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현질 전사
-3권 10화
정대식은 본체 대왕 버섯을 성장시키면서도 주의 점을 잊지 않았다.
대왕 버섯을 키우는 건 상대할 수 있는 만큼이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다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가 버리면 끝장이었다.
그때를 가늠하기 위하여 정대식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네 번째 분열이다!'
정대식이 다시 한 번 더 대왕 버섯을 키우자, 갑자기 이번에는 여섯 마리로 분열했다.
본체 대왕 버섯의 생명력도 대폭 늘어났다.
그 광경을 보고 놀란 팀원들이 외쳤다.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여섯 마리로 늘었어!"
"자칫 잘못하다간 우리가 당해!"
정대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직 아냐, 한 번 더 분열시킨다!"
정대식은 팀원들에게 아낌없이 강화를 퍼부었다.
팀원들은 정대식의 마력이 느닷없이 동날까 봐 불안한 기색이었으나 그럴 일은 없었다.
'내가 뭘 위해 그동안 돈을 물 쓰듯 써 왔는데!'
아직까지는 마력량에 여유가 있었다.
D팀에서 강탈해 온 마력 회복 포션도 여러 병이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승부를 걸어 볼 만했다.
'한 번 더 증식시킨다!'
정대식은 마지막으로 화염탄을 쏘았다.
대왕 버섯은 이번엔 무려 일곱 마리로 분열했다.
그걸 보고 팀원들이 신음을 내뱉었다.
하도 많은 수의 대왕 버섯을 쓰러트리다 보니 아무리 강화를 받는다 하더라도 지쳐 가는 것이다.
정대식은 자동 소총을 등에 걸고 아다만트 너클을 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다들 물러서서 눈 감고 귀 막아."
그 말을 캐치한 기철민이 퍼뜩 몸을 수그리며 눈과 귀를 가렸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있는 강수지를 한세아가 낚아채 내리눌렀고, 목여길도 뒤늦게나마 자리에 엎드렸다.
그들을 기다리지 않고 정대식은 공격에 돌입했다.
아다만트 너클을 낀 주먹을 서로 맞부딪친 것이다.
"하압!"
번-------------쩍!
쩌어------------엉!
시야를 멀게 하는 섬광과 고막을 터트릴 법한 굉음!
그 두 가지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팀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
"으악!"
정대식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피어 수준이라 좀 놀랄 뿐 실질적인 타격은 없을 터였다.
그러나 대왕 버섯은 많이 놀랐나 보았다. 일곱 마리나 되는 놈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거렸다.
빛에 현혹되는 성질이니만큼, 섬광이 터지자 자기네들끼리 좌충우돌 부딪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정대식은 미소 속에서 주먹을 말아 쥐었다.
"강화 강력권!"
그리고 한 발을 크게 앞으로 내딛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쌔애애애액-!
공기가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몸이 팽이처럼 회전하면서 주먹이 허공을 날았다.
콰-.
주먹 끄트머리가 대왕 버섯의 물렁한 몸에 가 닿자, 공격을 퉁퉁 튕겨 내던 몸뚱이가 겉에서부터 찢어지기 시작했다.
콰아-.
마치 닭 가슴살처럼 겹겹이, 찢어지면서 부서져 갔다.
콰아아-.
정대식은 어깨가 빠지는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주먹을 질러 넣었다.
콰아아아앗!
순식간에 대왕 버섯 세 마리의 몸통이 그대로 작살났다.
"뀌이이이!"
큰 나무가 쓰러지듯 대왕 버섯 세 마리가 바닥으로 넘어졌고 그 여파에 다른 두 마리도 밀려 쓰러졌다.
"신속!"
정대식은 스킬을 발동한 채 강력권으로 바닥에 쓰러진 대왕 버섯을 내리찍었다.
"뀌에에에!"
연거푸 다시 뛰어올라 번개 같은 속도로 멀뚱히 선 다른 두 마리의 대왕 버섯까지 모조리 처치했다.
'끝났다!'
그의 육체를 휘감았던 마력이 꺼져 들며 정대식은 자세를 바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남은 건 바닥을 뒤덮은 대왕 버섯들의 시체였다.
그는 이마에 솟아난 땀을 훔치며 생각했다.
'......좀 더 대왕 버섯을 키울 걸 그랬나?'
아다만트 너클의 효과에 잠시 넋을 잃었던 팀원들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중이었다.
그들은 눈을 비비거나 귀를 후비며 고개를 들어 올리다 순식간에 쓰러져 버린 대왕 버섯 여섯 마리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헉......?"
"언제 이걸 다......?"
다들 경탄하는 가운데, 허공이 쩍하니 입을 벌렸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던전의 핵이 나타난 것이다.
'과연 무슨 색깔이 나올까? 최소한 레드 스톤 정도는 나오겠지?'
정대식이 그곳을 집중해 바라보는 가운데, 선명한 빛을 띤 주먹만 한 돌덩이가 나타났다.
뜻밖에도 공중에서 빛나는 마정석은 다름 아닌 블루 스톤!
비록 붉은색과 섞여 좀 불투명하기는 했으나 그건 분명히 블루 스톤이었다.
"우와!"
"블루다, 블루!"
다들 기뻐하는 가운데 허공에서 핑글핑글 돌며 빛을 내뿜던 마정석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정대식은 씩 웃으며 바닥으로 떨어진 블루 스톤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동작 그만."
정대식은 멈칫해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흥분을 감추지 못한 기색의 헌터들이 늘어서 있었다.
하나같이 무기를 꼬나든 채였고, 나타나는 타이밍 또한 기가 막혔다.
그들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사실은 쉬이 짐작할 수 있는 터.
정대식은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
"......너희는 어느 팀이냐?"
팀장으로 추측되는 여자가 빈들거리는 웃음을 띤 채 말했다.
"A팀이다. 이미 B팀과 F팀이 우리에게 당했지."
"그러냐?"
"우리가 나타난 목적이야 뻔히 알고 있겠지? 자, 블루 스톤을 이쪽으로 넘겨. 어차피 전투를 치르느라 기운 다 빠진 상태잖아? 블루 스톤만 넘겨주면 다른 짓은 안 하겠다."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분개에 찬 목여길이 외쳤다.
"비겁하기는! 우리에게서 블루 스톤을 가져간다고 해서 너희가 테스트에 통과할 수 있을 거 같아? 잘못 생각해도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타이탄 공격대가 이런 걸 용납할 리 없어!"
질세라 한세아도 소리쳤다.
"그래, 맞아! 진짜 목적은 3차 테스트를 통과하는 거잖아? 이런 치사한 수를 써 가며 수익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평가에서는 감점을 받을 거라고!"
A팀의 팀장은 고개를 기울여 보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주어진 과제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뿐이야. 우리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는 결과가 말해 주겠지. 그렇게 따지자면 너희도 굳이 블루 스톤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대왕 버섯과의 전투로 이미 훌륭한 실력을 보여 주었으니, 설령 블루 스톤을 빼앗긴다 하더라도 최종 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않겠어?"
대꾸할 말이 없는지 팀원들은 분한 표정을 했다.
태연한 사람은 기철민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 뭔가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렇게 중얼거린 기철민은 정대식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보스몹을 끝마친 뒤라 우리의 전력이 다 했으리라고 여기나 본데......."
그 말을 정대식이 받았다.
"그건 오산이지!"
이런 식의 습격이라면 이미 익숙했다.
A급 아이템을 노리고 덮쳐든 놈들의 수법도 똑같았다.
그렇다 보니 당황할 것도, 난감할 것도 없었다.
오로지 실력 행사로 보여 주겠다고 다짐하며 정대식은 내뱉었다.
"강화!"
* * *
"C팀, 5시 45분...... 전원 도착 완료 접수되었습니다."
감독관은 던전 밖에 나타난 정대식의 팀을 보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는 없습니까?"
정대식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없습니다."
"그럼 잠시 대기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계십시오. 6시에 제한 시간이 마감되고 나면 먼저 도착한 팀부터 곧바로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간이 텐트에서 물을 마시며 쉬는 동안, 순식간에 15분이 흘렀다.
제한 시간에 맞춰 던전을 빠져나온 팀은 정대식의 팀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D팀은 제일 먼저 정대식을 조우해 일찌감치 포박되어 꼼짝을 못하고 있었고, A팀과 마주쳤다는 B팀과 F팀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터였다.
E팀은 어찌 된 영문인지 소식이 없었고, A팀은 정대식이 갖고 있는 블루 스톤을 탈취하려다 영혼까지 털린 상태였다.
결코 제한 시간 내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3차 테스트에 통과한 응시자는 C팀에 속한 다섯 사람뿐이었다.
"이것으로 3차 테스트를 마감합니다."
감독관의 지휘 아래 지원 팀이 낙오된 헌터들을 데리러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정대식은 블루 스톤을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던전 안에서 잡은 몬스터 수까지 계산해 정산이 끝마쳐지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제한 시간 내 되돌아온 팀이 그들뿐이라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옐로 스톤을 갖고 돌아왔다 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정대식의 분석으로 보다 높은 등급의 마정석을 획득해 냈으니 결과 판정에는 득이 될 터였다.
곧 감독관이 예고한 대로 면접이 시작됐다.
첫 번째 대상자는 다름 아닌 팀장이었던 정대식이었다.
그는 던전 앞에 주차되어 있던 대형 트레일러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임시 면접장으로 꾸며져 있었고, 총 세 사람의 면접관이 자리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정대식은 인사를 꾸벅했다.
"응시 번호 674번 정대식입니다."
"자리에 앉아 주시지요."
자리에 앉아 고개를 들고 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면접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대식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최희잖아?'
뜻밖에도 최희가 면접관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일전의 사인 건으로 정대식을 보는 그녀의 눈길이 고울 수가 없었다.
정대식은 낭패한 기분 속에서 긴장해 마른침을 삼켰다.
'최희가 왜 여기 앉아 있는 거지? 타이탄 공격대와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는 건가? 설마, 고생해서 3차 테스트까지 왔는데 사인 좀 팔았다고 날 떨어트리거나 하지는 않겠지?'
최희의 옆자리, 가장 가운데에는 타이탄 공격대의 공대장이자 총 책임자이면서, 타이탄 컴퍼니의 대표인 강영후가 자리해 있었다.
강영후의 왼편에는 또 다른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화려한 금발머리를 허리께까지 늘어트리고 살갗을 까맣게 태운 미인이었다.
그녀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흐음, 당신의 활약은 홀로그램 룸을 박살 낼 때부터 잘 지켜보았어요."
"......죄송합니다."
"트리플리스트라고는 들었지만 별 기대는 안 했는데. 공격력이 상당하던데요?"
"과찬이십니다."
칭찬을 늘어놓는 금발머리의 말을 자르고 최희가 끼어들었다.
"대왕 버섯을 보다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한 거죠? 보다 좋은 마정석을 얻기 위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최희의 질문에 정대식은 곧장 답했다.
"예,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요? 당신은 헌터가 된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는데. 보통의 헌터들도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간파해 낸 거죠?"
"헌터가 된 것은 몇 개월 안 되지만, 짐꾼으로 던전을 오랫동안 돌아다닌 덕분입니다."
"그것만으로는 확신을 가지기 힘들었을 텐데요? 당신의 행동은 자칫 잘못하다간 팀원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해 보셨습니까?"
"물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대왕 버섯을 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행동했던 것은 3차 테스트의 목적, 즉 타이탄 공격대가 응시자들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뭐라고 생각하지요?"
"섣불리 판단하기엔 다른 팀을 공격하는 것만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처럼 여겨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헌터로서 지켜야 할 철칙이 있으니, 그걸 어겨서는 안 되는 법이죠. 그렇다고 제약에 얽매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곤란한 노릇이고요.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타이탄 공격대가 원하는 인재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