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189화 (189/297)

# 189

현질 전사

-8권 15화

카니발 옥토퍼스는 특이하게 머리처럼 생긴 부위에 입이 붙어 있었다.

일반적인 문어들처럼 다리 중간에 입이 있다고 생각하다가는 단숨에 잡아먹히고 만다.

쩍 벌린 입 안에는 상어처럼 촘촘하게 이빨이 붙어 있었다.

한 번 물리는 것만으로도 살과 뼈가 갈려 나간다.

아담은 이를 악물고 그쪽으로 달려가 탱커를 집어삼키려는 카니발 옥토퍼스를 후려쳤다.

퍼억!

식인 문어 전용 작살이 카니발 옥토퍼스의 다리를 찌르자 놈이 부그르르 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쳤다.

그러자 그 다리에 붙잡힌 탱커의 몸에서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끄어......!"

그때였다.

카니발 옥토퍼스의 미간으로 무언가 날아들더니 곧 놈의 머리가 펑, 하고 터져 나갔다.

촤아아악!

온갖 부산물이 비산하는 가운데 탱커를 붙잡은 채로 발광하던 다리의 움직임이 늦춰졌다.

카니발 옥토퍼스는 죽고 나서도 신경이 살아 있어 그 다리에 한 번 붙잡히면 풀려나기가 쉽지 않았다.

아담이 서둘러 탱커를 옥죄고 있는 다리를 뜯어내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전신의 뼈가 부러져 버린 탱커가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러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정대식이 그를 만류하며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강화."

곧 그의 손이 파르랗게 빛나더니 정대식이 두 손으로 죽은 카니발 옥토퍼스의 다리를 붙잡고 아예 찢어 버렸다.

부우욱!

살 뜯기는 소리가 나며 비로소 탱커가 자유의 몸이 됐다.

그러나 이미 늦었는지 쇼크가 와서 탱커가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러자 그에게로 정대식이 또 무언가를 했다.

"각성."

그의 손에서 흘러들어 간 빛이 탱커를 스치자 그의 경련이 멎었다.

아담은 서둘러 포션을 꺼내 그에게 들이부었다.

정대식은 부상자를 옮기기 위해 달려오는 군인들을 보며 아담을 향해 말했다.

"이놈들, 상당히 위험한 놈들이군요."

그가 한국어로 말을 했기에 아담은 저도 모르게 반문을 던졌다.

「예?」

정대식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엔트로피를 떨어트려 놨더니 좀 헷갈려서. 그 녀석을 통해서 통역을 하고 있는 거라.」

정대식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대원들을 데리고 물러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부상자가 속출하겠군요. 대원들을 후퇴시켜 주시면 이놈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아담은 깜짝 놀라 물었다.

「지금 혼자서 이 많은 식인 문어를 상대하겠다는 겁니까?」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 소모는 상당하겠지만, 그러는 편이 낫겠습니다. 곧 이 주변이 어두워질 테니 아무도 접근시키지 마십시오.」

정대식은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몇 발짝을 걸어가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아, 그리고 가능하면 음식을 준비해 주십시오.」

아담은 뜬금없는 요구에 황당한 표정을 했다.

「음식이라고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정대식은 곧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렇게 걷는 그의 주변으로 마치 급격하게 해가 기우는 것처럼 그림자들이 쭉 빨려 갔다.

곧 그 그림자들은 우뚝 일어서 어둠이 되었고, 짙은 안개와 같이 사방으로 흩어져 정대식의 모습까지도 집어삼켜 버렸다.

* * *

정대식이 검은 안개 속으로 초연히 걸어간 후.

해안가는 한동안 정체 모를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한낮의 해변에 그 같은 밤이 내려와 있는 것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카니발 옥토퍼스를 거슬러 가며 움직였다.

그리고 어둠이 비킨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카니발 옥토퍼스의 흔적이 남아 있기는 했다.

빠져서 굴러 나온 눈알이나 뜯겨 나간 다리, 그리고 모래와 수풀을 검게 물들인 핏자국 따위가 고스란히 남았다.

그러나 그 많은 카니발 옥토퍼스를 모조리 물리쳤다면 놈들의 사체가 산을 이루어야 마땅했다.

한데 수많은 식인 문어들이 다 어떻게 된 것인지 어둠이 걷힌 자리에는 도살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 온전한 사체가 거의 없었다.

어쩌다 형체가 남아 있는 것들도 머리 가죽이 뜯겨 나가고 다리가 잘려 있는 둥,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흡사 지나치게 굶주린 나머지 미쳐 버린 야수 한 마리가 날뛴 것 같은 흔적이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다리들에 정체불명의 커다란 이빨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아담은 카니발 옥토퍼스가 무언가에 잡아먹힌 게 아닌가, 하고 오싹한 짐작을 했다.

카니발 옥토퍼스를 처치하겠답시고 간 사람은 정대식인데, 그럼 그가 그 많은 식인 문어들을 모조리 회 쳐 먹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다행히도 해안을 장악하고 있던 어둠이 걷히고, 얼마 남지 않은 카니발 옥토퍼스가 모조리 바다 속으로 도망쳐 버린 저녁.

바다가 석양으로 붉게 물드는 시각, 작전 구역으로 되돌아온 정대식은 아담을 발견하자마자 그가 부탁했던 것을 요구했다.

"머, 먹을 것 좀......."

아담은 몇 달은 굶주린 사람처럼 눈이 쑥 들어가 배를 붙잡고 헐떡거리는 정대식을 보고 몹시 의아해했다.

그러나 정대식의 사정이 다급해 보였기에 자세한 것은 묻지 않고 방어 기지에서 공수해 온 식량을 내놓았다.

정대식은 작전 구역 한쪽에 쪼그려 앉아서 그것들을 정신없이 뜯어 먹었다.

허겁지겁 먹는 꼴이 걸인이나 다름없어 카니발 옥토퍼스를 어떻게 처치한 것인지 물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다 잠시 후에는 정대식에게 무언가를 물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정대식이 푸드 파이터라도 되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 치운 탓이었다.

"으음...... 조금 부족한데......."

넋을 놓고 정대식의 파괴적인 식사 시간을 지켜보던 아담은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했습니까?」

「아, 그것이.」

정대식은 좀 머쓱해하며 말했다.

「모자란데 조금 더 먹을 수는 없겠습니까?」

아담은 내심 경악했지만 잠자코 음식을 더 내왔다.

그것까지 모조리 먹어 치우고 나서야 정대식은 이제야 허기가 좀 가신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정대식 씨가 카니발 옥토퍼스를 처치해 주신 덕분에 MFP 설치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밤새 작업하면 내일 아침에는 MFP를 작동시킬 수 있을 것 같다더군요.」

「그것 참 다행이네요.」

「고원 쪽의 화산 골렘도 다 처치하셨다고 하니, 파견대를 도로 불러들였습니다. 날 밝을 때까지만 작전 구역을 방어하고 나면 이곳에 진영을 차리고 재정비를 하는 대로 이 섬에 남아 있는 몬스터를 일소할 수 있을 겁니다.」

「잘됐군요.」

정대식은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 내며 말했다.

「그럼 서펜트를 처치하고 빅아일랜드로 건너갈 궁리를 해 볼까요?」

정대식이 태연하게 하는 말에 아담은 당황해서 대답했다.

「아직 라나이와 마우이 섬이 남아 있습니다만.」

「그 두 개의 섬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하와이 섬을 되찾아야 하와이 제도를 수복했다 할 수 있지요. 라나이와 마우이는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서펜트와 헤르보르를 상대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놈들에게는 MFP 장비가 통하질 않고, 바다와 하늘이 다 막힌 상태입니다. 바다를 건너려면 서펜트를 상대해야 하고 하늘로 가려면 헤르보르를 상대해야 하니 하와이 섬에 상륙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말입니다.」

「헤르보르의 위력이 그 정도라는 말입니까?」

아담은 이자가 사태 파악을 못하고 태평한 소리를 하는구나 싶어서 입술을 깨물었다.

「헤르보르는 그런 것이 지상을 걸어 다닌다고 생각키 어려울 만큼의 초대형종입니다. 서펜트 못지않은 크기란 말입니다. 게다가 티르빙이라고 불리는 장검을 갖고 있어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족족 격추시킵니다. 그건 근거리와 원거리 공격이 전부 가능합니다. 심지어는 놈이 보기에 날파리만 한 드론까지도 놓치지 않아요. 거기에 관련된 자료를 보내 드렸을 텐데요. 거기에 첨부된 영상을 보지 않은 것입니까?」

정대식은 아담의 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한 태도를 버리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아뇨, 봤습니다만. 제아무리 강대한 몬스터라도 어차피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 아닙니까? 그 시기를 앞당긴다 해서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놈들을 공략할 방법을 알았더라면 피닉스 공격대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서펜트나 헤르보르 둘 중 한 마리만 있었더라도 한국까지 요청이 갈 일은 없었겠지요.」

아담은 자신은 손댈 수 없는 문제라는 식의 제스처를 취했다.

팔짱을 끼고 묵묵히 정대식을 쳐다본 것이다.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했다.

「초대형종 두 마리가 육지와 해상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으니 상대하기가 어렵긴 하겠지요. 그럼 지금부터 제 계획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디 한 번 말씀해 보시지요.」

아담은 거만하게 고개를 까닥였고 정대식이 순순히 입을 열었다.

「간단합니다. 두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없다면, 상대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두 마리가 서로 싸우게끔 만든다는 겁니다.」

아담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서펜트와 헤르보르를요?」

「그렇습니다.」

정대식은 씩 하니 웃어 보였다.

「듣자 하니 피닉스 공격대에 아주 인상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 있더군요. 그리고 저희 파견대에도 그만큼 특이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있습니다. 제가 힘을 실어 준다면, 그 두 사람이 서펜트를 아군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Chapter 48. 서펜트 공략

피닉스 공격대는 오랫동안 군대와 함께 활동해 와서 그런 것인지 겉모습만 보면 군인이 아닌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PCC에서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전투 복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PCC에서 제공되는 헬멧과 전투복, 방어구, 자동 소총과 배틀 나이프 등의 기본적인 지급품은 그 품질이 상당히 뛰어났다.

미국은 던전 자원을 이용한 기술 혁명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였다.

벌써 7년 전에 초능력 연구 개발 기관인 NPRD를 설립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던 것이다.

그 결과 MFP와 같은 무기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으니, 그와 같은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지급품은 그 품질이 우수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간에 겉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피닉스 공격대는 다종다양한 능력자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PCC가 공격적인 캐스팅으로 수많은 헌터들을 모아들였으니, PCC 산하의 공격대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피닉스 공격대가 다채로운 인재를 갖추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피닉스 공격대에 테이머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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