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219화 (219/297)

# 219

현질 전사

-9권 20화

쿠드득! 우드드득!

뼈가 자라나고 살갗이 찢기는 기묘한 소리가 울리며 미하일 소령의 모습이 거대한 한 마리의 곰으로 변했다.

'위어베어? 리칸트로피였나?'

흑곰으로 변신한 미하일 소령은 괴성을 지르면서 땅을 박찼다.

쿠웅!

도무지 그 덩치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날렵한 도약이었다. 미하일 소령이 곧 발톱으로 그리핀의 꼬리를 낚아채 끌어당겼다.

"쾌애액!"

위어베어의 힘에 땅으로 끌려 내려온 그리핀을 미하일 소령은 있는 힘껏 집어 당겼다.

쿠과아아앙!

숲 사이로 집어 던져져 처박힌 그리핀이 날개를 퍼득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 그리핀에게로 덤벼든 미하일 소령이 그리핀의 모가지를 물었다.

"뀌아아아악!"

그리핀이 괴성을 지르며 미하일 소령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러나 미하일 소령은 집요하게 그리핀의 목을 물고 늘어졌고 곧 두 마리 괴수의 혈투가 벌어졌다.

그 틈을 타 정대식이 마력장을 그리핀에게로 집어 던져 놈의 발톱과 꼬리를 봉쇄했다. 두 날개에도 허미래가 디버프를 가하고 서지원이 마력 강탈로 그리핀의 기운을 빼놓자 미하일 소령이 힘으로 그리핀의 날개 한쪽을 완전히 뜯어놓았다.

우두두둑! 뿌지지직!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면서 깃털과 함께 핏덩어리로 뭉쳐진 날개 한 짝이 저만치로 날아갔다.

날개 한쪽을 잃은 그리핀은 살기 위해 버둥거렸으나 미하일 소령이 계속 목을 물고 있는 상태였다. 곧 그리핀은 그르르륵 피거품을 끓으며 절명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미하일 소령이 사납게 그리핀의 목을 물고 흔들었다.

"크르르르르!"

곧 그리핀의 목을 놓은 미하일 소령이 피에 젖은 채 허공을 보고 울부짖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그 모습이 한 마리 야수나 다름없어 정대식은 좀 긴장했다. 소강두가 이성을 잃는 광경을 여러 번 보았기에 혹 미하일 소령도 그 지경이 된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미하일 소령은 곰의 모습이 된 채로 이쪽을 휙 돌아보더니만, 곧 변신을 해제했다.

슈르르륵!

마력의 빛이 흩어지며 미하일 소령은 곧 누더기를 겨우 걸친 알몸뚱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자 부하 한 명이 달려와 즉시 겉옷을 내주었다.

그걸 대충 두른 미하일 소령이 얼굴에 칠갑이 된 피를 닦으며 정대식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추한 모습을 보였군요.」

정대식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보다, 위어울프로 완전히 변신하셨는데도 이성을 유지하시는군요.」

미하일 소령은 차갑게 말했다.

「변신한다고 이성을 잃어버린다면 그게 짐승과 뭐가 다릅니까?」

맞는 말이라 정대식은 입맛을 쩝 다셨다.

그들은 사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사망자들의 조각난 시체를 모아서 땅에 묻고 해가 뜰 때까지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그나마 숲이 그리핀의 영역이어서 그런 것인지 더 이상 다른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다. 아침 해가 뜰 때쯤 숲 가장자리에 이르러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 * *

잠시 햇살이 비치는가 싶더니 금세 먹구름이 끼어 하늘을 가려버렸다.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일행은 다시금 길을 떠났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해 멀쩡하던 길이 별안간 수렁으로 변해 차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꿀렁꿀렁!

「핀치카스다! 차에서 내리지 마라!」

「핀치카스라고요?」

미하일 소령이 다급히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고 정대식이 물었다. 그러자 미하일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설명했다.

「늪과 같은 형태를 한 몬스터들입니다. 이놈들은 지나가는 차를 습격해 사람들이 튀어나오게 하여 통째로 집어삼켜 버립니다. 차를 못 쓰게 만들어버리기 전에 처치해야 합니다.」

「공략법은 뭡니까?」

「얼리면 됩니다, 빙계 스크롤을 갖고 계십니까?」

정대식은 갖고 있는 스크롤 뭉치를 뒤져 빙결 스크롤을 찾아냈다. 그걸 고덕화에게 넘겨주자 차에 매달려 지붕 위로 올라간 고덕화가 천강벽수선을 휘둘러 실라이론을 불러냈다.

콰아아아아!

냉기를 품은 바람이 몰아치며 차를 집어삼키던 늪이 꾸득꾸득 얼었다. 고덕화가 천강벽수선으로 얼어버린 늪을 후려치자 그게 산산조각이 났다.

서둘러 핀치카스를 처치한 덕분에 차를 전부 잃어버리지는 않을 수 있었으나, 한 대는 하부 프레임이 완전히 찌그러지는 바람에 쓸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나머지 차에 억지로 나눠 타고 보급품이 실려 있는 짐칸에도 구겨 탔다.

그 상태로 달리던 중,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보댜노이들이 습격해왔다. 보댜노이들을 처치하기는 어렵지 않았으나 놈들은 수가 많았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가며 끊임없이 일행을 공격해왔다.

「약아빠진 놈들 같으니라고!」

질 것 같으면 흩어졌다가 다시 세를 불려 덤벼오는 보댜노이들의 공격이 반나절 가까이 이어지자 미하일 소령이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대원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져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놈들이 치명타를 입히지는 못하겠으나 이대로라면 피로감으로 인해 본게임이 시작하기도 전에 나가떨어질 판국이었다. 결국 정대식이 해결을 보기로 하고 김송근을 불러내었다.

"아무래도 네가 활약할 차례인 것 같다."

"알겠습니다. 뭐든 명령만 해주십시오."

정대식은 김송근의 팔을 가볍게 붙잡고 섰다.

"마력 접속."

"으윽!"

파아아아앗!

그들이 맞닿은 자리가 빛이 나며 김송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정대식은 갑작스레 밀려드는 해일과 같은 마력의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그를 닦달했다.

"시작해!"

"아, 알겠습니다!"

마력 접속은 러시아를 떠나오기 전에 정대식이 획득해 놓았던 새로운 스킬 중의 하나였다. 체르노보그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몬스터들의 소굴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데, 과연 어떤 스킬이 도움이 될지 궁리를 많이 했던 것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보조 스킬이었다. 더욱 강력한 공격 스킬을 획득할 수도 있었으나, 그것은 현재 갖고 있는 공격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보다 다양다종한 능력은 펜리르 부대원들이 충분히 보유를 하고 있었다. 정대식은 그들의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방법을 찾았다.

'아무리 내가 강하다고는 해도 나는 한 몸이다. 엔트로피까지 동원을 해도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지. 그럴 거면 부대원들이 필요치도 않을 것이다. 전력 상승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부대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스킬일 것이다.'

그러한 판단으로 여러 개의 보조 스킬을 추가 획득해 러시아로 날아왔던 것이다.

개중 하나인 마력 접속 스킬은 말 그대로 정대식과 다른 이능자가 서로 연결되어 상대방의 마력을 본인 것처럼 가져다 쓸 수 있는 스킬이었다.

아직 레벨이 2단계밖에 되지 않아 반드시 신체 접촉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기는 했지만, 어마어마한 정대식의 마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마력 접속만 발동하면 어느 부대원이든 간에 정대식의 수준에 다다른 능력을 쓸 수가 있었다.

"으아앗! 100분형!"

파아아아아아아앗!

김송근의 몸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정대식의 마력이 쑥 빨려 나갔다. 마력의 빛이 일정한 형태를 띠며 사그라지자 무려 100명이나 되는 김송근의 분신이 나타났다.

그들이 일제히 보댜노이 떼로 덤벼들자 무언가 심상찮은 것을 눈치챈 놈들이 사방팔방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서지원!"

"옙!"

정대식의 외침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서지원이 나섰다.

"공간 분리!"

보댜노이들을 상대하며 찔끔찔끔 마력을 모아두고 있던 그가 일제히 마력을 방출하며 방대한 규모의 능력을 사용했다. 보댜노이 떼 주변의 공간이 분리되며 놈들이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곧 분신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보댜노이 떼를 작살내기 시작했다.

퍼억!

"캬아!"

퍼버벅!

"꽤애액!"

한바탕 소란이 지나치고 사방이 잠잠해졌을 때는 보댜노이 떼의 사체가 수북했다. 김송근은 분신술을 해제했고 정대식은 마력을 전송하느라 붙잡고 있던 그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듯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은 김송근이 넋 나간 표정으로 정대식을 올려다보았다.

"대장님...... 대체......?"

정대식은 대답 대신 슬쩍 웃었다. 김송근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실은 본격적인 몬스터 사냥을 시작하면서 정대식은 쉴 새 없이 상태증진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미 각 상태증진 스킬을 레벨 5까지 높여놓았으므로 한번 발동으로 최대 다섯 시간까지 그 효과가 유지되었다. 그 스킬 여섯 종을 계속해서 발동시켜놓은 상태로 움직이고 있으니, 정대식은 현재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현재, 정대식의 신체 상태는 근력 30, 마력 50, 체력 49, 오감 30, 민첩 35, 행운 35에 달해 있었다. 아마 지금 스테이터스 측정을 해본다면 그의 수준은 2등급에 다다라 있을 터였다.

정대식은 김송근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 정도로 놀라지 마라. 아직까지 체르노보그를 쓰러트릴 수준은 안 되니까."

"대장님은 도대체가 얼마나 강해지시려는 겁니까?"

김송근이 혀를 내두르며 하는 말에 정대식은 무슨 소리 하냐는 듯 대꾸했다.

"남 말 하듯 이야기하는군. 체르노보그를 사냥할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자신들 역시도 암흑신이라 칭해지는 그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김송근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정대식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 말했다.

"조만간 너희들 역시도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이동한다."

* * *

보댜노이 떼거지를 처치한 덕분에 한동안은 따라붙는 몬스터가 없었다. 멀리 그리핀 서너 마리가 배회하는 것이 보였으나 그들을 쫓아오지는 않았다.

일행은 해가 질 때까지 차를 달려 사방이 깜깜해질 무렵에 벌판 한가운데 돋아난 나무 아래 멈춰 섰다. 거기서 쉬어가기로 하고 야영준비를 하면서 정대식은 미하일 소령을 보고 물었다.

「아직 해가 질 시간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암흑 영역, 즉 모스크바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흘 뒤쯤이면 포로녜치의 영역에 접근하게 될 것입니다.」

「예상되는 몬스터는 뭐가 있습니까?」

「가장 먼저 숲 등지에서 데스 레인저를 만나게 될 겁니다.」

「데스 레인저라고요?」

「구울이나 좀비와 같은 놈들이라 생각하면 됩니다만, 죽은 군인들의 망령이라 총을 씁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서 다소 성가시죠. 그래도 기껏해야 8~9등급 몬스터라 상대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는 데스 솔져들인데, 이놈들은 폐허가 된 마을 주변에서 출몰합니다. 기습에 능하고 군인들의 망령이라 사력이 깃들어 있는 화기를 씁니다. 간혹 가다가 탱크를 몰고 나타나기도 하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듣자 하니 그놈들과 싸우는 건 전쟁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겠군요.」

「맞습니다. 특히 데스 스나이퍼와 오피서를 주의하는 게 좋을 겁니다. 데스 스나이퍼의 총에 한 방 맞으면 그대로 죽습니다. 보통 수준의 강화나 방어구가 통하지 않으니까요. 오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놈들은 총검술을 쓰는데 보통 데스 솔져들과는 달리 상당히 강해서 죽이려면 진땀을 뺄 겁니다.」

「그놈들 말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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