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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40화 (40/275)

#040화

7급 공무원 헌터, 김민경은 말다툼하는 두 남자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 자리가 뭐 그리 좋은 자리라고 저러는지.’

어차피 40평도 안 되는 좁은 강의실이었다.

조금 먼 좌석에 앉는다고 해도 목소리는 잘 들렸다.

‘이 자리가 오히려 더 좋은데 말이야.’

그녀는 강단 쪽을 바라보며 요염하게 다리를 꼬았다.

그러자 치마 속에 숨겨져 있던 군살 없이 매끈한 각선미가 드러났다.

“오오.”

“개쩐다.”

“저분 이름이 뭐라고?”

“김민경 주사보님인데, 내가 봤을 때, 이능관리부에서 가장 미인이셔.”

김민경이 세 번째 줄의 좌석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강단에서 정면을 바라볼 때 그녀의 다리가 보일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이 다리를 보고 안 넘어올 남자가 있겠어?’

그녀는 스킬에 대한 자부심이 전혀 없었다.

헌터로서 필요한 다른 능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자부심을 갖는 것은 오직 하나.

외모였다.

그녀는 늘씬한 몸매에 화려하면서 세련된 외모를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김민경은 이런 자신의 외모를 활용할 줄 알았다.

보잘것없는 그녀의 스킬로 힘 있는 부서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외모를 활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박한새, 그자만 내 남자로 만든다면, 7급과는 비교도 안 될 위치에 올라갈 수 있을 거야.’

김민경이 무공 아카데미에 참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떡 벌어진 어깨에 남자다운 외모를 가진 사내였다.

“오셨다!”

누군가가 사내를 보고 외쳤다.

그러자 뒤에서 시끄럽게 굴던 다른 교육생들도 정숙한 채 사내를 바라봤다.

‘다들 예의 바른 모범생 같네.’

김민경은 작게 웃음을 지었다.

뭔가 학창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신경철 헌터. 자리에 앉으세요.”

강단에 선 박한새가 신경철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기가 제 자리인데, 이 친구가 자리를 뺏었습니다.”

“자리는 많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아무 곳에나 가서 앉으세요.”

“아, 알겠습니다.”

김민경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작게 감탄하였다.

‘신경철 저, 멧돼지 같은 놈이 누군가에게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일 줄이야.’

이능관리부의 미친개, 신경철이 박한새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는 소문은 유명하였다.

하지만 김민경은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동기였기에 알고 있었다.

신경철의 성격이 얼마나 지랄 같은지.

국장 앞에서도 대놓고 막 나가던 게 신경철 아니던가.

하지만 막상 두 사람이 대면한 광경을 보니, 소문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남자였잖아?’

김민경은 혀를 내밀며 입술에 침을 발랐다.

왠지, 박한새란 사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 같았다.

“오늘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특별 수강생을 한 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특별 수강생?

박한새의 말을 듣고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또각또각.

새로운 인물이 강의실로 들어와서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였다.

“김수민입니다.”

“뭐야, 김수민이 왜 여기서 나오지?”

“그러게? 화영 길드에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나?”

여성,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김민경은 김수민이란 이름의 여성을 보고 조용히 다리를 풀었다.

괜히 비교 대상이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김수민의 몸매는 여성인 그녀가 봐도 아름다웠다.

‘왜 저런 여자가 한새 씨 곁에 있는 거지?’

입을 앙다물며 강단에 선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박한새가 기다렸다는 듯, 김수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김수민 헌터님은 화영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나, 소속과 관계없이 여러분과 같이 교육을 받게 될 겁니다.”

“이능관리부 소속만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능관리부 헌터들이 다른 단체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공은 절대 이능관리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당연히 다른 곳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에게도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교육생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박한새의 말은 결국 경쟁자가 이능관리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교육생 중에는 내가 최고일 줄 알았는데….’

경쟁자가 늘어난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은 김민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자신의 강력한 경쟁자로 예상되는 김수민을 사납게 노려봤다.

특별 수강생으로 등장한 김수민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말한 것처럼 나는 공무원 헌터들에게만 무공을 가르쳐줄 생각이 없었다.

무공은 인류의 것이었고 민간 길드에 속해 있거나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헌터들, 심지어 일반인들에게까지도 길이 열려있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무공의 기본 지식을 설명하겠습니다.”

잠시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내가 무공 강의를 시작하자 바로 조용하게 바뀌었다.

외부의 헌터들은 여전히 무공을 반신반의하며 지켜보고 있었지만 무공 아카데미 교육생들은 달랐다.

그들은 무공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거나, 굳게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수업이 시작되자, 웬만한 모범생들보다 더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여러분은 단전과 혈도라는 개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단전과 혈도.

무공을 배우는 데 있어서 필수였다.

물론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수백 개에 달하는 혈도를 모두 외울 필요는 없었다.

“외워야 할 것은 위치입니다. 내공이 지나가는 혈도의 위치는 반드시 외워야 합니다. 잘못된 혈도로 내공을 보내면 심할 경우,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입문자 곁에 반드시 숙련된 교관이 있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혈도는 내공이 지나가는 통로 역할을 했지만, 일부 혈도는 달랐다.

항아리처럼 구멍 하나만 뚫려있고 사방이 막혀있는 혈도도 존재하였다.

그런 혈도로 내공을 보낼 경우, 내공은 순환이 되지 않았다.

내공의 순환이 막히면 그때 생기는 증상이 흔히 말하는 마력 역류 현상이었다.

B랭크 헌터인 정소연도 바로 그 증상 때문에 폐인으로 살아야 했었다.

“그러니 숙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반드시 제가 곁에 있을 때만 내공을 움직이시길 바랍니다.”

“숙련가와 비숙련가의 기준은 뭔가요?”

“기초반에서 다른 교육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주현근 조교가 지금으로선 숙련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뭔가 웃음이 나왔다.

이제 막 초짜 티를 뗀 주현근이 숙련가라니.

하지만 무공이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선 주현근 정도의 실력만 가졌어도 무공의 고수였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 47명, 아니 김수민까지 포함해서 48명의 헌터들을 무공의 고수로 만들 의무가 있었다.

다행히 첫날의 수업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박한새 교관님, 오늘 수업 잘 들었어요.”

뒤에서 수업을 묵묵히 지켜보던 유현경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습니까? 오늘 수업은 특별한 내용이 없어서 걱정했었는데, 듣기 괜찮았나 보군요.”

“무공이 어떤 것인지, 무공을 배우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유현경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걸 가르치기 위해서 진행한 수업이었다.

교육생들은 아직 무공 상식이 부족하였다.

무공을 그저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오늘 같은 수업을 통해서 교육생들의 부족한 무공 지식을 채워줄 필요가 있었다.

“다만, 다소 논란이 있을 거 같아요.”

“논란이라면?”

“그 특별 수강생이라는 거 말이에요.”

“그게 왜 논란이 됩니까?”

“외부 인사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을 윗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 거 같아서요.”

“윗사람들이라면, 국장이나 장관 뭐 그런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보다 더 위요.”

장관보다 더 위면 대통령을 말하는 건가?

뭐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부 쪽 인사들은 무공을 정부에서 독점하기를 원할 테지, 민간에 푸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정부의 사정일 뿐.’

무공의 창시자인 내가 굳이 정부의 사정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상관없습니다. 이미 이재현 차관님께 허락을 맡기도 했고 말입니다.”

“이럴 때면 교관님이 정말 부러운 거 같아요.”

“네?”

“권력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시잖아요. 매사에 당당하시고.”

“저도 무공으로 실력을 쌓으면 교관님처럼 당당해질 수 있을까요?”

“교관님의 수업 열심히 들어야겠네요.”

“재능이 있으시니 수업을 열심히 따라오시기만 하면 실력이 금방 느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 고마운 말씀이네요. 그런데 교관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법인이나 회사 같은 건 안 만드시나요?”

“갑자기 회사는 왜…?”

“아니 교관님이 회사를 차리면 무조건 지분을 가지고 싶어서요. 제가 지금도 재테크하고 있는데, 교관님 회사 지분이라면 다른 재테크는 다 버려도 될 거 같거든요.”

수업 열심히 듣겠다고 해서 모처럼 무공 수련에 집중하나 했더니….

역시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거 같았다.

‘돈을 저렇게 좋아하면서 왜 공무원을 했는지 진짜 의문이라니까.’

저 돈에 대한 욕심을 무공에 대한 욕심으로 바꾼다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텐데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김수민을 특별 수강생으로 받은 것에 대해서 역시 말들이 많았다.

[ㅋㅋㅋ 이능관리부 간 애들 개불쌍하네. 아무나 가르쳐주는 건데 괜히 이능관리부 감. 억 ㅋㅋㅋ]

[글 좀 끝까지 읽어라. 재능 있는 놈들만 받아준대잖아.]

[여친이라서 받아준 거 아님?]

[ㅇㅈ. 박한새 내가 듣기로 상남자라 여자를 위해서면 그 정도 할 수 있음.]

[미친놈 ㅋㅋㅋ]

[근데 화영 길드도 갈 데까지 갔네. 소수 정예라더니, 신입을 교육할 여력이 없어서 위탁 교육 보내네. ㅉㅉ]

대표적인 커뮤니티인 헌터 매니아에서도 이를 두고 말들이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외부 반응과 다르게 정작 이능관리부의 반응은 잠잠했다.

오히려 이재현 차관이 찾아와서는 이런 제안을 해왔다.

“계약 기간을 더 늘리자는 말씀입니까?”

“예. 물론 계약금도 추가로 드리고 박한새 교관님께서 원하시는 조건이 있으면 최대한 들어주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장관도 찬성한 겁니까?”

“장관뿐만이 아니라, 모든 간부가 찬성하는 일입니다.”

나를 보는 이능관리부 고위층의 눈이 조금 바뀌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바뀌었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내 몸값이 올랐다는 뜻이겠지?’

긍정적인 일이었다.

뭐, 회귀 전의 내 몸값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은 멀게 느껴졌지만.

“아직은 추가적인 계약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현재 이능관리부와의 계약 기간은 1년이었다.

1년 동안 10명 이상의 검기 사용자를 양산하는 것이 계약서상에 적혀있는 내용이었다.

나로선 이 1년도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이상, 하나의 단체에 굳이 소속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내가 단체를 만들 때가 되었지.’

유현경이 내게 회사를 만들 거냐고 물었을 때, 사실 조금 놀랐었다.

마침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세울 단체는 회사 형태는 아닐 것이다.

회사보다는 오히려 학교 형태에 가깝지 않을까?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날, 그때가 바로 진짜 제대로 된 무공 아카데미가 만들어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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