 추위를 견디다 못한 적이 안에서 이판사판 튀어나오거나, 혹은 스스로 백기를 들고 나올 때를 대비해 잔뜩 긴장한 태세로 대기 중이었다.

“온도를 봐선 지금쯤 이미 죽었을 가능성도……, 어?”

엔지니어는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자 문득 말을 끊고 천장의 조명을 올려보았다. 무슨 이유인지 조명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바에자가 짜증스레 물었다.

“이거 왜 이래?”

“아, 지금 크테시폰의 동력 사정이 좋지 않아서 가끔 이러지만 염려…….”

엔지니어의 호언장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명이 다시 꺼지더니 상온보관실 전체가 암흑천지가 되었다. 긴장한 루토 일행이 눈에 힘을 주고 문 너머를 노려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불이 들어왔지만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가끔 이러는 게 아닌가본데?”

바에자가 날카로운 눈을 굴리며 신경질 섞인 톤으로 물었다. 그때, 또다시 불이 꺼지더니 이번엔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바에자가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온보관실 출입문의 자동개폐장치도 동력이 꺼졌는지 아무 불도 켜 있지 않았다. 엔지니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거, 걱정 마십시오, 어차피 안에서는 아무도 못 나오니…….”

“지금 이 안에 숨어있는 놈들이 문제가 아니잖아!!! 크테시폰의 동력이 다 나간 것 아냐!”

이곳의 헤네티들 사이에 이번엔 제법 긴 침묵이 흘렀고, 조명은 계속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껏 태연하던 헤네티들도 점점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뭔가 보통 일이 아닌가본데.”

헤네티들이 웅성대기 시작한 그 순간, 엔지니어의 할룩스로 긴급한 메시지가 들어왔다.

- 현재 메인 제너레이터가 과부하로 손상되었음. 제너레이터의 일부 회로가 손상되어 수리중이니 유의할 것. 13층 냉동기 오작동이 의심되니 당장 확인할 것. -

엔지니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무심결에 눈앞에 있는 냉동실 문 밖에 있는 온도계를 보았다. 온도계는 평상시 온도보다 한참 낮은 온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 저게 왜 이래?”

당황한 엔지니어가 온도계를 재차 확인했지만 여전했다.

“저어, 이 안의 냉동기가 오작동하는 듯……. 안에서 무언가 손을 댄 모양입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바에자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염병할, 안에 있는 미친놈들이 살아보겠다고 막 건드린 것 아냐?”

“그런 거면 길을 거꾸로 찾아갔군요. 이 온도면 몇 번은 죽었겠는데요?”

루토의 농담 아닌 농담에 몇몇 헤네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안에 있는 또 다른 바에자의 의도를 아직 모르는 교단 바에자가 입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훗, 어쨌든 기다릴 시간은 짧아지겠군.”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오작동하는 냉동기를 빨리 고치지 않으면 크테시폰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지도 모릅니다. 이대로는 보안장치도 모두 죽습니다. 어차피 지금쯤 다 죽었을 겁니다. 빨리 저희가 안에 들어가 체크하지 않으면…….”

담당 구역이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진 엔지니어가 바에자를 재촉했다.

‘보안장치’라는 말에 그제야 심각해진 바에자는 하는 수 없이 문으로 성큼 나섰다.

“나 혼자 들어갈 테니 너흰 들어오지 마.”

바에자는 루토와 헤네티들에게 뒤로 물러나라며 손짓했다.

“예에? 아니, 아무리 죽었다 해도…….”

눈이 휘둥그레진 루토가 뭐라 입을 열려 했지만 바에자는 입 다물라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루토로서는 적이 숨어있는 곳에―아무리 얼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해도― 무장한 헤네티도 없이 혼자 들어가겠다는 현신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리 초조하시지?’

눈썰미 좋은 루토는 적을 포위한 후에도 바에자의 태도가 어딘지 이상하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평소 어느 상황에서도 여유가 넘치던 바에자가 오늘은 적이 얼어 죽기를 기다리는 속 편한 기다림의 시간 내내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헤네티들이 방한복도 입지 못하게 했고, 에시마 교단의 생판 알지도 못하는 연구원들을 불러와 냉동실에 들어갈 준비를 시켜놓고 있었다.

루토로서는 자신에게까지 무언가 감추는 듯한 그의 태도가 내심 섭섭했지만 일단 뒤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루토와 헤네티들을 뒤에 남겨 놓은 바에자는 냉동실의 수동식 잠금장치를 비틀어 열었다.

“어후!”

문이 열린 순간, 조금 전 이 문이 열렸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끔찍하게 찬 기운이 확 몰려나오면서 놀란 헤네티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얼른 물러나야 했다. 방한복을 챙겨 입고 한 손에 마우저를 든 바에자는 빙무가 가득한 냉동실에 조심조심 들어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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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살름이 독자님의 원망을 한몸에 받는 저질 악당 캐릭으로 등극했습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분노한 엄마가 무서울까요? 상처입은 악당이 더 무서울까요?

[그나저나 작가는 짱돌 피해서 도망갑니다.]

다음편 생각하시면 그래도 추천이나 코멘트, 평점은 해 주고 가실 거죠? (쿨럭)

~~~( ̄∇ ̄)ブ~~★

아참, 조만간 완결본 출판공지를 낼 예정입니다. 가능한 1월 내로 내려고 서두르고 있는데 가능할지 아직은 모르겠네요;;; 이벤트도 하나 생각하고 있고요. ^^

노블레스 연재중인 2부 출판본이 오늘로 완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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