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84화 (184/297)

# 184

현질 전사

-8권 10화

그러자 리즈가 차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날이 밝으니까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뭐가 말입니까?」

「서펜트요. 가끔 해안을 헤엄치는 게 보이거든요. 항공기가 가까이 지나쳐 가면 그 소리를 듣고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요.」

정대식은 그 말을 듣고 창밖에 보이는 바다 위를 주시했다.

보통 육지 근처 바다 위에는 수많은 수의 배들이 보이기 마련인데 하와이 제도에는 서펜트의 횡포로 인해 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육지 가까운 곳에 수면을 가르며 무언가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저게 서펜트로군!'

뱀과 갈치를 반반 섞은 것 같은 모습을 한 서펜트는 허연 몸을 뒤집으며 수면 위를 박찼다가 다시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높은 하늘에서도 그 모습이 선명히 보일 만큼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정대식은 그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리며 말했다.

「저놈의 크기가 얼마라고 그랬죠?」

리즈는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적어도 200피트 정도 되는 것으로 알아요.」

200피트면 60m를 넘는 길이다.

실로 엄청나다고 생각하며 정대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잠시 후, 비행기는 호놀룰루 방어 기지에 자리해 있는 비행장에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한눈에도 장교라고 여겨지는 남자가 한 무리의 군인들을 데리고 그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또한 그들의 곁에는 피닉스 공격대의 공대장이라고 여겨지는 인물도 몇몇 대원들을 데리고 서 있었다.

「하와이에 온 것을 환영하오, 미스터 올인원.」

싱긋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청해 오는 장교는 무려 별이 네 개였다.

정대식은 자세를 꼿꼿하게 하고 그의 악수를 마주 받았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령관께서 직접 환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집에 오는 손님을 주인이 맞는 것은 당연한 예의지. 위험한 임무를 위해 먼 길을 온 만큼,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안전하다 여겼으면 좋겠소.」

「감사합니다.」

「이쪽은 파견대와 함께 몬스터를 소탕하게 될 피닉스 공격대요.」

정대식의 예상대로 금발 머리를 반삭한 남자가 피닉스 공격대의 공대장이었다.

그는 리즈가 말한 대로 나이가 제법 있어 보였다.

40대 중반 즈음으로 보였으나 의외로 더 나이가 많거나 적을지도 몰랐다.

그 역시도 먼저 악수를 청하며 정대식에게 감사를 표시해 왔다.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곳까지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담 커클랜드라고 합니다. 아담이라고 불러 주시죠.」

「아닙니다. 우방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대식이라고 합니다.」

「내 살아생전 올인원이라는 능력자를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저야말로 1세대 각성자 중에서도 영웅이신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웅이라니, 그런 말을 듣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죠.」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앤더슨 대위가 그들을 숙소로 안내했다.

비행장에 즐비한 헬기들을 지나쳐 가며 정대식은 기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인상적인 무기를 발견했다.

허공을 향해 길쭉한 주둥이를 내뻗고 있는 것을 보고 정대식은 앤더슨 대위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게 바로 MFP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상시 가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상시 가동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곳 호놀룰루의 발전 시설은 전부 파괴된 관계로 MFP를 감당할 만한 전력을 끌어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항시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가 몬스터가 가까이 접근할 때만 사용하고 있죠.」

「한 번 가동되는 것을 보고 싶군요.」

「지금 바로 보시겠습니까?」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앤더슨 대위는 일행을 MFP가 설치되어 있는 감시탑으로 데리고 갔다.

그 감시탑은 방어 기지를 둘러싸고 있는 철벽의 기둥 꼭대기에 올라앉은지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용이 대단했다.

곧 한 병사에게서 무전기기를 건네받은 앤더슨 대위가 감시탑으로 지시를 보냈다.

곧 MFP의 사출구가 위로 올라가면서 윙윙거리는 요란한 엔진음이 들렸다.

오래지 않아서 MFP가 진동을 하더니 사출구 쪽으로 전자기 펄스와 유사한 파동이 번쩍거리며 튀는 빛을 내뿜으며 쏘아져 나갔다.

파지지지지지지직!

그 광경을 보고 정대식은 뿌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앤더슨 대위에게 감탄한 기색을 드러내 주었다.

「대단하군요. 참 인상적입니다. 마력 없이도 몬스터를 대적할 수 있는 무기라니. 굉장하네요.」

「앞으로는 이 기기가 대 몬스터전의 최전방에서 활약하게 될 겁니다. 마력 발전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몬스터 브레이크를 대비한 도시 방어에도 효과적일 거고요.」

「MFP를 상시 가동하기 위해서는 마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니면 원자로가 필요한데, 아시다시피 몬스터 브레이크를 대비해서 원자로를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립니다. 몬스터는 방사능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인간은 다르니까요.」

1차 몬스터 브레이크가 일어났을 때 막대한 인명 피해가 있었던 것은 핵의 영향이 컸다.

난생 처음 보는 괴 생명체가 인류를 위협하자 위기감을 느낀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를 쏴 댔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몬스터에게 치명타를 입히지 못했다.

핵은 오히려 인간에게 더 위험했다.

여러 몬스터들이 핵발전소를 공격했고 그 과정에서 원자로가 녹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일본이 1차 몬스터 브레이크에서 큰 타격을 입었던 것도 핵발전소 방어에 실패한 탓이었다.

그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 인도와 미국 등이 핵발전소 파괴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수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다행히 뛰어난 각성자들이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을 퇴치했고, 예비군의 목숨을 건 활약으로 핵 발전 시설을 지켜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몬스터의 존재가 있는 한, 인류는 원자로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가 없었다.

석유와 석탄까지 고갈되어 버린데다가 원자력의 위험성이 두드러지게 된 지금으로선 마력 발전만이 인류의 희망이었다.

그렇기에 전 세계가 마정석 개발과 마력 추출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몬스터를 대적하는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조만간 MFP가 실전에 투입된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가실까요?」

파견대는 방어 기지 지하에 자리해 있는 숙소로 안내되어졌다.

정대식은 방어 기지의 어마어마한 시설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호눌룰루를 탈환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 이만한 기지를 구축해 내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방어 기지는 어지간한 몬스터의 공격에도 꿈쩍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오리칼쿰을 섞은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리칼쿰이라고요?」

「신비 금속 오리하르콘의 일종이라 보시면 될 겁니다. 미 대륙 본토의 던전에는 오리하르콘이 많이 나는 편이거든요. 유럽에서 미스릴이, 중국과 러시아 쪽에서 아다만티움이 많이 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이만한 기지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당연히 능력자의 도움이 있었죠. 유럽 연합의 이능장 연맹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빙워크를 타고 얼마간을 이동한 끝에 파견대는 그들이 머물 숙소에 당도했다.

방어 기지 지하에는 주둔 부대를 위한 거주 구역이 자리해 있었는데, 파견대는 개중 한 동을 통째로 쓰게 되었다.

「카페테리아와 각종 편의 시설은 각 층마다 자리해 있고, 식사는 어느 때건 하실 수 있습니다. 방마다 욕실이 딸려 있으니 거기를 이용하셔도 되고, 공용 샤워실도 따로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급품은 각 방에 마련해 두었고, 출입 키는 여기에 있습니다.」

각자에게 출입 키를 나눠 준 앤더슨 대위는 필요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자신을 호출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대식을 보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피닉스 공대장께서 저녁 여섯 시에 작전 회의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F동의 회의실을 쓰시면 됩니다.」

앤더슨 대위가 물러가고 정대식은 김시온을 불러 여섯 시 작전 회의에 함께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 뒤 배정된 방에서 짐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한 후 부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뷔페식의 식단이 상당히 훌륭해 생각보다 많이 먹고 말았다.

야마환을 쓴 이후로는 왠지 모르게 식탐이 생기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정대식은 터질 것 같은 배를 쓸어내리며 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시간이 여섯 시가 되어 정대식은 김시온과 함께 F동 회의실로 발길을 옮겼다.

* * *

작전 회의는 짧게 끝났다.

이미 피닉스 공대장인 아담이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을 다 세워 놓았기에, 정대식과 김시온은 설명을 듣는 입장에 가까웠다.

그가 이 방어 기지를 처음 세울 때부터 계속 이곳에 있었으니 주변의 지형과 몬스터들의 특징을 손바닥 보듯이 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대식이 몇 가지 첨언을 하는 데서 회의가 마무리 되었다.

회의실을 나서면서 아담은 정대식의 어깨를 친근하게 두드리며 말했다.

「내일 펜리르 부대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어디 한번 잘해 봅시다.」

「물론입니다. 내일은 꼭 몰로카이 섬을 탈환하도록 하죠.」

내일 몰로카이 탈환 작전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몰로카이 섬에 상륙하여 구 중심 취락에 MFP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MFP 설치가 끝나는 24시간 동안 주변을 방어하고 마우나로아와 카마코우의 몬스터를 소탕해야 했다.

파견대는 제일 먼저 카마코우에 투입되어 시선을 끄는 역할을 도맡았다.

파견대가 카마코우로 몬스터를 끌어들이면 후발대인 피닉스 공격대가 MFP를 설치할 군부대를 호위하여 카우나카카이 항구로 상륙하게 될 터였다.

몬스터들이 MFP 설치를 눈치채고 그쪽으로 몰려가면 피닉스 공격대와 펜리르 부대가 양쪽에서 놈들을 압박하여 몰아낼 것이다.

그리고 MFP 설치가 완료되면 몬스터 퇴치용 펄스를 쏘아 내어 취락지를 기지화하고, 피닉스 공격대와 펜리르 부대가 협공하여 섬의 몬스터들을 싹 쓸어 낸다는 계획이었다.

아담은 MFP를 설치할 동안 몬스터들의 저항이 극렬할 거라고 말을 했다.

이곳 하와이 제도의 몬스터들은 MFP의 존재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으며, 몇 차례나 호놀룰루 기지의 MFP를 파괴하려 기습 공격을 감행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자 최근에는 아예 오아후 섬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오아후 섬에 있던 몬스터들이 죄다 몰로카이 섬으로 이주를 했다는 못 믿을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