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
현질 전사
-8권 18화
그러자 제트 스키가 기울어지는 순간을 틈타 물속에서 워킹 머맨들이 확 솟구쳐 올랐다.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찰나를 틈타 팔다리를 벌린 놈들이 흉악한 주둥이를 딱딱거리며 유인조를 공격해 왔다.
정대식은 주먹으로 머리를 깨물려고 달려드는 워킹 머맨들의 대갈통을 후려갈겼다.
빠악!
"꾸엑!"
주먹에 직격당한 워킹 머맨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으나 그보다 더 많은 워킹 머맨이 공중으로 물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정대식은 재깍재깍 주먹을 날려 워킹 머맨들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놈들을 오른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사냥칼을 쥐고 닿는 대로 워킹 머맨의 비늘을 쑤셨다.
그러자 비늘 조각이 사방팔방으로 날리며 비린내가 자욱하게 풍겼다.
"퀴엑!"
퍼벙!
"취에엑!"
펑!
박무원은 정대식과는 반대로 왼손으로는 워킹 머맨을 후려쳤고 오른손으로는 본인의 능력으로 만들어 낸 마력 샷건으로 워킹 머맨의 머리통을 족족 날리고 있었다.
소강두도 2단계 변신을 한 상태인지라 워킹 머맨 정도는 손쉽게 상대를 하고 있었다.
다른 두 대의 제트 스키에 타고 있는 피닉스 공격대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워킹 머맨들을 후려쳤다.
그러나 워낙에 수가 많았기에 워킹 머맨들을 상대로 힘을 뺄 수는 없었다.
정대식은 다시 한 번 엔트로피를 재촉했다.
'아직이냐!'
<곧 찾을 겁니다.>
'서둘러야 해!'
<......찾았습니다.>
곧 링크된 시야로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무언가 희고 거대한 것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제트 스키가 일으키는 소음과 피 냄새, 그리고 워킹 머맨들이 일으킨 소란을 듣고 마침내 서펜트가 나타난 것이다.
정대식은 엔트로피를 통해 서펜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그쪽을 향해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서펜트가 나타났다! 모두 두 시 방향으로 전개해!」
부아아아아아아앙!
다섯 대의 제트 스키가 달라붙는 워킹 머맨들을 뿌리치며 두 시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정대식은 늦지 않게 선회하라고 신호를 보내었고, 올리버를 사이에 두고 소강두와 가까이 붙었다.
정대식은 곧 소강두에게 어그로를 끌라 명령하고 올리버에게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시작하라고 말했다.
「올리버!」
「예!」
올리버는 잠시 눈을 감고 집중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초록색을 한 마력의 빛이 일렁일렁 일어났다.
그동안 정대식은 서펜트를 유인하기 위하여 소강두와 함께 어그로를 끌었다.
"3단계, 변신!"
"도발!"
"그워어어어어어엉!"
소강두의 피어 섞인 울음소리가 나팔 소리처럼 널리 번져 나가고 정대식이 스킬까지 사용하자 어느 순간부터인가 워킹 머맨이 사라져 있었다.
정대식은 서펜트가 가깝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연이어 스킬을 발동했다.
"적의 집중!"
촤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별안간 크게 파도가 치며 하마터면 제트 스키가 뒤집어질 뻔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서펜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서펜트다!"
"서펜트다!"
제트 스키를 모는 피닉스 공격대원들이 악을 썼고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목청을 높여 서펜트의 등장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정작 서펜트에 가장 가깝게 있던 유인조는 그 모습을 돌아보지는 못했다.
서펜트의 시선을 끌며 거리를 벌리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다만 정대식만큼은 서펜트와 덩달아 물 위로 솟구쳐 올라온 엔트로피의 시야를 통해 서펜트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우라지게 크군!'
처음에는 엔트로피의 시야가 무언가로 가린 줄 알았다.
보이는 것이 온통 흰 거라서 순간 착각이 일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 눈처럼 새하얀 비늘이 빽빽하게 뒤덮여 있는 서펜트의 거대한 몸뚱이였다.
그 비늘을 타고 수천만 개의 물방울들이 알알이 흘러내리는 광경이 보였다.
엔트로피가 높이 날아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난 후에야 서펜트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놈은 살무사처럼 세모꼴의 머리에 새빨간 눈을 하고 있었다.
그 아래로 뻗은 목은 고대에서 온 공룡마냥 길고 길었는데, 물 밑에 잠겨 있는 몸뚱이는 잠수함같이 거대한 유선형을 그리고 있었다.
목격되는 모습이 주로 목 위인지라 서펜트가 뱀처럼 생겼다고 착각을 하기가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물속에 잠겨 있는 긴 목 아래는 오히려 지느러미가 많이 달린 고래와 비슷했다.
말하자면 고래의 몸뚱이에 뱀의 목과 머리가 붙은 셈이다.
서펜트는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것만으로도 제트 스키까지의 거리를 대폭 줄였다.
놈이 헤엄을 치며 머리를 수면으로 갖다 박자 엄청난 파도가 일어나며 제트 스키가 뒤집어질 듯 위태롭게 출렁거렸던 것이다.
실제로 제트 스키 한 대가 뒤집어지며 타고 있던 대원들이 물속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남은 네 대의 제트 스키는 간신히 균형을 되찾고 죽어라고 함정이 설치된 해변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다시금 물속에 잠겼던 서펜트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촤아아아아아!
또다시 파도가 일며 서펜트가 제트 스키 한 대를 통째로 입에 물어 집어던졌다.
"으아아아악!"
낙오된 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을 날았고, 곧 서펜트가 아래로 떨어지는 대원 한 명을 낚아채 삼키려고 입을 쩍 벌렸다.
그 광경을 보고 정대식은 곧장 허리를 꺾었다.
"마력장!"
둥근 구체 형태의 마력장이 날아가 서펜트를 때렸으나 강대한 서펜트의 비늘을 뚫지는 못했다.
마력장은 공이 부딪치는 정도의 충격만을 서펜트에게 안긴 채 흩어져 버렸다.
그러나 대원을 잡아먹으려는 시도를 무마시킨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더불어, 서펜트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원래는 붉었던 서펜트의 눈이 녹색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자 저쪽에 있던 올리버가 정대식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됐습니다!」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였고 제트 스키를 모는 피닉스 공격대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자 제트 스키가 한층 더 속도를 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서펜트가 어마무시한 기세로 쫓아왔다.
올리버가 테이밍을 통해 서펜트가 정대식에게 어그로가 꽂히도록 조작한 것이다.
과연, 올리버의 능력이 제대로 들어 먹혔는지 서펜트는 다른 주위의 제트 스키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정대식만을 쫓아왔다.
제아무리 정대식이 도발이나 적의 집중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초대형종을 상대로는 잠깐 시선을 끄는 정도밖에는 되지가 않았다.
초대형종의 입장에서 보기에 인간 정도는 한낱 벌레에 불과하니 어그로를 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도발이나 적의 집중 스킬이 레벨 10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껏 벌어놓은 돈을 소모해야 했다.
겨우 어그로 좀 끌자고 그만한 돈을 쓸 수는 없었고, 어그로 끌자고 투입한 탱커들을 죄다 물속에 수장시킬 수도 없었으므로 올리버의 능력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사흘 간의 훈련으로 마력량을 대폭 상승시켜 놓은 덕에, 서펜트를 뜻대로 부리는 것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놈의 분노를 촉진시켜 정대식에게 어그로가 집중되도록 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정대식은 다른 대원들의 안전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혼자서 서펜트를 끌고 해변으로 달렸다.
그러나 올리버의 능력으로 인하여 정대식에게 분노한 서펜트의 기세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샤아아아아악!"
놈의 주둥이가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를 비껴 나자가 파도가 크게 일며 제트 스키가 앞으로 확 뒤집어졌다.
정대식은 순식간에 물속으로 처박혔다.
부그르르르륵!
물거품이 요란하게 일었으나 마력장을 머리에 쓰고 있었기에 숨 쉬는 것이나 앞을 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것은 제트 스키를 몰던 피닉스 공격대원도 마찬가지였으나 물속에서는 무력한 상태였다.
정대식은 엔트로피를 시켜 공격대원을 피신시키도록 하고 물속에서 서펜트가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동굴처럼 거대한 목구멍 속에서 곧 채찍처럼 기다란 혀가 수십 가닥이 튀어나왔다.
'윽, 징그러!'
정대식은 진저리를 치며 강화된 사냥칼로 그 혓바닥을 찢어 놓았다.
그리고 피닉스 공격대에서 지급받은 장비를 사용했다.
그는 등에 산소통과 비슷한 것을 메고 있었는데, 줄을 잡아당기자 거기에서 세찬 물거품이 일며 몸이 앞으로 쑥 나갔다.
정대식은 재빨리 몸을 뒤집어 팔다리를 딱 붙인 채 화살처럼 해변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곧 서펜트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 뒤를 쫓아왔다.
그러나 해변으로 다가가자 수위가 급격하게 낮아져 서펜트의 거대한 몸뚱이가 헤엄치기에는 불가능해졌다.
무엇보다 해양 몬스터인 서펜트는 물 밖으로는 결단코 나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놈을 해변으로 유인해 처치하고자 하는 시도는 몇 번이나 있었으나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만조였고, 해변 위로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서펜트는 뱀처럼 긴 목을 뻗어 정대식을 쉬시싯 쫓아왔다.
그때 장비의 연료가 순식간에 바닥나 버려 추진력이 사라졌다.
정대식은 서둘러 무거운 장비를 내팽개치고 신속을 사용해 물이 차오르는 해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철벅철벅!
발밑이 파도에 끊임없이 무너지는 모래인데다가 물까지 차 있으니 제아무리 신속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물속에서는 서펜트의 속력이 압도적으로 빠른 관계로 놈이 내뻗는 혓바닥에 발목이 걸리고 말았다.
촤악!
"으윽!"
정대식은 앞으로 자빠졌고 넘어지기가 무섭게 몸이 물속으로 쑥 끌려갔다.
이러다간 금세 발이 닿지 않는 물밑으로 끌려가게 될 터인지라, 정대식은 부유 신체를 통해 한계까지 몸무게를 늘렸다.
그러자 끌려가는 속도가 늦춰졌고 때를 맞춰 엄호조가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타다다다다다당!
두두두두두두두두!
여전히 서펜트가 물속에 몸을 감추고 있는 관계로 아무리 공격을 해 봤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서펜트 입장에서는 모기가 무는 것처럼 따끔한 정도였을 테다.
그러나 정대식을 끌어가는 동작을 잠시 멈추게 하는 정도까지는 됐다.
그 틈을 타고 정대식은 되돌아온 엔트로피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엔트로피! 날 끌어당겨!"
엔트로피는 정대식이 뻗은 손을 붙잡아 당겼다.
엔트로피의 외양은 어린 소녀인지라 그만한 힘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엔트로피는 정대식과 마력을 공유하는 분신과 마찬가지라 정대식의 스킬뿐만 아니라 신체도 똑같은 위력을 발휘했다.
정대식의 몸이 쑥 딸려 나가고 발목에 휘감긴 혀를 끊어 낸 정대식은 몸을 일으켜 해변을 철벅거리고 달렸다.
곧 정대식에게 눈이 뒤집힌 서펜트가 해변으로 번지는 물살을 타고 끝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정대식이 도망친 곳에는 함정조가 버티고 있었다.
올리버에게 의식을 장악당한 상태이기에 해변 양쪽으로 늘어선 함정조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정대식은 서펜트의 목과 머리가 온전히 함정 구역에 들어온 것을 눈치채고 몸을 돌려 소리쳤다.
"함정 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