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68화 (168/297)

# 168

현질 전사

-7권 19화

"석션이다."

"석션이라고요?"

서지원은 깜짝 놀라서 그 서클렛을 떨어트렸다가 도로 주워 들었다.

하지만 그 손끝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석션은 언데드나 악마 계열의 몬스터들이 흔히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보통 그런 놈들은 저주 같은 능력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섣불리 그들이 갖고 있는 아이템을 쓰려고 들다가는 경을 치는 수가 있었다.

그것을 걱정하는 모양이라 정대식은 고개를 가로젓고 말했다.

"그것은 이미 정화 의식을 마쳐서 안전한 물건이다. 걱정할 것 없어. 간단한 시동어를 외치는 것만으로 주위에 있는 생명체에게서 마력을 빨아들일 수가 있다."

"그렇군요."

"단, 주의할 점이 있다. 그 서클렛의 기능은 상대를 가리지 않아. 반경 3m 내에 있는 생명체의 마력은 모조리 빨아들이니까 부대원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써야 해. 넌 공간 마법을 갖고 있으니 그게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

"예, 주의하겠습니다."

"이 서클렛은 대략 24시간 동안 딱 한 번, 상대를 죽음에 이를 수 있을 만큼의 마력량을 단번에 빨아들일 수가 있다. 대단히 위력적이지만 하루 한 번이니까 그 사실을 유념해서 써야 하고, 네가 빨아들인 마력이 네 총 마력량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될 테니까 조심해야 한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나를 대상으로 한번 시험 삼아 써 보겠나?"

"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냐, 시동어가 입에 익어야 할 테니 한번 해 봐. 그렇다고 내 마력량을 다 빨아 가지는 말고."

"예에."

서지원은 곧 그 서클렛을 착용했다.

마법사들이 흔히 입는 마법사 협회 지급의 검은 로브에다가 마법사용의 기괴한 화장에, 그놈의 서클렛까지 끼고 있으니 완전히 어둠의 마법사, 리치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대단히 강해 보이기는 했다.

서지원의 유약한 표정마저 카리스마 있어 보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다른 부대원들은 3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서지원에게서 떨어졌고, 정대식만이 가까이 서 있었다.

그 상태에서 서지원이 시동어를 읊조렸다.

"마력 흡입!"

쏴아아아아!

순식간에 정대식의 마력이 서지원이 쓰고 있는 서클렛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클렛의 정중앙에는 사람인지, 해골인지 모를 기괴한 얼굴 조각이 붙어 있었는데, 그 얼굴 조각의 입이 쩍 열리며 마력을 흡수했다.

곧 서클렛이 파랗게 빛나더니 그 빛이 서지원의 얼굴 쪽으로 내려왔다.

그것이 푸른 잔광을 뿌리며 서지원의 몸으로 흡수되어 들어갔고, 그가 곧 감탄으로 입을 쩍 벌렸다.

"대, 대단해요! 순식간에 마력이...... 꽉 찼습니다!"

"그래, 그렇게 쓰는 거다."

"이거라면 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습니다."

"몬스터들의 전력을 깎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

마지막으로 아이템을 받을 사람은 김태희였다.

솔직히 말해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이 주는 아이템이 무슨 큰 도움이 되랴 싶기는 했다.

하지만 펜리르 부대에 있는 동안에는 어디까지나 부대원인 김태희로 대해 달라고 했으니, 정대식은 그녀가 최희가 아닌 김태희라면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해 봤다.

그녀 역시 공수 양면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더 이상의 능력은 필요치 않았다.

그저 그녀가 갖고 있는 무기를 조금 보강해 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정대식은 그녀에게도 스크롤과 비슷하게 생긴 두루마리를 건넸다.

"김태희, 네게도 고덕화와 같이 정령이 깃든 아이템을 주겠다."

김태희는 그걸 담담히 받아 들고 물었다.

"이 정령은 뭐죠?"

"바람의 중급 정령인 실라페와, 물의 중급 정령인 운다인이 함께 있다."

"바람과 물이 함께 든 것이라면......."

"그래, 둘이 결합되어 있으면 빙계 속성이 되지. 네 절구에 한 번 적용시켜 보겠나?"

김태희는 고덕화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절구로 두루마리를 찢었다.

곧 두 갈래로 찢어진 두루마리에서 쌍둥이처럼 그려져 있는 어린 소녀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반짝이는 빛을 뿌리며 절구 속으로 사라졌다.

곧 절구의 양쪽 공이가 파르랗게 얼어붙었고, 김태희가 가볍게 그걸 휘둘러 가시를 뽑아내자 그 주위로 송곳보다 더 날카로운 얼음이 뿌득뿌득 자라났다.

"거기에 닿는 모든 것이 다 얼어붙을 테니 부디 사용에 조심해 주었으면 좋겠군."

"그런 염려는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대식은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을 마친 부대원들을 보고 말했다.

"좀 더 이 아이템에 익숙해질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 어떤 훈련도 실전보다 효과적일 수는 없는 법이지. 새로운 아이템의 위력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위어울프들을 대상으로 시험해 보도록 한다!"

"예!"

힘찬 대답을 들으며 정대식은 출발 시각을 공지했다.

"하루의 말미를 줄 테니 각 부대원들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냥을 떠날 채비를 갖춰 놓도록. 사냥 준비에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럼 내일 아침 6시에, 던전으로 출발하겠다!"

* * *

아직 새벽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 6시.

펜리르 부대는 지원 팀과 함께 타이탄 공격대 본사를 떠났다.

약 두 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장소는 세종시와 공주시 사이에 자리해 있는 야산 언저리였다.

SJ1D는 다른 여타 던전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일단 헌터들을 위한 그 어떤 편의 시설도 없었다.

주차장은 물론이거니와 몬스터 부산물 처리소도, 던전 전문 인력 사무소도, 스크롤이나 포션 따위를 파는 매대도 보이지 않았다.

흔해 빠진 편의점조차 하나 없는, 그냥 숲 속이었다.

오히려 주위로는 위험을 경고하는 팻말과 함께 접근 금지용 와이어가 둘러쳐져 있었다.

펜리르 부대는 그곳을 넘어 잡풀과 넝쿨이 무성해 희미한 산길을 따라 얼마간 올라갔다.

그러자 암석으로 이루어진 비탈 위쪽에 느닷없이 뻥 뚫린 구멍이 보였다.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는 그곳이 바로 SJ1던전이었다.

"저기다."

SJ1D는 발견된 직후부터 그 위험도가 널리 알려져 헌터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몇몇 공격대가 위어울프의 가죽이나 울프헤딘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가기는 했어도, 브세슬라브가 출몰하는 구역으로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많은 헌터들이 북적이는 대중적인 던전과는 판이한 분위기였다.

펜리르 부대원이 던전의 입구로 가까이 접근하자, 근처 초소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산림 관리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펜리르 부대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거긴 맘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그러자 정대식이 직접 나서 그를 상대했다.

"이 던전 관리자이십니까?"

"관리자라고 말하기엔 뭣하긴 한데...... 아무튼 내 담당은 맞습니다."

사실 확장 현실 세계가 시작된 지 불과 10년이다 보니, 던전 관리에 있어서는 허술한 면이 많았다.

아직 법체계가 새로이 도래한 세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위험 등급의 던전도 방치하다시피 관리되고 있어, 산림 관리원이 산불이나 밀렵을 감시하는 동시에 멋모르고 위험 등급 던전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있었다.

"해당 지자체에서 출입 허가를 받고 왔습니다. 여기, 출입 서류요."

정대식은 미리 준비해 온 출입 허가 서류를 내밀었다.

그걸 꼼꼼히 확인해 본 관리원이 서류를 돌려주며 말했다.

"타이탄 공격대라고요?"

"그렇습니다."

"허, 유명한 공격대인 건 알겠는데, 여기가 어떤 던전인 줄은 알고 들어가는 겁니까?"

"상당히 위험한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는 곳이죠."

"그래요. 그래서 어지간한 헌터들은 이곳에 발길 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헌터들이 들어간 게 3년 전인데, 그때 그 사람들도 호되게 당하고 돌아갔단 말입니다. 괜히 들쑤셔 놓지 말고 다른 던전을 찾아가는 게 어때요?"

"그 정도는 알고 왔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으니까요."

정대식은 행여 그들이 몬스터를 달고 나올까 봐 겁먹은 관리원을 달랬다.

그리고 지원 팀에게 던전 입구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라고 말했다.

본래 지원 팀도 함께 던전 안으로 들어가 세이브 포인트를 찾아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오로지 펜리르 부대만 소수 정예로 움직이려다 보니 지원 팀까지 지켜 줄 여력이 없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저희가 돌아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던전 공략을 끝마치고 나면 몬스터들의 공격이 현저히 줄어들 테니, 그때 짐꾼들과 함께 들어올 수 있을 겁니다."

지원 2팀을 도맡고 있는 범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정대식은 지원 팀이 내준 도시락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을 마쳤다.

그런 뒤 펜리르 부대원들을 이끌고 던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

훅-.

몸의 중력이 사라지는 어지러운 느낌이 스쳐 지나가고, 순식간에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다음 순간 펜리르 부대원들은 눈이 얕게 쌓인 황량한 지대에 서 있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고 허공에 이따금 눈발이 휘날리는 것이 매우 추웠다.

투미한 빛이 사방에 가득하여 시야가 어둡지는 않았으나 눈안개가 간간이 끼어 있었다.

그 가운데 어디선가 음산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우우우우우-.

정대식은 즉시 엔트로피를 불러내 사방 8km 반경을 맵핑과 정찰하게 했다.

현재 그들이 서 있는 곳은 A 구역으로, 위어울프가 득시글댄다고 알려져 있는 A 구역을 가로질러 E 구역과 D 구역이 맞붙어 있는 경계를 따라 이동할 작정이었다.

E 구역과 D 구역에 각자 다른 울프헤딘이 도사리고 있었으므로 구역의 경계는 세이브 포인트일 가능성이 높았다.

잘만 하면 그 어떤 몬스터도 마주치지 않고 브세슬라브가 있다는 산림 구역으로 진입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재수가 없으면 E 구역과 D 구역의 울프헤딘과 동시에 마주치는 수가 있었으나, 벌써부터 그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정대식은 평면적으로 표시된 각 구역을 손으로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A 구역은 상당히 광활하여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보로 한나절 가까이가 걸린다. A 구역 끄트머리에 지표로 삼을 만한 큰 바위가 있다 하니, 그곳까지 단시간에 주파하겠다."

정대식은 곧 돌아온 엔트로피가 가져온 정보를 바탕으로 홀로그램 맵을 띄웠다.

그리고 사방 8km 내에 있는 위어울프의 위치를 붉은 점으로 표시했다.

사방 곳곳에 붉은 점이 득시글거리는 것을 보고 허미래가 끙, 하는 소리를 토했다.

굳이 정찰을 보낸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사방팔방이 위어울프투성이였다.

"보다시피 사방이 트인 곳이고 위어울프의 수가 많아서 놈들을 피해 간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력을 다해서 직진하겠다. 대형을 갖추고 전진한다!"

탱커이자 커맨더 역할을 하는 정대식이 가장 앞장을 섰고, 양옆으로 근딜인 김태희와 기철민이 한 발짝 뒤에서 늘어섰다.

그리고 그들 뒤로 김송근, 이재우가 허미래를 가운데 놓고 섰으며, 마지막으로 고덕화와 서지원이 후방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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