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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30화 (30/275)

#030화

지분율 51%를 달성하자 나는 세 가지 권리를 얻었다.

‘스탯창을 볼 수 있다고?’

첫 번째 권리는 주현근의 세부적인 능력치를 볼 수 있는 권리였다.

한마디로 주현근의 상태창을 볼 수 있게 된 것인데, 심지어 카르마를 쓰면 주현근의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였다.

두 번째 권리는 독점권이었다.

독점권이란, 말 그대로 주현근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였다.

‘독점권이 존재한다는 말은 다른 성좌에게 권속 후보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의미겠어.’

성좌는 분명히 실존하였다.

그리고 성좌가 실존하는 한, 같은 헌터를 두고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 독점권이란 것은 그런 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얻게 되는 장치인 듯싶었다.

마지막, 세 번째 권리는 권리라기보단 시스템적인 기능에 가까웠다.

나는 이제부터 내가 원한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주현근에게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주현근이 보고 있는 것이라면 나 역시 볼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다만 어떤 것을 하든 카르마는 무조건 소모되는군.’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주현근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주현근의 시야로 세상을 보는 것.

이 모든 게 카르마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주현근의 스탯창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볼 때마다 무려 100 카르마가 소모되었다.

능력치를 올릴 때는 당연히 그 이상이 소모되었고 말이다.

‘일단 스탯창을 한번 봐볼까?’

<사용자 정보>

이름 : 주현근

성별 : 남성(26)

배후성 : 없음

당신의 지분율 : 51%

[근력 : (16/25)] [내구 : (19/30)] [민첩 : (22/35)] [체력 : (18/29)] [마력 : (97/?)]

<고유 능력 : (직감)>

신기했다.

근력, 내구, 민첩, 체력, 마력.

주현근의 능력치가 다섯 개로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었다.

‘고유 능력은 스킬을 말하는 거 같은데, 주현근에게 스킬도 있었던 건가?’

단순히 능력치만 알게 된 것이 아니었다.

아마 주현근 본인도 몰랐을 그의 스킬 또한 나는 스탯창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심지어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지.’

여러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카르마가 극도로 적은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제한이 많았지만 말이다.

주현근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허억, 허억, 수고하셨습니다.”

결국, 주현근은 30위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단전이 생기면서 그의 전신에 퍼져있던 막대한 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스킬의 부재는 너무도 컸다.

30위권부터는 패시브 스킬을 넘어 액티브 스킬을 하나 이상씩은 보유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의 상대가 ‘강철 육체’라는 스킬의 보유자였다.

스킬을 사용하면 말 그대로 강철같이 단단한 육체가 되었는데, 주현근에겐 실로 천적이나 다를 게 없었다.

검기나 점혈을 배우지 못한 그로선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빨리 한새 형에게 검기를 배우든가 해야겠어.’

공격력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지금 같은 수준으로는 설령 D랭크 이상으로 측정된다 해도 그에 걸맞은 던전에서 사냥할 수 없을 거 같았다.

그의 공격이 4성 이상의 던전 몬스터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와, 너 진짜 뭐냐.”

“나는 박한새가 다시 돌아온 줄 알았다니까.”

자신에게 실망한 주현근과 달리, 그 어떤 헌터도 그를 패배자로 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그의 랭킹은 350위였었다.

교관들조차 그의 잠재력을 E랭크가 한계라고 봤을 정도였다.

이랬던 그가 상위 랭커에게 연달아 도전하더니, 100위를 넘어 30위권에 안착하였다.

이런 그의 활약에 연수원 전체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너 스킬 없다고 하지 않았어?”

“스킬의 힘이 아니야.”

“그러면? 설마 박한새에게 무공을 배운 거야?”

“그래, 내가 31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한새 형에게 배운 무공 덕이야.”

모두가 궁금해했던 그의 성장 비결은 너무도 단순명쾌하였다.

다름 아닌, 무공!

비각성자도 연수원 랭킹 1위로 만들었다던 무공 덕에 350위였던 그가 31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공이란 거 나도 배울 수 있냐?”

“현근아, 너 정도 실력이 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해?”

유명인이 된 주현근은 연수원 동기들로부터 끊임없는 질문 공세를 받았다.

무공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공을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심지어 동기들에게만 질문이 쏟아진 것이 아니었다.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그를 찾아와 인터뷰 요청을 하였다.

물론 기자들의 질문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었던 배경을 물었던 것이다.

“제가 강해진 이유는 무공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공을 배우고 싶으면 이능관리부로 가십시오. 저의 사부님이 이능관리부에서 무공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주현근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똑같이 대답하였다.

이능관리부로 가라고.

거기에서 무공의 창시자인 박한새가 무공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이다.

주현근이 31위가 되었다는 소식에, 헌터 관련 최대 커뮤니티인 헌터 매니아도 난리가 아니었다.

[님들 그거 앎? 무공의 창시자 박한새의 제자 랭커 됨. ㅋ]

[ㅅㅂ 이게 말이 됨?]

[그니까 ㅋㅋㅋ 알아보니까 주현근 저놈도 스킬 하나 없다던데.]

[박한새, 그놈이 나타난 이후로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전부 깨지는 기분임. ㄷㄷ]

박한새가 이변을 일으킨 게 불과 얼마 전이었다.

이미 박한새로 인해 이번 기수는 최대의 관심을 받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주현근이 또 한 번의 이변을 일으켰다.

심지어 그는 박한새의 첫 번째 제자라는 칭호까지 달고 있는 상태.

당연히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나 이능관리부 들어가려는데 어떻게 생각함?]

박한새, 주현근으로 시작된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능관리부로 이어졌다.

현재 무공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이능관리부였으니까.

[예전이었으면 반대했을 텐데 지금은 무공 배울 수 있으니 낫 배드.]

[ㅇㅈ. 무공이라는 거, 전에 목동역에서 보여준 점혈신공도 그렇고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개많을 듯.]

[그러게. 검기도 그렇고 보법도 그렇고 무공 하나 배우는 게 어지간한 스킬 여러 개 가진 것보다 훨씬 낫겠는데?]

[ㅋㅋㅋㅋㅋ 나도 내일부터 공시 준비한다.]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능관리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신생 DX 길드는 막대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다른 길드 헌터들에게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영입을 제안하기도 했으며, 연수 교육을 받는 신입들 다수에게 영입 제안을 하기도 했다.

F랭크 헌터들에게조차 수천만 원의 계약금을 제시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DX 길드의 이 같은 공격적인 영입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성과가 적었다.

“신입들이 죄다 이능관리부로 갔다는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문정민 헌터의 경우 1억을 제시했는데도 이능관리부를 선택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헌터들이 DX 길드 대신 선택한 것은 여태까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이능관리부였다.

부와 명예, 심지어 권력까지.

이능관리부는 헌터들이 원하는 그 어떤 것도 충족해줄 수 없는 기관이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헌터들은 이능관리부를 선택하였다.

“도대체 왜?”

“그, 무공 때문이랍니다.”

“무공?”

“지금 어린 헌터들에게 화제입니다. 무공만 있으면 스킬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DX 길드에서 스카우트를 총괄하는 간부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무공이라니?

겨우 그런 거 때문에 DX 길드가 아닌, 이능관리부를 선택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무공이란 거 그냥 사기극 아니었어?”

“아무래도 사기로만 취급할 수는 없는 거 같습니다. 무공의 창시자로 알려진 박한새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공 사용자도 나왔습니다.”

“그게 누군데?”

“연수원에서 랭킹 31위가 된 주현근이라는 자입니다.”

“사기가 아니었단 말이야?”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올해를 기점으로 길드의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우려고 했건만, 설마 이런 변수가 발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펜테리움 카드를 꺼내야겠군.’

펜테리움.

그것은 헌터의 신체 능력을 강화 시켜주는 아주 특별한 약이었다.

10대 길드 때문에 가능하면 펜테리움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무공이라는 변수가 생긴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박한새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DX 길드뿐만이 아니었다.

“가입률이 왜 이렇게 저조한 거야?”

“이능관리부? 이번 기수는 정의감 넘치는 애들밖에 없나? 거기를 왜 간다는 거지?”

“박한새? 주현근? 그놈들은 또 누구야!”

10대 길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무공이라는 불확실한 배움을 얻고자 10대 길드가 아닌 이능관리부를 선택할 헌터는 많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10대 길드를 제외한 길드들은 중견이고 중소고 할 것 없이 큰 타격을 입었다.

제88회 기수 456명 중, 무려 200명이 이능관리부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능관리부 내부에서도 큰 반향이 일어났다.

“차관이 억지로 데려온 낙하산이 알고 보니 복덩이였군!”

“그러게 말이야. 랭킹 1위까지 데려오다니. 이런 적은 거의 처음 아닌가?”

이재현 차관이 처음 박한새를 데려왔을 때, 박한새를 긍정적으로 보는 공무원 헌터는 별로 없었다.

비각성자라는 것.

그리고 증명되지 않은 무공이란 걸 가르친다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박한새를 싫어할 이유는 충분하였다.

하지만 박한새는 이능관리부에 들어오고서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박한새를 보고 이능관리부에 들어온 헌터만 200명이 넘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 안에는 랭킹 1위인 이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교육생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었어? 박한새 교관님의 제자가 랭킹 350위에서 31위까지 올랐다던데?”

“원래 힘을 숨겼던 거 아니야?”

“힘을 몇 년 동안 숨겼겠어? 원래는 헌터 자격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졌던 사람이래.”

“무공을 배운 이후로 그렇게 달라졌다는 거야?”

“그렇겠지. 그게 아니라면 F랭크도 못 되던 사람이 31위까지 오를 수 있었겠어?”

“우리가 배웠던 게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거네.”

“쓸모없는 수준이 아니라, 지금 밖에서는 무공을 배우고 싶어서 안달이래. 오죽하면 랭킹 1위까지 무공을 배우려고 이능관리부에 들어오겠냐?”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듣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뭔가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갔다.

‘현근이의 랭킹이 오른 게 이 정도의 파급효과를 미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말이지.’

무공을 배웠다고 알려진 사람이 딱 한 명 더 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명과 두 명의 차이는 실로 거대하였다.

주현근이라는 무공 사용자 한 명이 추가로 생긴 덕에 무공의 진의 여부를 의심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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