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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The Iron Vein-1125화 (1,119/1,132)

< -- 1125 회: 파트16. 신들의 전쟁 (완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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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소!”

적 앞에 그대로 노출된 코리온을 본 카렐은 거의 키만 한 육중한 기관총을 한 팔로 크게 휙 휘둘러 몸으로 자신을 감싸 보호하려는 코리온의 어깨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아악!”

카렐이 휘두른 총신에 멍이 들 만큼 세게 어깨를 얻어맞은 코리온은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뒹굴었고 투창은 카렐의 바로 앞으로 날아들었다.

순간, 카렐의 앞에 웬 거구 하나가 확 뛰어들었다.

“에이, 씨! 좀 비키쇼!”

버클러와 도끼를 쥔 네피가 넘어지는 코리온의 등을 훌쩍 뛰어넘어서는 카렐의 앞에 날아드는 투창들을 우르르 쳐냈다. 거의 대여섯 발의 투창이 파편이 되어 바닥에 우르르 쏟아졌고, 카렐도 총신으로 몇 발을 쳐냈지만 모두를 막은 건 아니었다.

“아익!”

몸통으로 날아드는 투창을 피하려던 카렐이 중심을 잃고 뒤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한 발은 넘어진 채로 카렐에게 기어오려던 코리온의 허벅지 뒤에 푸욱 박혔다. 충격을 받은 코리온이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뚝 떨어뜨렸다.

“학장, 학장!!!”

카렐의 처절한 고함을 들은 페로가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쓰러져 있는 코리온의 뒤를 두꺼운 새 방패로 막아섰다.

“내, 참, 똘똘한 줄 알았더니!”

페로는 뒤이어 날아드는 투창을 방패로 쳐내고는 허벅지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코리온의 뒷덜미를 덥석 붙들고 후방으로 힘껏 끌어당겼다. 코리온은 바닥으로 질질 끌려가면서도 헝클어진 머리칼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 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폐하께선? 폐하께선!”

잠시 넘어졌던 카렐이 허둥지둥 일어나 그 둘의 앞을 막아서고는 그새 계단 위로 뛰어오르고 있는 적병들에게 총탄을 다시 쏘아댔다. 언제 다쳤는지 그의 오른팔과 허벅지 한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위를 따지고 있기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카렐은 거의 참호까지 뛰어오른 적병의 이마에 대고 한 발을 당겼다. 카렐의 얼굴에까지 적병의 머리에서 튄 피와 살점이 날아왔다.

“철성 안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볼트가 거의 떨어져갑니다!”

계단 양 측면을 지키던 아샤드와 다룬이 다리가 부러진 세하를 부축하고 달려오며 외쳤다. 카렐이 중앙의 계단을 지키고 있는 동안 양 측면을 몰아붙인 적병들은 그새 화단 위로 뛰어올라왔고, 포병들은 마지막 남은 아나콘다에 막 불을 지르고 도망쳐오는 중이었다. 이제 남은 곳은 철성 하나뿐이었다.

“빨리! 빨리 좀 들어가, 이 화상아!”

네피가 카렐의 팔을 뒤로 잡아당기며 악을 썼다. 여전히 기관총을 손에 쥐고 있던 카렐은 멀리 고원 남쪽의 유리상자 있는 곳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그곳에서도 조금 전 3만의 칼데아군을 돌파한 코런덤들이 상자를 에워싸고 있었다.

“이디나?”

유리상자를 에워싼 코런덤들 역시 1만이 넘는 세닉 가 군대에 둘러싸인 채 가망 없는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상자 주변에는 2천이 넘는 교단군이 있지만 그 절반은 후방으로 후송된 부상병들이나 지원요원들이고,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정예병은 방금 되돌아간 1천 조금 넘는 헤네티들이 전부였다.

“지금 저쪽 걱정해줄 때냐?”

네피가 버럭 화를 냈지만 카렐의 눈은 저곳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교단군의 부상병과 지원요원들은 몇 문 안 남은 발리스타를 쏘고, 심지어 돌을 주워 던지며 죽을 각오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사나운 기세에 세닉 가의 정예 중장보병대도 곤욕을 겪고 있지만 어차피 저대로라면 넘어가는 것 자체는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사방에서 힘싸움과 접근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교단군의 자랑인 마우저 탄도 이쪽의 볼트처럼 바닥을 드러낸 듯했다.

“빨리, 좀!”

카렐은 자이납과 네피에 밀려 주춤주춤 철성 문 안으로 뒷걸음질쳤다. 어느새 화단을 돌파해 계단까지 쳐 올라온 적병들이 물러나는 친위군의 뒤통수를 당장 붙잡을 듯 바싹 달라붙었다. 페로는 다리를 크게 다쳐 피를 많이 흘리는 코리온을 등에 불끈 짊어지고 악 소리를 지으며 카렐의 뒤를 따라 뛰었다.

“지긋지긋한 새끼들!”

뒷걸음치며 다시 총열과 탄창을 바꾼 카렐은 부하들의 뒤를 쫓아오는 적병들의 머리와 몸통을 이번엔 하나씩 하나씩 박살을 내며 철성 문 안으로 향했다. 쿵쿵쿵 하며 느리게 울리는 카렐의 사격에 뒤쫓아오던 적병의 살점과 갑주 조각이 피와 함께 공중으로 튀었다.

“문 닫아!”

카렐을 안으로 밀고 들어온 네피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친위군들은 거의 3, 4층 건물 높이인 육중한 철문을 힘껏 밀어 닫기 시작했다. 이미 적병들이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이런 좁은 회랑에서는 X들에게 시민병인 칼데아군 장병들이 함부로 덤벼들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이때를 대비한 무기가 없는 건 아니었다.

“화염방사기!”

적군의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십여 명의 화염방사기병들이 비로소 우르르 올라와 철문을 닫고 있는 가디언들을 향해 무시무시한 불꽃을 확 뿜어냈다.

“아악!”

문을 닫으려 힘을 쓰고 있던 10명이 넘는 가디언들이 사방으로 확산되어 쏟아지는 연료를 미처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눈 깜짝할 새 불꽃이 옮겨 붙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하지만 화염방사기병들의 승리도 길지 못했다. 그들이 막 기뻐하려는 순간, 새 탄창을 끼운 카렐이 날린 대구경의 철갑탄이 그들 등에 멘 고압의 연료통을 관통했다.

“으악!”

놀란 칼데아군 병사들이 채 화염방사기를 벗을 새도 없이 구멍에서 솟구친 연료와 불꽃이 그 주변에 있던 화염방사기병들과 다른 보병들까지 수십을 삼켜버렸다.

“동료들을 구해!”

칼데아군이 혼비백산한 사이, 크바르나들은 화염방사기에 타들어가고 있는 동료들을 허겁지겁 문 옆에서 끄집어냈다. 몇몇 X들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안면이나 갑옷 틈새로 스며든 연료가 타들어가 이미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열어둔 채로 그냥 물러나!”

카렐은 불타고 있는 화염방사기병들의 시체를 뛰어넘어 계속 몰려드는 적병을 향해 실탄을 날리며 옆에서 함께 물러나는 크바르나와 분견대원들에게 외쳤다. 이제 이들에겐 철성의 낡은 기계장치들 사이로 난 넓고 긴 회랑을 따라 조금씩 물러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볼트까지 거의 바닥난 크바르나들은 방패로 그들의 돌격을 겨우겨우 받아내며 등 뒤의 부상병과 지원요원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었다. 이 회랑 끝에는 황금탑이 있고, 그 뒤로는 터빈실이 있는 막다른 벽이었다. 그 사실은 적군도 잘 알고 있었다.

“계속 몰아붙여!!! 저 끝에 황금탑이 보인다! 저건 진짜 황금이다! 알겠나! 저 앞의 탑은 진짜 황금이란 말이다!”

황금이라는 말에 다시 사기충천한 칼데아군들은 이번에도 부서진 전차의 파편으로 다시 방벽을 만들어 칼과 방패만 남은 1천의 크바르나들을 회랑 안쪽으로 조금씩 몰아붙였다. 지난 수백 년간 거의 텅텅 비어있던 드넓은 회랑은 앞 다투어 몰려들어오는 수천의 칼데아군으로 인산인해가 되었다.

숫자만으로는 그들을 막아서고 있는 크바르나와 분견대 정도는 짓밟아버리는 것만으로도 전투를 끝낼 수 있을 듯 보였다.

“밀어붙여! 더 밀어붙이라고!”

머릿수에 기댄 칼데아군에 크바르나들은 계속 뒷걸음쳐 황금탑에 점점 가까워졌다. 황금탑 부근에는 세네피스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가까스로 숨을 쉬고 있는 병실도 있었다. 이미 적병들은 세네피스의 병실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밀고 들어와 있었다. 파랗게 질린 아샤드 경이 세네피스의 병실 문 앞을 몸으로 막아섰다.

“아나콘다 발사!”

카렐이 마지막으로 황금탑 옆에 들여놓았던 3문의 아나콘다가 크바르나들을 조여오는 칼데아군을 향해 다시 포문을 열었다. 발리스타 포탄은 긴 회랑을 가로질러 날아가 개미처럼 바글거리는 칼데아군 중앙에 떨어지며 수십 명을 파편으로 만들었다. 양군의 비명과 함성이 강철로 이루어진 철성의 내장 속에서 귀가 아플 만큼 웅웅거리며 철성을 무너질 듯 흔들었다.

“저 씨발 포병들부터 잡아!”

칼데아군도 순순히 포격에 당해주지는 않았다. 투창병들은 아나콘다를 쥐고 있는 포병들의 머리 위에 투창 세례를 쏟아 부었다. 첫 번째 앉았던 포병들은 채 2, 3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거나 피투성이가 되어 후방으로 질질 끌려갔고, 두 번째 앉은 포병들도 그 이상 버티지 못했다. 몸에 붕대를 두르고 되돌아온 부상 포병들이 바닥을 질질 기어와 동료가 쓰러진 포탑에 다시 기어올랐다.

“조금만 더 물러나면 황금탑입니다!”

머리를 다치고 후방에서 치료받고 있던 힐러까지 칼을 쥐고 비틀거리며 카렐에 걸어와 울부짖었다.

“베흔 놈은 언제 오는 거냐!”

산발적으로 탄을 쏘아대던 카렐이 뒤를 돌아보았다. 중상을 입은 부상병들은 황금탑 주변에서 공포에 질려 있고, 한쪽 팔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전사들은 간호하는 지원요원들을 뿌리치고 걸어서, 혹은 기어서라도 적에게 나오고 있었다. 크바르나들을 간호하던 에스더의 당혹스러워하는 표정과 카렐의 눈이 딱 마주쳤다.

“아악!”

아샤드 경의 비명에 카렐은 세네피스가 있는 병실을 재차 돌아보았다. 그새 병실 문은 열려 있고, 몸 곳곳에 부상을 입은 아샤드 경이 병실 안까지 밀려들어가 칼을 휘둘러대고 있었다. 아샤드의 어깨 너머로 호흡장치를 낀 채 놀란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세네피스의 모습까지 그대로 보였다. 미친 듯 몰려드는 적병들의 창에 배를 찔린 아샤드가 자리에서 휘청거렸다.

“이런!”

카렐이 둔한 걸음을 비틀비틀 움직여 세네피스의 병실로 다가갔다. 카렐에게 달려들려던 적병들 몇이 자이납의 석궁에 머리와 목을 얻어맞고 나동그라졌지만 아직 약기운에서 깨지 못한 그들은 그래도 미친 듯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저놈들이!!!”

카렐이 방아쇠를 당겨 아샤드의 목에 창을 꽂으려던 적병 둘의 머리와 몸통 한쪽을 핏덩이로 만들어놓았다. 그들의 몸통을 관통한 탄이 세네피스와 아트위야의 병실 안에 명중하면서 깨진 약병과 도구들이 병실 사방으로 흩어졌다.

“감히 어딜 들어가!”

카렐은 총탄을 피해 병실 안으로 도망가려는 적병을 총신으로 사정없이 후려쳐 쓰러뜨리고는 뒷목을 발로 짓밟아버렸다. 그는 우드득 하며 우그러진 적의 갑옷과 목뼈를 짓밟고 선 채 쓰러진 아샤드 대신 문을 막아서고 세네피스를 돌아보았다. 얼굴에 유리파편을 뒤집어썼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어보였다.

문 앞에서 적병들을 쫓아낸 카렐은 할룩스를 켜고 철성 ‘어딘가’에 있는 라스를 불러냈다.

“회랑이 적병들로 모두 꽉 찼느냐?”

“입구 부근을 빼고 이제 거의 꽉 찼습니다!”

“내가 손짓하면 시작해라.”

카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황금탑 쪽을 쳐다보았다. 탑 안에서는 주페가 마리안, 마하를 두 팔에 감싸안고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황금탑 옆의 포대에서는 줄줄이 쓰러진 포병들을 대신해 이젠 페로가 아나콘다의 발사대에 직접 앉아 악을 쓰며 쏘아대고 있고, 코리온은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에 보랏빛 머플러를 벗어 묶은 채 포격에 서툰 페로에게 방향을 잡아주고 있었다.

“이 짓까지 하게 될 줄이야.”

카렐은 황금탑 안에서 동생들을 보호하고 있는 주페에게 외쳤다.

“문을 닫아라! 동생들을 네가 책임져!”

주페의 눈가에 걱정 두려움이 번졌지만 1분 1초가 바쁜 황제의 지시에 쓸데없이 저항하며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탑의 둥근 문을 안에서 힘껏 당겼다. 닫히기 직전, 자기도 나가겠다는 마하의 비명과 겁에 질린 마리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소리도 쿵 소리를 내며 닫히는 탑의 문소리에 가려졌다.

카렐은 다시 정면의 적을 향해 돌아섰다. 수천의 칼데아군들이 그의 바로 코앞부터 철성의 입구까지 마치 공연장에 들어가는 수많은 인파처럼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채우고 있었다. 카렐은 아직 온전치 못한 가슴 가득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회랑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거센 포효를 내질렀다.

“여기의 황금이 그리도 갖고프냐!!!”

철성의 내장을 타고 웅웅거리고 메아리치는 포효에 적군의 기세가 잠시 움츠러든 순간, 카렐은 10층 가까운 철성의 까마득한 꼭대기, 정비용 발판에 올라 숨어있던 라스에게 손짓을 보냈다.

“그럼 실컷 가져 봐라!!!”

황제의 손짓에 라스가 벌떡 일어나 단검을 빼들고는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자루를 북 찢었다. 회랑을 꽉 채우고 앞만 바라보며 몰려들던 수천의 칼데아군 장병들은 그제야 비로소 자신들의 머리 위를 올려보았다. 터질 듯 꽉 차 있는 집채만 한 자루 수십 개가 회랑의 천장을 따라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저게 뭐야?”

밑이 터진 자루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우르르 쏟아지는 모습에 칼데아군 병사들이 파랗게 질려 자리에 움츠러들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수백, 수천 관은 될 크고 작은 금속 조각이 회랑 전체에 걸쳐 우르르 쏟아져 내려왔다. 라스는 발판을 뛰어가며 긴 천장을 따라 줄줄이 설치된 자루들을 계속 찢었다.

“피해! 피해!”

친위군의 공격이라고 생각한 지휘관과 사관들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첫 자루에서 떨어진 쇳조각이 바닥을 때리며 구른 순간, 놀라 흩어졌던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금이다!”

재빠른 병사들 몇이 머리에 맞건 말건 무릅쓰고 뛰어나가 쏟아지는 금덩이들 밑으로 몸을 날렸다. 철성의 회랑 안은 황금빛 소나기와 함께 난장판이 연출되었다. 작게는 주먹 만한 것부터 머리통만한 것까지, 터빈을 수리하며 나온 수천 관의 황금제 부품들이 그들의 머리 위로 계속 쏟아져 내렸다. 친위군과 싸우기 위해 몰려들던 칼데아군 후방에선 난데없는 황금의 파티가 벌어졌다.

“금이야! 진짜 금이야! 이게 얼마야!”

친위군을 끝장내겠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몰려들던 칼데아군의 수많은 병사들은 바닥을 뒹구는 금덩이를 집으려 서로 밀치고 짓누르며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몇몇 병사들은 1관이 넘는 금덩이, 황금제 볼트와 거대한 실린더, 번쩍거리는 터빈 날개에 머리를 얻어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도움의 손길이 아닌, 피 묻은 금덩이를 먼저 채려는 탐욕스런 손들이 그들 위로 우르르 달려들었다. 가디언에 대한 공포를 없애려 먹인 마약이 이젠 떨어지는 금덩이에 대한 공포와 동료애까지 함께 잊어버리도록 만들었다.

“대오를 지켜! 황금을 줍는 놈들은 목을 친다!”

몇몇 의식 있는 지휘관들이 절규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다. 칼데아군 보병들의 절반 이상은 기근으로 궁해진 처지를 벗어나려 몰려든 빈민 출신 신병들이었다. 일단 잡기만 하면 수십 년 먹고 살 수입을 마련할 판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황금을 줍는 병사를 처벌한다며 빼앗아 자기 주머니에 챙기는 장교들까지 보였다.

“그래! 가져갈 수 있으면 죄다 가져가 봐라!”

라스는 자루들을 한 번에 찢지 않고 계속 천장을 뛰어다니며 남겨놓은 자루들을 차례대로 계속 찢어 칼데아군 후방 부대의 머리 위에 황금의 세례를 퍼부었다. 처음엔 나사에 불과했던 덩어리는 점점 더 커졌고, 그런 분위기는 황금으로 된 거대한 터빈 바퀴가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쳐 박살이 나 흩어지며 절정에 달했다. 위험도 잊은 채 황금을 받으려 뛰어가던 병사들 십여 명이 머리에 파편을 맞고 쓰러졌지만 다른 병사들이 쓰러진 자들의 몸뚱이를 밟고 더 큰 덩이를 먼저 주우려 몸을 날렸다.

“저 안에서 황금이 쏟아지고 있어!”

철성 밖에서 들어가려 대기하고 있던 부대들도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수라장을 목격하고는 술렁대기 시작했다. [철성 안에서 황금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철성을 공격하고 있는 3만의 칼데아군에 광속처럼 퍼져나갔다. 성질 급한 부대들이 앞 부대를 헤치고 먼저 들어가려 문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어, 어?”

황금을 차지하려는 부대들로 후방이 난장판이 된 동안, 정작 목숨을 쏟아 부르며 친위군들을 치열하게 몰아붙이던 전방의 대오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들이 이곳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는 동안, 후방의 다른 부대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금덩이를 줍느라 아수라장이 되며 [적과 싸우는 부대]와 [자기들끼리 싸우는 부대] 사이에 큼직한 구멍이 생겼다.

“뭐야! 이거 너무하잖아!!!”

후방 병사들의 난장판에 전방의 장병들이 싸울 의욕을 잃으면서 친위군을 거세게 몰아붙이던 그들의 기세가 갑자기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이미 친위군과 칼을 맞대어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여전히 황금비가 쏟아지고 있는 후방을 연신 돌아보며 점점 집중력을 잃어갔다. 심지어 뒷줄의 몇몇은 금덩이를 주우러 대오를 이탈하는 자들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 밀어붙여!”

카렐은 코런덤들을 상대하고, 이젠 칼데아군과 맞서느라 녹초가 되어있는 크바르나들을 마지막으로 격려했다. 하지만 적의 숫자가 아직 너무 많았고, 지친 크바르나들은 흔들리는 적군을 제대로 몰아붙이지 못했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요!”

마지막 실탄통을 꺼내던 자이납이 카렐에게 고함을 질렀다. 황금탑 뒤쪽, 회랑이 끝나는 막다른 금속제 벽에서 무언가 쿵쿵하며 벽을 두들기는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육중한 철판으로 만들어진 그 벽 너머에는 철성의 심장인 터빈실이 위치하고 있었다.

“와서 좀 도와달라니까!”

전방에서 크바르나들과 맞서던 칼데아군 부대들이 불길함을 직감하고는 주춤거리며 후방의 부대들에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황금을 줍느라 이미 통제 불능 상태였다. 몇 번의 울림 후, 금속을 절단하는 노란 불꽃이 벽에 거대한 사각형을 그리더니 그 모양 그대로 벽이 조각이 나며 벽 앞으로 꽝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미안, 3천이 다 나오긴 터빈실 문이 너무 작아서.”

여전히 뚱한 표정의 베흔과 산토스를 선두로 중무장한 수천의 황실 가디언들이 쓰러진 벽의 자욱한 먼지 뒤 터빈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뒤를 휙 돌아본 카렐은 두말없이 그들에게 전방을 가리켰다.

“나머지는 너희가 책임져!”

황제의 손짓이 전방을 향한 순간, 충성스런 황실 가디언들은 황금세례에 흔들리고 있던 칼데아군 전방의 보병들을 향해 악 소리를 지르며 무서운 기세로 몰려들었다.

수천의 목숨을 희생시켜가며 크바르나들을 이곳까지 몰아붙였던 칼데아군 보병들은 회랑을 꽉 채운 기운 넘치는 새 가디언들을 본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고 풀리며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약 기운도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퇴각! 퇴각!”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의 크바르나들이 가까스로 지키고 있던 황금탑 앞에서도, 카렐과 아샤드가 몸 하나로 문을 지키고 있던 세네피스의 병실 앞에서도 적병들이 허겁지겁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카렐의 군대를 황금탑이 있는 막다른 길목까지 몰아붙였던 이들은 결국 마지막 쐐기를 박지 못하고 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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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나 코멘트, 평점 잊고 가시면 슬퍼요~~~( ̄∇ ̄)ブ~~★

3부 출판본이 7월1일(월요일)부터 프리미엄에서 연재 재개했습니다. 하루 4편 이상씩 광속연재중입니다. 연재본에서 빠진 부분으로 아쉬워했던 분들께선 그쪽을 이용해주시면 될 겁니다.

옆동네 예스24의 e연재에 올리고 있는 콜로니-사르코시스트는 큰 맥인 [가요마르탄 호 찾기(?)]가 이번 회부터 슬슬 본궤도에 들어갑니다. 출석체크해 주시면 감사하고요~ 요즘 구독자 수가 42에서 붙박이라..끄응~ㅎㅎㅎ

http://estory.yes24.com/author/eserial?serialno=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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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본 종이책 주문게시판 http://www.vein.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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