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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5화 (5/275)

#005화

“넌 또 뭐야?”

거구의 사내가 팔의 소매를 걷으며 내게 다가왔다.

마치 팔뚝의 문신을 자랑하기라도 하려는 모양새였다.

나는 그런 문신남의 모습에 잠깐 미간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돌려 주현근에게 물었다.

“이 깡패처럼 생긴 사람들이 네 친구는 아니지?”

“뭐? 깡패? 이 새끼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한새 형! 그 사람 E랭크 헌터예요. 괜히 덤비면 위험해요.”

문신남이 당장이라도 나를 공격할 것처럼 보이자, 주현근이 다급하게 말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주먹을 쓰는 헌터는 없어. 이놈은 그냥 양아치일 뿐이야.”

내 말을 듣고 화를 참지 못한 문신남은 기어코 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은 것만 봐도 확실히 그냥 깡패는 아니었다.

하긴, E랭크 헌터를 그냥 깡패로 볼 수는 없겠지.

‘그래봤자, 무공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일 뿐이다.’

상대도 나를 일반인으로 보겠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S랭크 헌터조차 무공을 익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에서 넘어온 나다.

심지어 나는 무공의 창시자였기에 무공을 익히지 않은 상대의 주먹이 우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어쭈, 피해?”

내가 피할 것을 예상 못 했는지 문신남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현근도 눈을 부릅뜬 것이, 내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한눈에 알아본 얼굴이었다.

나는 두 사람의 반응을 잠시 지켜보다가, 번개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컥!”

그러자 방심하고 있던 문신남이 고통에 찬 소리를 지르며 배를 부여잡았다.

문신남이 반응할 새도 없이, 내 주먹이 그의 복부를 가격한 것이다.

다른 깡패들을 정리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애초에 헌터는 가장 먼저 나선 문신남 한 명뿐이었기에, 나머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혀,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언제 헌터로 각성했어요?”

“헌터로 각성한 건 아니야.”

“응? 그럼요?”

“일단 이 사람들부터 내보내자.”

나는 쓰러져있는 깡패들을 마치 공 차듯 툭툭 밀어서 문밖으로 쫓아냈다.

저렇게 두면 저들끼리 알아서 정신을 차리고 물러날 것이다.

“형, 어떡하죠? 아까 형이 때린 헌터가 최 사장의 오른팔인데, 분명히 형에게 복수하려 들 거예요.”

“최진수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형이 최 사장의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내가 최진수의 이름을 아는 이유야 별거 없었다.

미래에도 주현근을 구하기 위해 최진수와 충돌한 적이 있었던 까닭이다.

“그냥 어쩌다 알게 됐어. 아무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최진수는 신중한 성격이었다.

E랭크 헌터인 자신의 오른팔이 나에게 당한 걸 안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형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안심이 되네요. 그런데 형, 어떻게 그렇게 강해지신 거예요?”

“무공을 익히고 있어.”

“무공이요? 설마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거요?”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하였다.

무공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무공을 이야기하니 누구라도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런 게 무공이야.”

그가 못 믿을 걸 뻔히 알고 있었기에, 나는 바로 실력을 보여주었다.

보법을 사용하여 일반인이라면 보여줄 수 없는 속도로 날렵하게 그의 뒤로 움직였다.

“혀, 형? 방금 뭐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내가 갑자기 자신의 뒤에서 나타나자 주현근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하였다.

각성자인 그의 눈으로도 내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말했잖아. 무공이라고.”

“무공이라고요? 그게 진짜 실존하는 거였어요?”

“너에게도 마력은 존재하잖아. 마력이 있는데, 무공이라고 존재하지 말란 법은 없지.”

“그건 그렇네요.”

바로 납득하는 주현근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역시 주현근을 찾아오길 잘한 거 같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쉽게 믿음을 얻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럼 무공이란 거,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거예요?”

“배워보고 싶어?”

“당연하죠. 형님이 방금 보여주신 그 스킬만 배울 수 있어도 저는 뭐든 할 수 있어요.”

나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라면 누구나 강해지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처럼 강자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린 경험이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다른 곳에서는 아마 배울 수 없을 거야.”

“예? 그럼 형은 어디서 배웠는데요?”

“배운 게 아니야, 내가 만든 거지.”

“……!”

주현근은 눈을 부릅떴다.

비각성자가 스킬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심지어 스킬을 만들기까지 했다니.

굳이 주현근이 아니더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형이 만들었다고요? 어떻게요?”

“운이 좋았어.”

“그러면 저도 배울 수 있는 거예요?”

“너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못 배울 것은 없지.”

“정말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현근이라면 오히려 내가 적극적으로 무공을 가르쳐줘야 할 입장이었다.

주현근은 무공에 있어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우선 주현근을 내 권속으로 만들어보자.’

권속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소연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무공을 가르치는 것으로 지분율이란 걸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정확한 것은 직접 확인해봐야겠지만 말이다.

무공을 가르쳐주겠다는 박한새의 말에 주현근은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한새 형에게 무공을 배우면 나도 더 강해질 수 있는 건가?’

일반인이 헌터 수준의 무력을 가졌다니.

직접 눈으로 봤으면서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주현근은 박한새란 인물의 됨됨이를 믿었다.

그가 군에서 수년간 보았던 박한새란 인물은 정직하면서 사려 깊은 인물이었다.

박한새가 그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는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형, 민폐인 건 아는데 정말 배우고 싶어요.”

욕심인 건 알았다.

하지만 강해지겠다는 열망을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좋아. 대신, 나를 스승 모시듯 모셔야 해. 아예 사부라 불러도 좋고.”

더 강해질 수만 있다면 박한새를 스승으로 모시는 게 대수겠는가?

어차피 주현근은 마음속 깊이 박한새를 따르고 있었다.

대놓고 ‘사부님’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했지만, 사부처럼 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한새 형은 처음부터 저에게 스승이나 다를 게 없었어요. 제가 짬찌 하사였을 때부터 다 가르쳐주셨잖아요.”

피식 웃는 박한새를 보며 주현근이 물었다.

“그런데 뭐부터 하면 될까요?”

“일단 내가 호흡법 하나를 가르쳐줄게.”

“호흡법이요?”

뭔가 거창하게 시작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그가 무공이란 것에 아는 게 있을 리가 없었으니, 박한새의 말을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단 편하게 아무 곳에나 앉아 봐.”

다짜고짜 앉으라는 그의 말에 주현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맨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박한새가 가방에서 향초 하나를 꺼내더니 정말로 호흡법을 알려주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마력을 느끼는 거야. 내가 숨 쉬는 것을 따라 하면서 마음은 단전에다 둬.”

“단전이요? 대충 배꼽 위치를 생각하면 될까요?”

“배꼽 안쪽을 생각하면 조금 더 편할 거야.”

“알겠습니다!”

“무심하게 단전을 관(觀)하고 있으면 너의 몸속에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느껴질 건데, 그게 바로 마력이다.”

호흡법을 배우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엄청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몇 번 반복해야 하는지.

그리고 숨을 참을 땐 어떤 자세로 몇 초 동안 참아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줄 뿐이었다.

‘이렇게 호흡 좀 다르게 한다고 정말 강해질 수 있는 걸까?’

박한새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그지만, 겨우 호흡법 하나로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느끼기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호흡법이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면, 이번에는 이 향초 냄새에 집중해봐.”

박한새의 그 같은 말을 듣고 주현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향초 냄새라고?

‘뭔가 앤티크한 냄새가 나는 거 같긴 한데…. 이게 뭔데 그러는 거지?’

의아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박한새의 말이었다.

주현근은 향초에서 뿜어지는 나무 냄새에 집중한 채로 호흡법을 시도하였다.

그러자 어느 순간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맨몸으로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이건 뭐지?’

호흡하는 것도 잊은 채 무심하게 단전을 관하고 있을 때였다.

기이한 열기 같은 게 그를 덮치는 환상이 보였다.

그 열기는 당장이라도 그의 몸을 불태울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

“마력을 느꼈구나.”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주현근의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주현근의 모습을 보고 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인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역시 주현근의 재능은 특출났다.

호흡법을 처음 익히자마자 무아지경에 빠진 주현근의 모습만 봐도 그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었다.

‘뭐 알렉시아 향초의 역할이 크긴 했지만 말이야.’

알렉시아 향초.

카르마 상점에서 판매하는 귀중한 아이템이었다.

무아지경을 돕는 아이템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효과가 무척이나 좋은 거 같았다.

‘하지만 무아지경에 들어갔다고 바로 마력을 느끼란 법은 없지.’

아무리 스킬을 보유한 헌터라도 자신의 마력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력이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력 감응력이 뛰어난 헌터만이 스킬을 사용할 때 몸속 마력의 움직임을 미약하게 느낄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주현근이 단번에 마력을 느끼지는 못하리라고 봤다.

회귀 전에야 이성은이 격체전력으로 단번에 마력을 일깨워줬지만 지금은 그런 요행을 바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내가 가진 가장 뛰어난 재능이 바로 마력 감응력이었다.

그리고 내 마력 감응력이 지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주현근이 있는 방향에서 미약하게 마력의 움직임이 발생했다고 말이다.

‘원래 재능이 뛰어나단 걸 알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오히려 저평가였었나 보군.’

속으로 감탄하면서 주현근에게 말을 걸었다.

무아지경 상태에 빠진 채로 마력을 움직였다간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주현근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내 말을 듣고 주현근은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환상이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어때?”

“제, 제가 느낀 게 마력이 맞습니까? 뭔가를 느낀 거 같긴 한데 이게 마력인지 아리송하네요.”

“맞다. 그게 바로 마력이야.”

“와…. 이렇게 마력을 느끼다니.”

주현근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기존의 헌터들은, 스킬이 없으면 마력을 느껴봐야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력이란 것은 결국 스킬을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마력 감응을 처음 경험한 사람이라면, 스킬의 유무를 떠나 황홀경을 느끼고는 한다.

사실 마력이란 것은 헌터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스킬을 위해 존재하는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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