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230화 (230/297)

# 230

현질 전사

-10권 7화

한데 딱히 약점이라 할 만한 부위가 없는 것인지 별다르게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게다가 정보랄 것도 정대식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일단은 포로녜치가 더 이상 몬스터를 삼키지 못하도록 엔트로피를 불러내 명령했다.

"네가 촉수들을 상대해서 몬스터 생산을 방해해!"

<알겠습니다.>

엔트로피가 즉시 변화로 자신의 신체를 바꾸어 액체 안으로 몬스터 사체를 던져넣는 촉수를 끊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는 틈을 타 정대식은 야마환을 낀 오른 주먹을 내밀었다.

몬스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포로녜치의 특성상,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부대원들의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부작용을 감수하고 야마환을 써서 일격에 없애버리는 편이 나았다.

정대식은 외쳤다.

"야마환!"

그리고 잠시 뒤, 그는 얼떨떨해서 반지를 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왜 이러지? 내 목소리가 작았나?'

정대식은 가볍게 손을 털고 다시 소리쳤다.

"야마환!"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야마환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대식은 기가 막혀서 몇 번이나 "야마환! 야마환!"하고 외쳐보았으나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뭐든지 먹어치운다고 하지 않았나? 왜 움직이질 않는 거지?'

영문은 알 수 없었으나 되지도 않는 야마환을 가지고 씨름할 때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대원들이 상대하는 몬스터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기철민의 기력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티가 났다.

아까 지브리니스를 한칼에 보내고 성문을 무너트리느라 마력을 다량 소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안 되겠군!'

정대식은 생각을 바꾸어 마력의 손실을 감안하고 마기전을 쓰기로 했다.

그는 왼팔을 내밀고 레프트 뱀브레이스 쪽으로 마력을 밀어 넣었다.

"방출!"

방출까지 겹치기로 마력을 끌어내자 왼팔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정대식은 한계까지 끌어모은 마력을 일시에 마기전을 통해서 풀어냈다.

"마기포!"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마기포가 쏘아낸 마력이 단지의 커다란 입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안에 가득 채워진 액체가 폭발할 듯 울렁거렸다. 그리고 마기포의 눈 부신 빛이 작렬하여 포로녜치를 찢어놓는가 싶었던 그때.

"아니?"

정대식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포로녜치는 지극히 멀쩡했다.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포로녜치는 몬스터들의 사체만 집어삼키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정대식의 공격까지도 집어삼킨 것이다. 그리고 그 공격을 고스란히 소화해낸 포로녜치가, 마기포의 위력을 몬스터들을 쏟아내던 구멍으로 고스란히 토해냈다.

콰아아아아아앗!

"크악!"

"아아악!"

"우와아!"

예기치 못한 공격이 각 입구로 터져 나오자 부대원들이 아무런 대비를 못 하고 거기에 그대로 직격을 당했다.

이미 여러 강력한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싸우고 있었던 데다가 정대식의 전력으로 쏟아낸 마력을 그대로 얻어맞은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 되어버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보였다.

"으으으윽......."

"크읏."

기철민과 이재우는 구석으로 날아가 처박혔고 고덕화는 천강벽수선을 손에서 놓쳐버린 상태였다.

서지원은 바닥에 쓰러져 미동이 없었으며, 허미래도 의식을 잃어버린 듯했다.

미하일 소령 역시 털이 온통 검게 타버린 채 신음을 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김송근만이 우연히 가벼운 부상으로 끝난 모양이었다.

물론 만들어냈던 분신을 잃어버리기는 했으나 그만하면 천만다행이었다.

김송근은 재빨리 사태 판단을 하고 분신을 여러 채 만들어내어 회복 포션을 들고 부대원들에게로 달려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포로녜치가 쏟아낸 마기포의 공격력에 부대원들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당했으므로 분신들을 방해하는 놈들이 없었다.

일단 밑의 상황은 김송근이 수습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정대식은 엔트로피에게로 주의를 돌렸다.

정대식은 의식이 링크되었다는 사실도 잊고 엔트로피를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엔트로피! 이거 관측 스킬이 잘못된 거 아냐? 왜 공격을 도로 토해놓는다는 설명이 없는 거야?"

엔트로피는 촉수를 상대하느라고 바빠 잠시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링크된 의식을 통해 대답을 전해왔다.

<아마도 관측 스킬로도 알 수 없는 사항일 것입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무구만 진화하는 게 아닙니다. 간혹, 몬스터도 진화를 합니다.>

정대식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화라고?"

<그렇습니다. 던전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깥으로 나온 몬스터들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그 모습이나 형태, 성질 따위가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생존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니, 진화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지요.>

"진심이냐. 그렇다면...... 그렇다면......."

<예. 체르노보그 역시 일종의 진화를 이루었을 수도 있습니다.>

"맙소사."

정대식은 입안으로 욕설을 지껄였다.

이미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괴수인데, 관측으로 알아낼 수 없는 진화를 이루어냈다면 큰일이었다.

물론, 당면한 문제는 체르노보그가 아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포로녜치였다. 정대식은 포로녜치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보려 했으나 섣불리 공격했다가 잘못되면 부대원들만 죽어나는 꼴이 될 수도 있어 쉽게 공격 시도를 못 했다.

'망할! 마기포도 안 먹히는 판국에 강력권이나 무적권이 먹힐 리도 없고. 선제공격을 하지도 않으니 반격권도 소용이 없잖아! 마력 전이나 접속으로 부대원들의 공격력을 쓰려고 해봐도 다들 기진한 상태인데, 버텨낼 수 있을까?'

그때였다.

포로녜치의 반투명한 몸뚱이와 그 안에 들어찬 액체가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자 머릿속에 번뜩, 예전에 있었던 일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쩐지...... 슬라임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럼, 슬라임과 같은 방식으로 처치할 수 있지 않을까?'

막 외인부대로 들어갔을 무렵에 슬라임과 싸운 적이 있었다.

슬라임은 외부에서의 공격에는 강하지만 내부에서의 공격에는 약해서 담력만 있다면 한번 잡아먹힌 후에 위장을 찢어서 공격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상대는 포로녜치다. 한낱 슬라임 따위가 아닌 관계로 섣불리 뱃속으로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소화되어 마력을 몽땅 빼앗긴다거나, 포로녜치가 낳은 몬스터처럼 되어버려 놈의 수족이.......

'아, 그러고 보니 그 블랙 드래곤. 내가 죽인 블랙 드래곤도 이놈이 만들어낸 거였어! 그렇다면 만약 포로녜치의 뱃속에 들어갔다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내 손으로 부대원들을 죽이는 끔찍한 꼴이 날 수도 있다!'

상상도 하기 싫은 일에 정대식은 머리를 부르르 흔들었다.

'안 돼.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정대식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보았으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자금이라도 넉넉하면 무슨 궁리를 해보겠는데, 조금 전에 상점 업그레이드를 한 터라 수중에 돈이 별로 없었다.

수중에 2500억가량이 남아있었으나 이것은 체르노보그를 상대할 때를 대비해 남겨두어야 했다.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상태로 체르노보그와 맞닥뜨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차라리 후퇴를 할까? 일단 물러났다가 포로녜치를 상대할 방법을 연구해서 되돌아와? 아냐...... 그럼 포로녜치는 계속해서 몬스터를 만들어낼 거고, 또 다른 진화를 이루어내 더 골치 아픈 상황이 될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돈을 다 털어 써?'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시간이 별로 없었다.

정대식은 링크된 의식을 통해 엔트로피에게 말했다.

'엔트로피, 나 대신에 상점에서 스킬을 구입하는 일이 가능해?'

엔트로피는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그것만은 안 됩니다. 저는 시스템에 속해 있는 존재이므로 저 스스로 시스템을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역시 그렇군...... 그렇다면 내가 포로녜치의 뱃속으로 들어갔을 때 날 거기서 꺼낼 수는 있겠어?'

'그것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입니다. 특수한 아이템이 있다면 또 모를까.'

'특수한 아이템이라고?'

'설령 차원을 넘나든다고 하더라도 절대 끊어지지 않는, 무한 로프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몸에 묶고 계신다면 포로녜치의 뱃속에서 정대식 님을 끌어낼 수도 있겠지요. 물론 이것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그게 제일 나아 보이네. 무한 로프를 구입해야겠어. 얼마지?'

'500억입니다.'

'500억!'

정대식은 그 와중에도 욕을 한 사발은 쏟아놓았다.

'무슨 밧줄 주제에 그렇게 비싸!'

'말씀드렸다시피 차원을 넘나드는 물건이라 그렇습니다. 결단코 끊어지지 않고, 무한대로 늘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입니다.'

'저렴한 거 다 죽었군.......'

'구입하실 겁니까?'

'어쩔 수 없지. 구입하겠다!'

정대식은 무한 루프를 구입했고 곧, 손안에 빛이 고이더니 황금빛의 가느다란 밧줄이 나타났다.

그걸 허리에 묶고 다른 쪽 끄트머리를 엔트로피에게 넘긴 뒤, 정대식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러는 정대식을 보고 엔트로피가 웬일로 만류 비슷한 말을 했다.

'위험한 일입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네가 말해봐.'

'.......'

'그럼, 간다!'

정대식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포로녜치의 뱃속으로 점프했다.

* * *

쿨렁!

포로녜치의 몸속에 차 있는 끈적한 액체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정대식을 집어삼켰다.

정대식은 얼굴 앞에 팔을 엑스자로 교차하고 두 다리를 붙인 채로 외부에서 있을지도 모를 공격이나 충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스킨 아머의 방어력 덕분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기장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기에 숨을 쉬거나 말을 하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정대식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공격을 준비했다.

'어설픈 공격으로 마력만 낭비하느니 한 번의 일격에 모든 것을 건다.'

정대식은 정신을 집중하고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켰다.

그는 오른손 위에 마기전을 착용한 왼손을 얹어 위아래로 깍지를 꼈다.

그 상태로 두 손이 한꺼번에 마기전을 착용한 것처럼 지지력을 높였다.

정대식의 마력이 정대식의 두 손을 넝쿨처럼 칭칭 감아 이윽고 한 덩어리로 만들어 놓아, 나중에는 커다란 하나의 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연이어 강화를 쓰던 정대식은 블랙 드래곤 스킨 아머의 표면이 가루처럼 푸슬푸슬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이런, 소화되는 것인가?'

자신이 처치한 블랙 드래곤이 포로녜치에게 삼켜졌다가 되살아난 것이라면, 블랙 드래곤 스킨 아머도 포로녜치의 뱃속에서 녹는다는 이야기였다.

은은한 광택이 감돌던 자잘한 비늘이 허물처럼 새하얗게 벗겨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우물쭈물하다가 블랙 드래곤 스킨 아머가 다 녹아버리면 맨살과 맞닿아 버틸 수 없게 된다!'

물론, 완전 신체를 획득했으니 살이 녹는다 하더라도 즉시 복구되겠지만 그 고통을 맨정신으로 견디고 싶지는 않았다.

정대식은 연거푸 강화를 쓴 뒤, 방출을 통해 자신이 가진 모든 마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단 한 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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