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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51화 (51/275)

#051화

현존하는 최고 레벨의 던전은 7성급 던전이었다.

최고로 레벨이 높다는 것은 공략 난이도 역시 최고로 높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두바이.

이곳에 던전 브레이크가 임박한 7성급 던전이 있었다.

만약 7성급 던전이 열릴 경우, 두바이는 멸망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바이에는 7성급 던전을 클리어할 능력을 가진 헌터 길드가 없었다.

그래서 두바이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두 개의 길드를 불러왔다.

S랭크 헌터라는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길드들이었다.

그중에는 한국의 오성 길드도 있었다.

자이언트 아이소포드.

겉으로 봐서는 콩벌레처럼 생긴 갑각류 몬스터였다.

하지만 등의 갑각 사이사이에 대포처럼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쾅! 쾅!

실제 기능도 대포와 유사하였다.

대포와 똑같이 생긴 그것은 오성 길드의 헌터들을 향해 쉴 새 없이 포탄을 쏘아냈다.

“방어막 유지는 몇 분 정도 가능하지?”

“이 정도 공격은 10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실력이 많이 늘었군.”

자이언트 아이소포드가 포탄 공격을 퍼붓는 상황 속에서 레이드에 참가한 오성 길드의 헌터들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A랭크 헌터의 스킬이 자이언트 아이소포드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주었기 때문이었다.

“패턴은 전부 확인했으니, 더 볼 거 없다. 정리해.”

팔짱을 끼며 방어막 너머의 자이언트 아이소포드를 가만히 지켜보던 오성 길드의 길드장, 진수호가 마침내 반격 명령을 내렸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성 길드의 헌터들이 움직였다.

원거리에서 온갖 공격 스킬들이 날아가더니, 마지막에는 근접 딜러를 담당하는 헌터가 크게 검을 휘둘렀다.

자이언트 아이소포드의 갑각은 단단하기 그지없었지만, 스킬을 통해 절삭력이 크게 강화된 헌터의 검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끄끄극.”

기이한 단말마의 비명을 내며 자이언트 아이소포드는 그대로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 이후로도 레이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진수호가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오성 길드의 헌터들은 압도적인 힘으로 7성급 몬스터를 쓸어냈다.

“보스 방에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진수호의 레이드 팀은 던전 보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징그럽게 생긴 일반 몹과는 다르게 보스는 정상적으로 생겼군.”

“구우면 뭔가 맛있을 거 같지 않습니까?”

보스를 마주했음에도 오성 길드의 헌터들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S랭크 헌터 진수호.

바로 그가 곁에 있었기에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디선가 갑자기 금빛 뇌전이 날아와 던전 보스, 가재 대장군을 공격하였다.

“던전 보스는 우리 겁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장발의 남성이 진수호 쪽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나타난 그 남성을 보고 오성 길드의 길드원 한 명이 기겁하듯 외쳤다.

“이성은!”

금빛 뇌전을 쏜 그의 이름은 바로 이성은.

한국의 10대 길드 전부가 러브콜을 했을 정도로 이름을 떨쳤던 헌터 유망주였다.

오성 길드 역시 이성은의 영입을 시도하던 길드 중 하나였기에 그의 존재를 모를 수 없었다.

“이성은이 여기에 있다는 말은, 제우스 길드도 있다는 거 아니야?”

“Yes!”

이성은의 뒤로 서양인으로 보이는 열 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제우스 길드.

미국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헌터들이었다.

“보스는 우리 거야.”

“지랄하지 마! 우리가 먼저 왔어.”

“두바이 던전은 처음 공략하는 주제에 너무 설치는군. 보스의 약점이 뭔지는 알고 있나?”

“느리다는 거 말고 알아야 할 약점은 없을 텐데?”

“흥! 약점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덤비겠다고? 피해자 나오게 만들지 말고 그냥 꺼져!”

“너희들이나 꺼지세요.”

그렇게 두 길드가 보스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일 때였다.

마치 전등을 끄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세상이 어둠으로 변했다.

“이 스킬은!?”

“젠장, 보스부터 노려! 그림자의 왕한테 보스를 뺏길 순 없다!”

시야가 껌껌해지자, 제우스 길드의 헌터들은 다급해졌다.

이 스킬이 그림자의 왕이라 불리는 진수호의 스킬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일 때는 이미 늦었다.

그들이 다급하게 보스가 있는 곳으로 스킬을 날렸지만, 이미 보스는 그림자에 삼켜진 뒤였다.

“뭐 이딴 사기 스킬이 다 있어!”

“빌어먹을!”

그림자 세계로 끌려간 이상,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A랭크인데도 뇌전의 지배자라는 거창한 별명을 가진 이성은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진수호 길드장이야. S랭크는 이렇게 압도적인 건가?’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암전이 끝난 순간, 그림자가 사체 하나를 토해냈다.

그 사체는 다름 아닌, 던전 보스였다.

보스를 두고 잠시 신경전을 벌였지만, 오성 길드와 제우스 길드는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늘처럼 어쩌다 한 번 경쟁하는 사이였으니, 사이가 나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지고 말았네요.”

“날 이기려면 S랭크는 찍고 와.”

진수호의 말에 이성은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쉽게 말했지만 S랭크라는 게 아무나 찍을 수 있는 랭크가 아니었다.

헌터 만 명 중의 한 명이 될까, 말까 한 것이 바로 S랭크 헌터였다.

‘물론 배후령을 둔다면 나도 S랭크가 될 수 있을 거 같긴 해.’

성좌의 선택을 받는 것.

힘을 원하는 헌터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성은처럼 재능이 넘치는 헌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는 성좌의 선택을 바라는 것이 아닌, 성좌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넌 언제쯤 한국으로 돌아올 거지?”

진수호의 물음에 이성은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역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벌써 한국을 떠난 지도 수 년째였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돌아갈 때가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한국에 왜 돌아갑니까? 저는 제우스 길드의 사람입니다.”

“그런가?”

“그러는 진 길드장님은 언제 한국으로 가십니까?”

“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시네요. 대청봉 던전 때문에 돌아가시는 겁니까?”

대청봉 던전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7성급 던전이었다.

오성 길드는 S랭크 헌터를 보유한 길드였기에 대청봉 던전을 주기적으로 토벌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것도 그건데, 내가 직접 만나봐야 할 놈이 있다.”

“호오. 그림자의 왕께서 직접 만나봐야 할 사람이라니. 도대체 그게 누구입니까?”

“넌 알 거 없다.”

“그러지 마시고 저도 좀 알려주시죠.”

이성은이 재차 묻자, 진수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딸아이를 이겼다는 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해서 못 참겠더군.”

그 말에 이성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수호의 딸이라면 그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한때 라이벌이라 불렸던 관계였다.

“세희가 누구에게 졌는데요?”

“박한새.”

박한새?

이성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박한새라면, 그 무공이란 것을 창시했다는 비각성자 맞죠?”

“너도 알고 있을 정도면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모양이지?”

“…그럼요.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었는데요.”

미국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로 박한새의 이름이 퍼지고 있었다.

‘박한새라. 아무리 봐도 사기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랭크가 낮거나 아예 비각성자인 일반 대중들이야 박한새의 이름에 열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C랭크 이상의 상위 헌터들은 박한새가 주장하는 무공이란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았다.

비각성자가 마력을 다루는 기술을 만들어내다니.

S랭크 헌터도 불가능한 업적을 일개 비각성자가 이룬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만약 무공이란 게 실존한다면 그것을 창시한 사람은 박한새 같은 사기꾼이 아닌, 나일 것이다.’

진세희의 제안을 거절한 다음 날, 오성 그룹에서 정식으로 제안이 왔다.

진세희가 어떻게 자신의 할아버지를 설득한 모양이었다.

물론 오성 그룹에서 정식으로 제안을 했다고 내 입장이 달라질 일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무공 아카데미를 설립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했음에도 오성 그룹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성 그룹뿐만이 아니었다.

정부, 정확히는 국방부에서 비슷한 제안을 하였다.

“무공을 익힌 특수부대를 창설하겠다는 말입니까?”

물론 국방부의 제안은 내가 생각하는 무공 아카데미와는 그 결이 완전히 달랐다.

국방부는 학생이 아닌, 군인을 양성하는 무공 아카데미를 기대하고 있었다.

“예. 박한새 중사님도 군에 있었으니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군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비각성자를 헌터급의 초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을 처음부터 가장 눈여겨본 것은 당연히 국방부였다.

하지만 국방부는 조직 특성상 움직임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

군은 태생부터 보수적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일찍 나를 찾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겠지.’

이능관리부는 주로 서울, 수도권의 몬스터를 담당하였다.

물론 10대 길드를 비롯한 서울, 수도권의 여러 길드들도 몬스터 사냥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방으로 가면 어떨까?

당장 철원군만 가도 1성급 몬스터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농가를 괴롭히는 것도 이제는 그냥 평범한 멧돼지가 아닌, 외뿔 멧돼지일 정도였다.

그리고 이 같은 몬스터의 출현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중이었다.

군벌 시대로 회귀한 북한에서 던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수시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에 무공이 보급되면 군 장병들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지방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주로 육군이었기에 육군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은 도움을 드리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중사님!”

나도 이러한 국방부의 사정을 알고 있지만, 당장은 도움을 주기 어려웠다.

내 몸은 하나였고 지금은 훗날 나의 역할을 대신해줄 무공 교관을 키우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제가 교육하고 있는 인원 중에 충분하게 교육이 되었다고 판단되는 인원이 생긴다면, 그때 교관으로 파견을 보내겠습니다.”

“혹시 그게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올해 안에는 가능할 거 같습니다.”

“오오! 그렇게 빨리 교관 양성이 가능합니까?”

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공 지식이 아예 없는 이들을 무공의 실력자로 키워내는 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었으니.

하지만 나에게는 카르마 상점이란 게 있었다.

카르마 상점에서 얻은 마력 흡수란 스킬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성과를 낸 상태.

앞으로 사게 될 스킬이나 아이템도 무공 수련에 도움을 주는 것일 테니, 교육생들의 성장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고정희 덕에 사용할 수 있게 된 마력 집적진까지 생각하면 올해 안에 무공 교관을 파견하는 것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무공 아카데미를 만들 준비를 하긴 해야겠어.’

무공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으니, 슬슬 무공 아카데미를 만들어도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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