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81화 (81/297)

# 81

현질 전사

-4권 6화

그는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공터 안으로 들어와, 산같이 쌓인 몬스터 부산물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이거 굉장한데! 이야아, 이게 다 몇 마리야? 설마 전부 혼자 잡았소? 하긴, 혼자 잡았으니까 혼자 들고 온 거겠지!"

남자는 경박하게 웃다가 문득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만나서 반갑수다! 나는 변장수라 하오!"

"예, 저는 정대식입니다."

정대식은 일단 그 명함을 받아 들었다.

의외로 쓸모 있는 인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순히 그와 악수를 하자, 변장수가 몬스터 부산물 처리소 남자와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본론을 꺼냈다.

"보아하니 해체도 안 하고 들고 온 모양인데. 이걸 일일이 가격을 매기기는 힘들 것 같고...... 그냥 통째로 다섯 장에 넘기는 게 어떻겠소?"

다섯 장?

5억이라는 말인가?

정대식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당장 얼굴을 붉히며 항의를 하려 했다.

그런데 변장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는 모습에, 자신의 오해를 깨달았다.

'50억!'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만한 양의 몬스터 부산물을 5억에 받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50억이 맞았다.

정대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물론 부산물을 일일이 해체해 보고 하나하나 감정해 받는 돈보다는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안 사겠다고 발을 뺄 가능성이 높아. 대충 50억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니 그냥 통째로 넘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정대식은 계산을 마쳤고,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단, 일시불로 현금 지급해 주셔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확인 후에 넘겨 드리지요."

정대식의 말에 변장수는 어깨를 우쭐거렸다.

"아암! 여부가 있으려고. 잠깐만 기다려 보쇼!"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커피 한 잔만 마시며 좀 기다리자고 했다.

정대식은 맛대가리 없는 커피를 한 잔 더 마셨고, 대략 30분 정도가 흐른 후에 변장수가 휴대폰이 띠링, 울리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확인했다.

"음, 됐군. 계좌를 불러 보시겠소?"

정대식은 요전번 새로 낸 계좌를 불러 주었다.

헌터들은 보통 전용 계좌를 따로 사용했다.

헌터 자격증을 발급받고 나면 자동적으로 지정 계좌의 한도가 확장되는데, 여기도 한계가 존재했으므로 한도 무제한 계좌를 쓰려면 따로 발급을 받아야 했다.

타이탄 공격대에 가입해 정산 계좌를 받으면서 별도의 무제한 계좌도 발급을 해 두었던 것이다.

물론, 계좌가 몇 개든지 간에 상점 창에서는 총 액수가 표시되었다.

예금으로 묶어 두든 어쩌든, 온라인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금은 모조리 포함되는 것 같았다.

돈이 빠져나가면 자연스레 예금 같은 것도 해지 상태가 되었다.

물론 해지에는 본인 동의 같은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데모크리토스의 권능은 그런 점을 무시했다.

"자, 입금했으니까 확인해 보쇼."

변장수의 말에 정대식은 잔액을 확인해 보았고, 50억이 제대로 들어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처리소 앞에 대형 냉동 트럭이 도착했다.

냉동 칸이 열리자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들은 신속하게 몬스터 사체를 컨테이너 안으로 실어 날랐다.

"후딱후딱 처리해!"

그들을 향해 한 번 소리쳐 준 변장수는 곧 넉살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으로 이런 거, 처리할 일 있으면 그 명함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 주쇼. 그럼 어디에 있든지 즉각 달려갈 테니까."

그럼 일일이 몬스터 처리소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정대식은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앞으로 종종 뵙죠."

* * *

돈이 들어왔으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현질이다.

"엔트로피!"

정대식은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엔트로피를 불러냈다.

<부르셨습니까, 정대식 님?>

정대식은 허공에 나타난 엔트로피를 보고 너털웃음을 흘렸다.

오늘 50억이나 되는 수입을 올릴 줄은 몰랐기에, 꽤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넌 그 인사말 말고 다른 말은 할 줄 모르냐?"

<지금 단계로서는 무리입니다. 상점을 업그레이드하시면.......>

"상점을 업그레이드하면 쭉쭉빵빵한 미녀로 변신하기라도 한단 말이냐?"

<제 성능의 향상은 정대식 님의 필요에 의해 전개됩니다.>

정대식은 멈칫해 질문을 던졌다.

"내 필요에 의해서라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말이야?"

<정대식 님의 필요와 요구가 일치한다면 그렇습니다.>

"어어...... 그러니까 내가 쭉빵 미인을 간절히 원한다면 그렇게 된다는 거지?"

<말씀드렸다시피 정대식 님의 필요와 요구가 일치된다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반드시 같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흠, 그거야 그렇겠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정대식이 원하는 것은 쭉빵 미녀가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었다.

차라리 금괴로 만들어진 쪽이 현실성 있겠다고 생각하며 정대식은 쓸데없는 대화를 넘어갔다.

"당장 상점 업그레이드는 돈이 없어서라도 무리니까 됐고, 내가 획득 가능한 스킬들 중에 이동이나...... 그래, 비행! 비행이 가능한 스킬이 있나?"

지난번 사냥에서 처음으로 비행형 몬스터와 싸워 본 터라, 이래저래 느낀 바가 많았다.

여러 특이한 능력자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더욱 그랬다.

특히 유태훈의 이능은 굉장했다.

그의 이능이 가지는 특징이 있다 보니, 모의 훈련을 하거나 할 때는 그 능력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다.

짐꾼 생활을 몇 년이나 했어도 네크로맨서, 시체 조종자, 혹은 망자 부리미라고도 불리는 헌터들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네크로맨서의 존재가 듀얼리스트와 필적할 정도로의 희소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긴, 놀랍기로 따지자면 김시온의 능력도 대단했다.

몬스터를 대상으로 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능력이라서 더 그랬다.

김시온이 양심과 도리에 따라 헌터로서 살아가고 있기에 망정이지, 사람의 정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만큼, 만약에 악한 마음을 먹는다면 굉장히 두려운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타이탄 공격대는 아니지만, 천군만마 공격대의 신채운이 가진 능력도 특기할 만했다.

우산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무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생긴 건 허술해 보여도 공격과 방어, 양면을 충족시키는데다가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하는 것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AA급 정도는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 여러 헌터들의 능력은 앞으로 올인원이 될 정대식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그들 모두의 능력을 아울러 가질 수만 있다면 앞으로 정대식이 만들 공격대는 전에 없는 공격대가 될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 일이고...... 당장은 비행 능력이 갖고 싶었다.

유태훈의 언데드 와이번을 타고 단번에 던전을 가로질러 보니 이와 유사한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것이다.

와이번 같은 비행형 몬스터를 상대하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드넓은 던전에서의 이동 시간을 줄일 수가 있었다.

요번에 번외 사냥으로 벌이가 짭짤해 앞으로도 기회가 생기면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몰래 사냥을 하려면 빠른 속도가 필수적이었다.

신속 스킬에 비행 스킬까지 갖추면 짧은 시간 내로도 먼 곳까지 나갔다 오는 게 가능할 테다.

엔트로피는 즉각 답했다.

<지금 상점 레벨에서 구입이 가능한 비행 스킬은 없습니다.>

"뭐?"

<하지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킬은 있습니다.>

"그게 뭔데?"

<부유 신체 스킬입니다.>

"부유 신체......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스킬 이름이 별 볼 일 없어 보여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부유 신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몸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었다.

강철 신체나 주의 확장과 마찬가지로 패시브 스킬로서, 별다른 시동어 없이도 자유자재로 몸무게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첫 레벨에서는 그 효과가 대단치 않아서 그저 높이 뛰어오르거나, 세찬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정도인 것 같았다.

하지만 레벨이 높아지면 공중을 새처럼 부유하거나 엄청난 무게로 몸 자체를 무기화하는 게 가능했다.

"흠...... 뭐, 스킬 획득은 천만 원밖에 안 하니까, 일단 써 보고 생각해 봐야겠어. 부유 신체 스킬을 획득하도록 하지."

<부유 신체 스킬을 구입하고 천만 원을 차감합니다.>

"그리고 은신 스킬과 교란 스킬도 구입하겠어."

황유미와 허미래가 활약하는 걸 보면서 그 두 종류의 스킬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더욱이 주의 확장 스킬로 몬스터 탐지가 가능해지다 보니, 은신과 교란 스킬이 있다면 몬스터를 회피하는 일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은신 스킬과 교란 스킬을 구입하고 2천만 원을 차감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대식은 공격력을 욕심냈다.

이미 그는 강화 강력권으로 5등급 수준의 매우 강력한 공격을 할 수가 있었다.

강화 강력권 앞에서는 어지간한 몬스터가 죄다 일격에 쓰러져 버렸다.

강화를 쓸 필요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그래도 왠지 공격력이 대단하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다 보니 더 강한 공격력이 갖고 싶었다.

"공격력을 향상하려면 새로운 스킬을 구입하는 게 낫나? 아니면 강화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낫나? 아니면 강력권을 업그레이드하는 편이 나아?"

<세 가지를 다 하는 게 이상적이겠지요. 현재 정대식 님의 잔액으로 그 세 가지를 다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음, 그렇군. 우문현답이었어. 좋아."

정대식은 신이 나 말했다.

"먼저 무적권 스킬을 구입하겠어!"

<무적권 스킬을 구입하고 천만 원을 차감합니다.>

"그리고 강화 스킬을 업그레이드하지."

<강화를 Lv2로 업그레이드하고 10억을 차감합니다.>

"마지막으로 강력권을 업그레이드하겠어."

<강력권을 Lv2로 업그레이드하고 10억을 차감합니다.>

이로써 앉은 자리에서 20억 4천만 원을 썼다.

50억에서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나 되는 돈을 써 버린 것이다.

극강의 사치라고 생각하며 정대식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제자리에서 몇십억을 써 댈 수 있다는 게 참 적응이 안 되네.'

그래도 이것저것 스킬 창의 항목이 늘어난 걸 보니 마음이 뿌듯하기는 했다.

여자들이 핸드백과 구두 따위를 사서 전시해 놓고 뿌듯해하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었다.

정대식은 스킬 창을 바라보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무적권까지 구입할 생각이 없기는 했는데...... 근거리 공격 패턴이 강력권 하나뿐이다 보니 뭔가 아쉬워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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