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63화 (163/297)

# 163

현질 전사

-7권 14화

정대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장한나가 이끄는 손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 * *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정대식은 본인이 획득한 마정석에 한해, 그것을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었다.

단, 몇 가지 조건이 덧붙었다.

첫째는 사사로이 판매하지 않는다.

둘째는 던전 공략의 여부를 공개한다.

셋째는 마정석에 관련한 마력 추출, 이용, 발전, 기술 개발 등에 대한 관련 정보 일체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500억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월 300억 원의 국가 지원금도 받게 되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조건이 붙었는데, 국가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확장 현실 세계가 시작된 이래 국가 비상사태 시 제일 먼저 동원되는 게 헌터였으므로, 그 조건을 수락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마정석 보유권에 붙은 조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정대식이 최초의 올인원이다 보니 누구도 그가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정부에서는 정대식이 연금술사나 마기공사와 같은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고서는 정대식이 마정석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정대식이 마정석으로 마력 발전이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개발, 혹은 계발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세 번째 조항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정대식은 마정석에서 짜낸 마력으로 뭘 할 생각은 없었다.

본디 그가 하려던 일은 실로 간단했다.

바로 싼값에 사들인 마정석을 상점에 되팔려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마정석은 저렴한 가격에 취급되고 있었기에, 마정석을 비싼 값으로 쳐주는 상점에다 팔면 막대한 차액을 얻을 수가 있었다.

단순히 사냥으로는 현질에 들어가는 금액을 메울 수 없었기에,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막혀 그것은 실행할 수 없게 되었다.

대신에 월 300억의 고정 수입을 얻게 되었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솔직히 법을 무시하고 마정석을 사들이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았다.

혼자이던 예전이라면 또 모를까.

지금은 타이탄 공격대 소속이었고 펜리르 부대장으로서 일곱 명이나 되는 부대원들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괜한 짓을 벌여 그들을 곤란한 지경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나한테도 소속감이나 책임감 같은 게 생기다니.'

정대식은 늘 혼자였던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난리통에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되면서 보육원을 전전하고 짐꾼이 되기까지.

여러 사람을 만났으나 그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자기 앞가림에도 바빠 정대식을 신경 쓰지 않았고, 그를 신경 쓴다 싶었던 사람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대식은 어디까지나 혼자인데 익숙했고 앞으로도 쭉 혼자일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돈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여겼었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조금쯤 달라진 것 같기는 했다.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지?'

정대식은 문득 한탄을 했다.

그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돌이켜 보니 길을 돌아가는 것 같기는 했다.

기철민의 말마따나 돈만이 목적이었으면 혼자서 사냥을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그저 그런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대식은 자신이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동경과 질시에 차 올려다보곤 했던 마천루를 소유하길 원했다.

그 눈부신 도시를 발아래 두고, 이게 다 내 것이라고 실감하며 으스대고 싶었다.

정대식이 생각키에, 그럴 수 있는 방법은 거부가 되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뭐라 할 수 없을 만큼의 압도적인 부.

그것만이 정대식의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이걸 아마도 야망이라고 부르는 거겠지.'

자신의 야망을 명확히 깨닫고 나자, 가슴속 심지에 불이 붙었다.

입김 한 번 불면 꺼질 촛불이 아니었다.

횃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욕망이었다.

Chapter 41. 악신의 간택

<정대식 님.>

타이탄 공격대 본사 건물에 딸려 있는 체력 단련실, 즉 헬스장에서 땀을 빼고 있던 정대식은 엔트로피가 부르는 말을 듣고 벤치프레스에서 일어났다.

근력 같은 것은 상태 증진 스킬을 발동한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해 주면 더 효과가 좋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훈련을 겸한 사냥을 하는 편이 뭐가 남아도 남는지라 이렇게 짐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잘 없었지만, 가끔 개운해지고 싶을 땐 한바탕 운동을 하고는 했다.

"무슨 일이지?"

정대식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용건을 물었다.

그러자 정대식이 벤치프레스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숫자를 세 주던 엔트로피가 말했다.

<광필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광필두?"

<요전번에 광필두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내가 그랬나?"

<그랬습니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지난번 그렌델을 쓰러트리고 나서 광필두와 마주쳤을 때, 무언가 묘한 뒤끝이 남아 있었다.

그게 줄곧 신경 쓰여 지나가는 말로 엔트로피에게 그런 말을 해 두었던 게 생각이 났다.

정대식은 줄줄 흐르는 땀을 연거푸 닦으며 말했다.

"광필두가 뭐? 또 7성 무구를 획득하기라도 했대?"

<그런 것 같습니다.>

정대식은 수건을 움켜쥔 손을 무릎으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약간 미심쩍은 눈으로 엔트로피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 같다니. 획득했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광필두가 세 번째 7성 무구를 획득했다는 이야기가 조디악 공격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만,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네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온라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조디악 공격대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다면 거의 사실이라는 거 아냐?"

<광필두가 박태산에게 7성 무구를 걸고 공식적으로 결투를 신청했으니, 거기에서 이겼다면 사실이겠지요.>

"그럼 광필두가 박태산과 결투인지 뭔지를 한 게 맞기는 해? 박태산 그 사람은 행방이 불분명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은 거의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흘 전에 박태산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조디악 공격대 본사를 찾아갔었으니까요.>

"그래?"

"CCTV가 있다고? 그걸 볼 수 있어?"

<말씀드렸다시피, 온라인상에 업로드된 정보라면 무엇이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랬지."

정대식은 화면을 보여 달라 말했고 엔트로피는 즉시 허공에 그 장면을 띄웠다.

보아하니 조디악 공격대 본사 건물 로비 같은데, 웬 거렁뱅이에 가까운 자연인이 어슬렁어슬렁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안내 데스크의 담당자가 난처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으니, 곧 보안 업체 직원들이 나와서 그를 끌어내려고 했다.

한데 그 자연인 앞에서 보안 업체 직원들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결국 조디악 공격대원들이 나와서 대거리를 하는 둥, 한동안 소란이 있다가 깍듯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여자가 나와 그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영상이 거기까지라서, 정대식은 엔트로피에게 질문을 던졌다.

"엘리베이터에 CCTV는 없어?"

<공대장 사무실로 곧장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에는 없습니다.>

"당연히 공대장 사무실에도 없겠군."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 자연인이 그 박태산이라는 사람이라는 거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면 인식 장치를 이용하여, 과거에 찍힌 바 있는 영상 자료 속 인물과 비교해 보면 89% 일치합니다.>

"그 정도면 같은 사람이겠지."

정대식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광필두가 세 번째 7성 무구를 획득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박태산이 그의 도전을 받아들여 직접 조디악 공격대를 찾아오기까지 했으니, 어찌 되었든 그 결투란 게 벌어졌을 것이고, 광필두는 7성 무구를 이미 두 개나 가지고 있었으니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박태산이 얼마만한 위인인가는 둘째치고서라도, 7성 무구 하나와 두 개를 가지고 맞붙는다면 당연히 두 개를 가진 쪽이 이긴다.

"현재 광필두가 모은 무구가......."

<검, 활, 방패입니다.>

"국내에 있다고 알려져 있는 건?"

<하나가 더 있습니다만. 뢰입니다.>

"그건 어디 있지?"

<국가 기물 금고에 있습니다.>

"국가 기물 금고라고?"

정대식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장한나가 넘겨보던 국가 기물 금고의 목록.

자신이 들어갔던 SSS급 이상의 아이템을 모아 둔 장소.

거기에 바로 네 번째 7성 무구가 있다는 말인가?

"광필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국가 기물 금고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 목록은 국가 기밀에 속해 있고, SSS급 이상은 1급 기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국가 기밀 금고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지 않는 이상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국가 기물 금고 데이터베이스를 제외한, 온라인 어디에서도 그와 같은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없습니다.>

"그렇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대식은 미간을 찡그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광필두가 7성 무구를 모으건 말건,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왜 그 사실이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일까?

'7성 무구가 다 모였을 때 어떤 아이템이 나타나게 될지 몰라서......? 아냐, 정확히는 광필두가 그걸로 뭘 하려는 건지 몰라서 그러는 거겠지.'

정대식은 마저 질문했다.

"나머지 세 개의 세븐 스타는 어디 있나?"

<나머지 세 개 중 하나는 행방이 묘연하고, 하나는 스보보디나 알렉세이 알렉세예비치가 소유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제이드 팔머라는 인물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제이드 팔머라고? 이름이 낯익은데."

<마기전의 한 파츠를 이 사람이 갖고 있습니다.>

"아, 그래. 미국의 대재벌이라고 그랬던가? 각성자는 아닌 거지?"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스보보...... 이름이 뭐 그래?"

<러시아인이라서 그렇습니다. 이름은 알렉세이입니다.>

"그래, 알렉세이. 그 사람은 누구지?"

<이 사람은 각성자로, 러시아에서는 반군의 우두머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명 듀라한이라고 불리면서 러시아에서는 유명 인사입니다.>

"듀라한이라. 별명 한번 으스스하네. 근데 무슨 무구를 갖고 있는지는 알 것 같군. 분명히 마갑을 갖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제이드 팔머라는 그 작자는 갑옷을 모으는 것 같으니 행방이 묘연한 건 창인가?"

<예.>

"그럼 여섯 개를 다 모아도 마지막 하나는 못 찾을 가능성이 높겠군."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됐다."

물론 7성 무구를 여섯 개나 보유하고 있으면 엄청나게 강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세 개나 되는 무구를 모았으니, 나머지를 모으는 데는 큰 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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