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229화 (229/297)

# 229

현질 전사

-10권 6화

"그건 확실히 그렇겠군...... 음, 일시적으로 고통을 누그러트려 주는 것은 포션도 있으니까 그건 넘어가고. 일단 완전 신체부터 획득하겠다."

<알겠습니다.>

우우우우웅-

현질창이 다시금 빛나고, 엔트로피가 말했다.

<완전 신체를 획득하고 100억을 차감합니다.>

파아아앗!

정대식의 마력이 한번 요동치는가 싶더니 전신에서 빛이 솟구치다 가라앉았다. 전과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차피 전투 상황이 되면 자연스레 체감할 수 있을 터였다.

정대식은 곧장 다음 스킬을 요구했다.

"그리고 가능한 마력 소비가 적으면서 광범위한 공격 스킬이 있었으면 좋겠어. 잡몹들을 일일이 상대하려니 피곤하단 말이지. 그렇다고 마기전이나 야마환을 남용하기에는 마력 소모와 후유증이 크고. 좀 더 효율적인 공격 스킬이 없나?"

"그게 뭔데?"

<레벨에 따른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존재들을 말살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소환 스킬의 일종으로, 소환한 사신이 대상의 수명을 앗아가는 방식이므로 마력량을 다량 소비하진 않습니다. 단, 레벨에 따라 범위와 수명에 한계가 있으므로 블랙 드래곤과 같이 수명이 길 경우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명이 짧은 잡몹들을 상대하기에는 용이할 것입니다.>

"그래, 그거 괜찮네. 아! 근데 수명을 가져가는 거면 내 주위에 있는 동료들 수명까지 가져가는 거 아냐?"

<그렇습니다.>

"그럼 안 되잖아?"

<대상 지정 제외 스킬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대상 지정 제외?"

<이 스킬은 말 그대로 지정된 대상이 정대식 님이 사용하는 스킬의 효과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획득하는 즉시 MAX가 되는 스킬로, 일일이 지정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명수에 제한이 없습니다.>

"어차피 제외한다 해봤자 내 부대원들 정도일 테니까 그건 관계없어. 아무튼 좋아. 그 두 가지 스킬을 획득하겠다."

<사신 소환 스킬과 대상 지정 제외 스킬을 획득하고 2천만 원을 차감합니다.>

"그리고 사신 소환 스킬을 10으로 높여."

<사신 소환 스킬을 Lv1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90억을 차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스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대원들의 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스킬이 있나?"

<있습니다.>

"그래?"

<마력 전이 스킬이 있습니다. 이 스킬 또한 획득하는 즉시 MAX가 되는 종류의 스킬입니다. 이 스킬은 정대식 님이 접촉하는 대상과 서로의 마력을 옮길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 마력이 가지는 특성도 전이되므로 생각하시는 바와 유사한 효과를 낼 것입니다.>

"좋아! 그거야말로 내가 찾던 스킬이야. 획득하겠어."

<마력 전이 스킬을 획득하고 100억을 차감합니다.>

몇 가지 새로운 스킬의 획득을 마친 정대식은 또 다른 스킬을 획득해볼까 궁리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수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었기에, 정대식은 기초 스킬들의 업그레이드를 선택했다.

"변화, 조작, 정신, 소환, 방출, 구현 스킬을 전부 레벨 10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

<변화, 조작, 정신, 소환, 방출, 구현 스킬을 Lv1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480억을 차감합니다.>

"그 외에도 강화 스킬과 강력권, 무적권, 반격권을 업그레이드하겠다."

정대식은 갖고 있는 자금을 투입해 기존의 스킬들을 모조리 업그레이드 해놓았다.

강화와 강력권, 무적권, 반격권과 같은 자주 사용되는 스킬들도 모조리 레벨 10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상태 증진 스킬 6종과 대상 지정 상태 증진 스킬 6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은 돈으로는 아이템을 사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군. 부대원들이 포로녜치의 둥지로 갔으니 나도 뒤따라가겠다. 엔트로피, 먼저 날아가 길을 밝혀!"

<알겠습니다.>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 화살처럼 날아가는 엔트로피의 뒤를 쫓아 정대식도 마기전을 이용해 날아갔다.

오래지 않아 무너진 성채 뒤편으로 마치 성과 같이 기괴한 건축물이 보였다.

그것은 성채의 재료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잔해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입구에,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과 씨름 중인 부대원들이 보였다.

<저깁니다.>

정대식은 곧장 그곳으로 내려가는 대신, 새로이 획득한 스킬을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한 바퀴 몸 안에 휘돌렸다.

상점 레벨이 업그레이드되어서 그런지 여태까지의 피로가 씻은 듯이 가시고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상점이 업그레이드됨과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가 몸에 가득 찬 것이다.

정대식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몸속에 바다처럼 넘실거리는 방대한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그리고 한 점에 집중하여 신중히 스킬을 발동시켰다.

"대상 지정 제외."

파바바밧!

대상 지정 제외 스킬의 레벨이 1인지라 겨우 열 명만 제외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펜리르 부대원들의 수가 많지 않았으므로 별문제가 없었다. 그들을 스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처해놓고 정대식은 나지막이 시동어를 읊었다.

"사신 소환."

* * *

쿠구구구구구구!

시동이 발동됨과 동시에 캄캄한 하늘이 일그러지듯이 휘몰아쳤다.

마치 공간이 왜곡되듯 시야가 기이하게 비틀리는 느낌이 나면서 본능적인 불쾌감이 찾아들었다.

곧 어두운 허공을 찢어발기며 사신이 그 음산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일견 거대한 낫을 든 지브리니스와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거인의 외양을 하고 있던 지브리니스와는 달리 얼굴은 해골바가지에 그것 외엔 제대로 된 형체가 없었다.

소환된 사신은 그림자처럼 일렁이는 검은 망토 속에서 마치 마법이라도 부리듯이 큼지막한 낫을 천천히 꺼냈다.

그것 역시도 지브리니스가 갖고 있던 무기와 유사해 보였으나.......

그 성능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지브리니스가 낫이 닿지 않는 자리에 있던 정대식과 기철민에게 공격 한번 못해보고 허무하게 죽은 것을 보면, 그 무기는 물리적인 접촉이 있어야지만 효과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진짜 사신이 들고 있는 죽음의 낫은 수준이 달랐다.

사신이 소맷자락을 휘두르며 낫으로 평행선을 긋자, 그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몬스터 떼들이 일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캬악!"

"커억!"

"꾸엑!"

몬스터의 단말마는 제각각이었으나 단말마답게 외마디 소리를 내뱉고 나서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뒤로 벌러덩 자빠져 죽었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유령과 같은 연기가 어른거리면서 일어나 사신의 소맷자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광경을 본 부대원들이 기겁을 하고 제각각 방어 기술을 펼치려 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죽음의 낫이 스쳐 지나가고 나서도 부대원들의 상태는 멀쩡했다. 죽어 자빠지는 것은 오로지 몬스터들뿐이었다.

"끄아아악!"

마지막 한 마리의 단말마가 끊어지고 나자 사신은 스르륵 죽음의 낫을 거두고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지평선이 몬스터 떼의 시체로 가득 뒤덮였다.

꿈에 나올까 두려운 광경을 보고 부대원들이 경이와 공포로 몸을 떨었다.

"세상에......."

"이게 다 무슨......."

"한순간에 몽땅 죽었어!"

감탄과 탄식을 동시에 내뱉는 부대원들의 곁으로 정대식이 내려앉자, 그들이 일제히 질문을 쏟아냈다.

"방금 그게 어떻게 된 거죠?"

"그 시커먼 사신은, 설마 대장님이 부르신 겁니까?"

"굉장했어요! 어떻게 한순간에 이 많은 몬스터들이 다 죽을 수 있죠?"

그러나 정대식은 그 질문에 일일이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성채 안쪽에서 기묘한 촉수와 같은 것이 스르르 기어 나와 몬스터의 사체를 헤집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길 봐!"

정대식이 그 광경을 손으로 가리키자 다들 다시금 무기를 꼬나 쥐며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촉수는 부대원들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희한하게도 마치 죽어 있는 몬스터 떼를 뒤지는 것 같았다.

곧 촉수가 몇몇 몬스터들을 휘감아 사라졌고, 정대식은 목소리를 높였다.

"저 촉수 끄트머리에 포로녜치가 있을 거다! 따라가자!"

"예!"

펜리르 부대는 진형을 짠 상태로 일사불란하게 몬스터 시체를 휘감아 휙휙 사라지는 촉수들을 쫓아 달렸다.

그러다 보니 성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정신병자의 머릿속을 보는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온갖 잔해와 시체가 엉겨 붙어 벽과 기둥과 바닥을 이루고 있으니 성채 자체가 살아있는 거대한 몬스터의 뱃속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촉수들이 벽처럼 엉겨 붙어 있는 곳이 나왔다.

막다른 장소에 이르러 정대식은 촉수의 벽이 몬스터들의 사체를 집어삼키는 광경을 보았다. 꾸르륵, 늪 속으로 가라앉듯 벽 속으로 사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대식은 기철민을 눈짓해 말했다.

"벽을 찢어!"

기철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크게 발을 내디뎠다.

"천래일섬!"

번-쩍!

놀라운 일이었다. 기철민이 티르브링어를 휘두르기가 무섭게 촉수들이 일제히 옆으로 쫙 갈라졌다.

그 바람에 기철민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그러자 꿈틀거리는 벽 너머로 어떤 공간이 보였다.

"......뭐지?"

정대식은 성큼, 한 발을 내디뎌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

부대원들을 비롯하여 미하일 소령도 주저하며 그곳으로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안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단지와 같아 보였다.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항아리, 혹은 꽃봉오리와 같은 게 촉수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촉수 끄트머리들이 쉼 없이 그 커다란 단지의 입구로 몬스터 사체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러자 몬스터들의 사체가 반투명해서 속이 비쳐 보이는 단지 안의 액체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고, 이윽고.......

"온다!"

정대식은 단지 아래쪽에 여러 개의 출구와 같은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생물의 입처럼 삐죽하게 벌어진 그 구멍으로 몬스터들이 하나씩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촉수가 다시금 슈르르륵 맞붙으며 벽이 막혀 버렸다.

갇혔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차피 없애야 하는 것은 눈앞의 저 거대한 단지일 것이다.

"저 단지 자체가 포로녜치다! 내가 놈을 죽일 테니 나머지는 생산된 몬스터들을 상대해!"

"예!"

부대원들은 익숙한 듯 구멍 속으로 끊임없이 걸어 나오는 몬스터들에게로 흩어져 달려갔다.

보아하니 위협을 감지한 포로녜치가 특별히 선점해서 생산한 몬스터인 듯, 하나같이 6~8성급 가량의 강력한 몬스터들이었다.

그놈들을 부대원들에게 맡겨놓고 정대식은 마기전으로 바닥을 박차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끊임없이 몬스터 사체를 집어삼키고 있는 단지의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부글부글부글.

위로 올라가 보니 단지 안에는 걸쭉한 액체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정대식은 포로녜치를 상대하기에 앞서 관측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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