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화
<무공의 창시자 박한새 “3개월 안에 무공 사용자로 만들 것.“ 확언!>
<최초의 제자, 주현근 이후로 새롭게 제자가 된 47인은 누구인가?>
<드디어 막을 올리는 무공 아카데미. 과연 무공 아카데미의 미래는?>
청와대와 정부에서만 박한새를 주목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려 400명.
웬만한 길드보다 많은 인원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으니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3개월이라.”
한다윗은 신문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기사들이었다.
물론 그가 비현실적으로 느낀 것은 ‘3개월 안에 무공 사용자로 만들겠다.’라는 박한새의 공약이었다.
‘허언하는 사람으론 안 보였는데.’
그가 박한새를 만난 것도 벌써 두 번째.
다른 10대 길드보다 훨씬 빠르게 박한새에게 접촉하였었다.
그리고 한다윗은 그때 느꼈다.
박한새는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원리원칙주의자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는 기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정말 3개월 안에 보법이라는 일종의 이동 스킬과 비슷한 것을 양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는 실로 대격변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일대사건이었다.
스킬을, 그것도 몸의 이동속도를 늘려주는 유용한 스킬을 3개월 안에 배울 수 있다니?
헌터들이라면 누구나 거금을 들고 박한새에게 달려들 것이다.
아이템 하나에도 목숨을 거는 헌터들인데 스킬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판이 바뀌겠어.”
이것은 비단 한다윗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다른 10대 길드에서도 무공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만큼 박한새의 발언은 10대 길드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박한새를 영입해야 합니다!”
“어떻게요? 이미 레이븐에서 거액을 제시했는데도 거절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됩니다.”
“1,000억보다 더 많은 돈을 제시하란 말입니까?”
“스킬을 양산할 수 있다면 그깟 1,000억이 문제입니까. 1조를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아직 확실치도 않은데 그리 많은 돈을 쓰는 것은…….”
“확실해진 뒤에는 늦을 겁니다. 그때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무공을 노릴 텐데,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습니다!”
헌터 협회장, 김범수는 10대 길드의 반응을 지켜보며 노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10대 길드라는 양반들이 사기꾼 한 명에게 놀아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헌터들의 권리와 이익을 책임지는 단체의 장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설령 무공이 사실이라고 해도 절대 묵과할 수 없다.’
사실 그는 언론에서 흔히 보도되는 것처럼 사고가 꽉 막힌 인사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유연함을 갖추고 있었고 무공이 실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무공이 사실이라면 그에게는 오히려 더 큰 문제였다.
스킬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는 게 지금의 헌터 사회였다.
그 역시 S급 스킬 하나로 일개 헌터 협회장이면서도 업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공이라는 것이 생겨나 판을 흔든다면?
철옹성처럼 공고하게 만들었던 기득권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헌터들이 일개 비각성자 따위에게 놀아나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
노성을 터뜨리는 김범수를 보며 협회 간부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입에서 어떤 지시가 떨어질지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지금 바로 기자회견 준비해.”
안 그래도 박한새와 관련해서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았었다.
김범수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로 하였다.
-무공은 일개 비각성자가 벌이는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헌터 여러분! 절대 속지 마십시오. 부디 헌터로서의 자긍심을 지키길 바랍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김범수 협회장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많은 미래가 달라졌는데도 저 사람의 미래만큼은 달라지지 않았군.’
자기 권력과 사리사욕에만 혈안인 비루한 인사였다.
무공이 자신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리라.
“표정을 보아하니, 저 양반의 말이 같잖게만 느껴지나 본데?”
내 표정을 본 것일까?
앞에 앉아있던 정승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공을 모르는 이가 무공을 논한다는 게 그저 우스울 따름입니다.”
“근데 김범수, 저 양반이 저렇게까지 말한 이상, 3개월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
확실히, 김범수 때문에 어그로가 지나치게 끌리긴 했다.
일각에서는 헌터 협회와 이능관리부의 자존심 싸움이라고 부를 정도로 판이 커졌던 것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길드장도 느끼셨지 않습니까. 무공이 진짜 된다는 사실을.”
“그럼. 마력의 효율이 확 달라진 것을 체감했지.”
A랭크 헌터답게 그의 성장세는 상당하였다.
이미 마력 응용에 대한 노하우도 가지고 있었기에 내게 무공을 배운 첫날 바로 주천화부의 단계에 올랐을 정도였다.
지금은 단전을 만드는 것까지 성공하여 전신에 퍼져있는 마력을 내공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마 길드장께서도 한 달 안에 보법을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달이라. 생각만 해도 끝내주는 기분이군.”
정승호는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더 강해질 것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 듯싶었다.
‘지금이라면 설득이 통할 수도 있겠는데?’
나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길드장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탁이라고? 뭐든 말해봐. 무공을 배운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어떤 부탁이든 다 들어줄 테니까.”
“제가 타도하고 싶은 길드가 있습니다. 부디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타도하고 싶은 길드? 설마 10대 길드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DX 길드입니다.”
파롤은 최상급, 아니 어쩌면 그 이상에 해당할 수도 있는 성좌였다.
그냥 성좌도 아니고 최상급 이상의 성좌를 나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마침 정승호가 아군이 되었으니, DX 길드를 칠 때도 화영 길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화영 길드는 회귀 전에도 나의 동료로서 함께 싸운 길드이기도 했고 말이다.
“DX 길드? 그게 어떤 길드지?”
“빌런 집합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양지의 길드인데도 빌런들이 모여있다고?”
“한국에서는 이제 막 길드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배후에는 국제 빌런 세력이 있습니다.”
일단은 국제 빌런 세력이라고만 설명하였다.
지금 당장 파롤이라는 성좌를 거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 빌런 세력이라.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야지. 우리나라에서 그런 범죄자 놈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되거든.”
정승호는 가타부타 더 묻지 않고 내게 협조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나야말로 고맙지. 이런 정보를 물어다 줬으니 말이야. 그놈들이 빌런이라는 증거를 확실히 잡아내서 끌고 간다면 정부에서 엄청난 혜택을 줄 거라고.”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정승호를 보며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인류의 적을 대적할 상황에서 최고의 아군을 얻어낸 순간이었다.
신경철은 복도를 걸으며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의실로 가는 길은 늘 즐거웠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
그리고 그 새로운 게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도저히 기쁘지가 않았다.
‘경쟁자가 너무 많아졌어.’
원래 경쟁자였던 20명도 많다고 생각했던 그다.
만약 그 격체전력이란 것을 자신만 받았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이미 박한새가 이야기했던 단전이란 것을 만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박한새가 몇 번 도와준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상당한 진도를 나간 상태니까.
‘26명이나 더 추가된다니.’
그나마 나머지 수백 명의 교육생은 기초반이라며 따로 교육받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본래 인원의 두 배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 자식은?’
인상을 찌푸린 채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온 신경철은 자신의 자리에 앉은 낯선 이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가장 앞줄의 정중앙 자리는 그의 고정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의 고정석을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 뺏었다고 생각하니 그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 여기는 내 자리니까 비켜.”
신경철이 그같이 말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사내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마주하였다.
많아 봐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외모의 사내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앉았는데 여기가 왜 네 자리지?”
“지금 반말했냐? 신입이 어디서 하늘 같은 상사에게 반말질이야?”
세간에서는 박한새의 교습소를 무공 아카데미라 부르며 그들을 일종의 학생처럼 취급하였다.
하지만 교육생들의 본질은 공무원 헌터였다.
신경철의 현재 직급은 7급 주사보.
교육생 중에서는 그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신경철은 거침없이 말했다.
뭐 사실 그는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도 막 나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말이다.
“상사? 이능관리부는 자신보다 실력이 낮은 자를 상사로 두는 곳이었나?”
“이 새끼 웃긴 놈이네. 지금 나보고 실력이 낮다고 지껄였냐?”
“그래서 랭크가 몇이지?”
새파랗게 어린 헌터가 그님티를 시전하니 주먹이 부들거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분노를 가라앉히며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D랭크다!”
D랭크.
이능관리부에서는 확실히 자신감을 가져도 될 랭크였다.
“나는 B랭크인데?”
상대의 무덤덤한 말을 듣고 신경철은 조금 당혹감을 느꼈다.
헌터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이능관리부에서도 B랭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웬만한 길드에서 최소 간부, 심지어 길드장까지 할 수 있는 게 바로 B랭크였던 것이다.
하지만 고작 랭크 하나에 기죽을 그가 아니었다.
“시발, 지금 랭크가 뭔 상관이야? 여기선 무공이 정답인데.”
C랭크 신입일 경우, 이능관리부로 들어온 순간 바로 5급에서 출발하였다.
그럼 그보다 한 단계 높은 B랭크라면?
똑같이 5급 공무원으로 출발해도 금방 4급이 되고 몇 년 안에 그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인재가 귀한 이능관리부다 보니, 고랭크 헌터에게 직급으로라도 혜택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무공 아카데미였다.
박한새부터 계급이나 랭크와 관련 없이 동등하게 교육하겠다고 이야기한 상황.
그러니 랭크가 높고 앞으로 직급도 신경철보다 높아질 거라고 해서 기죽을 이유가 없었다.
“무공이라고 다를까?”
“뭐?”
“겨우 한두 달 먼저 시작했다 해서 계속 앞서 나갈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건 착각일 뿐이다.”
“이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