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6화 (16/297)

# 16

현질 전사

-1권 16화

듀얼 능력자가 되는 건 겨우 시작일 뿐이다.

돈만 있으면 모든 능력의 개화가 가능하다.

단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던 완전무결한 능력자.......

올인원 능력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짜릿한 전율이 끼쳐 올랐다.

'내가 올인원이 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해지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어쩌면 모든 던전을 섭렵하는 것도 가능한 일.......'

무럭무럭 부풀어 오르는 망상이 끝이 없었다.

그 생각을 정대식은 황급히 접어 넣었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이야.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건물주다! 강남 한복판에 월세만 억대인 건물 하나만 구입하고 나면 이런 위험한 짓거리는 당장 때려 쳐야 해.'

단순히 돈이 목표라면 여러 능력을 개화할 필요도 없을 터였다.

오히려 돈이 목표일 경우 그건 부질없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현질 능력은 돈을 잡아먹는다.

여러 능력을 갖추려고 든다면 돈이 끝도 없이 들어갈 터.

기껏 사냥을 해 벌어 봤자 상점에 다 갖다 바친다면 돈을 버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니 듀얼 능력자만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한 정대식은 여러 스킬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 결과.

'관측 스킬...... 이게 요전번 엔트로피가 말한 거군.'

몬스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킬.

그게 바로 정신계의 관측 스킬이었다.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아주 중요하다. 몸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지. 막공에 계속 다니든 솔플을 하든...... 한 번 사 두면 여러모로 유용할 거야.'

그 판단으로 정대식은 결정을 내렸다.

"정신계 능력을 개화한다. 그리고 관측 스킬을 구입하겠어."

그러자 엔트로피가 즉각 답했다.

<정신계 능력을 개화하고 천만 원을 차감합니다.>

차르르르!

잔액의 액수가 내려가고 갑자기 눈앞이 새하얘졌다.

신의 공간에 다시금 내팽개쳐진 것처럼 천지 사방을 분간할 수 없었다.

중력이 사라지는 기분에 몸속의 혈액이 제멋대로 뛰놀고.......

다음 순간.

정신을 차려 보자 자신의 쪽방에 앉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자연스레 느낄 수가 있었다.

'정신계 능력을 획득했구나!'

그것을 실감하기가 무섭게 엔트로피가 말을 연이었다.

<관측 스킬을 구입하고 천만 원을 차감합니다.>

다시금 잔액이 떨어지며 관측 스킬이 들어왔다.

이 스킬은 몬스터를 앞에 두고 발동을 해야 하는 터라 획득이 됐는지 어쨌는지 당장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돈을 천만 원씩이나 잡아먹었으니 획득이 됐을 터였다.

되어 있어야만 했다.

'이로써 남은 잔고는 4,100만 원...... 이 정도면 양호하지.'

비상금은 남겼다고 정대식은 씩 하니 웃었다.

'그럼 다음은...... 사냥이다!'

* * *

마력이나 체력도 충분히 강화를 했겠다, 정신계 능력 개화에 관측 스킬까지 얻었겠다, 정대식은 솔플을 나가 볼까 궁리를 했다.

처음부터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하러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은 약한 몬스터를 사냥해 솔플로 어디까지 사냥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더 강한 몬스터를 잡든지 말든지 해야 할 터다.

문제는 그렇게 하려니 시간이 아까웠다.

이미 케르베로스를 한 번 잡아 보고 돈맛을 톡톡히 봤으니, 슬라임이나 마못 따위가 성에 찰 리 없었다.

애초에 솔플을 하고 싶어 한 것도 수익을 독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겨우 몇백만 원 벌어 봤자 솔플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그럴 바에야 계속 막공에 다니는 편이 낫지 않나, 고민하던 그때.

석우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대식! 뭐 해? 또 사냥 나가야지.

전 같았으면 그냥 다른 막공에 이미 자리가 잡혔다고 적당히 거절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와는 지난번, 케르베로스를 함께 잡은 인연이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석우원과,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협력이 잘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들과 함께라면 또다시 케르베로스 같은 대물을 잡지 말란 법이 없었다.

그래서 거절하는 말이 선뜻 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신 대답을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노라니 석우원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번에 같이 사냥을 나가면, 자네 몫을 더 쳐주겠어. 이건 다른 대원들도 동의한 사항이야.

"......얼마나 더 쳐줄 수 있지?"

-총수입의 30%!

"30%?"

정대식은 깜짝 놀라 반문을 던졌다.

파티를 구성하는 파티장조차 30%를 가져가지 않는다.

총수입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정도인데 30%면 놀랍다고 할 만했다.

그러자 석우원이 약간 멋쩍은 듯이 말을 이었다.

-실은, 지난번 사냥 후로 다른 녀석들과 함께 몇 번인가 사냥을 나갔는데 말이야. 네가 없으니 영 수입이 시원찮더라고. 무엇보다.......

도중에 석우원이 말을 길게 끌어 정대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마간을 기다린 끝에 석우원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재미가 없어.

"엉?"

웬 재미 타령인가 싶어서 정대식은 반문을 던졌다. 어처구니없어 하는 그의 기색을 읽고 석우원은 빠르게 말을 했다.

-뜻밖이긴 했지만, 케르베로스를 사냥할 때는 그렇게 위험한 와중에도 막 피가 끓어올랐단 말이야. 그런 기분은 아주 오랜만이었지. 죽는 것도 두렵지가 않은, 그런 기분 말이야. 덕분에 결심이 바로 섰다고.

"무슨 결심?"

-내 공격대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결심. 전부터 생각은 굴뚝같았는데, 알다시피 정공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그만큼 많잖아. 그럴 바에야 그냥 지금처럼 막공을 계속하는 편이 낫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요전번에 케르베로스를 잡고 나서 보니 역시, 내 공격대가 있어야 되겠다 싶더라고.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는 사냥은...... 헌터로서 해야 할 진짜 사냥은 막공 가지고는 안 돼.

정대식은 그가 신이 나 늘어놓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 바람에 석우원이 질문을 던져 왔을 때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내 개인적인 바람으론 네가 꼭 함께해 줬으면 좋겠어. 물론, 당장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야. 거절해도 상관없지만 적어도 몇 번은 우리와 같이 사냥해 보지 않겠어?

"......."

-그럼 승낙하는 걸로 알고, 다음 일정을 보내 줄 테니까.......

엉겁결에 사냥 약속이 잡히고, 정대식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기가 무섭게 석우원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소집 장소와 사냥할 던전과 목표한 사냥감이 적혀 있는 메시지였다.

'지옥마수라.......'

지옥마수는 지난번 석우원네와 함께 잡았던 지옥마견보다 한 단계 더 강한 몬스터였다.

23번 던전의 지하 4층에 출몰하는 놈으로, 스스로 실력 있다 자부하는 자들이 아니고서는 덤비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석우원과 그 패거리들이 공략하기에는 꽤 위험한 사냥감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지난번 케르베로스를 잡고 난 후 자신감이 붙었을 터.

정대식만 합류를 한다면 지옥마수쯤은 어렵잖게 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애초에 정대식의 합류를 염두에 두고 계획한 사냥이라는 말이다.

'이건 좀 부담스러운데.'

정대식은 그 메시지를 보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석우원과 그 파티원들이 자신을 적잖이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 한편이 묘하게 무거웠다.

자신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돈으로, 석우원이 말하는 재미나 희열 같은 건 이해할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는 그들과 다르니 앞으로를 기약하기는 힘들 터였다.

그냥 딱 자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내 몫을 30%나 챙겨 준다니 구미가 당긴단 말이지.'

지옥마수 정도면 몇 마리만 잡아도 큰 수입이 된다.

그 수입의 30%라,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석우원도 조금 생각해 보라 했으니 나중에 거절하지, 뭐.'

정대식은 석우원의 파티를 따라 사냥 가기로 결정하고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 * *

"아, 왔다!"

어슬렁어슬렁, 정대식이 나타난 모습을 보고 서울역 앞에 집합해 있던 석우원의 파티가 반가운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여어, 밥은 먹었어?"

"막 핫도그 까먹던 참이야. 자, 이건 네 몫!"

"잘 먹고 오늘도 잘 부탁한다고!"

정대식을 둘러싸고 왁자지껄하게 말을 걸어오는 모습들이 친근했다.

정대식은 선웃음을 지으며 핫도그를 받아들었고, 그런 그에게 석우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와 줘서 고맙군."

"......내 몫을 30%나 떼 준다니 안 올 수가 있어야지."

"그렇지?"

씩 하니 웃은 석우원은 정대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다들 핫도그로 배를 채우기 기다렸다가 출발하기 전에 잠시 브리핑을 가졌다.

"미리 고지했다시피 오늘의 목표는 지옥마수다. 우리가 일전에 케르베로스를 잡아 본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놈에게서 살아남은 건 운에 가까웠지. 여기 있는 정대식 덕분이기도 하고."

짧게 정대식을 향한 인사치레가 지나가고 석우원이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러니 자만하지 말고 신중하게 지옥마수를 공략한다. 정대식한테만 의지할 생각하지 말란 말이야. 사냥터에서 믿을 건 어디까지나 자기 실력뿐이니까!"

정대식이 없으면 안 된다고 청해 놓고서도, 석우원은 파티원들에게 그를 의지하지 말라 잔소리를 길게 늘어놓았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본론을 꺼냈다.

"......지옥마수에 대한 사항은 이미 숙지를 해 두었겠지? 알다시피 놈은 지옥마견이나 케르베로스와는 다르게 머리가 하나다. 대신 온몸을 불덩이로 만들 수가 있고, 주둥이가 사방으로 다 벌어져 공격 범위가 남다르다. 한 번 물렸다 하면 사지가 찢길 테니까 지극히 위험해. 반드시 거리를 둔 채로 공격하고 후방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조심해. 또한 이 자식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른다. 거기에 톱날 같은 가시가 촘촘하게 붙어 있어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발린다니까, 고문당하고 싶으면 가까이 가든지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주의를 집중시키고 말했다.

"놈들은 암수 구분을 할 수가 없다. 문제는 암놈이 수놈보다 더 강하다는 거야. 암놈은 일종의 폭발을 일으킬 수가 있으므로 상당히 위험하다. 거기에 휘말렸다간 다 죽는다고 봐야 해. 물론, 던전에 서식하는 놈들은 대부분 수놈이고 암놈은 매우 드물다. 암놈을 마주칠 확률은 희박하지만 만약 마주친다면 줄행랑을 쳐야겠지."

그러자 누군가 손을 들어 올리고 질문했다.

"아니, 암수 구분이 안 된다면서 무슨 수로 줄행랑을 쳐?"

석우원은 어깨를 으쓱하고 농담을 던졌다.

"놈이 추파를 던지면 암놈이라 생각하고 재빨리 도망치라고."

짧은 웃음이 터졌으나 불안감이 파티원들의 머리 위로 넘실거렸다.

그 기색을 읽고 석우원이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암수 구분을 할 방법은 없지만 암놈일 경우, 폭발을 일으키기 전에 전조가 있다. 몸을 크게 부풀린다니까 그땐 재빨리 몸을 피해...... 가장 좋은 건 암놈을 마주치지 않도록 바라는 거지. 물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만큼 재수가 없지 않고서야, 암놈을 마주치진 않을 테니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러는 말을 듣고 누군가 중얼거렸다.

"조심해 봤자 소용없는 건 조심하는 법이 아니지. 어차피 목숨 내놓고 사는 게 헌터라는 직업이니까."

그 말에 맞다고 다들 왁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안 웃는 사람은 정대식뿐이었다.

그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석우원의 말인즉, 암놈을 마주치면 무조건 죽는다는 거잖아.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사냥을 가자는 건데 지금 웃음이 나오나? 나 같으면 당장 뒤돌아 갔을 거야. 관측 스킬이 있기에 망정이지.......'

정대식이 믿고 있는 건 요번에 새로 구입한 관측 스킬이었다.

몬스터의 종류나 약점, 공략법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다고 하니, 지옥마수가 제아무리 헷갈리게 생겼다 하더라도 암수 분간이 가능할 터였다.

그러니까 잠자코 있는 거지, 만약 이 스킬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위험한 데는 못 간다고 발길을 돌렸을 터다.

그런데 다른 작자들은 그런 스킬도 없으면서 태평하게 웃고 있었다.

도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열어 보고 싶다고 정대식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 그의 속내를 모르고 석우원이 말했다.

"그럼 우리의 운을 한번 시험해 보자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