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 전사-250화 (249/297)

# 250

현질 전사

-11권 2화

폭발의 여파가 가시고 나자 만신창이가 되어 뻗은 기철민이 보였다.

그나마 스스로 방어막을 펼칠 줄 아는 허미래만이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었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면서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광필두를 막으려 외쳤다.

"포스 오브 그레비티!"

"디버프인가? 성가시군......."

발이 무거워지며 땅속으로 푹 파묻히는 것을 보고 광필두가 중얼거렸다.

"신께서 네 능력을 거두어 가셨다...... 이능 파괴."

"꺄아아아!"

허미래는 매우 끔찍한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흐느끼며 말했다.

"왜...... 왜...... 이렇게까지 해서 7성 무구를 모으려는 거지? 그래서 얻는 게 뭐가 있다고? 모든 각성자들은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는 한편이어야 하잖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광필두가 대꾸했다.

"나를 먼저 적대시한 것은 너희 각성자들이다. 쓴 적도 없는 내 능력을 두려워하며 나를 죽이려 들었으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그, 그게 무슨 말이야?"

허미래가 고개를 들고 묻는 말에 광필두는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처음 내가 각성자가 되었을 때, 내 능력의 정체를 알게 된 각성자 연맹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제거하려 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내 동생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지. 나는 동생을 보살피지도 못하고 도망자가 되어야만 했다. 강철우가 내 신분을 세탁하여 나를 숨겨주지 않았더라면 계속 도망 다녀야만 했을 것이다."

처음 알게 된 사실에 허미래는 눈물 젖은 눈을 깜박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 광필두가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중요한 건 내가 이능 파괴의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겠지. 내가 이 능력을 쓰지 말아야 한다면 애초에 신께서 내게 이런 능력을 주지도 않았을 거다."

그리 말한 광필두는 딜라이트 소드를 그녀에게 겨누고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마갑을 내놔라. 그런다면 그만하고 물러가겠다."

허미래는 저도 모르게 엔트로피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엔트로피가 사라지고 없었다.

정대식만이 자리에 누운 상태라 허미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곧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엔트로피에게 맡긴 이상 그게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몰라."

"정대식의 서번트를 말하는 것인가."

"그래."

"그렇담 정대식을 죽이면 되겠군."

"그것만은 안 돼!"

허미래는 날랜 동작으로 벨레스의 삼지창을 뽑아 들어 광필두를 찌르려 했다.

그러나 닿는 모든 것을 즉시 얼려버리는 벨레스의 삼지창도 딜라이트 소드와 부딪치자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증기만 푸확 일어나 허미래는 뒤로 나동그라졌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허미래를 내버려 둔 채, 광필두가 정대식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곧 바닥에 곧게 누운 정대식에게 딜라이트 소드를 겨누었다.

그러나 곧장 내찌르지는 않았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무력하게 누워 있는 정대식을 찌르는 게 썩 내키지는 않는 듯, 잠시 망설였다.

"......."

그러나 그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광필두는 곧 정대식의 가슴을 겨누어, 딜라이트 소드를 내리꽂았다.

"-----!"

소리 없이 딜라이트 소드를 찌르던 광필두는 주춤했다.

딜라이트 소드의 백열하는 날이 정대식을 찌르기 전에 멈춰 있었다.

정확히는 정대식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다.

딜라이트 소드를 맨손으로 붙잡았다면 이미 손아귀가 갈가리 찢어지다 못해 타버려야 했거늘.

정대식의 손은 멀쩡했다.

정대식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상태였으나 그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곧, 눈을 뜬 정대식이 광필두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자는 사람을 이런 식으로 깨우면 안 되지."

광필두는 그 말을 듣고 다소 어이없는 반문을 던졌다.

"......자고 있었나?"

"정확히는 업그레이드 중이었지."

정대식은 순전히 힘으로 딜라이트 소드를 밀어냈다. 그러자 광필두의 미간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검을 비틀어 정대식의 손아귀에 잡힌 날을 빼냈다. 그리고 오랫동안 검을 다뤄온 사람답게 절묘한 솜씨로 다시금 정대식의 심장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었다.

이번엔 딜라이트 소드가 제대로 정대식의 가슴에 들어갔다.

아니, 그곳을 정확히 겨냥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뭔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얄팍한 티셔츠 한 장 입은 정대식의 몸을 꿰뚫지 못했다.

광필두는 눈을 크게 떴고, 그가 착용한 것이 옷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딜라이트 소드가 맞닿은 자리에서부터 어떤 파장과 같은 것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게 정대식이 두르고 있는 방어구의 모습을 어른어른하게 드러내 주고 있었다.

정대식은 놀라는 광필두를 보고 씩 웃었다.

"어때 보여? 이건 내 컬렉션인데."

"......마기전을 다 모은 것인가."

"그렇다. 넌 아직 7성 무구를 모으기 전이지만...... 나는 다 모았다고!"

그렇게 말을 하며 정대식은 두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마력의 장막이 확 일어나며 광필두를 밀쳤다.

거기에 얻어맞은 광필두의 몸이 뒤로 휙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광필두는 손쉽게 균형을 되찾았다.

그런 광필두를 향해 본격적인 공격이 날아들었다.

"마력포!"

콰아아아아아앗!

거의 불기둥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마력의 빛이 광필두를 덮쳤다.

광필두는 황급히 한 손을 앞으로 굽혔다. 그러자 7성 무구 중 하나인 방패, 스비에스키가 그 공격을 가로막았다.

파아아아아앗!

정확히는 흡수해버렸다.

거짓말처럼 정대식이 쏟아낸 강대한 에너지가 사라져버려, 정대식은 휘파람을 휘이익 불었다.

"이야, 대단한 성능인데? 과연 7성 무구야!"

여유를 부리는 정대식을 보고 광필두는 미간을 모았다. 그러나 정대식의 태도를 나무라는 대신 반격을 시작했다.

"엘브스."

광필두가 정대식에게로 뢰를 집어 던지자, 그것이 허공에서 수백 갈래로 쪼개졌다.

그것은 마치 우산과 같은 형태로 정대식의 주위를 온전히 감싸며 폭격을 퍼부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정대식은 마기장을 생성해내어 그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7성 무구의 위력이 대단하기는 한가 보았다.

쏟아붓는 공격이 끝이 없다 보니 마기장 중간중간에 구멍이 뚫리는 게 보였다.

이윽고 마기장이 다 찢어져 사라져버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흐음."

결국 정대식은 맨몸으로 뢰를 두드려 맞게 되었다. 그러나 강철 신체, 완전 신체, 손괴 신체를 다 갖춘 정대식은 그 공격을 충분히 견뎌내었다.

비록 직접 타격이 아니라 손괴 신체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으나, 뢰 정도로는 정대식의 숨통을 끊을 수 없는 것이 확실했다.

물론, 광필두도 엘브스 하나로 정대식을 끝장낼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퍼붓는 공격의 틈바구니로 광필두가 습격해 들어왔다.

딜라이트 소드를 곧추세운 그가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동시에 마력을 본격적으로 딜라이트 소드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딜라이트 소드가 광선검이라도 되는 양 하얗게 타오르며 공간까지도 베어낼 수 있을 만큼 날카로워졌다.

"윽!"

패시브 스킬을 믿고 피하는 게 한 박자 늦었던 정대식은 딜라이트 소드에 팔을 살짝 베였다.

그러자 뜨끔한 느낌이 찾아들었다.

정대식은 마기장을 너르게 펼쳐 다시 한번 더 광필두를 밀어내었으나 광필두가 그것조차 베어내며 연거푸 공격을 가해왔다.

"이런!"

정대식은 딜라이트 소드에 베인 자리가 금세 아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딜라이트 소드는 그 엄청난 위력에 걸맞은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딜라이트 소드의 공격은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도 영향을 미치기에 제아무리 완전 신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만약 치명상을 입으면 그대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

정대식은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반격을 시도했다.

"강화 강력권!"

뻐엉!

정대식의 마력이 실린 주먹과 딜라이트 소드가 부딪치며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렸다.

정대식은 이번엔 강화 무적권으로 수십 차례의 공격을 단번에 가했으나 뛰어난 검사인 광필두는 그 공격을 모조리 받아쳤다.

그리고 틈을 노려 옆구리를 베어 들어왔다.

"이크!"

하마터면 배가 갈라질 뻔하고 정대식은 황급히 물러섰다.

마기전을 전신에 두르고 있는데도 광필두가 본격적으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아마도 마기전의 위력이 마스터급에 머무르고 있는 탓일 터였다.

정대식은 레벨 9가 되었는데도 진화하지 않는 마기전에 답답함을 느꼈다.

'제기랄, 아이템을 다 팔아버려서 가진 거라곤 마기전 이거 하나뿐인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사신 소환!"

정대식은 사신을 불러내어 광필두의 전력을 깎아내려 들었다.

그러나 광필두라고 7성 무구와 이능 파괴 능력이 전부인 것은 아니었다.

그가 소환 무효 스크롤로 사신을 돌려보내 버렸다.

그리고 소환수가 담겨 있는 구슬을 몇 개나 깨트렸다.

"캬아아아아아아!"

"크르르르릉!"

"크아아아아아!"

세 마리나 되는 키메라가 튀어나와 정대식도 지지 않고 놈들을 상대할 서번트를 만들어냈다.

"창조!"

그가 창조 스킬로 만든 것은 발키리였다.

현대식으로 무장한 전사들은 엔트로피와 비슷한 외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키메라를 상대하도록 놔두고 정대식은 연거푸 엔트로피를 불러냈다.

"엔트로피!"

<변화.>

허공에 나타난 엔트로피는 거대한 장갑이 되었다. 그리고 정대식의 몸을 싸안듯이 해서 그와 합체했다.

그로 인해 정대식은 커다란 로봇에 올라탄 상태가 되었다.

그는 왼손에 붙어 있는 사출구로 마력포를 쏴대며 오른손의 드릴로 광필두를 쑤시려 들었다.

"으랴아압!"

하지만 광필두는 당황하지 않고 노련하게 대처했다.

그는 몸집이 커진 정대식의 품 안을 교묘히 파고들어 딜라이트 소드를 휘둘렀다.

마기전이 아닌, 그저 마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로봇의 몸체는 딜라이트 소드의 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정대식도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엔트로피 소환이 해제되어 로봇이 사라지기 무섭게 광필두의 머리에 마기장을 씌웠다.

"어디 죽어봐라!"

정대식은 그의 머리를 헬멧처럼 둘러싼 마기장 안에 자신의 마력을 일시에 들이부었다.

엄청난 압력으로 마기장이 광필두의 머리를 조였고, 그를 보호하기 위하여 브릴리언트 아우라 아머가 번쩍거리는 빛을 뿜으며 발작했다.

꽈과과광!

이윽고 마기장이 견디지 못하고 터졌으나 광필두가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는 비틀거리며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정대식은 여러 개의 마기장을 날렸다.

그리고 그것을 구속구처럼 이용하여 광필두의 몸을 비틀었다.

"윽!"

광필두는 딜라이트 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손아귀에 힘을 꽉 줬다.

정대식은 반대로 그가 검을 놓게 하려고 그의 손목에 둘러싼 마기장에 마력을 밀어 넣어 압력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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