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화
“처음 경험해본 던전은 어땠어?”
“저야 짐꾼 생활을 많이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던전 체험을 마치고 돌아온 주현근 팀에게 그같이 묻자, 주현근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였다.
하지만 주현근의 팀원 중 한 명인 문정민은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을 짓고 있었다.
물론 던전에서 무슨 대단한 체험을 해서 그런 눈빛을 보이는 것은 아닐 거다.
“지금 던전이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은데?”
“그럼?”
“너, 진짜 헌터 아니었어?”
팀이 달라서 그는 내 몸이 던전을 통과한 것을 보지 못하였다.
즉, 아직도 긴가민가한 상태라는 뜻이었다.
성격 자체가 직접 본 것만 믿는 성격이었기에 남들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내게 직접 물어보는 거 같았다.
“헌터 라이선스를 발급받았으니 헌터는 맞지.”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뭐, 던전에 들어갈 수 없는 몸이냐고 물어보는 거라면 맞아. 던전에 들어갈 수 없어. 나는 헌터로 각성한 적이 없거든.”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불신 가득한 눈을 하는 그에게 나는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알잖아. 나에게 무엇이 있는지.”
그에게는 헌터 자격시험 때 이미 무공의 존재를 알려주었었다.
물론 그때의 문정민은 내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사기 치려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비각성자란 사실이 밝혀진 지금은 그도 무공이 진짜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무공을 말하는 거야?”
“그래.”
“무공이란 게 도대체 뭐기에…. 아니 그보다 너는 어떻게 무공을 창시할 수 있었던 거지?”
“운이 좋았고 내게 재능이 있었다. 이유는 그뿐이야.”
“…그런가.”
문정민은 입술을 계속해서 달싹였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주저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가 하고 싶은 말이란, ‘무공을 가르쳐 줘.’일 터.
하지만 결국 그의 입술은 굳게 닫혔다.
성격 자체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억지로 참는 거 같았다.
‘뭐, 어차피 지금 당장 가르쳐줄 필요는 없지.’
당분간은 나도 바쁠 것이다.
연수원에서도 쫓겨날 가능성이 크니, 문정민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어야 했다.
“그나저나 한새 형,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뭐 말하는 거야?”
“헌터가 아니신데, 헌터 연수원에 계속 계실 수 있는 거예요?”
“글쎄.”
아직은 나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회귀 전에도 이런 일은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내가 굳이 헌터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모두가 나를 인정해주었으니까.
이성은의 조력도 있었고.
하지만 지금은?
최악의 경우, 헌터 연수원에서 쫓겨나는 것을 넘어 협회 차원에서 징계를 받게 될 수도 있었다.
징계 사유는 물론 괘씸죄일 것이고 말이다.
‘김범수 협회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지.’
회귀 전에도 비슷한 사례는 꽤 많았다.
내가 무공을 전파한 뒤에 몇몇 일반인들이 헌터 자격시험에 도전했던 것이다.
심지어 일반인 출신의 수백만 너튜버가 헌터 자격시험에 도전하여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솔직히 나로서는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뭐가 됐건 내가 원한 것은 명성이었고, 이미 나는 세간에 ‘헌터 수준의 무력을 가진 비각성자’로 알려졌다.
이 정도의 명성이라면 추후 이능관리부에서 헌터들을 가르칠 때 무공의 가치를 설명하기가 한결 쉬워질 터.
그러니 헌터 라이선스를 박탈당한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래도 카르마를 소모하면 던전에 들어갈 수 있으니, 헌터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게 훨씬 유리하긴 한데….’
내가 헌터 라이선스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박한새 헌터님.”
“교관님이 여기는 어쩐 일로?”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오셔서 지금 바로 면회를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손님이요?”
“협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박한새 헌터님을 찾아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올 것이 왔다고.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헌터 라이선스를 발급받고 현재는 헌터 연수원에서 생활하는 이가 자신은 비각성자라고 밝힌 상황이었다.
이만한 일에 헌터 협회가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군.’
헌터 협회쯤 되는 거대 단체라면 반응이 느릴 법도 한데,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반응이 나왔다.
그렇다는 말은 고위 간부, 어쩌면 김범수 협회장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곧바로 윤희봉 교관을 따라 면회장으로 향하였다.
협회에서 나왔다는 사람은 모두 두 명이었다.
두 사람 다 새까만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직책도 조사관이어서 그런지 어딘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나는 그들이 어떤 분위기를 풍기건 개의치 않았다.
다른 무소속 헌터들이었다면, 두 사람을 두려워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애초에 ‘헌터’가 아니었으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박한새 씨 맞으십니까?”
호칭이 신경 쓰였다.
원래라면 박한새 헌터님이라 불렀을 텐데, 굳이 ‘씨’를 붙이는 게 마치 나는 헌터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박한새 헌터입니다.”
“일단 앉으시죠.”
“물 드시겠습니까, 커피 드시겠습니까?”
“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사관은 직접 찬물을 떠오고는 나에게 건네주었다.
“혹시 바깥 상황이 어떤지 알고 계십니까?”
“휴대폰 덕분에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지금 박한새 씨 때문에 바깥이 시끄러워졌습니다.”
나는 무덤덤하게 대꾸하였다.
그러자 조사관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상황 파악을 잘 못하신 모양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조사관이 미간을 찌푸리건 말건 나는 내 할 말을 할 뿐이었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박한새 씨, 당신은 헌터가 아닌데도 악의적인 방법으로 헌터 자격시험에 응한 것을 인정하십니까?”
“악의적인 방법을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자격이 안 되는데도 헌터 자격시험에 응하였지 않습니까?”
“자격이라면 어떤 자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박한새 씨는 비각성자이지 않습니까.”
“일반인은 시험을 치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까? 저는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실제로 그런 규정은 없었다.
애초에 일반인이 각성자 등록에 성공한 일도 없었으니, 그런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자자, 이 질문은 이따 다시 하는 거로 할 테니, 진정하세요.”
두 명의 조사관 중 안경을 쓴 조사관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쪽은 으르고 한쪽은 달래는 수법인가.’
사회 초년생인 다른 헌터들이라면 압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저 코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무공은 언제 처음 배우신 겁니까?”
“올해 처음 배웠습니다.”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으셨죠?”
“제가 직접 창안했습니다.”
“어떻게 창안하셨습니까?”
“그건 비밀입니다.”
“왜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저의 비전을 함부로 공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그리 말하자, 으르는 역할을 맡은 조사관이 탁자를 내리쳤다.
“박한새 씨. 당신은 지금 조사받는 입장입니다.”
“저는 죄를 지은 게 아니니, 죄인 취급은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당당하게 그리 말하니, 조사관이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죄를 짓지 않았으니, 그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지 않으면 추후에 심각한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심각한 불이익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사관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다물었다.
아마 그는 던전 사냥에 지장이 생길 거라는 협박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헌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던전 사냥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던전 사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비각성자로서 애초에 던전에는 들어갈 수도 없는 몸이지 않은가?
물론 실제로는 카르마로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줄곧 통해왔던 협박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났으니까.
“헌터 라이선스를 박탈당하실 수 있습니다.”
그 같은 협박에 나는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오히려 좋습니다.”
“제 실력으로 당당하게 따낸 헌터 라이선스를 협회가 강제로 뺏어간다면 사람들은 협회가 저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헌터보다 강한 일반인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왜 당신 같은 비각성자를 두려워합니까!”
“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헌터 라이선스를 박탈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익!”
조사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내 도발이 확실하게 통하긴 한 거 같았다.
“조사에 불성실하게 임했으니, 추후 불이익이 따라도 겸허히 받아들이십시오.”
달래는 역할을 맡은 조사관도 위선적인 행태를 버리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런 조사관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러자 두 조사관은 분개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대화를 나눠봤자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협회와 좋은 관계를 맺기는 그른 거 같군.’
헌터 협회와는 늘 악연이었다.
이성은이 말하기를 1회차 때부터 악연이 시작되었다나?
아마 이번에도 헌터 협회와는 악연이 이어질 거 같았다.
‘어차피 상관없다. 어차피 스킬 만능주의자들과의 싸움은 필연과도 같은 일이니.’
스킬 하나만으로 A랭크니, B랭크니 고위 랭크로 자리 잡은 헌터가 적지 않았다.
무공이 일상화된 미래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그들은 내가 회귀 전에 겪었던 것처럼, 무공이 보편화되는 날,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헌터 협회 사람들과의 면회가 끝이 나자, 또 한 명의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저를 왜 찾아오신 겁니까?”
내가 이정에게 묻자, 그가 특유의 중저음으로 대답하였다.
늘 느꼈던 거지만, 앳된 얼굴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목소리였다.
“잠시 대화 좀 했으면 좋겠군.”
벤치에 앉아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흠흠!”
하지만 그는 헛기침만 하며 먼 산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꺼내기가 주저되는 모양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군.’
원래 성격대로 시원하게 말하면 되지, 뭘 저렇게 망설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실 말씀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그가 다급히 붙잡았다.
“잠시만!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뭡니까?”
“마력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모은 거지?”
의외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일반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긴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답변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제가 왜 그걸 알려줘야 합니까?”
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그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알려주기 어려운 것은 아닐 텐데?”
“그럼 저도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드디어 나에게 궁금한 것이 생긴 거냐?”
“성좌와는 언제 계약하신 겁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던 듯, 이정이 눈을 부릅뜨며 놀라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