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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3화 (3/275)

#003화

일반 몬스터를 잡아도 이 정도의 카르마가 주어지는데, 던전 몬스터를 잡으면 얼마나 많은 카르마가 주어질까?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욕심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후우.”

외곽의 고블린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배드민턴장 안으로 들어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늦지는 않은 거 같았다.

배드민턴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다친 사람은 보여도 죽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서 배드민턴장 안으로 들어온 고블린을 제거한 모양이었다.

“헌터가 왔나 봐요!”

“살았다!”

“죽는 줄 알았어!”

나를 발견한 사람들이 크게 안도한 듯, 반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블린의 괴성도 들려오지 않았기에, 아마 사람들은 나를 C랭크 이상의 고위 헌터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허, 헌터십니까?”

마침 중년 사내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비슷한 겁니다.”

“예?”

중년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중년 사내와 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쿨럭!”

상처투성이의 젊은 여성이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피를 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으십니까?”

나는 다급히 달려가 젊은 여성을 부축하였다.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였나 보군.’

겉으로 보이는 상처야 크게 신경 쓸 게 아니었다.

고블린의 손톱에 조금 그였다고 헌터의 신체에 큰 타격이 올 리는 없으니까.

다만, 그녀의 속이 문제였다.

안 그래도 내상을 입은 몸이었다.

그런데 고블린을 상대하겠다고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온몸의 혈도들이 크게 손상되었다.

“저, 저를 버리고 가세요.”

여성은 본인의 죽음을 직감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에게 그와 같이 말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하, 하지만 곧 보스가 나올 거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가 두렵다고 사람을 버리고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버릴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산 정상 쪽에서 갑자기 엄청난 괴성이 들려왔다.

고블린의 괴성이었는데, 지금까지 들었던 고블린 소리와는 궤를 달리했다.

수십, 아니 족히 100마리 이상의 고블린이 하나 된 목소리로 괴성을 질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보스가 나왔나 보군요.”

나는 침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기서 침착한 사람은 오직 나 한 명뿐이었다.

“어, 어떡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헌터님이 계시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혼자시잖아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웅성거렸다.

고블린들을 잡은 것을 보면, 내가 헌터인 것은 확실한데, 복장으로 보나 뭐로 보나 믿음이 안 가서 저러는 거 같았다.

“여러분. 서둘러서 내려가십시오. 지금 달려간다면 늦지 않게 도망치실 수 있을 겁니다.”

“헌터님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저는 이곳에 남아, 이분을 지킬 겁니다.”

“하, 하지만 헌터님 없이 저희만 내려가면 위험할 텐데….”

이기적인 말이었다.

하나 생존이 달린 일인데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쪽으로 내려가면 괜찮을 겁니다. 오는 길에 제가 다 정리하고 왔습니다.”

중년 사내는 내 말을 듣고 갈피를 못 잡겠다는 듯, 나와 여성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지만 고블린들의 괴성이 점점 가까워지자,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도 중년 사내를 따라 내가 올라온 방향으로 뛰어갔다.

“…각성자님도 어서 가세요.”

여성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헌터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를 걱정하는 듯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블린에게 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렇게 그녀를 안심시켜주고 있을 때였다.

[5명 이상의 생존자를 구출하셨습니다. 카르마 +500]

방금 전에 도망쳤던 사람들이 위험지역에서 벗어났는지 퀘스트 완료 알람이 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하였는데, 나는 이것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소연’의 내상을 회복시키십시오! 카르마 +1,500]

뜬금없는 퀘스트였다.

정소연이 누군데 갑자기 정소연을 치료하라는 퀘스트가 뜬단 말인가?

‘이 사람이 정소연인가? 그러고 보니 익숙한 얼굴인 거 같긴 한데….’

자주 들어본 이름이었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헌터로 꽤 유명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정소연의 정체가 아니었다.

내상을 어떻게 치료할지, 그게 문제였다.

‘지금 내가 가진 내공으로는 격체전력을 시도할 수 없는데…. 아! 카르마 상점이 있었구나!’

갑자기 카르마 상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던 카르마 상점이었다.

잘 찾아보면 요상단 정도는 있을 거 같기도 했다.

[요상단 - 600 카르마]

역시 카르마 상점을 훑어보니 내상을 치료할 때 쓰이는 영약인, 요상단이 바로 보였다.

비싸긴 해도 지금 보유한 카르마로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어차피 1,500 카르마를 벌 수 있는데 600 카르마를 아까워할 필요는 없지.’

무엇보다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다.

600 카르마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해도 아까워할 일이 아니었다.

결정을 내린 나는 카르마 상점에서 요상단을 구매하였다.

그러자 내 손에 작은 환단이 생겨났다.

이 환단이 바로 정소연의 내상을 치료해줄 요상단이었다.

고블린들이 천막을 뜯고 배드민턴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때, 정소연은 절망을 느꼈다.

배드민턴장에 비치되어있는 기구들로 고블린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몇 분도 채 버틸 수 없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몸속의 마력이 난동을 부렸지만, 살기 위해 고통을 이겨냈다.

“키킥!”

“살려주세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아주 잠깐의 시간밖에 벌지 못하였다.

B랭크 헌터라고는 하나, 최악의 몸 상태였기에 고블린조차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죽게 되면 언니가 많이 슬퍼할 텐데….’

그녀의 언니, 정호연 때문에라도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내상을 입은 채로 무리하게 움직였더니, 전신의 기혈이 뒤틀렸다.

지금 그녀는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헌터다!”

“살았어요! 살았어!”

정소연이 절망할 때, 사람들이 무언가를 보고서 기쁨의 함성을 터뜨렸다.

마침내 구세주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정소연은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마력이 역류하며, 당장이라도 몸이 폭발할 거 같았다.

지금 당장 병원에 가도 살 가망은 희박하였다.

누군가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처음 듣는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이상할 정도로 믿음직스러웠다.

사내는 정소연의 그 같은 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하였다.

믿음직스러운 목소리와 달리, 사실은 헌터도 아니란다.

그런데 보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키려고 하다니.

‘고맙지만, 너무 고맙지만….’

너무 무모했다.

애초에 오늘 처음 본 사이라서 목숨을 걸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급한 상황이니 실례 좀 하겠습니다.”

사내가 갑자기 그녀의 입에 무언가를 넣었다.

정소연은 화들짝 놀라 뱉으려고 하였지만 기이하게도 입에 들어온 순간 그것은 솜사탕처럼 사라졌다.

“요상단을 드셨으니 이제 마력을 통제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이었다.

사내가 준 무언가를 먹은 순간, 역류하던 마력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제가 등으로 마력을 불어넣을 테니, 제 마력의 움직임에 집중해주십시오.”

“예…?”

그때 사내가 불쑥 그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사내는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 주지 않은 채 갑자기 그녀의 등에 손을 댔다.

‘앗!’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사내의 손길에 놀랐다면, 그다음에는 사내의 손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마력을 느끼고 놀랐다.

남에게 마력을 전달해준다니?

수년째 헌터로 살아오고 있지만,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뭐지? S랭크 헌터인가?’

속으로 강한 의문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몸속을 돌고 있는 사내의 마력에 집중하였다.

왠지, 이 마력이 그녀의 몸을 치료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가 될 거 같았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사내의 마력에 정신을 집중하자, 그녀의 마력도 자연스럽게 사내의 마력을 쫓아갔는데, 그 과정에서 통증이 점점 약해졌다.

마치 사내는 그녀의 마력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할지 알려주는 듯했다.

‘이렇게 쉽게 내상이 치료된다고?’

A랭크 헌터인 그녀의 언니조차 내상을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했었다.

그만큼 헌터들은 마력이란 것에 친숙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내는 달랐다.

그녀의 몸에 직접 마력을 전달할 정도로 마력을 다루는 것에 능숙하였다.

‘S랭크 헌터도 이 정도로 마력을 잘 다루지는 못할 텐데.’

정소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본인이 헌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내는 어떻게 봐도 평범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혹시 S랭크 헌터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감사 인사부터 해야 하는데….”

부상을 회복한 정소연이 나를 보며 허둥댔다.

“싸우실 수 있겠습니까?”

“네, 네?”

“저는 힘을 다 썼습니다. 정소연 씨가 보스를 잡아야 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내공이 하나도 안 남은 상태였다.

정소연을 치료하면서 남은 내공을 전부 다 사용했던 것이다.

“제, 제 이름은 어떻게?”

“보스가 오고 있습니다.”

내가 다시 보스의 존재를 상기시키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컨디션이 안 좋긴 해도 홉고블린을 상대하는 것에는 문제없어요.”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어디로 가시나요?”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만.”

이제 막 부상에서 회복한 그녀에게 보스를 맡기고 가는 게 무책임하게도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치료하는 데 내공을 전부 사용한 내가 보스를 사냥할 수는 없었으니까.

‘애초에 그녀의 실력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내가 직접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고블린이 수백 마리가 달려들어도 끄떡없으리라.

그러니 나는 그녀를 걱정할 필요 없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출해야 했다.

“저기요!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박한새입니다.”

정소연에게 이름을 알리고는 서둘러 사람이 있을 만한 장소로 향하였다.

[권속 후보, ‘정소연’의 내상을 치료하였습니다! 카르마 +1,500]

[추가적으로 권속 후보, ‘정소연’에 대한 당신의 지분율이 10% 상승합니다.]

“이건 또 뭐지?”

퀘스트 완료야 그렇다 치자.

그런데 권속 후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내 지분율이 10%로 상승했다는 말 역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게 퀘스트를 주는 주체는 카펠라 성좌인 거 같은데, 그냥 회귀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직접 설명해주면 안 되나?’

[반복 퀘스트 발생!]

[권속을 늘리십시오! 한 명당 카르마 +500]

새로운 퀘스트를 보고 나는 턱 끝을 쓰다듬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퀘스트는 내가 권속을 모으는 것을 유도하고 있었다.

‘종잡을 수가 없군.’

내게 뭘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라는 퀘스트만 봐도 나와 목적이 비슷한 거 같았다.

“키에에엑!”

“케켁!”

그때 뒤쪽 방향에서 고블린의 괴성이 들려왔다.

정소연이 고블린 무리와 싸움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1 카르마를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떠오른 문구들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고블린을 잡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카르마가 올랐다는 문구가 떠오른 것이다.

‘정소연이 고블린을 잡아서 오르는 거 같긴 한데, 왜 정소연이 몬스터를 잡았다고 내 카르마가 오르는 거지?’

카르마가 오르는 양도 이상했다.

내가 잡을 때는 10씩 오르더니, 지금은 고작 1이었다.

나로선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이게 바로 권속의 영향인가?’

아까 권속 후보, 정소연에 대한 지분율이 10% 올랐다는 문구가 떴었다.

지금 카르마가 1씩 오르는 이유도 지분율이 10%라서 고블린을 죽여서 얻는 전체 카르마의 10%만 배당받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의외로 빠르게 오르는군.’

B랭크인 정소연이라면 사냥 속도도 굉장히 빠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던전 보스도 단숨에 죽이지 않을까?

[30 카르마를 얻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30 카르마를 획득했다는 문구가 떴다.

고블린들의 괴성이 줄어든 것을 보면 던전 보스가 잡히긴 한 거 같았다.

‘이런 식으로 카르마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퀘스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권속을 늘리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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