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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43화 (43/275)

#043화

“영종도 하늘 던전은 네가 말해준 공략법대로 공략하니 아주 쉬웠어.”

정승호의 말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헌터가 아니었기에 미래 지식을 크게 써먹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미래 지식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던전 정보 같은 것은 미래가 많이 바뀐 지금도 유효한 정보들이었다.

“설마 그 작은 새가 디버프를 걸었을 줄이야.”

“바다에서 나타나는 수중 몹들이 전부 디버프를 사용하니, 당연히 그런 착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던전은 실로 변수가 많았다.

개미만큼 작은 크기의 몬스터가 사실은 오크나 리자드맨 같은 몬스터보다 위협적인 경우도 존재할 정도였다.

영종도 하늘 던전에서도 바로 그런 몬스터가 등장하였다.

그저 시끄럽게 짹짹하는 조그만 새들이 사실은 몬스터라는 사실을 누가 눈치챘겠는가.

새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 피로도가 급상승하고 온갖 디버프에 걸린다는 사실 역시 헌터들은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한새, 네 덕분에 우리 길드가 이득을 참 많이 봤다. 진짜 네가 우리 길드의 은인이다. 은인.”

당연히 그럴 것이다.

영종도 하늘 던전은 경매로 나온 물건이었다.

인천 공항 때문에 지켜야 할 의무는 많은데 수익성은 안 나오니, 던전을 소유하던 소형 길드가 파산하였던 것이다.

심지어 경매에서도 10번이나 유찰되어 가격이 감정가의 13%로 낮아졌었다.

인천의 주요 길드들은 ‘공짜로 줘도 절대 안 가져간다.’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했을 정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화영 길드는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가져갔다.

낙찰가는 33억인데 그마저도 경락잔금대출 90%를 받아 사실상 4억이 안 되는 현금으로 던전을 인수한 것이다.

‘아마 두 달도 안 돼서 수익분기점을 넘겠지.’

내가 가르쳐준 공략법으로 던전 난이도는 매우 낮아졌다.

그리고 던전 난이도가 낮아졌다는 말은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영 길드는 내 덕에 연 매출 수십억을 거의 꽁으로 챙긴 셈이었다.

이러니 나에게 고마운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무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다 화영 길드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니 도움을 드리는 것입니다.”

나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희생과 고통이 따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내가 대적할 상대는 악신을 시작으로 국제 빌런 세력과 테러 조직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었다.

심지어 헌터 협회조차 적대 관계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이 정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바라는 것? DX 길드 같은 것을 상대하는 일을 말하는 거겠지?”

“일단은 그렇습니다.”

DX 길드는 시작에 불과하였다.

나중에는 DX 길드보다 더 큰 세력들과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 도움을 바란다면 나는 오히려 좋지. 헌터로 각성한 주제에 힘을 엉뚱한 곳에 쓰는 놈들은 나는 아주 싫어하는 편이거든. 흐흐!”

“맞는 말씀입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정승호는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DX 길드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네가 말한 게 맞았어. DX 이놈들, 아주 꺼림칙해.”

“특별한 움직임을 발견하신 겁니까?”

“DX에서 헌터들을 마구 영입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레이드는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어. 헌터들을 다른 곳에 돌리고 있단 뜻이지.”

“아마 불법적인 일에 동원하고 있을 겁니다. 마약, 도박, 사기 같은 일들에 말입니다.”

물론 대놓고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양지로 나왔는데 그런 짓을 했다간 바로 매장을 당할 테니.

하지만 그들이 배후에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예의주시해서 지켜보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하였다.

액정을 확인해보니 주현근의 이름이 떠있었다.

“잠시 통화 좀 해도 되겠습니까?”

“해. 나는 없다 생각하고.”

“실례하겠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주현근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새 형. 기사 보셨어요?

“무슨 기사?”

-지금 무공 아카데미와 관련된 기사가 올라왔는데, 한번 보세요.

무슨 이슈가 생겼기에 저러는 거지?

<신경철 헌터 “펜테리움 따위와 비교되는 것은 수치다.“ 발언 화제.>

<펜테리움 제작 길드, DX의 반응은?>

기사를 보니 무공 아카데미와 관련해서 논란이 생기긴 한 거 같았다.

‘하필 신경철과 하필 DX 길드로군.’

이럴 줄 알았으면 쉬지 말고 그냥 수련이나 열심히 하라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헌모TV.

대기업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너튜버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무공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도는 그야말로 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헌터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조차 무공 아카데미에 대해 호기심을 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심은 헌모TV라는 너튜버에게 향하였다.

정확히는 그가 올린 영상으로 관심이 쏠렸다.

-혹시 이 약과 비교했을 때, 뭐가 더 효과가 좋다고 보십니까?

-비교할 가치도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깟 불법 의약품을 어디와 비교하는 겁니까? 우리 박한새 교관님께서 만드신 무공은 그런 싸구려와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무공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드러내는 무공 아카데미의 교육생.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사건이 일어났다.

스스로 펜테리움 사용자라 밝힌 이가 신경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판 뜰까? 무공 같은 사이비의 한계를 알게 해주지.

서용석이라는 이름의 헌터였다.

그는 최근 들어 SNS 스타로 떠오르고 있었다.

원거리 딜러이면서 근접 딜러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우수한 육체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서용석이 무공 사용자인 신경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경철은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숙여 사과부터 하였다.

‘그래도 본인이 사고를 쳤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군.’

뭐, 그리 큰 사고는 아니었다.

그냥 소신 발언을 했을 뿐이니까.

틀린 발언도 아니었고.

다만 무공을 향한 관심이 워낙 폭발적이어서 유난히 논란이 된 거였다.

“어떻게, 대책은 마련하셨습니까?”

“그,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겠습니까?”

이능관리부에서 사고를 많이 친 사람답게 조금 뻔뻔한 대답이 돌아왔다.

“금방 조용해지긴 할 겁니다. 대신 저의 명예와 무공에 대한 신뢰도는 큰 폭으로 하락할 테지만 말입니다.”

내가 그리 말하자, 신경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 다시 헌모TV에 출연해서 사과 방송을 하겠습니다.”

“안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사과하는 것은 역효과였다.

‘애초에 신경철이 잘못한 것은 없다.’

그가 말한 거라고는 무공의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

그리고 약 따위와 비교당하는 게 수치라는 것 정도였다.

이는 전혀 잘못된 발언이 아니었기에 신경철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어. 어떤 식으로든 무림 아카데미 학생의 교육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데 말이야.’

절묘하게도 상대 역시 신경철과 똑같은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원거리 딜러인 것도 똑같았고 오랫동안 D랭크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유사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SNS에서 핫한 SNS 스타라고 하니 어그로 끌기도 쉬울 터였다.

“도전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로선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상상치도 못했을 거다.

“저, 정말 그래도 됩니까?”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신분이 신분인지라, 문제 되지는 않을지…. 아시겠지만 제가 공무원 아닙니까.”

그거야 이재현 차관과 이야기해서 어떻게든 해결해볼 수 있는 문제였다.

‘뭐 애초에 공무원이 이런 일로 잘리지는 않겠지.’

만에 하나 해고된다면 그때는 내가 챙겨주면 될 일이었다.

신경철 한 명 정도 먹여 살리는 것은 나에겐 일도 아니었으니.

“두려운 것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물론입니다! 그깟 약쟁이 따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럼 싸워서 당당하게 이기고 오십시오.”

“예!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신경철은 서용석의 SNS에다 댓글을 남겼다.

[약쟁이 주제에 개깝치네. ㅋㅋㅋㅋ 10초 안에 개바르고서 벌레 컷 외쳐드림.]

안 그래도 화제가 됐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신경철이 대놓고 비속어까지 써가며 서용석을 도발하니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와!! 빅매치 결국 성사됨! 3주 뒤에 목동 경기장에서 붙기로 함 ㅋㅋㅋㅋㅋ]

[언제부터 D랭크끼리 싸우는 걸 빅매치라고 불렀냐?]

[ㅇㅈ 좆밥들이 싸우는 건데 존나 난리 피우네]

[랭크가 중요하냐? 무공 VS 약쟁이라는 희대의 빅 매치라고!]

[근데 무공 쓰는 놈이 약까지 먹으면 어케 되는 거임?]

[ㅋㅋㅋㅋ S랭크 딱 기다려. 내가 무공 배우고 약까지 먹어버린다.]

무공을 익히는 데 3주란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신경철과 같은 초심자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신경철의 재능이 주현근이나 유현경만큼 뛰어나냐?

그것도 아니었다.

그의 재능은 평범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여건에서도 나는 자신감을 가졌다.

‘내가 하루 종일 1:1 코치를 해준다면 양광이현까지는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헌터의 경우, 양광이현의 경지만 도달해도 상당한 무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던 전신의 마력을 단전으로 집중시켜 그 효과를 배가시키는 단계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가도 무난하게 이기겠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겠지.’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싸우면 안 된다.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싸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 신경철의 무력으로는 2%, 아니 그 이상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카르마 상점에서 영약 하나 정도는 구매하는 게 좋겠어.’

솔직히 신경철에게 카르마를 쓰는 건 아깝게 느껴지긴 했다.

나 자신에게 사용할 카르마도 부족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나중을 위한 투자였다.

어차피 신경철이 나중에 던전에서 카르마를 벌어줄 테니, 그걸 생각하면 될 거 같았다.

양광이현 경지에다 영약까지.

이 정도만으로도 압도적인 승리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나는 또 하나의 패를 준비하였다.

“실례가 안 된다면 신경철 헌터의 훈련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쓰려고 생각했던 마력 집적진.

하지만 신경철 한 명에게만 한정해서 사용한다면 지금 당장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고정희 헌터의 협력이 필요한데….’

아마 이 부분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고정희가 신경철을 도울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제, 제가 뭘 하면 될까요?”

“고정희 헌터님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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