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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48화 (48/275)

#048화

“안녕하세요, 신경철 헌터님. 저는 새벽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길드에 가입하실 의향이 없으십니까?”

“신경철 헌터님! 레이븐 길드로 오시지요. 최고의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신경철은 실실 웃음이 나왔다.

서용석과의 대결 이후, 그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10대 길드에서도 영입 제안이 올 정도였다.

“이정, 어떠냐.”

“뭐가 어떠냐는 거지?”

“너보다 내가 더 많은 길드에서 가입 제안을 받았다. 으하하하!”

사실 이정보다 많은 곳에서 가입 제안을 받았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듯, 원래 이정 같은 초특급 유망주에게 영입 제안을 하는 길드는 별로 없었으니까.

하지만 신경철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실컷 자랑하였다.

뭐가 됐건, 현시점에 그가 이정보다 더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딴 것에 신경 쓸 시간에 무공 수련이나 하는 것이 좋을 거다.”

“재미없는 녀석 같으니.”

신경철은 작게 투덜거렸지만, 이내 개의치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이정 말고도 그의 자랑을 받아줄 사람은 많았던 것이다.

무림 아카데미 교육생들은 그를 보며 부럽다는 듯 한마디씩 하였다.

“정말 멋있었어요.”

“단전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만들었어요?”

“진짜 재능이 엄청나셔!”

“점혈은 어떻게 하는 거죠? 기회 되면 저희도 알려주세요!”

신경철은 그런 교육생들의 반응에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엄청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이 정도면 나도 모쏠 탈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그에게 동기, 김재원이 다가왔다.

“너 진짜 존나게 강해졌더라.”

“흐흐, 이게 다 단전의 힘이다.”

부럽다는 투로 말하는 김재원에게 신경철은 배를 두드렸다.

그러자 김재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서용석도 꽤 강해 보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겼냐? 내가 봤을 때, 걔 C랭크는 되는 거 같던데.”

C랭크라는 말에 신경철이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나한테 발린 놈이 C랭크는 무슨.”

“아니야. 교관님도 비슷한 이야기 했었어.”

박한새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으니 그도 솔깃하였다.

헌터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정확한 눈을 갖고 있는 게 박한새지 않은가.

그가 그렇게 말했으면 정말 서용석의 실력은 C랭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진짜?”

“네 무력, 심상치 않다니까? 기회 되면 랭크 재측정해봐.”

“재측정해보라고?”

“그래. 너 정도면 무조건 C랭크는 나온다니까.”

그 말을 듣고 신경철은 침을 꿀꺽 삼켰다.

C랭크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근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잖아?’

이능범죄수사팀에서 오래 활약한 신경철이기에 그 역시 서용석의 수준이 D랭크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만한 괴력과 내구력, 민첩성을 가진 이가 D랭크일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서용석도 좆바른 나인데, C랭크가 안 될 이유가 뭐 있어?’

신경철은 서용석을 처음 상대했을 때 꽤 고전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었다.

그냥 마지막에 점혈로 손쉽게 이겼던 기억만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승리는 승리.

C랭크급 실력을 지닌 서용석을 이겼으니 그 역시 C랭크 실력자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한번 교관님께 말해봐야겠어.’

서용석과의 일이 있고서 그는 어지간한 일은 박한새의 허락을 먼저 구하고 하였다.

랭크를 재측정하는 일도 그가 생각했을 때, 꽤 중요한 일에 해당하였기에 박한새에게 보고하기로 하였다.

“교관님! 저 랭크 재측정 좀 해 보고 와도 되겠습니까?”

신경철이 그리 묻자, 박한새가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신경철은 저도 모르게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한 기분이었다.

‘괜한 짓을 한 건가?’

그가 속으로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 때, 박한새가 흔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갔다 오십시오.”

예스!

다행히 박한새는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주저 없이 랭크 재측정을 하러 가면 될 거 같았다.

“기초반은 요즘 어때?”

“다들 열성적이에요. 무공의 효과가 체감되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호흡법에 매진하고 있어요.”

“마력 감응에 성공한 교육생은 얼마나 돼?”

“많죠. 벌써 절반 이상 성공했어요.”

헌터가 작정하고 마력을 느끼려고 한다면 마력 감응에 성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신체에 막대한 마력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성적이 그리 좋으면, 슬슬 심화반으로 데려올 사람을 뽑아야겠네.”

안 그래도 기초반에 내가 눈여겨보던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지금까지는 명분이 없어서 심화반으로 데려오지 못했는데, 마력 감응에 성공했다면 더는 데려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해주면 아주 기뻐하겠는데요.”

“시험을 봐서 뽑겠다고 해. 그러면 더 열심히 하겠지.”

“시험이면 기준은 뭐로 해요?”

“하단전의 기혈이 얼마나 뚫려있나. 뭐 그런 거로 봐야겠지.”

무공 입문자의 단계에서는 그 정도밖에 실력을 가릴 방법이 없었다.

타고난 마력 보유량이나 신체 능력 따위로 순위를 정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근데 한새 형. 신경철 그 사람, 허파에 바람이 너무 들어간 거 같은데, 그냥 지켜봐도 괜찮을까요?”

주현근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은 괜찮아.”

“지금은 괜찮아도 랭크 재측정을 해서 C랭크가 나오기라도 하면 너무 기세등등해질 거 같은데요.”

지금의 헌터 사회에서는 C랭크만 돼도 상위 헌터로 인정해주고 있었다.

연봉 같은 소득 수준도 C랭크부터 확 달라지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니만큼 신경철이 C랭크로 올라간다면 더욱더 어깨가 으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도 지금뿐이다. 다른 경쟁자들에게 경지를 추월당하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게 될 거다.’

지금은 조금 앞서가고 있을지 몰라도 그 간격은 금방 좁혀지게 될 거다.

노력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경철의 재능은 현 헌터 랭크에 맞춰서 비유하자면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B랭크 수준이었다.

반면 이정, 주현근, 김수민 등의 재능은?

못해도 A에, S랭크로 평가해도 절대 이상하지 않을 무공의 천재들이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44명의 교육생들도 신경철의 성공을 보고서 미친 듯이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고정희나 김민경처럼 신경철에 버금가는 재능을 가진 이들도 분명 존재하였다.

그런데도 안일하게 군다면 다시 밑바닥을 경험하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나는 신경철에게 해줄 만큼 해줬다.’

오히려 너무 많은 특혜를 줘서 다른 교육생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사실 신경철만 예뻐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신경철이 랭크를 측정하기 위해 각성자 센터로 가자, 센터 직원 몇 명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하였다.

“신경철 헌터님 아니세요?”

“와, 무공을 익힌 무인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에요!”

얼굴만 보고 정체를 알아보다니.

정말 연예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하, 사진이나 사인은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아무도 그에게 사인을 부탁하지 않았지만, 그는 언젠가 본 너튜버를 따라 하듯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스킬의 위력을 측정하려면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저를 따라오시겠어요?”

돈 많은 헌터라면 랭크 재측정을 자주 하고는 했지만, 그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검사비가 비싸기도 했고, 랭크를 올리는 기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랭크를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라면 검사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랭크가 올라갈 경우 헌터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게 될 테니 말이다.

“와아아아! 위력이 엄청나신데요? 이 정도면 B랭크 헌터 스킬과 비슷할 거 같아요!”

“하하, 그 정도는 아닙니다.”

신경철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꽤 자신감이 올라가긴 했지만, B랭크와 비교될 정도라니.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건가?’

무공을 익히면서 스킬의 효율도 올라갔지만, 너무 갑자기 스킬의 효과가 좋아져서 적응이 덜 된 상태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났다고 그새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B랭크는 어려워도 C랭크는 무조건 될 수 있겠죠?”

신경철이 묻자, 직원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되죠! 육체 능력부터 스킬까지 모든 게 7점대이신데요. 심지어 7점 후반대도 몇 개 있으세요.”

“7점 후반부터 B랭크였었죠?”

“네, 맞아요!”

B랭크도 미약하게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물론 B랭크 평균치가 8점대 초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C랭크는 확정이라 하니, 기분은 좋네. 흐흐.’

그렇게 기뻐하던 신경철이지만, 랭크 측정 결과는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니, 왜 제가 B랭크나 C랭크가 아닌, D랭크인 겁니까?”

“검사서에 적혀있는 대로, 무공은 판독 불가라서 무공을 익힌 헌터는 전부 랭크 측정이 보류되는 것으로 협회에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무공을 익혔다는 이유로 랭크 측정이 불가하다니요?”

“규정이 그렇습니다.”

신경철은 B랭크도 C랭크도 아닌, 기존의 D랭크가 유지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의 스펙이 낮아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신경철이 무공을 익혔다는 이유로 C랭크가 아닌 D랭크로 측정이 된 것이다.

‘협회 이 새끼들, 완전히 미친 거 아니야?’

마음속에선 이미 C랭크가 되었는데, 다시 D랭크로 살아가야 한다니.

속이 부글부글거리는 기분이었다.

무공을 익힌 자는 랭크 판독이 불가하다는 헌터 협회의 결정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ㅋㅋㅋㅋ 꼬시다.]

[무공 익힌 놈들, 평생 C랭크 미만으로 살아야 함 ㅅㄱ.]

[근데 존나 어이없지 않냐? 더 강한데 랭크는 낮다니.]

[그니까 ㄷㄷ 원래도 지들 꼴리는 대로 랭크 판정했었는데 이건 너무 대놓고자너.]

[뭐가 됐건 똘똘한 스킬 하나 가진 나는 알 바 아님 ㅅㄱ]

협회를 욕하거나, 아니면 무공을 익힌 이들을 비웃거나.

인터넷에서는 이번 일로 큰 소란이 일어났다.

물론 오프라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능관리부에서는 헌터 협회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대놓고 날을 세웠다.

정치인들도 헌터 협회의 비상식적인 결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였다.

하지만 10대 길드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침묵을 지켰다.

아니, 오히려 헌터 협회의 결정을 은연중에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었다.

“이게 맞는 거지. 어딜 비각성자 따위가 헌터를 가르치려 들어?”

“내 말이. 애초에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선택받은 우리가 왜 무공이라는 사이비 같은 것에 의존해야 되는 거야?”

“어린놈들 버릇 나빠진 것도 그 박한새라는 놈 때문이라고. 조금 엄하게 키웠더니 무공 배우겠다며 길드를 나갔다니까?”

이미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일부 헌터들은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여 판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무공처럼 헌터 사회에 대격변을 일으킬 종류의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헌터 협회가 솔선수범하여 무공을 배척하기 시작하자 기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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