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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34화 (34/275)

#034화

“김수민 헌터님.”

김수민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를 악물었다.

또 그 사내였다.

DX 길드의 스카우터라던 이름 모를 사내.

선글라스를 쓴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늘 그래왔듯, 은밀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미행을 했으면서 또 어찌나 당당한지.

“제가 미행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당연히 김수민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는 없었다.

“답변이 없으시니 제가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능글맞게 웃으며 제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내의 태도에 김수민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염동력이 사내에게 먹히기만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응징하였을 터.

그녀는 마력을 각성하고 처음으로 느껴본 무력감에 치를 떨었다.

“그럼 다시 찾아올 필요 없게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DX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요.”

“왜 그런 선택을 하셨죠?”

사내는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한진영, 유주, 이호승. 이 세 사람의 순위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셨을 텐데요.”

확실히, 그의 말대로 한진영, 유주, 이호승 이렇게 세 사람의 순위가 급상승하기는 했다.

연수원에서는 그 셋을 두고 제2의 주현근이 나올 수도 있다고 기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봤자 주현근 헌터에는 못 미치잖아요?”

제2라는 것은 결국 원조에 못 미친다는 의미였다.

연수 교육도 곧 끝나가는 상황.

그 세 사람이 주현근을 꺾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김수민 헌터도 무공이라는 불확실한 기술에 미래를 거시려는 겁니까?”

“저는 화영 길드에 들어갈 거예요.”

원래는 이능관리부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한새의 설득을 듣고 그녀는 화영 길드를 선택하였다.

‘어차피 무공만 배울 수 있다면 소속은 어디든 상관없어.’

박한새는 그녀가 화영 길드에 들어가면 차별 없이 무공을 가르쳐준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니 그 약속을 믿고 화영 길드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화영 길드라니, 의외의 선택이군요.”

“답변을 들으셨으니 이제 그만 꺼져주실래요?”

눈앞의 의뭉스러운 사내와는 단 1초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단호한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렸는데, 사내는 들은 척도 안 했다.

그저 혼자서 이상한 소리를 지껄일 뿐이었다.

“이럼 곤란한데요. 위에서는 무조건 김수민 헌터를 데려오라고 했는데 말이죠.”

사내의 혼잣말을 듣고 김수민은 섬뜩함을 느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강압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김수민 헌터님,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DX 길드에 들어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답변을 했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제가 선택권을 드릴 때, 잘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입술을 질끈 깨문 김수민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였다.

염동력을 펼쳐놓고 언제든 사내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러자 사내가 두 눈에 살기를 띠었다.

“김수민 헌터께서 그런 선택을 하신다면 저 역시도….”

“거기까지.”

그때 사내의 뒤에서 또 다른 사내가 등장하였다.

김수민은 새로 등장한 사내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새카만 무복을 차려입은 그 사내는 다름 아닌, 박한새였다.

“이런, 당신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날 안다고?”

“박한새 헌터 아니십니까?”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았지?”

“모를 수가 있습니까. 그 유명한 무공의 창시자인데 말입니다.”

박한새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개의치 않고 손가락으로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이름을 맞혔으니 나도 네 이름을 맞혀보지. 황연호. 이게 네 이름이지?”

늘 웃는 상이던 사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제 이름을 어떻게?”

“너는 내 이름을 알면서 나는 네 이름을 알면 안 되나?”

사내, 황연호는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 그는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손을 밖으로 꺼냈다.

스킬을 사용하여 박한새를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경고하는데, 허튼수작 부릴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박한새는 그런 황연호에게 예리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경고하였다.

마치 그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자 황연호는 양손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영입은 실패했으니, 저는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박한새 헌터님, 김수민 헌터님. 나중에 꼭 다시 만납시다.”

황연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인사하고는 그대로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타이밍이 공교롭네요. 제가 위기에 빠지자마자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셨어요.”

김수민이 살짝 날카롭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도 예민한 성격인데, 황연호 때문에 더 예민해진 듯싶었다.

“제가 지켜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까, 그 황연호란 사람처럼 저를 미행한 것은 아니죠?”

“…그냥 우연입니다.”

진짜 우연이었다.

김수민이 자주 다니는 코스를 혹시 몰라 와봤을 뿐이니까.

‘어쩌면 나에게도 주현근이 가진 직감이란 스킬이 있는지도 모르지.’

속으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고마워요.”

“저는 어디까지나 약속을 지켰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괜찮을까요?”

“화영 길드에 들어가셨으니, DX 길드도 감히 허튼짓을 할 수 없을 겁니다.”

“무공도 잘 가르쳐주실 거죠?”

“이번에 확실하게 느꼈어요. 더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주먹을 쥐며 각오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십시오.”

안 그래도 강한 그녀다.

무공까지 익힌다면 그때는 DX 길드 따윈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김수민이 화영 길드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노인의 질문에 황연호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예, 사전에 이야기가 다 된 것인지, 가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노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김수민은 한진영이나 유주, 이호승 같은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반드시 영입해야 할 인재라는 뜻이었다.

심지어 위에서도 주목하는 인재였기에, 그녀와의 계약이 무산된 것은 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 하필 화영 길드이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무공의 창시자로 알려진 박한새가 저의 정체를 알아봤습니다.”

“박한새 그자가, 황 사도. 자네의 정체를 알아봤다고?”

“변수로군.”

“제거합니까?”

황연호가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사람 한 명 죽이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분위기였다.

“조금은 지켜보도록 하지. 놈의 뒤에 있는 성좌가 누군지 모르니 말이야.”

노인은 박한새의 배후에 성좌가 있다고 추측하였다.

무공이라는 비현실적인 일을 이루려면 성좌의 도움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유심히 지켜보도록 해. 또 어떤 변수를 만들지 몰라.”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수민은….”

노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섬뜩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죽여라. 우리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그년은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

오랜만에 레이븐 길드에서 연락이 왔다.

10대 길드 중 한 곳인 레이븐 길드는 내가 이능관리부에 들어오고 나서도 꾸준히 관심을 표출하는 곳이었다.

오늘도 레이븐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직접 나를 찾아왔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다윗이 악수를 건네자, 나도 당당하게 한 손으로 악수를 받았다.

그러자 한다윗이 눈을 빛냈다.

“오늘도 혼자 오셨군요.”

“저는 처음 길드 마스터가 됐을 때부터 어디든 혼자 잘 다녔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뭐, 한다윗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자신감을 가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말이다.

“박한새 헌터…. 아니지, 헌터가 아니시니 다른 호칭을 사용해야겠군요.”

“지금은 무공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교관이라 부르셔도 좋습니다.”

“교관이라. 그리 불리는 게 편하시다면 그리 부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박한새 교관님을 찾은 용건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영입 제안입니까?”

“예.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조건을 가져왔습니다.”

비교도 안 되는 조건이라.

꽤 기대되는 말이었다.

‘아니, 어떤 조건인 것을 떠나서 레이븐 길드가 무공을 받아들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남는 장사다.’

레이븐 길드는 무려 10대 길드였다.

10대 길드의 일원인 레이븐 길드에서 무공을 받아들인다면 무공은 더욱더 양성화될 것이다.

“제가 바라는 것은 박한새 교관님이 창안하신 무공을 오직 레이븐 길드에서만 가르치는 겁니다.”

“독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박한새 교관님이 저희와 3년 독점 계약을 한다면 계약금으로 1,000억을 드리겠습니다.”

1,000억이라니.

처음 나에게 제안했을 때와는 단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하기야, 그때의 나는 일개 유망주였고 지금은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무공의 창시자였으니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긴 하군.’

나는 속으로 한다윗의 추진력에 감탄하면서도 겉으로는 거절의 뜻을 표하였다.

“죄송합니다.”

1,000억은 분명 큰돈이었다.

하지만 내 목적은 돈 따위가 아니었다.

작게는 카르마를 수급하는 것이 목적이요, 크게는 인류를 구하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이런 내가 1,000억에 흔들릴 리는 없었다.

“제 제안을 또 거절하시는군요. 이번만큼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말입니다.”

그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정말로 내가 거절할 것을 예상 못 한 거 같은 반응이었다.

“저는 무공을 특정 세력이 독점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이능관리부에 가신 겁니까?”

“이능관리부에 소속되어 있는 헌터가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한다윗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선 겨우 이런 이유로 이능관리부를 선택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무공을 원하신다면 이능관리부와 똑같은 조건을 제시하십시오. 그럼 레이븐 길드에서도 무공을 가르치겠습니다.”

어차피 화영 길드에서도 곧 무공을 가르칠 예정이었다.

당장이야 지원자만 뽑아서 무공을 가르칠 계획이지만, 아마 순식간에 길드원 전체가 지원하게 될 터.

그러니 다른 길드 하나가 추가된다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게 10대 길드 중 한 곳인 레이븐 길드라면 더더욱 괜찮았고.

하지만 한다윗은 독점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그런 한다윗의 모습에 나는 다른 제안을 하였다.

“아니면 화영 길드처럼 일부 지원자만 무공을 배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지금 화영 길드라고 하셨습니까?”

화영 길드란 말을 듣자, 한다윗의 얼굴이 험악하게 바뀌었다.

“예. 화영 길드에서도 무공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한다윗은 연신 미간을 어루만졌다.

‘화영 길드와 사이가 안 좋다더니, 그 때문인가?’

그런 한다윗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귓가에 익숙한 알람음이 들렸다.

[위기에 처한 권속 후보를 구하십시오. 카르마 +5,000]

퀘스트 문구를 보자마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급하게 일이 생겼습니다.”

황당해하는 한다윗을 무시하고 서둘러 카페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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