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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 전사-82화 (82/297)

# 82

현질 전사

-4권 7화

아다만트 너클이 A급 아이템이라 이런저런 기술적인 공격이 가능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주먹 하나를 쓰는 공격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었다.

공격력이 강한 것치고는 공격의 유형이 다양하지가 못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무적권을 구입했다.

강력한 공격력만큼 다양한 공격 방법을 갖추는 게 필요해 보이기도 했고.......

실은 박무원이 무기를 바꿔 가면서 다채로운 공격을 하는 게 멋있어 보였다.

정대식은 이마를 짚으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나...... 괜한 사치를 부린 건 아니겠지? 이러다가 돈 쓰는 재미에 빠져 버리면 어떡해?'

쇼핑 중독에 빠지는 심리가 이런 거였던가.

제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덮어놓고 쓰다가는 패가망신을 못 면한다고, 정대식은 스스로를 다잡았다.

단돈(?) 천만 원이라도 심사숙고해서 쓰자고 반성했다.

'아무튼, 이왕 구입한 거니 쓸모가 있기를 바라야지. 그래도 강화를 업그레이드했으니까 강화까지 얹으면 꽤 위력 있지 않을까?'

정대식이 가장 자주, 그리고 유용하게 쓴 스킬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강화였다.

처음으로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부터 보유하고 있던 스킬이었고, 그만큼 두루 쓰이는 스킬도 달리 없었다.

강화 스킬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효과의 상승이 기대가 됐다.

그건 강력권도 마찬가지였다.

레벨 2가 된 강력권에 마찬가지로 레벨 2인 강화를 얹는다면 그 공격력이 얼마나 될지...... 정대식으로서도 짐작이 가질 않았다.

모의 전투에서 강화 강력권으로 지옥용을 단번에 분쇄하다 못해 홀로그램 룸까지 박살을 냈으니, 아마도 지옥거룡에게 도전해 볼 만할 터였다.

'지옥거룡을 쓰러트릴 수준이면 초대형 몬스터를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지.'

정대식은 빨리 이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며 몸을 들썩거렸다.

그러나 혼자 사냥을 떠나기엔 시간이 이미 늦었고, 무엇보다 내일은 입대식이 있었다.

오로지 정대식과 기철민을 위해 열리는 행사이니만큼, 빠질 수는 없어 정대식은 애써 근지러운 몸을 내리눌렀다.

Chapter 21. 입대식

「......을 하여 기철민과 정대식, 이 두 사람이 영광스러운 타이탄 공격대의 일원이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서 정대식은 강영후와 악수를 나누고 거인 마크가 새겨진 배지를 받았다.

배지는 기껏해야 새끼손톱만 한 크기였으나 전체가 미스릴로 만들어진데다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고, 뒷면에는 고유 번호가 새겨져 있어 값어치가 상당해 보였다.

실제로 경매 등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모르긴 몰라도 예전에 지하철에서 마주쳤던 마니아인지 뭔지 하는 애들이 환장할 터였다.

강영후가 정대식의 옷깃에 직접 배지를 달아 주었다.

그가 물러나자 앞으로 나와 꽃다발을 건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최희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했다.

나중에 따로 보자는 듯 가볍게 턱짓을 했던 것이다.

정대식도 눈짓으로 그러마, 하고 답한 후, 기철민, 그리고 타이탄 공격대의 간부들과 함께 나란히 섰다.

그러자 입대식의 마지막 순서가 이어졌다.

"신에게 선택받은 자들! 이계의 존재를 처단하라!"

"그리하면 힘을 얻게 될지니!"

"우리는 헌터다!"

"헌터다!"

"우리는 사냥한다!"

"사냥한다!"

"고로 존재한다!"

"존재한다!"

한바탕 구령이 터지고 천장이 날아갈 듯한 함성 소리와 함께 입대식이 끝났다.

대원들은 강당을 벗어나 연회석이 마련되어 있는 뒤뜰로 향했다.

정대식과 기철민도 단상을 내려가 뒤풀이를 위해 발길을 옮겼다.

그러자 곁의 기철민이 말을 붙여 왔다.

"첫 임무를 잘 끝마친 모양이던데? 네가 혈혈단신으로 와이번의 알을 가져온 이야기가 파다해."

기철민의 말에 정대식은 난색을 표했다.

"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아무리 나라도 혼자서 그런 짓은 못해. 당연히 우리 외인부대가 다 같이 가서 한 일이지."

기철민은 훗 하고 웃었다.

"벌써 우리라는 말을 붙이다니, 적응 다 했나 봐?"

"네가 들어간 외눈박이부대는 어때?"

"아직 실전을 해 보지 못해서, 무어라 말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나쁘진 않아. 부대장이 좀 변태라는 것만 빼면......."

"우리 부대장만 하려고."

"너희 부대장이 왜?"

무심코 질문한 기철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겠다."

김시온은 키 172cm에 몸무게 65kg의 근육질이었다.

바늘 끝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는 몸에는 항상 가죽으로 만들어진 바이크 재킷을 걸치고 싸이하이 부츠를 신고 다녔다.

게다가 그녀가 휘두르는 무기는 채찍이다.

단박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흉포한 성격을 봐도 그렇고, 정대식은 그녀가 틀림없이 사디스트일 거라 생각하며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등 뒤에서 김시온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대식!"

그는 기철민에게 거추장스러운 꽃다발을 떠넘기고 그녀에게 뛰어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 공대장께서 보자신다."

"공대장님이요?"

정대식은 김시온의 뒤를 따라 공대장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강영후와 최희, 그리고 행정실장인 양혜영이 있었다.

양혜영은 정대식의 면접에 나왔던 금발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작달만한 미인으로, 타이탄 공격대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었다.

"입대식을 끝마친 걸 축하하네. 자리에 앉지."

강영후의 말을 듣고 정대식은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강영후의 사무실은 그리 호화스럽지는 않았으나, 소파가 범상치 않은 가격임에는 분명했다.

무슨 특별한 주술이라도 걸려 있는 것인지, 앉기가 무섭게 다리의 피로가 싹 풀리며 궁둥이가 차갑다가 따듯해졌다.

물론 안락하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정대식은 자칫 졸겠다고 생각하며 바싹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 강영후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대신 곧장 본론을 꺼내었다.

"아무래도 계약 사항을 다시 조정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이미 계약금까지 지불받았고, 그걸 써 버리기까지 했다.

이제 와 계약 사항을 변경하고 계약금을 일부 내놓으라거나 하면 곤란했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마는, 정대식은 도대체 무슨 소릴 하려고 그러나 싶어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강영후는 정대식이 전혀 예상 못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일단은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야겠어."

"예?"

"요전번 천군만마 공격대로 파견을 나갔을 때, 일을 아주 잘했다고 들었어. 그래서인지 몬스터 도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연 교수가 당신을 아주 잘 봤던 모양이야. 오늘 오전에 그쪽에서 우리와 계약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

"아, 그렇습니까?"

정대식이 느낀 바, 몬스터 조사 팀의 실질적인 리더는 책임자인 송기범이 아니라 이정연이라는 그 여자인 것 같았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이다 보니 공무원인 송기범이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기는 했으나, 실제로 연구를 하고 조사를 하는 것은 이정연인 것이다.

지난번에 정대식은 그녀를 데리고 다니며 던전 곳곳을 누볐었다.

주의 확장 스킬 덕분에 몬스터와 마주치지도 않고 안전하게 다닌 게 편했나 보았다.

만족스러운 기색이었다고 생각하며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잘됐군요."

그리고 옆에 있는 김시온을 보며 입 발린 소리를 좀 했다.

"다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저희 부대를 잘 이끌어 주신 부대장님 덕분입니다."

추켜세우는 말에도 김시온의 눈은 싸늘했다. 쓸데없는 말은 안 해도 된다는 눈치라 더 아부를 떨지는 않았다. 그냥 겸양 몇 마디를 더 주워섬기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계약 사항 조정이라는 건 무슨 이야깁니까?"

강영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미처 몰랐는데, 자네...... 세금 면제 혜택을 받고 있더군."

"아...... 예. 그렇습니다. 말씀해 드린다는 걸 깜박했네요."

깜박했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사실은 일부러 말을 안 했다. 자신이 세금을 면제받는지, 안 받는지는 이 공격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괜히 세금을 면제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차별을 받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정산을 받을 때 세금을 공제하고 입금이 되는 터라 숨기기는 무리였나 보다.

"그럼 자네가 가입해 있는 공격대까지도 세금 면제 혜택이 적용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나?"

"예?"

정대식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공격대에 세금 감면 혜택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아는 바였다.

정부 요청으로 던전 공략도 해야 하고, 무구나 장비 대여 요청이 들어오면 그것도 들어 줘야 하고,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출동해야 하다 보니 세금 감면 혜택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데, 자신이 가입했다는 이유로 세금이 아예 면제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정대식이 어리둥절해 있자 양혜영이 나서서 설명했다.

"세금 면제 혜택이라면 어느 공격대에서건 앞다투어 영입하려 들 테니까요. 그 헌터가 국외로 나가는 걸 붙잡아 놓기가 쉽겠죠. 하지만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헌터들은 정말로 손에 꼽혀요. 상위 랭킹에 있는 헌터들 중에 감면도 아닌 면제 혜택을 받는 헌터라면 기껏해야 서른 명쯤? 개중엔 여기 최희 씨도 있지요. 하지만 최희 씨는 투자자일 뿐, 입대를 한 게 아니라서 세금 면제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뜻밖에 정대식, 당신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바뀐 거예요."

중간에 말을 가로챈 최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올인원의 가능성이 있는 헌터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뜬소문인 줄 알았는데......."

정대식은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자 강영후가 이야기를 되돌려 받았다.

"자네가 세금 면제 혜택을 받고 있고, 그 이유가 올인원이기 때문이라면 계약 사항을 조정해야 하는 게 맞아. 단 1년짜리 계약이라고는 해도, 그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계약이니까 공정하다고 할 수 없어."

사실은 강영후가 먼저 나서서 조정 운운할 이유는 없었다.

정대식과 같은 복덩어리가 까다로운 계약 조건도 없이 자진해서 들어온 셈이니,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셈이다.

그들 입장에선 땡 잡았다고 할 만한 일이었다.

한데 굳이 이렇게 정대식을 불러 계약을 다시 하자고 말하는 걸 보면, 강영후는 꽤나 원칙주의자인가 보았다.

어찌 되었든 정대식을 상당히 존중해 주는 태도였다.

그렇다면 마땅히 이쪽에서도 상대를 존중해 주어야 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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