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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3화 (13/275)

#013화

내 강점을 특화하는 것과 내 단점을 보완하는 것.

나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명상 스킬도 좋아 보인단 말이지.’

명상 스킬은 운기조식의 효과를 크게 늘려줄 거 같았다.

무아지경 상태로 만들어 준다는 설명문을 보면, 무공을 연구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느껴졌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약점을 보완하는 게 맞는 선택이야.’

육체 강화 계열의 패시브 스킬도 물론 마음에 들었다.

무공과 육체 강화 계열의 패시브 스킬은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좋으니 말이다.

명상 스킬도 마찬가지로 내 강점을 특화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내공을 늘리는 것과 무공을 연구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내 선택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르고스의 눈’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스킬, 아르고스의 눈.

이 스킬은 시력을 비롯한 눈에 관련된 모든 능력을 상승시킨다.

물론 동체시력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쓸데없는 내공의 소비를 줄일 수 있겠어.’

이 스킬만 있으면 AI 몬스터와 싸울 때처럼 눈에다 내공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일반인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내 동체시력이 아르고스의 눈 스킬로 인해 헌터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갈 테니까.

그리고 아르고스의 눈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기감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상태에서 은신 계열의 몬스터나 빌런이 공격한다면 나는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죽게 될 수밖에 없겠지.’

내공에 여유가 있을 때는 늘 기감을 펼쳐두고 생활하였다.

언제 누가 나를 공격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3년의 내공밖에 없는 지금은 감히 기감을 사용할 생각 따윈 할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은신 계열의 적에게 굉장히 취약한 상태였는데, 아르고스의 눈이 있으면 내 약점이 조금은 보완될 거 같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바늘에 찔린 것처럼 눈이 아파 왔다.

“윽!”

양손으로 눈을 부여잡고 고통을 참으니, 마침내 통증이 사라지고 개운한 느낌이 전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손을 내리고 눈을 번쩍 떴다.

‘호오! 굉장한데?’

마이너스 시력이었던 사람이 2.0의 시력을 갖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마치 지금까지 봐왔던 세상이 거짓이었던 것마냥, 더욱더 다채롭고 선명한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더 좋은 거 같군.”

이 정도의 효과라면 처음 느꼈던 고통도 몇 번이고 버틸 수 있었다.

아마 실전을 경험하고 나면 더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내공까지 사용한다면?’

시험 삼아 내공으로 눈을 강화해보았다.

그러자 시간이 느려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면서 공기 중의 먼지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은신 계열의 헌터뿐만이 아니라, 가속 계열의 헌터를 상대로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어.’

스킬을 사용해보니 왜 헌터들이 스킬 만능주의가 되는지 알 거 같았다.

겨우 패시브 스킬 하나로도 이렇게 큰 효과를 보는데 등급이 높은 스킬이라면 어떻겠는가.

이성은을 제외한 S랭크 헌터들이 무공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5성급 던전 몬스터, 린드웜.

용 형태의 몬스터로 다른 용들과 비교했을 때 몸집이 작은 편이었다.

겨우 5m 정도에 불과했으니.

하지만 몸집이 작다고 린드웜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날개 대신 두 다리를 가진 린드웜은 무척이나 빨랐고 심지어 독도 사용할 줄 알았다.

B랭크 이상의 헌터들이 괜히 까다롭게 여기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소연아! 지금이야!”

자신을 부르는 외침에 정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처음으로 맞이한 던전 보스였다.

이번에 활약하지 못한다면 그녀의 언니는 절대 그녀의 보스 레이드를 허락하지 않을 게 분명하였다.

‘내 기량이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증명해 보이고 말겠어!’

주먹을 불끈 쥔 그녀는 준비하고 있던 스킬을 사용하였다.

검의 해방.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무수히 많은 검이 날아갔다.

수십, 수백 개의 검은 마치 유도 미사일이라도 되는 듯, 린드웜의 머리로 향하였다.

푹! 푹! 푹! 푹!

다른 쪽으로 어그로가 끌려있던 린드웜은 그녀의 스킬을 막지 못하였다.

“해, 해치웠나?”

정소연은 동료의 말을 듣고 바짝 긴장한 채로 다음 스킬을 준비하였다.

저런 대사를 하게 되면 이상할 정도로 위기가 찾아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긴장 풀어도 돼! 확실하게 죽었어.”

“와! 린드웜을 한 방에 죽여? 검의 여신이란 오그라드는 별명이 괜히 붙는 게 아니었구나.”

린드웜이 죽었다는 말에 정소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을 거의 다 사용해버려 여력이 없었는데, 다행이었다.

“소연이가 우리 팀으로 활동하니 확실히 편하긴 하다.”

“그러게 말이야. 소연이가 없을 때는 확실한 결정타를 날릴 헌터가 없어서 얼마나 귀찮은 일이 많았는지.”

“우리 정도의 전력이면 6성급 던전을 노려봐도 되지 않을까?”

동료들의 대화를 들으며 정소연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복귀하길 잘한 거 같았다.

레이드 사냥에서도 이렇게 한 명의 헌터로서 활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게 다 박한새 님 덕분이야.’

던전 브레이크 때 우연히 만났던 귀인.

그 귀인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지금도 환자 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던전 브레이크로 목숨을 잃지 않았을까?

‘꼭 만나서 감사 인사를 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이름 말고는 박한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만약 연락처라도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찾아갔을 텐데 말이다.

“근데 그거 들었어? 린드웜이 이번 헌터 자격시험에 등장했다던데?”

“린드웜이 등장했다니 그게 뭔 소리야?”

“왜, 우리 길드에도 있는 AI 전투 시스템 있잖아. 그게 헌터 자격시험에도 도입되었는데, 11단계인가, 12단계에 나오는 몬스터가 린드웜이래.”

“12단계? 거기까지 간 헌터가 있다고?”

“12단계에서 바로 탈락하긴 했다는데, 어쨌든 12단계까지 간 것은 사실이야.”

“미쳤네. 요즘 애들, 왜 이렇게 무섭냐? 이러다 우리 퇴물 되는 거 아니야?”

“지금은 퇴물이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네. 넌 이미 훌륭한 퇴물인데?”

“아, 지랄 노.”

“아무튼, 이번 기수는 조금 재미있을 거 같아. 그 박한새였던가? 우리보다 나이 많은 그 각성자도 그렇고 말이야.”

“박한새?”

“왜, 스킬이 필요 없다고 말했던 늦깎이 각성자 있잖아.”

“이능관리부에 들어간다던 그 신입 헌터?”

“어. 하필 이능관리부에 들어간다니. 진짜 이상한 놈이라니까.”

부산물을 채취하며 동료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던 정소연은 자신이 아는 이름이 들려오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지금 언급되는 박한새란 분이 내가 아는 그분일까?’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어쩌면 박한새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저도 모르게 흥분한 것이다.

‘던전을 나가면 한번 알아봐야겠어. 내가 아는 그분이 맞는지 말이야.’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원래도 나는 눈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몽골인이 된 기분이었다.

집중하면 망원경을 사용한 것처럼 먼 거리에 있는 곳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내공을 쓰면 어떨까?’

내가 아르고스의 눈을 산 것은 겨우 망원경을 대신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무공과 조합이 좋을 거 같아서 선택한 것이다.

원래 싸움에 있어서 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였으니 말이다.

‘더 선명해졌군.’

내공을 쓰니 역시 효과가 상당히 좋아 보였다.

더 먼 곳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더 느리게 볼 수 있었다.

아마 고스트 계열 몬스터를 마주쳐도 아지랑이 정도는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가격이 저렴한 스킬도 이 정도인데 가격이 비싼 스킬들은 얼마나 효과가 좋을까?’

무공을 익힌 내가 스킬을 탐낸다는 게 뭔가 역설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스킬이란 것을 경험해보고 나니, 왜 헌터들이 스킬에 열광하는지 알 거 같았다.

패시브 스킬 중에서는 가장 가격이 낮은 편에 속하는 아르고스의 눈도 이 정도였다.

그럼 가격이 만 단위의 스킬들은 효과가 어느 정도일까?

10만, 그리고 100만 단위의 스킬들은?

아마 내가 본래 경지를 회복한 채 그런 스킬들까지 얻게 된다면 지금 시대의 헌터들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9성의 몬스터들도 시시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결국 카르마를 모아야겠지.’

결론은 카르마였다.

카르마만 모은다면 본래 경지도 회복할 수 있고 그 이상의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데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 한새 형. 전화 왔는데요?”

“전화?”

주현근의 말에 고개를 숙이니, 주현근의 손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휴대폰을 크게 신경 쓰지 않다 보니, 전화가 온 줄도 몰랐던 것이다.

[이재현 차관]

발신자 이름을 보고 나는 눈을 빛냈다.

‘이재현 차관이 어쩐 일이지?’

나는 바로 수신하기 버튼을 눌렀다.

-박한새 헌터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예. 평소처럼 무공 수련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우리도 어서 박한새 헌터님께 무공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습니다.

“장관과는 이야기가 잘된 겁니까?”

-곧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겁니다.

“잘됐군요.”

역시 이능관리부의 실세다웠다.

나와의 계약은 워낙에 파격적이라 상관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혹시, 정소연이라는 헌터를 아십니까?

이재현 차관의 물음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봉제산에서 구해줬던 정소연이란 헌터의 이름이 왜 이재현의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예,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정소연 헌터가 저에게 박한새 헌터의 연락처를 물어보지 뭡니까.

“정소연 헌터가 제 연락처를요?”

조금 당혹스러웠다.

정소연은 왜 자신과는 전혀 연관도 없는 이재현 차관에게 부탁하면서까지 내 연락처를 찾은 것일까.

“상관없습니다.”

나쁜 관계는커녕 오히려 내가 도움을 준 관계였기에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여겼다.

다만 궁금하기는 했다.

정소연이 나를 찾는 이유가 말이다.

이재현 차관과의 통화가 끝나고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처음 보는 연락처로 전화가 걸려왔다.

‘설마 정소연인가?’

전화를 받으니,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름 아닌, 정소연의 목소리였다.

-박한새 씨 번호 맞나요?

“예, 제가 박한새입니다.”

-저 기억하시나요? 한새 씨가 구해주었던 헌터인데.

“네. 기억합니다. 정소연 헌터님 맞으시죠?”

내가 기억해주자, 그녀가 반색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당연히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늘 나에게 카르마를 안겨주는 사람이었으니.

-제가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직접 찾아봬도 괜찮을까요?

“감사 인사라니요. 그런 거 안 해도 괜찮습니다.”

이미 막대한 카르마로 보답해주었는데 여기서 더 감사 인사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오히려 내가 감사 인사를 해주고 싶을 정도인데 말이다.

하지만 정소연의 생각은 달랐는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보답을 못 하면 저는 염치없는 사람이 되고 말아요.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오늘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언제든 좋아요. 주소 찍어주시면 어디든 달려갈게요.

나는 문자로 주소를 찍어주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정소연이라.’

왠지 모르게 그녀와의 만남이 기대되었다.

물론 남녀 관계로서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주현근처럼 사제 관계가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정소연이 무공을 배운다고 하면 대박이긴 한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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