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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 전사-225화 (225/297)

# 225

현질 전사

-10권 2화

그의 입에서 몬스터의 시커먼 사력이 쏟아져 나오며 좌우로 갈라졌다.

곧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한 몬스터 떼 가운데로 일그러진 공간이 생겼다.

정대식은 즉시 부대원들을 손짓해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가자! 신속!"

타다다닷!

정대식이 신속 스킬을 뿌린 덕분에 부대원들은 순식간에 그 길을 내달려 성채 앞에 다다랐다.

그 성채는 가까이서 보자 위용 아닌 위용이 한층 대단했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까마득히 높은 성채 끄트머리에서, 공격을 눈치챈 바바야가들이 일제히 손을 휘둘렀다.

"캬라라라라라!"

그러자 성채 위의 무기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펜리르 부대원들을 겨냥해왔다.

곧 무지막지한 화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다!

콰과과과과광!

퍼버버버벙!

정대식은 즉시 마기장을 펼쳐 그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마기장을 큰 구체로 만들어 각 팀에게 씌웠다.

"돌격한다! 명심해라, 5분 안에 처치해야 한다! 엔트로피, 카운터를 해줘!"

<알겠습니다.>

동시에 바바야가를 쓰러트려야 했기에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 예감하며 정대식은 미하일 소령과 함께 마기전을 써서 성채 위로 날아올랐다.

곧 고덕화와 김송근, 이재우와 기철민으로 나눈 팀들도 각자가 도맡은 바바야가에게로 달려갔다.

"캬캬캬캬캬캬!"

바바야가는 웃음소리인지 뭔지 모를 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손에 든 나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 시체가 떠올라 거기에 화르륵 불이 붙었다.

그게 마치 파이어 볼과 같은 모양새가 되어 정대식과 미하일 소령에게로 날아왔다.

"마기장!"

정대식은 마기장을 방패처럼 펼쳐 들어 그 파이어 볼을 탕탕 쳐냈다. 그러기가 무섭게 쉴 새 없이 다음 공격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또 뭐냐!"

주위의 공기가 따끔따끔하다 싶더니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꽈르르릉 하며 내리꽂히는 번개를 피해 정대식과 미하일 소령이 양쪽으로 찢어졌다. 그러자 위어베어로 변신한 미하일 소령이 정대식을 향해 소리쳤다.

「제가 놈의 이목을 끌 테니까 그사이에 억류하십시오!」

단번에 죽이라면 바바야가를 처치하는 게 어렵지 않겠지만 다른 팀들과 타이밍을 맞춰야 하다 보니 몇 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보아하니 김송근이 3분형으로 바바야가에게 덮쳐드는 가운데 고덕화가 실라이론이 만든 바람벽에 바바야가를 가두려 하고 있었다.

이재우와 기철민 쪽도 티르브링어의 말 그대로 눈부신 활약으로 바바야가를 잘 막아내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엔트로피의 신호에 맞추어 바바야가를 처치하는 게 어렵지 않을 듯했다.

그때 허공에 뜬 엔트로피가 말했다.

<1분 남았습니다.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60, 59, 58.......>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가운데 미하일 소령이 바바야가에게 사납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바바야가는 공간 이동과 같은 기술로 미하일 소령의 무시무시한 발톱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온갖 공격 마법으로 미하일 소령을 괴롭히고 있었다.

"마기장!"

정대식은 바바야가가 나타날 때를 노려 마기장을 날려 가두려고 했으나 얼마나 그 속도가 빠른지 놈을 잡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30초 안쪽으로 줄어들자 마음에 초조해졌다.

정대식은 정신을 집중해 조준 스킬을 써서 마침내 바바야가를 마기장으로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잡았다!"

그때였다.

별안간 엔트로피의 카운트다운이 멎었다.

이재우와 기철민이 있는 곳에서 번쩍이는 티르브링어의 불꽃이 솟았다.

정대식은 인상을 찡그렸고 엔트로피가 곧 상황을 알려왔다.

<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카운트가 리셋 됩니다. 5분 남았습니다.>

정대식은 성급하게 바바야가를 처치해버린 이재우와 기철민 팀을 굳이 탓하지는 않았다.

단 1초의 어긋남 없이 동시에 바바야가를 죽이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기장에 가둔 바바야가를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마기장에 갇힌 바바야가는 발악을 하며 거기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으나 쉽지 않을 터였다.

그 어떤 공격도 마기장을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이 되었다.

그때, 바바야가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짓을 벌였다.

"아니?"

스스로 자해를 한 것이다.

"캬아아아아아아!"

바바야가는 들고 있던 뾰족한 나무 지팡이로 제 가슴을 찔렀다. 그러자 바바야가의 모습이 연기처럼 스르륵 흩어져 버렸다.

나무 지팡이만 제자리에 남아버려 정대식은 당황했다. 그럼에도 마기장을 풀지 않고 있는데 미하일 소령이 소리를 쳤다.

「속지 마십시오! 이놈들은 세 마리가 동시에 죽지 않는 이상 다시 부활합니다! 그리고 부활하면 모든 능력이 복구됩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팡이 주변으로 연기가 어른거린다 싶더니 바바야가가 다시금 나타났다. 그리고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르자 별안간 강력한 충격이 마기장을 때렸다.

그 바람에 마기장이 파훼 되어버리고 바바야가가 밖으로 탈출했다.

"젠장!"

도망치려는 바바야가를 미하일 소령이 잽싸게 후려쳤다.

그의 거대한 앞발이 바바야가의 메마른 머리통을 짓밟았다.

그와 동시에 바바야가의 지팡이가 그를 향해 번쩍였다.

「으아아아악!」

"미하일 소령!"

정대식은 이를 갈며 쓰러진 미하일 소령에게서 도망치려는 바바야가에게 스킬을 날렸다.

"교란!"

허공으로 달아나려던 바바야가는 교란에 당해 퍼뜩 도망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때 다시금 엔트로피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60, 59, 58, 57.......>

교란으로 어지러워하던 바바야가는 금세 제정신을 차리고 정대식에게 공격을 가해왔다.

지팡이를 휘두르며 번쩍이는 빛을 정대식에게 마구 쏴대는데 맞으면 적잖이 위험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정대식은 신속으로 그 공격을 피하며 타이밍을 쟀다.

곧 엔트로피의 카운트다운이 30초 이내가 되었다.

정대식은 드래곤 스킨 아머로 다크 미스트를 불러왔다.

쿠구구구구구구!

몬스터들조차 두려워하는 어둠이 밀려들어 시야가 가려지자 바바야가는 도망을 치는 대신 파이어 볼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큰 불덩이를 만들어내었다.

화르르르륵!

어둠을 내쫓는 불덩이를 만들어낸 바바야가가 그것을 정대식에게로 집어 던졌고, 정대식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엔트로피의 카운트다운이 끝까지 다다른 것이다.

<5, 4, 3, 2, 1.......>

"강화 강력권!"

정대식이 스킬을 발동함과 동시에 다른 팀에서도 일제히 최후의 공격이 가해졌다.

"일점파격!"

"천래일섬!"

"끼에에에에에에에!"

"캬아아아아아아아!"

"캬우우우우우우우!"

바바야가 세 마리의 비명이 메아리를 치는 가운데, 그들의 모습이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정대식은 다크 미스트를 흩어버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고, 그러자 쓰러져 있는 미하일 소령이 눈에 들어왔다.

"미하일 소령!"

정대식은 그에게로 달려가 위어베어에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그를 부축해 안았다.

그러자 바바야가의 공격에 왼쪽 얼굴이 다 날아가다시피 한 게 보였다.

"치료!"

정대식은 서둘러 그의 상처를 낫게 하면서 포션을 찾아내 그 입에 들이부었다.

빠른 처치로 미하일 소령의 상처가 아물었으나 터져버린 안구나 오그라든 살갗은 복구가 되지 않았다.

"미하일 소령, 괜찮습니까?"

정대식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앉았다.

그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가 사실이었는지 한쪽 시력을 잃게 된 판국에도 그는 의연해 보였다.

곧 부대원들이 그들에게로 모여들었고, 정대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벽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아직 서지원이 공간 분리 스킬로 그들이 있는 성채 위쪽과 아래에 득시글거리는 몬스터들을 완전히 나누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서지원이 쏟아낸 사력의 영향으로 몬스터들의 모습이 한층 흉포해 보였다.

흥분한 놈들이 미친 듯이 성벽을 기어오르려고 애를 쓰는 중이었다.

"서둘러야겠군."

정대식은 엔트로피에게 의식으로 명령을 내렸다.

'엔트로피, 마력 접속의 레벨을 10까지 높이겠다.'

<마력 접속 스킬을 Lv1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70억을 차감합니다.>

상점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할 판국에 자꾸만 야금야금 쓰게 되니 속이 쓰렸다. 그러나 체르노보그를 맞닥뜨리기 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니, 돈을 아낀다고 우물쭈물할 수는 없었다.

정대식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체르노보그를 쓰러트리고 나서 획득할 마정석이었다.

그것의 값어치가 여태까지 획득한 마정석들과는 비교가 안 될 테니, 어쩌면 단번에 1조의 수입을 달성하여 상점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염려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상점 레벨 6단계로는 체르노보그를 쓰러트릴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아무래도 정대식이 가진 현금이 정해져 있다 보니, 능력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을 터였다. 그러니 자신뿐만 아니라 부대원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 여러모로 중요했다.

"기철민, 이리 와봐."

가까이 다가온 기철민에게 정대식은 다소 무리하게 들릴 수도 있는 주문을 했다.

"네가 티르브링어로 성문을 뚫어줘야겠다."

"제가요?"

기철민은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런 기철민에게 정대식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그래. 바바야가를 쓰러트리기는 했으나 성벽 위에서는 성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성문을 지키고 서 있는 문지기를 처치해야만 해."

기철민은 성문 쪽을 힐끗 보고 중얼거렸다.

"명령이라면야 해야겠지만 제가 과연 저 덩치를 쓰러트릴 수 있을지......."

"지금의 너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내 도움을 조금 받는다면 말이야."

기철민은 과연 그 말이 옳은 것인지 찰나, 의문을 떠올렸으나 곧 신뢰의 기색을 만면에 띠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지요."

성문 앞에는 미리 들은 바대로 지브리니스라 불리는 거인이 버티고 서 있었다.

성문은 굵기가 사람 허리통만 한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고, 거인의 손에는 거대한 낫이 들려 있었다.

거기에 닿으면 즉시 영혼이 빠져나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낫의 길이가 상당해서 지브리니스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그놈을 처치하고 성문을 뚫어버리기 위해 정대식은 나머지 부대원들을 서지원과 허미래 쪽으로 내려보내고 기철민과 단둘이 남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기철민을 앞장세운 뒤, 정대식은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말했다.

"내 마력이 갑자기 밀려 들어가면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나도 컨트롤에 신경을 쓰겠지만 너 역시도 의식을 놓지 말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기회는 한 번뿐이다. 이때다 싶은 순간을 놓치지 말고 티르브링어를 휘둘러라."

"예!"

"그럼...... 간다!"

정대식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외쳤다.

"마력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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