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화
<헌터 연수원에서 무슨 일이?>
<헌터보다 더 강한 일반인!>
<박한새, 과연 그의 정체는 누구인가?>
<28세 늦깎이 헌터, 사실은 헌터가 아니었다?>
<무공이란 실존하는 것인가!>
박한새가 일반인이었다는 사실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속보로 다뤄졌다.
그리고 이 속보는 그날 바로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강충구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말이야? 일반인이 헌터 연수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 같은데, 이게 말이 되나?”
모든 10대, 20대처럼 그 역시 헌터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A랭크, 또는 S랭크 헌터가 되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수백억대의 자산가가 되는 것.
10대, 20대뿐만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원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강충구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과거에는 그도 헌터를 꿈꿨지만, 23살이 넘으면서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대에 헌터로 각성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일반인이 헌터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그런 그에게 믿을 수 없는 기사가 올라왔다.
일반인이면서도 당당하게 헌터 연수원에 들어갔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가짜 뉴스겠지?’
강충구는 기사를 직접 두 눈으로 봤으면서도 기사 내용을 불신하였다.
수십 년의 헌터사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었으니, 그가 불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기레기들 미쳤나? 단체로 개소리 지껄이네 ㅋㅋㅋㅋ]
[기사 ㄹㅇ 팩트임. 내 친구 지금 연수원에 있는데 똑같은 소리 했음.]
[인증 없으면 뭐다?]
[다 똑같은 이야기하는데 인증 없으면 ㅇㅈㄹ ㅉㅉㅉ]
[근데 존나 구라 같은 뉴스긴 함. 아니 미친 어떻게 일반인이 헌터 연수원까지 들어감?]
[연수원에서 이미 발표한 사실인데 뭘 더 의심함 ㅋㅋㅋ]
[와, 무공은 실존하는 건가?]
[박한새 이 새끼, 환생한 천마 아님?]
혹시 몰라 자주 가는 헌터 매니아란 커뮤니티를 확인하였다.
모든 게시글이 박한새에 관한 이야기로 점령되다시피 하였다.
헌터와 관련된 게시판이 아닌데도 이러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네.’
사실 그로서는 반신반의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게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이기에 반신반의한다는 것이지 않은가.
“만약 이 정보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나도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걸까?”
강충구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헌터를 꿈꿨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거 같았다.
‘심장아, 나대지 마.’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괜히 설레발치고 싶지는 않았다.
기대를 배신당한 경험은 헌터가 되지 못했던 그때의 경험만으로 충분하였으니.
하지만 정보를 계속 조사해본 결과, 무공이란 것은 정말로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무공이란 게 진짜 존재한다면…. 꿈이란 것을 다시 품어봐도 되지 않을까?’
이능관리부 장관실에서는 때 아닌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인자인 장관과 이인자인 차관 간의 기 싸움이었다.
“차관님, 이번 분기도 소득이랄 게 없네요?”
“나영석, 신진호, 김나영 같은 인재들을 전부 10대 길드에 뺏기다니요.”
장관은 늘 차관인 이재현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지금 지적하는 내용도 사실 말도 안 되는 트집이었다.
헌터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10대 길드로 가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인재일수록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10대 길드에게 인재를 뺏겼다고 트집을 잡다니.
그냥 이재현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가장 성적이 좋은 이정 헌터와 접촉 중이고, 잠재력 있는 다른 헌터들과도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세요. 결과를. 이정 말고는 상위권 헌터들 전부가 10대 길드로 가지 않았습니까?”
이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상위권 헌터 전부가 10대 길드로 간 것은 아닙니다.”
“혹시, 박한새를 말하는 겁니까?”
“예. 박한새 헌터는 뛰어난 인재로 현재 연수원 성적이 10위 안에 듭니다.”
“스킬이 필요 없다는 헛소리나 하는 양반이라 믿음이 안 가는데….”
“이미 실력으로 증명한 자입니다. 의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자 장관도 그 건에 대해서는 트집을 잡을 게 없었는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뭐 좋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한 계약은 왜 하신 겁니까?”
그가 말하는 이상한 계약이란, ‘무공’을 이능관리부 헌터에게 가르치는 계약을 말하는 것일 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재현도 할 말이 있었다.
“전에 이유를 설명하였지 않습니까?”
“저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장관의 반응에 이재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인재를 데려와도 뭐라 하는군.’
무공이란 게 100% 실존하는 것인지는 그 역시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계약을 함으로써 박한새를 이능관리부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손해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무공을 익힌 헌터에 한해 강의료를 지급한다고 명시했으니, 설령 무공이 거짓이라도 이능관리부로서는 잃을 게 없었다.
장관을 간신히 설득한 이재현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였다.
사실 장관의 트집이 아니어도 그는 최근 들어 의욕을 잃고 있는 상태였다.
인재들을 전부 10대 길드에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역시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10대 길드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인가.’
그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그의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쩐 일입니까?”
“연수원에서 지금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필 연수원이라니.
사고라도 터진 게 아닌지 괜히 불안하게 느껴졌다.
“놀라운 소식이라. 나쁜 소식은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차관님에겐 나쁘지 않을 수도 있는 소식입니다.”
“그래서 어떤 소식이죠?”
“박한새 헌터가 사실은 헌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비서에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재현은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헌터라고 알고 있는 사람을 갑자기 헌터가 아니라고 하는데 바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박한새 헌터가, 헌터가 아니라니요?”
“말 그대로 박한새 헌터는 헌터가 아닌 일반인입니다. 일반인이 헌터 라이선스를 따낸 것입니다.”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예요?”
“사실 저도 믿기지는 않는데, 지금 거의 모든 신문사에서 속보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재현은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해보았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니 확실히 비서가 말한 기사들이 보도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한새 헌터가 사실은 일반인이었다니!’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느끼긴 했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범상치 않다는 것은 절대 이런 쪽이 아니었다.
물론 비서의 말처럼 박한새가 일반인인 것이 그에게 나쁜 일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었다.
지금까지 박한새가 했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는 뜻이었으니.
‘그렇다면 무공은 실존하는 게 확실하다는 뜻이군.’
무공이 실존하고 그 무공을 유일하게 익힌 사람이 이능관리부 소속이라니.
이는 앞으로 헌터 업계에 대변혁이 있을 것을 예고하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박한새 헌터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어.’
만약에 추가적인 조건을 요구한다고 해도 무조건 들어줘야 했다.
무공이 실존할 경우, 박한새는 S랭크 헌터에 버금갈 정도로 귀한 인재였으니까.
‘아니, 그 이상의 인재다.’
S랭크라고 해도 몸은 하나였다.
그 자신은 몸이 하나일 수 있지만, 무공을 통해 최상위급 인재를 양산할 수 있었다.
이재현으로선 박한새의 가치를 S랭크 헌터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연수원 랭킹 1위인 박한새가 비각성자란 사실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헌터 협회에도 전해졌다.
“비각성자가 어떻게 각성자 자격증에 헌터 라이선스까지 취득한 거야!”
김범수 협회장은 박한새의 소식을 듣자마자 노기를 터뜨렸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인정했다며! 미친놈이 아닌 이상 이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협회 간부들은 그저 침묵하였다.
그들로서도 처음 듣는 소식이었으니,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박한새에 대해 아는 사람 없어?”
김범수 협회장의 물음에 간부 중 한 명이 수첩을 들며 보고하였다.
“이름, 박한새. 나이는 스물여덟 살. 특이사항으로는 부모가 그 유명한 박정석, 신민아 부부입니다.”
“박정석과 신민아?”
“대격변 초기, 서울을 구원했던 영웅들 말입니다.”
나중에는 1차 대격변이라 불릴 이 사건은 바로 수도권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던전 브레이크를 말하는 것이었다.
벌써 십수 년이 지난 일이었으나, 여전히 그때의 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대격변 때 ‘영웅’이 되어 사라진 헌터들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었고 말이다.
“내가 모르겠나? 나 역시 그 자리에 있었는데?”
“죄, 죄송합니다.”
그가 괜히 협회장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한때 영웅이라 불렸던 인물.
동료였던 박정석과 신민아를 모를 리 없었다.
물론 죽은 박정석과 신민아가 그를 진심으로 동료라고 생각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박한새가 하필 두 헌터의 자식이라 이거지?”
“예, 그렇습니다.”
“다른 정보는 또 없나? 박한새, 그놈에 대해 아는 게 또 없냐는 말이야!”
김범수 협회장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박한새가 죽은 박정석, 신민아 부부의 자식이란 말을 듣고 더욱더 분개하는 모습이었다.
“제가 듣기로, 박한새 그자가 원래부터 이상한 말을 자주 했었다고 합니다.”
“이상한 말?”
“예. 스킬이 필요 없다느니, 자신이 무공을 창안했다느니.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간부 한 명이 그리 말하자 김범수 협회장은 더욱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정신이 이상한 놈인 줄 알았으면서도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건가!”
엄청난 죄라도 지은 듯, 테이블을 내리치며 강하게 압박하는 김범수 협회장이었다.
그러자 보고했던 간부가 몸을 움찔하였다.
“하루 주겠네. 박한새, 이놈의 정체를 낱낱이 밝혀서 헌터 라이선스를 박탈하고 연수원에서도 완전히 쫓아버려!”
“그리고 이왕이면 그 무공이란 것도 자세히 조사해보고!”
“예!”
간부들이 물러나자 김범수 협회장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비각성자 따위가 헌터 계급에 도전하다니.”
헌터는 오직 ‘선택된 자’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
비각성자가 헌터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은 헌터 협회의 협회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반드시 중징계를 내려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었다.
‘언론도 잘 감시해야겠어. 박정석, 신민아 부부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지 않게끔 말이야.’
박한새의 이름이 퍼지는 것은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박한새의 부모가 누구인지 숨기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