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대신 회귀함-41화 (41/275)

#041화

심화반에서 무공 수업을 받는 48인의 교육생들 중 누구도 마력을 움직이겠다는 마음을 먹어 보지 못했었다.

극도로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한새가 격체전력을 해줄 때만큼은 마음껏 마력을 움직일 수 있었다.

교육생들이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건 교육생 중 가장 랭크가 높은 이정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오늘은 기필코 단전까지 진입하고 말리라.’

수업을 기다리며 이정은 굳게 다짐하였다.

“첫 번째는 나니까, 저리 비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를 귀찮게 했던 인물이 다시금 나타나 시비를 걸었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신경철이었다.

“귀찮게 굴지 마라.”

“이 새끼, 웃기는 새끼네. 누가 누구보고 할 소리냐? 너나 귀찮게 굴지 말고 썩 꺼지라니까?”

더는 상대하기도 싫었기에 이정은 눈을 감고 무시하였다.

그러자 신경철이 이런 말을 하였다.

“네가 그런다고 내 경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이정은 작게 코웃음을 쳤다.

그는 신경철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가 경쟁자로 여기는 것은 오직 하나.

무공의 창시자인 박한새뿐이었다.

“두 분은 또 싸우시는 겁니까?”

마침 박한새가 나타났다.

“아, 아닙니다!”

“내가 이런 저급한 놈과 싸울 사람으로 보이나?”

박한새는 한숨을 내쉬더니, 신경철에게 손짓을 하였다.

그러자 신경철은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도 박한새의 말에 곧잘 순응하였다.

“오늘은 단전까지 가줬으면 한다.”

이정은 하루라도 빨리 단전이란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박한새의 설명대로라면 무공을 배운 초기,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단전을 만들었을 때와 만들어진 단전에다 마력을 전부 집어넣었을 때였다.

그렇기에 이정은 단전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었다.

“단전으로 향하는 혈도는 아직 절반밖에 개척이 안 됐습니다.”

“그러니 오늘 단전까지 닿게끔 혈도를 전부 개척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전에도 말씀드렸듯, 무공 수련을 할 때 조급하면 안 됩니다.”

-후후후, 맞는 말입니다. 가장 빠른 속도로 무공을 배우고 있는데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귓속으로 들려오는 아우구스의 목소리에 이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단 갈 수 있는 데까진 최대한 가봐. 무조건 따라갈 테니까.”

“조금이라도 막히는 모습을 보이시면 바로 중단하겠습니다.”

“그러든가.”

“준비하십시오.”

이정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자, 외부에서 이질적인 마력이 들어왔다.

물론 그 마력은 박한새의 마력이었다.

박한새의 마력은 가장 먼저 전신 곳곳에 퍼져있는 이정의 마력이 어디 있는지를 안내해주었다.

‘이 정도는 이제 쉽다.’

무공 수련을 시작한 지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는 이미 상당한 진도를 보이었다.

자신의 마력을 모으는 단계를 모두 터득한 것이다.

‘단전으로 향하는 루트. 이제 그것만 알면 된다!’

마침 박한새의 마력이 신체 정중앙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저곳이 바로 단전이란 곳이리라.

이정은 집중력을 불태웠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 채 마력을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거기서 끝이었다.

그렇기에 이를 악물며 박한새의 마력을 뒤쫓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통로 역할을 할 혈도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드디어…!’

박한새의 마력을 얼마나 뒤쫓았을까?

그는 무수히 많은 혈도와 연결된 거대한 공간에 도달하였다.

이것이 박한새에게 들었던 단전이라는 것이리라.

‘조금만 더!’

단전 중심까지 단 일보.

조금만 더 전진하면 그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앞서가던 박한새의 마력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길잡이가 사라지자 이정의 마력은 길을 잃고 방황하였다.

단전이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미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정 헌터님.”

그때 몸 외부에서 박한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력이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아예 자신의 몸으로 회수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지?’

의문이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목적지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대로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간다.’

툭.

하지만 그런 결심도 외부에서 충격이 발생하자, 무너지고 말았다.

박한새가 그의 신체를 타격하자, 그의 정신이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던 것이다.

“이정 헌터까지 엉뚱한 짓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를 향해 무심하게 훈계한 박한새는 어디론가 향했다.

박한새가 향한 곳에서는 꽤 큰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경철, 또 저놈인가.’

이정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필 또 신경철이었다.

“교관님, 교관님!”

“어떡해요. 마력 역류 현상이 벌어진 거 같아요!”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와, 마력이 진짜 위험하긴 한가 보구나.”

교육생들과 유현경이 신경철을 가운데에 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신경철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심각해 보였다.

눈이 까뒤집힌 채 발작을 하고 있었던 것.

‘하필 들어가도 사혈에 들어가다니. 쯧.’

신경철의 상태를 체크한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래도 신경철의 욕심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거 같았다.

‘일단 치료부터 하자.’

나는 신경철의 몸을 강제로 뒤집었다.

그러고는 등에다 손을 댄 채로 마력흡수를 사용하였다.

‘제가 아니었으면 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니 마력은 조금 가져가겠습니다.’

마력흡수란 스킬이 있으니 참 편했다.

원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나도 방법이 없었을지 몰랐다.

내가 보유한 내공이 워낙 적어서 상대의 마력을 조종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력흡수가 있으니, 회귀 전보다 오히려 수월하게 신경철을 살려낼 수 있었다.

그냥 사혈에 들어간 마력을 스킬로 흡수하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커헉!”

스킬 사용을 끝내고 내가 손을 떼니, 신경철이 갑자기 피를 토하였다.

“꺅!”

“더러워!”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신경철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신경철.

그런 신경철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전이 확보된 혈도 사이로만 마력을 순환하라고 했을 텐데요.”

“교, 교관님?”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신 겁니까?”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신경철이 동기인 김재원의 설명을 듣자, 화들짝 놀랐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마음이 급했습니다!”

뭐, 마음은 이해한다.

당장 강해질 수 있는 길이 눈앞에 있는데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신경철 헌터에게는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있지.’

신경철이 만날 때마다 신경전을 벌이는 상대인 이정은 실로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사실상 이미 신경철의 경지를 따라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오늘은 심지어 단전까지 도달할 뻔하였다.

옥동쌍취의 단계에 접어들기 직전이라는 의미였다.

이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 경쟁자니 조급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제가 없을 때는 절대 모르는 혈도로 마력을 보내지 마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는 차렷 자세로 크게 대답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 갚을 생각 하지 마시고 앞으로 무공을 수련할 때 조급함만 버려주십시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신경철을 훈계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력 역류 현상이 고칠 수 있는 거였어?”

“와, 마력을 얼마나 잘 다루시면 저런 기예가 가능한 거지?”

“무공이 진짜 만능인가 본데?”

교육생들은 감탄과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마력 역류 현상을 고쳤다는 것.

이는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단한 일이긴 하지. 나 말고 마력흡수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런 기예는 못 보여줄 테니.’

혈도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예였다.

뭐, 겨우 이런 일로 새삼스럽게 자부심 가질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신경철 헌터는 곁에 제가 있어서 살았지, 원래였으면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 오늘 일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교육생들에게 경고하니, 그들은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든든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마력 역류 현상에 걸린 신경철을 단번에 치료해서 그런지, 나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진 듯싶었다.

‘이러다 또 사고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너무 멋있어.’

고정희는 양손을 꼭 잡으며 동경하는 눈으로 박한새를 바라봤다.

그녀는 박한새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동경하는 마음을 품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박한새가 무공을 만든 과정은 영화나 다를 게 없었다.

히어로의 자식으로 태어나 헌터가 아닌 비각성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다.

온갖 비난과 천대 속에서 비각성자의 몸으로 마력을 수련하였고 기어코 헌터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무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헌터로 각성했음에도 비범한 구석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그녀로선 박한새를 동경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무공을 배우면 박한새 교관님처럼 될 수 있을까?’

늘 당당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그녀의 랭크는 E였으나, 실질적인 전투력은 F랭크 헌터만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당해지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무공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였고 그녀는 무공을 배울 기회를 얻었다.

그녀도 강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고정희 헌터님.”

그때, 박한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고정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바로 눈앞에 박한새가 보였다.

“네, 네!?”

“고정희 헌터님 차례입니다.”

순간 고정희는 박한새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한새가 부르니 머리가 하얗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고정희 헌터님, 앉아서 호흡법을 시작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박한새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고정희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마력을 불어넣을 테니,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등 쪽으로 박한새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그러자 고정희는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는 것을 느꼈다.

‘진정하자! 지금은 수련에 집중해야 할 때야!’

하지만 마음속 깊이 동경하는 대상과 신체가 접촉되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처음 집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긴 해도, 그래도 한번 집중하면 순탄대로네.’

고정희.

그녀는 48명의 교육생 중에서 내가 눈여겨보는 인재 중 한 명이었다.

‘마력 보유량은 가장 적은 편에 속하지만, 감응력 자체는 상당히 뛰어나다.’

마력이 적은 것은 아쉬웠다.

아마 내공으로 전환이 끝나면 끽해 봐야 10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반면에 마력 감응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내 마력의 움직임을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였다.

오성도 뛰어나서 혈도의 위치를 곧잘 외웠다.

하지만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그녀의 스킬이었다.

그녀는 내가 카르마 상점에서 꼭 구매하고 싶었던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