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15화 (115/297)

# 115

현질 전사

- 5권 15화

Chapter 28. 펜리르 부대 창단

무구도 교체했겠다, 자금도 충분히 확보했겠다, 준비는 다 되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정대식의 부대 이야기가 구체화되었다.

강영후는 정대식과 각 부대의 부대장들을 모아 놓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알다시피 프랑켄슈타인 부대의 부대장이 이번 계약을 끝으로 은퇴를 하게 되었다."

강영후가 꺼낸 말에 프랑켄슈타인 부대장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고 다들 축하의 박수를 쳤다.

"더불어 프랑켄슈타인 부대의 대원들 두 명도 타이탄 부대를 탈퇴하기로 되어, 사실상 프랑켄슈타인 부대는 해체하게 되었다. 또한 크툴루 부대의 임시 부대장직을 맡고 있던 석계영이 부대장 자리를 고사한 바, 인원수 문제도 있고 해서 크툴루 부대도 이번에 해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여기 있는 정대식이 이번에 5등급으로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쿼드러플리스트가 된 관계로, 외인부대에서 독립해 새 부대를 꾸리게 되었다. 그런고로, 타이탄 공격대 전체에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강영후는 부대장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번 기회를 빌려 각 부대의 성격과 균형에 맞추어 대원들을 재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대원 선발에 대해서는 신생 부대의 정대식에게 우선권을 주도록 하겠다. 그가 각 부대에서 원하는 대원을 직접 선발토록 하고, 프랑켄슈타인 부대와 크툴루 부대의 대원들은 다른 부대로 분산 배치하겠다."

강영후의 말에 부대장들 사이로 술렁임이 일었다.

바로 정대식에게 대원 선발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말 때문이었다.

강영후가 그 기미를 읽고 항변할 기회를 주었다.

"그럼 질문을 받도록 하지."

강영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에키드나 부대장이 번쩍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현재 에키드나 부대의 구성은 완벽합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요. 한데도 구성원을 변경해야 합니까?"

"부대장이 원치 않는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과 크툴루 부대원을 추가로 받아들일 수는 있겠지?"

"제가 묻고 싶은 말은 신생 부대에 대해서입니다. 만약 저기 있는 새 부대장이...... 제 부대원을 원한다고 말을 한다면 군말 없이 내주어야 하는 겁니까?"

부대장들 전원이 그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대원을 갈아 치울 수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대식에게 마음에 드는 부대원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강영후는 그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렇다."

아무런 설명이나 한마디 변명도 없이 그렇게 하라는 말에 당장 반발이 일어났다.

"그것은 부당합니다! 어째서 이제 막 부대장이 된 사람한테 제 부대원을 내줘야 한다는 말입니까?"

"제아무리 신생 부대의 편의를 봐준다 하더라도 그렇지...... 차라리 프랑켄슈타인과 크툴루 부대원들을 통합해 하나의 부대로 만들어 맡기는 편이 낫겠네요!"

"아니면 새로운 대원을 모집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런저런 말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강영후가 한 손을 들어 보였다.

그는 더 이상의 항변은 허락지 않겠다는 엄격한 얼굴로 말했다.

"정대식이 운용할 부대가 다른 부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임무를 도맡아 활동하는 부대라면 나 역시 그에게 대원 선발의 우선권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대식의 부대는 특수 임무를 목적으로 하는 부대가 될 것이다."

이것은 정대식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는 자신에 관계된 일이라 반사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특수 임무라니...... 무슨 임무 말입니까?"

"던전 공략 전문 부대다."

그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강영후의 말은 계속되었다.

"최근, 정부에서 던전 공략 요청이 늘어 가고 있다. 이것은 최근에 일어나는 헌터 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전에 헌터들은 이계의 존재를 처단하는 것, 그 자체에 목적을 두었었다. 던전을 공략하여 보스몹을 죽이고 그 핵인 마정석을 빼 오는 것, 그것이 이능을 타고난 자들이 가지는 절대적인 사명이었지.

하지만 확장 현실 세계가 시작되고 10년.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거기에는 던전의 막대한 자원들, 그로 인해 창출되는 부가 크게 관계하고 있지. 헌터들은 점점 몬스터 박멸의 사명이나 던전 공략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강영후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괜히 정대식의 양심이 뜨끔했다.

그는 잔기침을 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썰자팟이니 뭐니 하는 것을 봐도 그렇지. 많은 수의 헌터들이 강해지는 것이나 사명에는 관심이 없고 돈을 버는 데만 중점을 두고 있다. 몇몇 대형 공격대는 더 이상 공격대라고 할 수도 없는 꼴을 하고 있어. 그들은 투자를 하고 사업을 일으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던전 공략은 뒷전일 수밖에 없는 거야. 위험천만한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는 고위험군의 던전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강영후는 몸을 돌려 창가로 걸어가 뒷모습을 보인 채로 말했다.

"앞으로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갈지는 모르나,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각성자는 신에게 선택받은 자들이다. 마땅히 사명을 이행해야 해! 그것이 우리의 세상을 괴물들로부터 지키는 방법이고, 우리 자신을 보다 강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강영후는 나직하게 말했으나 그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도열해 선 부대장들의 눈빛이 뜨거워지며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진중한 공기가 일었다.

"......정부가 헌터들을 독려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터. 이대로 가다가는 세 번째, 네 번째 몬스터 브레이크가 뒤를 이을 것이다. 지난번에 일어났던 두 번째 몬스터 브레이크는 국지적이었기에 피해가 적었다지만, 다음번에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만약 한 번만이라도 첫 번째 몬스터 브레이크에 준하는 재앙이 일어난다면......."

강영후는 뒷말을 잇기가 두려운 사람처럼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곧 몸을 돌리고 다시 말했다.

"물론 단순한 의무감만으로 던전 공략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 부대를 꾸리자고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헌터들이 기피하는 고위험군 던전에서는 일반적인 마정석과는 다른 종류의 마정석을 얻을 수가 있다.

현재로선 마정석 발전 기술 개발에 진척이 없어 마정석의 값어치가 대단치 않다고는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마정석은 명백히 인류의 신에너지이다. 투자를 하고, 보유를 할 가치가 있지. 나는 우리 타이탄 부대가 가능한 많은 개수의 마정석을 확보하기를 원한다."

정대식은 강영후가 하는 말을 듣고 은근 놀랐다.

그는 엔트로피가 지적한 부분, 인류가 마력의 이용에 있어서 아직 미개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일어날 에너지 혁명에 대해 내다보고 그것을 대비하려 하는 것이다.

'난 인물은 난 인물이네.'

정대식이 속으로 감탄하는 사이 강영후는 부대장들을 한 번씩 훑어보았다가 정대식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눈길이 와 닿자 정대식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했다.

"정대식은 세계 유일의 쿼드러플리스트로 올인원의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다. 또한 보유한 마력량과 타고난 공격력을 보면 이미 4등급에 준하는 실력을 가졌으니, 타이탄 공격대의 미래를 맡길 만하지.

그는 우리의 얼굴이 되어 던전 공략의 임무를 띤 특수 부대를 이끌고 최전방으로 나아갈 것이다. 생존 확률이 50% 미만이라는 위험 등급의 던전으로 들어가게 될 거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가 대원 선발의 우선권을 가지는 데 불만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다시 말해라. 정대식이 아닌 그 사람에게 새로이 창설될 특수 부대를 맡길 테니까."

부대장들은 아무 말도 못했다.

몇몇 이들은 정대식을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강영후가 괜히 고위험군의 던전이 어쩌고 생존 확률이 저쩌고 하는 게 아니었다.

세상에는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해야 할 만한 던전이 여러 개 존재하고 있었다.

개중 몇 개는 아예 공략할 방법이 없어 그냥 방치해 놓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자 강영후가 확언을 했다.

"그럼, 여기 있는 모두가 정대식의 대원 선발 우선권에 대해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다."

상황은 그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의 대원 선발 우선권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거부할 권리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 주십시오."

뜻밖에도 그렇게 말을 한 사람은 김시온이었다.

강영후가 그녀를 말없이 쳐다보았고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제아무리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부대장들은 전원 백전노장입니다. 부대를 맡아 본 경험도 없는 애송이에게 무턱대고 대원을 내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지요. 그것은 정든 부대를 떠나 새로운 부대로 옮겨 가야 하는 부대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니 부대원을 놓고 그와 겨루어, 그의 실력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면 요청에 응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김시온의 말에 정대식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녀는 정대식에게 대원을 뺏기기 싫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차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부대장과 정정당당히 겨루어 실력으로 대원을 데려간다면 부대장도, 대원들도 나중에 딴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대식 또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인재를 맘껏 골라 올 수 있었다.

강영후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조금 고민하는 듯하다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아. 자식 같은 부대원을 맡기는 입장에서 그 정도는 테스트해 볼 권리가 있겠지.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정대식?"

정대식은 흔쾌히 요구에 응했다.

"좋습니다."

"그럼 결정됐군. 정대식은 타이탄 공격대의 모든 대원들에 대해서 상세히 살펴보고 자네의 부대에 적합하다 생각되는 인물들의 리스트를 뽑도록 하게. 부대장들은 정대식이 요청하는 대원들의 정보에 대해서 가감 없이 알려주도록 하고. 리스트가 정해지면 각 부대장들에게 그와 겨룰 기회를 주겠다. 만약 그와 싸워 이긴다면 대원 선발을 거부할 수 있다."

이것은 타이탄 공격대의 인재를 걸고 벌

이는 한 판의 결투였다.

부대장들은 그렇잖아도 정대식의 실력이 궁금하던 차라고, 그를 향해 눈을 번뜩였다.

본의 아니게 최소 6등급은 되는 실력자들의 눈총을 받자 등줄기가 근지러웠다.

한편으로는 적잖이 흥분이 되기도 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다른 헌터들과 겨뤄 보겠어? 내 위에 무려 400명이나 되는 실력자들이 있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단 말이야. 내 능력이 같은 각성자들을 상대로는 얼마나 통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정대식은 리스트 작성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고민하지 않았다.

그의 기준은 단 하나!

'고민할 게 뭐 있어? 무조건 강한 녀석을 뽑으면 되지.'

성격이니 균형이니, 그런 걸 맞추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었다.

이왕이면 부대원끼리 죽이 잘 맞으면 좋겠지만, 안 맞으면 또 어떻다는 말인가?

정대식이 짐꾼으로 있으면서 본 공격대, 혹은 파티, 팀 등등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은 대원들의 사이가 좋고, 나쁘고 하는 점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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