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36화 (136/297)

# 136

현질 전사

- 6권 12화

"서지원, 김태희! 고덕화, 김송근! 왼쪽을 맡아! 허미래, 기철민! 이재우는 오른쪽을 맡고, 내가 중앙을 맡는다!"

교란 스킬의 적용으로 구울 나이트들이 혼란스러워하며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곧 중앙의 구울 나이트가 피어를 내질렀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바람에 온몸이 저릿거리며 부대원들의 움직임이 주춤했다.

동시에 다른 구울 나이트들이 교란에서 벗어나 다시 말을 박차 달려오기 시작했다.

배틀 슈트와 강철 신체 덕택에 가장 먼저 피어에서 회복한 정대식은 앞으로 달려가며 엔트로피와 연거푸 시동어를 외쳤다.

"각성!"

<신속.>

"적의 집중!"

다른 대원들이 정신을 차릴 동안 어그로를 끈 정대식은 부유 신체로 다른 구울 나이트의 공격을 사뿐히 피해 냈다.

그리고 그들을 무시한 채 앞으로 돌진해서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 중앙의 구울 나이트를 걷어찼다.

퍼억!

콰장창!

기습을 받은 구울 나이트는 균형을 잃고 말 아래로 떨어졌다.

나머지 네 명의 구울 나이트는 어그로가 흩어지자 정대식이 아닌 다른 대원들에게 주의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대원들은 피어에서 회복한 뒤였다.

그들은 각자 명령받은 대로 둘씩 나뉘어 구울 나이트를 한 마리씩 상대하기 시작했다.

오직 이재우만이 혼자서 구울 나이트를 상대하게 되어, 그는 울상을 한 채 자신이 갖고 있는 그림 중 가장 강력한 개체가 그려진 종이를 끄집어냈다.

"작품명, 성스러운 철갑 기사!"

쿠우우우우우!

그가 허공으로 집어던진 종이 속에서 먹이 흘러나와 확 부풀어 올랐다.

곧 그 자리에 전신을 철갑으로 두르고 배틀 엑스와 메이스로 무장한 기사가 나타났다.

보통 사람 두 배쯤 되는 키와 덩치의 그 철갑 기사는 땅에 서 있어도 말에 탄 구울 나이트와 시선이 맞먹었다.

철갑 기사는 곧 메이스를 휘둘러 구울 나이트를 후려쳤다.

꽈앙!

구울 나이트가 바닥을 굴렀고 이재우는 환호성을 지르다 얼른 철갑 기사에게 소리쳤다.

"말, 말부터 처치해!"

철갑 기사는 이재우의 조종을 받고 배틀 엑스로 말 모가지를 단번에 잘랐다.

동강 나 바닥을 구르는 말 대가리를 보고 이재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구울 나이트를 맞이해 잘 싸우고 있는 것은 이재우뿐만이 아니었다.

허미래와 기철민도 호흡이 좋았다.

둘은 두드러지게 강하지는 않아도 전투 경험이 많아서 노련했고, 일전에 함께 싸워 본 적도 있어서 죽이 잘 맞았다.

"네팅!"

허미래가 던진 마력의 그물에 말이 발이 엉겨 비틀거렸다.

그걸 기철민이 한 번 걷어차자 결국 말이 통째로 쓰러져 버렸고, 구울 나이트가 재빨리 그 위에서 뛰어올라 바닥에 구르는 꼴을 피했다.

그러나 그땐 이미 기철민이 말을 처치한 후였다.

그가 새로 산 검에 정화 기능이 있어 언데드를 상대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순식간에 말을 잃어버린 구울 나이트는 눈을 음산하게 빛내며 장검을 꺼내 들었다.

구울 나이트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검을 꺼내 드는 것을 보고 기철민은 씩 웃었다.

"검사와 검사의 대결이라, 나쁘지 않은데?"

한편, 고덕화와 김송근도 구울 나이트를 맞아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고덕화가 먼저 접근을 봉쇄하는 강력한 바람으로 구울 나이트를 막았고, 그 틈을 타서 김송근이 세 명의 분신을 만들어 내었다.

"으랴아압! 간다!"

김송근은 구울 나이트를 대적하라는 명령을 받은 그 순간부터 마력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이런저런 계산을 해 가면서 상대를 할 만한 적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먼저 두 명의 분신을 앞세워 말에게 태클을 걸었다.

분신들이 몸이 부서지도록 말에 가 부딪치자 말의 앞다리가 부러지며 말이 앞으로 확 고꾸라졌다.

"히히힝!"

분신 두 명이 쓰러진 말에게 엉겨 붙었고, 남은 분신 한 명과 김송근이 직접 말 위에 탄 구울 나이트에게 덤벼들었다.

분신이 구울 나이트의 허리를, 김송근이 놈의 목을 걸어 뒤로 넘어트리자 당장에 분신이 구울 나이트가 휘두른 갈고리에 맞고 '펑!' 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어이쿠!"

김송근은 곧장 제게로 날아오는 갈고리를 피해 뒤로 훌쩍 물러섰다.

대신에 그사이 말을 목 졸라 죽인 두 명의 분신이 구울 나이트에게 달려들었다.

구울 나이트는 양쪽에서 한꺼번에 덤벼드는 분신을 양손에 들고 있는 갈고리로 내리찍었다.

그게 진짜 사람이었더라면 뇌가 쪼개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겠지만, 분신이었기에 또다시 연기처럼 사라질 뿐이었다.

덕분에 구울 나이트는 꽤 약이 오른 모양이었다.

눈을 서슬 퍼렇게 빛내며 김송근을 홱 돌아보는데, 이미 그는 세 명의 분신을 또 만들어 낸 상태였다.

총 네 명의 김송근 중에 어느 게 진짜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진짜 김송근을 찾아내 처치하지 못하면 그는 계속해서 분신을 만들어 내 덤빌 터였다.

게다가 적은 김송근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천리동풍."

천강벽수선을 들고 있는 고덕화가 때를 놓치지 않고 살을 날렸다.

그것은 암기처럼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구울 나이트의 머리통을 노렸다.

순전히 바람으로 된 화살이었기에 눈에 보이지 않아 피할 수도 없었다.

구울 나이트의 안면이 후두두둑 소리를 내며 꿰뚫렸다.

그러기가 무섭게 김송근의 분신들이 다시 덤벼들었다.

"하아압!"

마지막 팀인 서지원과 김태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리 잘 싸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니, 잘 싸우고 있기는 한데 김태희 혼자서 싸우고 있다고 해야 하나?

김태희는 구울 나이트가 달려오기가 무섭게 허공으로 발을 박찼다.

특유의 공기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말머리를 한 손으로 짚으며 구울 나이트의 머리 위를 훌쩍 넘어갔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구울 나이트의 바로 등 뒤에 털썩 앉아서 공이를 그 등짝에다 가져다 대고 거기에 돋친 가시를 찔러 넣었다.

"거성진화."

파창!

공이의 가시가 푹 튀어나왔고 다음 순간 김태희는 말 잔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러자 등에 머리통만 한 구멍이 뚫린 구울 나이트가 분노해서 말머리를 홱 돌렸다.

서지원은 곧장 그녀에게 쌍두창을 휘두르는 구울 나이트를 훼방 놓으려고 했다.

한데 김태희가 버럭 소리를 질러 찔끔하고 말았다.

"방해하지 마!"

그렇게 고함을 친 김태희는 말을 몰아 달려오는 구울 나이트를 보고 놀랍게도 미소를 지었다.

머리를 하도 덥수룩하게 묶고 있는데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그 표정이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어도 아무튼 간에 웃는 기색이었다.

김태희는 비로소 싸울 만한 상대를 만났다는 듯이, 절구를 휘둘렀다.

그리고 별다른 기술을 쓰지도 않고 구울 나이트에게로 육박해 들어갔다.

* * *

구울 나이트를 걷어차 말에서 떨어트린 정대식은 곧장 뒤를 돌아 성가신 말부터 처치했다.

강력권 한 방으로 말머리를 터트려 버린 그는 금세 등 뒤에서 머리통을 노리고 날아오는 무기를 피했다.

"이크!"

정대식은 앞으로 몸을 굴려 구울 나이트의 품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미처 스킬을 쓸 시간이 없어 되는 대로 주먹을 찔러 넣었는데 시기적절하게 엔트로피가 대신해서 스킬을 발동시켜 주었다.

<강력권.>

콰-앙!

비록 강화 강력권이 아니라 구울 나이트를 튕겨 내는 것 정도밖에는 안 됐지만, 타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정대식은 폭발에 뒤로 죽 밀려가는 구울 나이트를 그대로 따라 들어가며 이번에야말로 강화 강력권을 먹이려고 들었다.

그러나 그 전에 선뜩한 빛을 뿌리며 구울 나이트가 들고 있는 무기, 호스맨즈 해머가 날아들었다.

"우왓!"

정대식은 머리를 노리고 휙 날아오는 그 해머를 보고 거북이처럼 머리를 움츠려 피했다.

그 해머는 말을 타며 휘두르기 좋도록 작기는 했으나, 투척용으로 쓸 만큼 크기는 했다.

하지만 구울 나이트는 그 외에 다른 무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걸 집어던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한데 다음 순간에 더 식겁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날아갔던 해머가 마치 부메랑처럼 허공에서 도로 방향을 바꾸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어억!"

구울 나이트가 무기를 잃었다 판단하고 재차 공격을 가하려던 정대식은 도로 등 뒤에서 날아오는 해머를 피하느라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그것도 엔트로피와 링크되어 있었기에 알아차린 거였지, 만약 엔트로피가 없었더라면 공격에 정신이 팔려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뭐야, 저거?"

정대식이 경악해 혼잣말로 하는 소리에 엔트로피가 이 상황에서도 침착한 투로 대꾸를 했다.

<구울 나이트가 저 해머를 자유자재로 부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거 참 편리한 무기네!"

<현재 레벨의 상점에서 비슷한 스킬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어차피 투척용 무기가 없는데 그건 사서 뭐 하게! 그보다, 지금 떠들 때가 아니라고!"

정대식은 해머를 휘두르며 육박해 들어오는 구울 나이트와 숨 가쁜 공방을 벌였다.

퍼버버버벙!

무적권이 터져 오르는 가운데 구울 나이트가 해머를 현란하게 놀려 그 공격을 대부분 막아 냈다.

그나마 너클 글러브 덕분에 폭발이 일어나 구울 나이트의 시야가 가려졌다.

그 틈을 타서 구울 나이트의 품 깊숙이 파고든 정대식이 다시 한 번 강화 강력권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 전에 갑자기 구울 나이트의 투구 부분이 쩍 벌어지더니 독무를 한 바가지나 토해 냈다.

"윽!"

제아무리 마스크를 썼다고는 해도 저걸 정면으로 뒤집어쓰면 몸에 해로울 게 뻔했다.

정대식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고 그 틈을 타 구울 나이트의 모습은 녹색 독무에 완전히 가려져 버렸다.

정대식은 구울 나이트가 공격해 올 것을 예상하고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그러자 엔트로피가 소리를 쳤다.

"위!"

링크된 시야로 구울 나이트가 독무를 꿰뚫고 솟구쳐 머리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게 보였다.

정대식은 이를 악물고 왼손을 뻗어 마기전을 썼다.

"마기장!"

뻐-엉!

마기장이 마치 야구 글러브로 공을 잡았다가 도로 던지듯, 구울 나이트를 허공으로 튕겨 내버렸다.

하지만 구울 나이트는 반격을 당해 날아가면서도 그놈의 해머를 집어던졌다.

쉬익!

고개를 살짝 옆으로 틀어 아슬아슬하게 해머를 피해 낸 정대식은 앞으로 발을 박차며 일격을 먹이려 했다.

<강화.>

"강력권!"

꽈아아아앙!

불꽃이 번쩍 일어나며 구울 나이트의 안면으로 폭발이 터졌다.

이번에야말로 공격이 제대로 먹혔다......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정대식은 다시 뒤통수에서 날아드는 해머를 피해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고 연거푸 바닥을 굴렀다.

해머가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혼자서 정대식을 마구 공격했던 것이다.

그걸 피하던 정대식은 마기장으로 그걸 멀리 튕겨 내버렸다.

파창!

핑글핑글 돌며 허공으로 날아가던 해머를 어느새 전세를 회복한 구울 나이트가 낚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돌진해 들어오는 것을 본 정대식은 인상을 잔뜩 썼다.

'저 자식을 처치하려면 강화 강력권으로는 안 돼! 결국...... 마기포를 쓰는 수밖에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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