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
현질 전사
-3권 8화
옐로 스톤이라는 것은 마정석을 이르는 다른 말이다.
마정석은 여러 가지 색과 모양을 띄는데, 가장 흔한 게 노랗거나 붉은색의 마정석이었다.
이걸 옐로 스톤, 레드 스톤 등으로 불렀다.
특히 옐로 스톤은 제일 흔해서 오줌석이라 부르기도 했다.
"총 여섯 개로 나뉠 팀의 최종 목표는 던전 공략과 함께 가능한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입니다. 팀은 말씀드렸다시피 포지션을 고려하여 임의로 나누었습니다. 팀 변경이나 멤버 교체 등의 사유는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감독관은 곧 카드를 꺼내어 각 팀과 그 팀에 속한 멤버의 이름을 불렀다.
공교롭게도 정대식은 기철민과 함께 C팀에 속하게 되었다.
"제한 시간은 여섯 시간! 그때까지는 공략을 끝마치고 던전을 빠져나와 이곳으로 돌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시간을 초과하게 된다면 그만큼의 페널티가 붙게 될 것입니다. 그럼, 건승을 빕니다."
곧 응시자들은 흩어져 팀 별로 모였다.
정대식도 기철민과 함께 다른 세 명의 헌터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정대식과 기철민을 포함한 남자 세 명에, 여자가 두 명이었다.
그들은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 재빨리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목여길입니다. 포지션은 근딜이고, 8등급입니다."
"전 한세아예요. 포지션은 원딜이고, 8등급이에요."
"저는 강수지고요. 포지션은 버퍼예요. 7등급입니다."
"전 기철민입니다. 포지션은 근딜, 7등급입니다."
"저는 정대식입니다. 포지션은...... 멀티라고 해 두죠. 6등급입니다."
다들 멀티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가, 6등급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6등급이라고요?"
"대단하시네."
"아! 홀로그램 룸을 부쉈다는 그......?"
강수지가 하는 말에 정대식은 멋쩍은 기색을 드러냈다.
"지옥용을 상대하려다 보니 그리됐습니다."
다들 감탄 섞인 기색을 드러내던 중, 한세아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포지션이 멀티라는 소리는 뭐죠?"
"제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 여러 개라는 말입니다. 탱커, 근딜, 원딜, 버퍼, 힐러까지...... 다 됩니다."
그 말을 듣고 이번에는 놀라다 못해 의혹을 드러냈다.
목여길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게 무슨...... 제아무리 6등급이라 하더라도 주 포지션은 있을 게 아닙니까? 보통 탱커나 근딜, 탱커나 원딜, 탱커나 버퍼가 같이 묶이기는 해도 멀티라니. 과장이 좀 심하신 거 아닙니까?"
말이 길어지자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기철민이 끼어들었다.
"사실이에요. 예전부터 이 녀석을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인데, 무려 트리플리스트, 세 가지나 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멀티 포지션이라고 말을 해도 무리가 아니죠."
이번에야말로 모두가 경악했다.
그들이 입을 쩍 벌리는 가운데 기철민이 입술을 비틀었다.
"본심대로 말하자면 이 팀에 들어온 여러분은 땡잡은 겁니다. 전무후무한 트리플리스트와 한 팀을 이루게 되었으니까요. 혼자서 케르베로스...... 아니, 지옥용도 족히 때려잡는 인물이니 말 다했죠. 팀전에서 이기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예요. 여기서 어정거리고 있다가 던전 공략을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기철민이 하는 소리에 다들 정신을 차렸다.
정대식이 가장 등급이 높고, 그의 포지션이 공석인 탱커가 되다 보니 자연스레 그가 팀을 이끄는 형식이 되었다.
어차피 비슷한 또래였고, 작전의 편의상 서로 말을 놓기로 했다. 그리고 팀장인 정대식의 지휘를 따르기로 합의를 보았다.
"저 던전에서 가장 돈이 될 만한 것은 사실상 옐로 스톤뿐일 거야. 기철민의 말마따나 선수를 빼앗겨선 안 될 노릇이니 서둘러 입장하지. 서로의 능력에 대해서는 차차 확인해 나갈 수 있겠지."
정대식의 인도로 C팀은 버섯이 드글거리는 빌드형 던전으로 들어갔다.
* * *
S6D는 흡사 지하 세계와 같이 습기 찬 터널이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가운데 야광 포자만이 허공을 떠다니며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단 헤드 랜턴을 밝혀 놓고 탱커인 정대식이 제일 앞장을 섰다.
그다음에 근딜인 기철민과 목여길이, 버퍼인 강수지와 원딜인 한세아가 뒤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몬스터가 나타났다.
마치 스머프 집과 같이 빨간 바탕에 흰 점이 흩어져 있는 버섯으로, 크기가 사람 허리께에 옴직했다.
점박이 머시룸 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바닥에서 통통 뛰어오르며 들이닥쳤다.
눈, 코, 입도 없으면서 빛에 반응해 움직이는지, 별달리 도발이나 적의 집중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헤드 랜턴을 밝힌 정대식에게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그 틈을 타 기철민과 목여길이 장검과 장창을 이용해 어렵잖게 놈들을 썰어 냈다.
쓰러진 몬스터 사체에 C팀의 표식을 새기고 이동하면서 다들 한두 마디씩을 해 댔다.
"정말 별거 아닌데?"
"3차 테스트치고 너무 허술한 거 아냐?"
"그럼 결국 던전 공략을 하는 팀이 이기는 건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정대식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발길을 옮기며 말했다.
"이건 단순히 누가 더 많은 버섯을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조용히 있던 기철민이 곧장 그 말에 긍정을 표했다.
"맞아. 이게 팀전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해."
정대식은 연거푸 말을 이었다.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던전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리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그건 바로 헌터 사냥꾼 노릇을 하는 거지."
헌터 사냥꾼이라는 말에 다들 놀라 걸음을 멈췄다.
곧 한세아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
"다른 팀을 습격하자는 거야?"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던전의 몬스터들은 별 볼 일 없으니 일일이 상대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야. 일단은 무시하고 빠르게 내달려 대왕 버섯을 찾아내 죽이고 옐로 스톤을 얻는다. 그런 뒤 다시 던전을 돌아나가며 뒤따라오는 팀들의 소득을 빼앗는 거야. 그들이 처치한 몬스터의 표식을 지우고 우리 C팀의 표식을 찍는 거지."
강수지가 그 말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말 그래도 될까?"
"그게 아니라면 각 팀의 소득을 구분하는 방법이 하필 이런 도장 형식인 이유가 뭐겠어? 이런 표식은 얼마든지 지우고 다시 덮어씌울 수 있다. 이건 팀끼리 치고받고 해서 모든 수입을 독차지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지."
잠시 정적이 흐르고, 생각에 잠긴 표정이던 목여길이 말했다.
"......그게 정말 이 테스트의 의도라면, 따르는 수밖에. 사실 나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 이렇게 쉬운 던전이 3차 테스트일 리가 없잖아? 돈 되는 몬스터가 나오지도 않는 던전에서 가장 많은 정산금을 올리는 팀이 유리하다면, 방법은 팀장이 말하는 수법뿐이지. 문제는 다른 팀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는 건데."
정대식은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그는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말을 이었다.
"첫 번째, 방금 내가 말한 방법대로 몬스터를 무시하고 앞질러 가서 대왕 버섯을 찾아 처치한 뒤, 던전을 거슬러가며 다른 팀들의 수입을 빼앗는다."
또다시 손가락 하나를 접고 말했다.
"두 번째, 다른 팀들을 추적해 그들을 억류해 놓은 뒤에 던전을 공략하고 모든 수입을 차지해 우리 팀만이 제한된 시간 안에 빠져나간다."
"세 번째, 다른 팀들을 방해하지 않고 제3의 방법을 찾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팀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제3의 방법이라니?"
"또 다른 수가 있는 건가?"
"이건 다른 팀들을 훼방 놓을 수밖에 없는 테스트라며?"
의문스러워하는 그들에게 정대식은 설명했다.
"아까 목여길이 말했다시피, 다른 팀들을 제거하고 던전을 독차지한다는 발상은 누구나가 할 수 있어. 마치 그게 아주 당연한 것처럼 판이 짜여져 있다, 이 말이지. 하지만 이게 테스트가 아닌 실전이라면? 우리가 하는 짓은 어떻게 해도 헌터 사냥꾼과 다르지 않아. 즉, 비겁한 짓이라는 거야. 헌터 사회에서는 불법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지. 그런데 타이탄 공격대에서 신뢰할 만한 구성원을 뽑는다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고를까? 난 아니라고 보는데."
정대식이 하는 말을 듣고 다들 뒤통수를 한 방 맞은 표정이 되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그들을 보고 정대식은 차분하게 상황을 따져 보았다.
"애초에 가장 많은 정산금을 올리는 팀이 이긴다...... 하지만 평가는 개개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는 말이지. 높은 소득을 얻는다는 목표 자체가 평가의 절대 기준은 아니라는 말이야. 그러니 이것은 함정이다. 팀전에서 이기겠답시고 다른 팀들을 습격하는 즉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
기철민이 그럴싸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팀끼리 서로 적대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 자체가 수상쩍어."
목여길도 긍정했다.
"확실히 헌터 사냥꾼은 헌터 사회에서 공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헌터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버리고 다른 헌터를 공격해 소득을 올린다면...... 이겨도 의미가 없지."
한세아와 강수지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다.
"그렇다고 목표가 달리 있는 것은 아니야. 어떻게든 다른 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려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첫 번째나 두 번째 방법을 포기하고 공정한 수를 택한다면 다른 팀을 추월하기는 힘들어."
"그래서 제3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거군."
기철민의 말에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뭔가가 있을 거야. 돈도 안 되는 머시룸 몬스터나 옐로 스톤을 갖는 게 아닌 다른 방법이......."
C팀은 일단 이동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정대식은 골몰한 채로 발길을 옮겼다.
'도대체 타이탄 공격대가 이 테스트를 통해 알아보려는 게 무엇일까? 뭘 기대하고 하필 별 볼 일도 없는 이 던전으로 우리를 밀어 넣은 걸까?'
그때였다.
쉬이이익!
어디선가 화살 한 대가 날아와 발 앞에 꽂혔다.
정대식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쳤다.
"다른 팀의 습격이다! 버퍼!"
"마력 방어!"
파아아아!
강수지의 방어막이 주위를 휩싸는 가운데 마치 비 오듯 화살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상대 팀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아마도 엄폐나 은막 등의 술수를 쓰는 버퍼가 상대 쪽에 있는 것 같았다.
정대식은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가늠해 한세아에게 손짓을 했다.
"원딜, 내 신호를 기다렸다가 쏴!"
정대식은 손끝에 마력을 끌어올려 한세아를 가리켰다.
"강화!"
파아아앗!
마력의 은은한 물결이 한세아에게로 쏘아져 나가 그녀를 휩쌌고, 곧 공격력이 대폭 올라간 그녀가 기관단총을 꺼내 들었다.
"맛 좀 봐라!"
호쾌하게 외친 한세아가 기관단총을 갈기자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윽,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정대식은 때를 놓치지 않고 강화를 자신에게 걸고 자동 소총을 꺼내 들어 붉은 버튼을 눌렀다.
콰르르르르르!
그가 방아쇠를 당기자 화염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튀어나왔다.
느닷없는 불길에 놀란 상대 팀이 우왕좌왕하며 흩어졌고, 그 바람에 버프가 해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