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04화 (104/297)

# 104

현질 전사

- 5권 4화

Chapter 26. 상태 증진 스킬

마침내 타이탄 공격대에서의 첫 번째 정산이 이루어졌다.

연습 삼아 나갔던 사냥에서의 수입과, 천군만마 공격대에 지원을 나가 와이번의 알을 가져왔던 때의 보수가 지급된 것이다.

이미 그곳에서 혼자만의 사냥으로 50억이라는 짭짤한 수입을 보았던 정대식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때는 사정이 여러 가지로 좋지 못했고 목적이 와이번의 알이었던 만큼 사냥을 많이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더욱이 수입을 다른 대원들과 나누어 가져야 하니, 그리 큰 액수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예상대로, 그때의 일로 정산받은 금액은 28억 5,6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정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요전번 키클로페스를 처치하고 획득한 마정석을 판매한 돈이 벌써 지급된 것이다.

아마 마정석이라 감정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액수가 30억 원.

다 해서 58억 5,600만 원이라는 돈이 정대식의 통장에 꽂혔다.

'일전에 변장수에게서 정산받은 60억과 금일봉으로 받은 3억, 그리고 남아 있던 잔액을 더해서...... 도합 129억 가량이 모였다!'

이만한 금액이면 현질을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간 상점 금액이 많이 올라서 섣불리 현질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대식은 잔고를 확인하고 두 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엔트로피."

<부르셨습니까, 정대식 님?>

곰 인형 모양새를 한 엔트로피는 즉각 모습을 드러냈다.

정대식은 들뜬 기분에 엔트로피를 보고 씩 하니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좀 현질을 할 만한 돈이 생긴 것 같은데?"

<그러신 것 같군요.>

정대식은 순순히 대답하는 엔트로피를 보고 도끼눈을 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상태 포인트가 좀 비싸야 말이지."

구입을 할 때마다 금액이 상승하는 상태 포인트 같은 경우,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었다.

상태 포인트를 사면 살수록 가격이 오르는 셈이니, 제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상태를 향상시킬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전에 엔트로피가 지적한 대로, 상태라는 것은 정대식의 신체 상태를 이르는 말이었다.

굳이 현질을 안 해도 수련이라는 형태로 향상시킬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정대식과 같이 현질 능력이 없는 다른 각성자들은 전부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었다.

'그래, 그동안은 편했지. 하지만 언제까지 상태 포인트 가격을 올리며 현질을 계속할 순 없어. 그렇다고 무작정 몸을 단련하는 것은 효율이 낮아. 그러니 제3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정대식은 생각을 정리하고 엔트로피에게 질문했다.

"내가 구입할 수 있는 스킬 중에서, 내 상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스킬이 있나?"

정대식의 질문에 엔트로피는 즉각 답했다.

<상태를 향상시키려면 상태 포인트를 구입하십시오.>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내 말은...... 그러니까 수련을 할 때 뭔가 도움을 주는 그런 스킬이 없느냐는 말이야."

<현재 레벨의 상점에서는 없습니다.>

"그럼 상점을 업그레이드하면 있다는 말이야?"

<정대식 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현재 제 레벨에서는 그 질문에 답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래, 네 지식수준이란 건 결국 상점 레벨에 한정되어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군."

현재의 상점 레벨은 4이다.

상점은 한 번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돈이 열 배로 뛰어오른다.

실로 엄청난 가격이다.

그런고로 이번에 상점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무려 100억이라는 돈이 필요했다.

정대식이 갖고 있는 자산을 거의 다 털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상점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서 남은 돈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새로운 스킬을 구입할 수야 있겠지만, 그 스킬이 제 기능을 하려면 그 또한 레벨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러니까 기껏해야 한두 가지 스킬만을 획득할 수 있단 거지.'

정대식은 고민했다.

'그럴 바에야 지금 가지고 있는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아니야, 키클로페스를 처치할 때 이미 실감하지 않았던가? 스킬만 업그레이드해 봤자, 내 상태가 받쳐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스킬이 아닌, 상태 향상이야.'

정대식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상점의 업그레이드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야. 업그레이드를 미룬다고 해서 상점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100억을 한 번에 쓰기가 아깝지만 지금 해치운다.'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상점을 업그레이드하겠어."

엔트로피가 즉각 반응했다.

<상점을 Lv 5로 업그레이드하고 100억을 차감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별안간 엔트로피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솟구쳐 나왔다.

정대식도 덩달아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우와앗! 이거 뭐야?"

그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여태까지 상점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미미한 변화가 있기는 했었으나, 지금처럼 놀랄 지경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엔트로피의 겉모습이 좀 변하는 정도?

그런데 이번에는 그 변화가 극적이었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관자놀이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일순 머릿속에 벼락이 치는 것 같은 느낌에 정대식은 머리통을 붙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으으윽!"

고통이라 할 만한 어떤 충격이 찰나 지나쳤다.

정대식은 금방 정신을 차렸고, 곧 코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웬 코피가......?"

그가 코를 감싸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까와 다른 모습을 한 엔트로피가 허공에 떠 있었다.

<상점의 업그레이드로 인한 급격한 정보의 확장으로 충격을 받으신 겁니다. 금방 진정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라? 너?"

정대식은 깜짝 놀라 코를 닦고 엔트로피를 쳐다봤다.

그가 한 말이 놀라워서가 아니었다.

아니, 그녀라고 해야 하나?

"모습이 왜 그래?"

정대식이 어안이 벙벙해 묻는 말에, 엔트로피가 말했다.

<제 모습은 상점이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변화합니다.>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그 모습은 네 캐릭터랑 좀 안 어울리지 않아?"

정대식이 하는 말에 엔트로피는 새삼 제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엔트로피는 대략 서너 살만 한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완전한 인간의 여자아이 같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기는 했다.

구체관절인형과 같이 인간의 모습을 정교하게 흉내 낸 모습이었다.

정대식은 혹시나 하는 기분에 물었다.

"너, 상점을 업그레이드할수록 점차 인간에 가까워지는 것이냐?"

엔트로피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요전에 말씀드린 바대로, 정대식 님이 바라는 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뭐?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됐다고?"

<그렇습니다.>

"진짜야?"

<정대식 님의 무의식이 발현된 결과입니다.>

정대식은 거 참! 괴이쩍다, 생각하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금덩어리를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무의식이라 하니, 저도 모르게 야시시한 모습을 한 쭉쭉빵빵 미인이 떠올랐다.

그 미인은 왜인지 최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본능에서 비롯된 망상이라 하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엔트로피가 즉각 답을 했다.

<가능합니다.>

"어? 너 지금 내 생각을 읽었어?"

<상점이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제 기능이 향상되어 정대식 님의 의식과 링크할 수 있습니다.>

"뭐야? 기분 나쁘게?"

<원하신다면 링크를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정대식은 당장 그렇게 하라고 말하려다 생각을 바꿨다.

"잠시만. 그럼 나도 네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거야?"

<제 자아가 미성숙한 관계로 제 생각을 읽으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일 뿐입니다.>

"아무튼, 네 머릿속을 내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정보 전달의 측면이라면 가능합니다.>

"어어, 그럼......."

정대식은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물었다.

"너, 내가 지시하는 대로 모습을 감췄다가 보였다가 할 수 있지?"

<그렇습니다.>

"그럼 나에게서 얼마만큼 떨어질 수 있어?"

<정대식 님의 마력이 미치는 범위까지 가능합니다.>

"시험 삼아 해 보자. 너, 모습을 감춘 채 최대한 멀리 가 봐."

엔트로피는 즉시 공중으로 둥실 떠올라, 별안간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정대식은 의식 한구석으로 엔트로피의 존재를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김시온의 커맨드 모드가 발동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엔트로피의 존재감이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너, 지금 어디 있어?"

<대략 3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좋아, 링크해."

<링크됐습니다.>

엔트로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엔트로피가 보고 있는 광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대식은 무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선명함에 경탄을 흘렸다.

'이거 대단한데! 마치 눈 한 쌍이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잖아? 김시온의 커맨드 모드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김시온의 커맨드 모드로 다른 대원들과 의식을 공유할 수는 있었으나, 제 눈으로 보듯이 선명하게 상대의 시야를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상대가 의식적으로 특정 정보를 파일로 꾸려서 전송하는 것만이 공유가 가능했다.

하지만 엔트로피와는 그가 보고 있는 시야를 완전히 공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정대식의 시야가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시각의 창이 하나 더 생성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놀라운 기능인 것만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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