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화
20명의 헌터들이 제자리에 앉은 채 각자 호흡에 열중하고 있었다.
주현근을 가르칠 때 그랬던 것처럼 호흡법을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이다.
‘역시 20명밖에 없어서 그런지, 비범한 자질을 가진 이는 없어 보이는군.’
헌터의 재능이 없다고 무공의 재능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주현근만 봐도 헌터의 재능이 무공의 재능까지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게 처음 교육받는 20명의 인원 중에 ‘천재’라고 부를 사람은 없어 보였다.
물론 무공의 재능이란 게 호흡하는 것만 보고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성이든, 근골이든 진짜 무공을 가르쳐야 알게 되는 재능도 있으니까.
하지만 호흡법은 무공에 있어서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력을 각성한 헌터의 몸으로 아직도 마력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들이 마력 감응력이란 재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주현근이 1시간, 정호연과 정소연이 2시간이었던가?’
호흡법을 가르치고 벌써 4시간이 지난 상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라면 이미 반응을 보이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4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력을 감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계속 호흡법만 익히게 하는 건가요?”
그때, 유현경이 옆에서 소곤거리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왜, 실망하셨습니까?”
“기대에서 벗어난 거 같기는 해요. 뭔가 엄청난 것을 가르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역시 다 비슷한 반응이었다.
뭐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겉으로만 봐서는 평범한 호흡법처럼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지금 가르친 것은 어디까지나 기초였다.
헌터들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마력을 감지하게끔 해주는 호흡법인 것.
그러니 평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모든 배움에는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무공 역시도 마찬가지죠.”
“기본기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위한 기본기인가요?”
“내공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게 바로 제가 말하는 기본기입니다. 물론 내공 자체를 늘리는 것도 기본기 중 하나이고 말입니다.”
“내공이라면 마력을 말씀하시는 거죠?”
“마력이 많다고 좋은 게 있나요? 저는 마력으로 이득 본 게 없었는데 말이죠.”
회귀 전이었으면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말이었다.
하지만 무공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헌터들에게 마력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막대한 양의 마력을 소모하는 스킬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또 생각이 다르겠지만.
“무공을 배운다면 내공이 많은 게 좋은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될 겁니다.”
내 말에 유현경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그녀는 무공을 배울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아무리 피해도 곧 무공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호흡법을 수련하고 있는 20명 중, 한 명이라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유현경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아니, 굳이 20명의 교육생이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이미 나에게서 무공을 배운 헌터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무공의 창시자, 박한새! 이능관리부에서 자신의 무공을 가르치다!>
이틀이 채 안 돼서 다시 올라온 박한새의 기사를 보며 주현근은 감탄하였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박한새가 유명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이러다 한새 형, 엄청난 거물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지금도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박한새였다.
하지만 그의 기세를 보면 주목받는 정도를 넘어 그 이상으로 금세 치고 올라갈 거 같았다.
“박한새가 이능관리부에 들어갔구나.”
“아니, 왜 하필 거길 갔대? 랭킹 1위였으니 10대 길드에서도 영입하려 했을 텐데.”
“무공 가르치러 갔대잖아. 그리고 애초에 10대 길드가 박한새를 탐낼 이유는 없지. 던전에도 못 데려가는데 말이야.”
마침 연수원 동기들도 박한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근데 그러면 우리도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건가?”
“이능관리부에 들어가면 무공을 배울 수 있긴 하겠지. 하지만 나는 굳이 무공 때문에 이능관리부에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왜? 나는 무조건 무공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무공을 배우면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럼 당연히 이능관리부에 들어가서 무공을 배우는 게 맞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공에 대해 회의적이야.”
“여기에도 박한새의 제자가 있잖아. 근데 그 제자라는 놈의 랭킹이 몇 위야? 내가 알기로 350위인가 그럴걸?”
“뭐야. 무공이란 것을 배웠는데 그 정도 순위밖에 안 된다고?”
“그래서 내가 무공을 못 믿겠다는 거야. 무공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박한새라는 사람이 특별한 인간이었을 수도 있는 거지.”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엿듣던 주현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박한새의 제자는 바로 그였다.
‘나 때문에 무공이 저평가를 당하다니.’
괜히 미안했다.
무공은 이렇게 저평가당할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더는 안 되겠어.’
안 그래도 박한새가 그에게 말했다.
순위를 올리라고.
더는 실력을 숨기지 말라고.
아무래도 박한새의 말을 따라야 할 때가 온 거 같았다.
“들었어? 주현근이 정현우에게 도전했다던데?”
“주현근은 뭐 하는 듣보잡인데 정현우에게 도전해?”
“걔, 박한새 따까리 아니야?”
“맞을걸? 내가 듣기로 같은 부대 출신이라던데.”
“하, 참 나. 박한새 따까리라고 자기도 강한 줄 아나?”
“착각도 유분수네. 정현우에게 털리고 현실을 자각하겠지.”
주현근이 랭킹 100위인 정현우에게 도전한다는 소식에 연수원의 헌터들은 비웃기 바빴다.
주현근의 랭킹은 고작 350위.
순위 차이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주현근의 만용을 황당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너는 뭔데 나에게 도전하고 지랄이야? 내가 우습냐?”
그의 도전을 받은 정현우 본인도 황당해하긴 마찬가지였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전했을 뿐입니다.”
“하! 내가 우습게 보인다 이거지?”
분노를 느낀 정현우는 주현근의 도전을 받아주면서 내심 생각했다.
주현근을 아주 묵사발로 만들어 주겠다고.
어차피 죽이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기에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순위 결정전이 시작되었다.
“각오해라!”
먼저 공격한 것은 정현우였다.
주먹을 쥔 채로 달려드는 정현우.
역시 100위권의 강자라서 기세가 매서웠다.
육체 능력도 남다른 것이, 300~400위권 헌터들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빨라 보였다.
하지만 그런 정현우의 공세를 지켜보며 주현근은 눈을 빛냈다.
‘생각보다 쉽다.’
정현우는 비록 패시브 스킬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간에 스킬을 보유한 헌터였다.
하지만 주현근은 정현우를 상대하면서 조금의 어려움도 느끼지 못하였다.
그의 움직임은 너무도 느리게 느껴져서 집중하고 있으면 마치 가만히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주현근이 자신의 공격을 계속 피하자, 정현우는 이를 악물며 더 강하게 주현근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런 정현우의 맹렬한 공세 속에서도 주현근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이 내공을 어떻게 써야 한새 형처럼 단숨에 적의 뒤로 이동할 수 있을까?’
이 순간에 그가 품는 생각은 정현우의 공격을 어떻게 피할지가 아니었다.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는 수준을 넘어, 박한새의 움직임을 어떻게 흉내 낼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일단 내공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주현근은 시험하듯 단전에 모여있는 자신의 내공을 발끝으로 이동하였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앞으로 쭉 늘어지더니 정현우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하였다.
박한새가 이론으로 설명해주었던 보법을 거의 엇비슷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렇게 하는 거구나. 대충 알겠다.’
확실히 사람과 대결하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었다.
던전에서 몬스터를 상대했을 때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몇 번 시험 삼아 보법을 사용하고는 그대로 정현우의 뒤를 공격하였다.
대결은 그걸로 끝이었다.
이미 주현근의 보법을 보고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현우는 더 덤벼들지 않고 그대로 기권을 선언하였다.
처음 주현근의 도전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었다.
하위권 중의 하위권에 있는 것이 주현근이었다.
랭킹이 무려 250위나 차이 나는 정현우에게 도전권을 쓴 것은 그저 만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주현근은 정현우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말이다.
-흥미롭군요. 마치 박한새, 그자를 보는 거 같습니다.
이정은 굳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현근의 도전을 처음부터 주목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물론 그가 주현근을 주목한 이유는 하나였다.
‘과연 무공이란 게 다른 이도 배울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군.’
주현근은 그가 알기로 박한새의 유일한 제자였다.
즉, 박한새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무공을 익힌 이라는 뜻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정으로선 주현근의 도전을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거라고는 생각했었다.
비각성자도 자신보다 강하게 만들었던 게 바로 무공이란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설마 350위였던 주현근을 100위를 넘어 그 이상까지 올라오게 만들 줄은 몰랐다.
“주현근이 몇 위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지?”
-지금 실력이라면 30위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350위였던 이가 30위까지 올라온다니.
역대 어떤 헌터도 이런 이변을 보인 적이 없었다.
박한새조차 처음 랭킹은 4위였으니까.
하지만 이정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런가?”
-하지만.
“하지만 뭐?”
-그의 성장세를 보면 또 모르겠습니다. 10위권도 가능할 거 같군요.
아우구스의 말대로 주현근의 성장세는 실로 괴물 같았다.
그야말로 싸울 때마다 실력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저 정도의 성장세라면 곧 박한새의 실력도 따라잡을 거 같은데?’
잠시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주현근의 실력이 올라가는 동안 박한새라고 가만히 정체되어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거 하루라도 빨리 무공을 배워야겠어.’
[권속 후보, ‘주현근’에 대한 당신의 지분율이 51%가 되었습니다.]
“음?”
평소처럼 내공을 수련하고 있을 때, 눈앞으로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처음 알람 소리를 들었을 땐, 퀘스트가 발생한 줄 알았다.
하지만 문구에는 퀘스트가 아닌, 주현근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50% 넘은 걸 어제 확인했었는데 그새 1%가 더 올랐네. 근데 이게 왜 알람으로 표시된 거지?’
어제는 기어코 지분율 50%를 달성하였다.
물론 지분율 50%를 달성한다고 뭐가 달라질 거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목표였을 뿐.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지분율이 50%, 정확히는 51%가 되자 시스템적으로 큰 변화가 생겼다.
[당신은 권속 후보, ‘주현근’에 대한 세 가지 권리를 인수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