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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20화 (20/275)

#020화

““이게 바로 내 스킬이다.“”

이정은 네 명으로 늘어났다.

문학적인 비유가 아니었다.

내 눈앞에 정말 이정의 몸이 네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상대가 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뭐야! 이정이 저런 스킬도 가지고 있었어?”

“미친, 개사기잖아!”

관중석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충격적인 광경이었던 것이다.

물론 나도 그들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놀란 이유는 조금 달랐다.

‘분신술? 그렇다면 이정은 아우구스의 권속인 건가!’

성좌, 아우구스.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성좌 중 한 명이었다.

인류에게는 선도 악도 아닌 중립에 가까운 성좌였는데, 스킬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지금 이정이 하는 것처럼 아우구스의 권속들은 하나같이 분신술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거는 못 피할 거다!“”

사방에서 이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대비하였다.

가장 먼저 정면에서 날아오는 검을 검기로 막았는데, 이정의 검은 그대로 박살 났다.

검이 박살 나며 그대로 파편이 정면의 이정을 습격하였다.

그렇게 정면의 공격을 무효화시킨 나는 그대로 보법을 사용하여 세 발자국 움직였다.

그러자 내 몸은 자연스럽게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빠르면서 지금까지 수비만 하고 있었던 거냐!”

보법을 사용할 때의 나는 잠깐이지만, 이정과 비슷한 속도를 보여줄 수 있었다.

물론 보법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내공을 생각하면 실로 비효율적인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슬슬 끝낼 때가 됐어.’

이정의 실력은 충분히 확인했다.

심지어 아우구스의 권속인 것도 알아냈으니,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내공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보법과 검기를 마음껏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정의 분신을 향해 달려가서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가득 담겨있던 나의 공격에 이정의 분신이 다급히 검을 들었다.

하지만 이정의 본체도 아니고 분신 따위가 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결국, 내게 공격을 받은 분신은 검을 잃은 채 멀찍이 물러났다.

“뭐야, 몸이 네 개로 늘어나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수세에 몰리잖아?”

“지금까지 힘을 숨겼던 건가?”

“박한새 저놈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공격을 펼치는 흐름으로 전개된 것인데, 이정은 내 공세를 오래 버티지 못하였다.

몸이야 네 개로 늘어났다지만, 이미 소모된 체력과 마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설령 체력과 마력이 처음 상태 그대로였다고 해도 그는 이길 수 없었다.

이정이 자랑하는 속도조차도 내가 보법을 쓴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패배를 인정하시죠.”

내 말에 그는 입술만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분노한 눈으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분기를 가라앉히며 내게 말했다.

“이번만큼은 패배를 인정하마. 하지만 연수가 끝나기 전, 반드시 이번 패배를 설욕하고 말리라.”

“글쎄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뭣이?”

분기를 드러내는 그에게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박한새 헌터.”

경기가 끝나자 천현호가 악수를 건네며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솔직히 예상 못 했던 결과입니다.”

그 역시 내가 질 것을 예상했던 모양이다.

하긴, 무공을 모르는 입장에선 그렇게밖에 안 보일 것이다.

난 모든 게 어정쩡한 육체 강화 능력자고 이정은 가속 계열이라는 한 가지 능력을 특화한 육체 강화 능력자였으니까.

“3위가 되셨으니 팀을 구성하실 때, 더 높은 순위의 헌터도 팀원으로 영입하실 수 있습니다.”

랭킹 상위권의 혜택 중 하나가 바로 팀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였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팀이란, 다음 주부터 있을 던전 체험에서 함께 활동할 팀을 말하였다.

“랭킹 30위도 팀원으로 영입할 수 있습니까?”

“지금은 3위이시니, 영입하실 수 있는 팀원은 51위부터입니다.”

아쉽다.

이왕이면 김수민을 팀원으로 영입하고 싶었는데.

“단, 1위가 되신다면 상대가 원할 경우, 순위와 상관없이 팀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꼭 1위가 되어야겠군요.”

“박한새 헌터가 원하시는 대로 하면 될 거 같습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2위 헌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까 그 경기를 봤는데, 제가 박한새 헌터와 왜 싸웁니까? 저는 기권하겠습니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등하게 되는데 괜찮습니까?”

“강등하는 게, 괜히 다치는 것보다 낫습니다.”

2위는 나와 붙어보지도 않고 기권하였다.

현명하다면 현명한 선택이었다.

원거리 딜러인 그의 입장에서 내 보법을 봐놓고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도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1위의 선택은 달랐다.

1위로서의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이길 자신이 있어서인지 그는 내 도전을 받아들였다.

‘보나마나 승부는 뻔하겠군.’

이정은 내가 모르는 인물이라서 100%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반면 현 랭킹 1위인 차진만은?

미래에서 몇 번이고 만난 적이 있는 헌터였다.

그리고 그 말은 차진만의 전력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지금의 차진만은 올라운더 헌터가 아닌, 이도 저도 아닌 헌터일 뿐이다.’

차진만은 랭킹 1위답게 원거리 딜러지만, 원거리 전용 스킬만 보유하지는 않았다.

근력을 강화하는 육체 강화 스킬도 있었고 근접전 전용의 공격 스킬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내게 큰 의미는 없었다.

멀리서 날아오는 원거리 스킬은 보법으로 가볍게 피해주고 바로 거리를 좁혔다.

차진만은 강타 스킬로 나와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그조차도 보법으로 피해주었다.

결국, 거리를 허락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권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랭킹 1위가 되고야 말았다.

회귀 전, 어떤 일반인도 이루지 못했던 업적이었다.

<헌터 연수원에서 대이변이 벌어지다!>

<무명인사에서 단숨에 랭킹 1위 헌터로?>

<박한새, 그는 과연 누구인가!>

<무공 진의 여부 논란.>

박한새가 랭킹 1위가 된 순간,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10대 길드 소속 유망주가 아닌 헌터가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연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정 자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새 씨, 축하드려요.”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정소연 헌터. 정호연 헌터.”

“역대 랭킹 1위들은 A랭크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새 씨도 그렇게 되겠죠?”

“그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A랭크라.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애초에 랭크를 측정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말이다.

“한새 씨라면 A랭크를 넘어 S랭크도 가능할 거 같아요.”

“과찬입니다.”

“무공을 만드신 분이잖아요? 헌터 협회에서도 언젠가 그 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정소연의 나직한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어쨌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이거 소연이랑 같이 준비한 선물인데 받아주세요.”

“갑자기 웬 선물입니까?”

나는 얼떨결에 직사각형의 큰 상자를 받았다.

포장만 봐서는 전혀 예측이 안 가는 선물이었다.

“랭킹 1위 된 기념으로 산 장비 아이템이에요. 이 검으로 랭킹 1위를 계속 유지해주세요.”

정소연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장비 아이템이라니.

정 자매에게 설마 이렇게 과분한 선물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아닙니다. 제가 이걸 어떻게 받습니까?”

“받아주세요. 한새 씨는 저희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셨잖아요.”

“그거야 다 돈 받고 한 일입니다. 이렇게 선물까지 받기에는 염치없습니다.”

장비 아이템의 가격은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비쌌다.

정 자매에게 각각 1억씩 총 2억의 돈을 받았는데도 내가 장비 아이템을 사지 못하는 이유도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아이템인지는 아직 확인을 못 해봤지만, 억 단위일 것은 분명하였다.

“정 고마우면 나중에 저희 길드에서도 무공을 가르쳐주세요. 물론 그때도 돈은 드릴 거예요.”

“화영 길드 말씀입니까?”

“네.”

“한새 씨,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한새 씨도 던전에 들어가시면 이 정도 되는 장비는 금방 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나는 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였다.

마침 장비 아이템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렇게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다니.

심지어 아이템의 설명을 듣자, 더더욱 감동하고 말았다.

‘무려 검풍을 대신할 스킬이 담겨있으니 말 다 했지.’

아이템의 이름은 질풍검.

이름은 조금 유치했지만, 옵션은 상당히 괜찮았다.

질풍검을 사용하면, 나의 약점이나 다를 게 없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제가 딱 필요로 하던 아이템입니다. 두 분께 정말 감사합니다.”

“이 검을 들고 끝까지 좋은 성적을 거둬주세요.”

“한새 씨가 랭킹 1위 유지하는 걸 기대하고 있을게요!”

두 사람의 응원을 듣고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두 사람에게만큼은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거 같았다.

“죄송하지만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앗, 제가 한새 씨를 너무 부담스럽게 했나요?”

“그게 아니라, 제가 곧 연수원에서 나오게 될 예정입니다.”

“네? 연수원에서 나오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던전에 들어갈 수 없는 몸이라서 그렇습니다.”

카르마 덕에 던전 출입이 가능해지긴 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카르마를 써가며 던전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무공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헌터 신분을 가지는 것보다 일반인 신분을 유지하는 게 훨씬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던전에 들어갈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게.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간단합니다. 저는 헌터로 각성한 적이 없는 비각성자입니다. 무공 하나로 지금껏 헌터인 척 연기했었던 거죠.”

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예상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하는 얼굴이 된 것이다.

하기야,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심지어 연수원에서 랭킹 1위까지 한 내가 사실은 헌터가 아니라고 했으니 말이다.

“정말 스킬 하나 없이 무공만으로 랭킹 1위가 된 것이라니. 엄청 충격인데요?”

“이제야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솔직히 더 빨리 말씀하셨으면 믿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사기꾼으로 생각했을걸요?”

“맞아요. 오히려 지금이라도 말씀해주셨으니 저희가 감사 인사를 해야죠!”

두 사람의 반응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늦게나마 사실을 이야기하길 잘한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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