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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55화 (55/275)

#055화

무공 아카데미 2기 교육생은 절반이 신입이고 절반은 기존의 공무원 헌터 중에서 뽑았다.

하지만 이번 3기 교육생의 경우, 신입만 뽑기로 하였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무공 아카데미에서 파견 교육을 받고 있는 터라, 각 부서의 인력 부족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신입이란, 이제 막 헌터 라이선스를 딴 89기 헌터들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엄청난 숫자가 신청하였군요.”

“몇 명이나 신청했습니까?”

“89기 헌터들만 무려 300명이나 신청하였습니다.”

이재현 차관의 말에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총 450명 정도 되는 헌터들 중에 절반이 넘는 300명이 무공을 배우기를 희망하였다.

10대 길드의 반응이 어떻든, 신입 헌터들만큼은 무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전부 다 받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300명을 전부 다 받자는 말씀입니까?”

이재현 차관이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런 이재현 차관을 보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2기도 400명이나 받았는데, 3기는 최소 300명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 그러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번에 들어올 헌터들이 무공을 배우고 다른 길드로 가버리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이재현 차관의 우려는 일견 타당하였다.

본래 공무원 헌터는 연 단위로 계약하였다.

하지만 이번에 모집한 무공 아카데미 3기 인원에 한해서는 분기 단위로 계약한 상태였다.

즉, 3개월이라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무공으로 강해지는 것을 체감했는데, 다른 길드로 갈 일은 없을 겁니다.”

나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3개월이란 시간은 자신의 성장을 체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설령 무공의 재능이 부족한 자라고 해도 내가 마력 흡수 스킬을 이용하여 수련을 도와준다면 큰 성취를 볼 수 있을 터다.

물론 재능이 뛰어난 헌터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정이 그러하듯, 재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무공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확실히 그 말씀을 들으니, 다른 길드에 인재를 빼앗길 일은 없어 보이긴 합니다.”

“10대 길드에서 무공을 배척하는 한, 헌터들이 이능관리부를 떠날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이능관리부 입장에서는 10대 길드나 다른 길드를 걱정할 게 아니라, 내가 따로 무공 아카데미를 세울 것을 걱정해야 했다.

내가 나중에 독립하게 된다면 이능관리부의 위상도 크게 떨어지게 될 테니까.

“다만 새로운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새로운 걱정이라면?”

“자신들의 인재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다른 길드에서 크게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그 같은 우려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어차피 10대 길드의 반발은 필연적으로 겪게 될 일입니다. 저희가 떳떳하다면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3기 교육생이 들어오면 무공 아카데미의 교육생도 무려 800명에 가까워진다.

나와 주현근 단둘이서 800명의 교육생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기존에 생각해두었던 인원들로 강사진을 꾸려야겠군.’

둘이서 800명을 가르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신경철을 비롯하여 몇몇 인원에게 교관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교관 말입니까? 흐흐, 맡겨주십시오. 제가 누굽니까. 무공의 천재, 신경철 아닙니까.”

신경철은 당연하다는 듯,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의 반응은 오히려 내가 이런 부탁을 하기만 기다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교관, 꼭 해야 하나요?”

“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어요. 박한새 교관님의 부탁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죠.”

김수민은 꽤 어렵게 설득하였다.

워낙 자신의 수련에만 몰두하는 성격이라 남을 가르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몇 번 부탁하니 결국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저, 저보고 교관을 하라고요?”

결계술사인 고정희에게도 교관직을 제안하였다.

추후 내가 세울 무공 아카데미에 꼭 영입해야 할 인재였기에 미리 숙련도를 쌓아놓게 하려는 의도였다.

“저, 저는 자신이 없는데, 제가 그런 큰일을 할 수 있을까요?”

“고정희 헌터님이라면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요?”

“예. 실력도 뛰어나지만, 이론 면에서 가장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셨지 않습니까.”

“아니에요. 제가 특출나다니, 그런 말씀 하시면 부담스러워요.”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정희 헌터님이라면 신입 헌터들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박한새 교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교관이란 거, 한번 해볼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고정희까지 강사진으로 섭외하는 데 성공하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가 처음 구상했던 강사진은 완벽하게 꾸려졌다.

주현근까지 포함해서 이 네 사람만 완벽히 내 사람으로 만들어낸다면 추후 내가 설립할, 무공 아카데미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문정민도 포함하고 또 이정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문정민은 내공을 다루는 실력이 부족해서 아직은 교관으로 영입하기는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무공 아카데미의 에이스인 이정은 달랐다.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그였다.

보법이나, 검술, 심지어 내공을 다루는 실력까지.

분신이라는 그의 스킬 역시도 누군가를 가르칠 때 큰 역할을 할 것이었다.

하여 나는 마지막으로 이정에게도 교관이 되어달라고 권유해보았다.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만약이란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 수련하기도 바쁜데 남을 가르치라고?”

예상대로 이정의 반응은 퉁명스러웠다.

남을 가르치는 것은 실로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정처럼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이가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할 리가 없었다.

“현근이처럼 검기를 발현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검기?”

내 말을 듣자마자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던 이정은 ‘검기’라는 말을 듣고 귀를 쫑긋 세웠다.

주현근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이후, 그는 김수민이 그러하듯 매일같이 검을 끼고 살았다.

그만큼 검기를 배우고 싶어 했던 것인데, 내가 마치 당장이라도 검기를 가르쳐줄 것처럼 이야기하니 그로선 내심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교관이 된다면 검기를 가르쳐준다는 말인가?”

“물론 검기를 발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행위 자체가 검기를 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행위가 내 성장에 도움을 줄 거라고?”

이정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나는 주현근의 사례를 꺼내들었다.

“현근이가 왜 그렇게 빨리 검기를 발현할 수 있었겠습니까?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자신도 배우는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게 들렸는지, 이정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그에게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바로 대답하였다.

“좋아, 한번 해보지.”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정까지 강사진에 합류하다니.

회귀 전의 무공 아카데미 강사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초호화 강사진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당장의 실력 자체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말이다.

한창 3기 교육생을 받을 준비를 하는데, 오성 길드의 진세희가 찾아왔다.

“실망이에요. 한새 씨.”

뜬금없는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그녀가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음 기수를 뽑을 때는 분명히 저에게도 기회를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아.”

뭔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그거였나.

안 그래도 레이븐 길드와 국방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사람을 보낼 테니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어찌나 애걸복걸을 하던지.

“새로 뽑은 300명 말고도 외부 소속의 인원들을 일부 선정하여 3기 교육생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와, 정말인가요?”

300명 이야기가 계속 나온 것은 그들이 어디까지나 이능관리부 소속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3기 인원을 새로 뽑은 300명 외에도 레이븐 길드나 오성 길드 같은 외부 세력에서도 뽑을 예정이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능관리부도 외부 세력이나 마찬가지지.’

언제까지 이능관리부 소속으로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당장 내년쯤 따로 독립할 생각으로 가득했기에 외부 세력이라고 차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럼 저도 배울 수 있는 거 맞죠?”

“시험에 통과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도 시험을 봐야 하는 건가요?”

“그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국방부에서만 500명이 넘는 인원을 보내려고 작정한 상태였다.

아마 중소 길드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일 터.

다 받아줬다가는 외부 교육생만 수천 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외부 인원에 한해서는 무공의 자질을 가진 이들만 엄선하기로 하였다.

“주로 어떤 시험을 보실 건가요?”

“내공 즉, 마력을 다루는 능력을 시험할 겁니다.”

내 말에 진세희가 경악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시험 난이도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미래에 무공 고수로 불릴 이들을 전부 데려와야지.’

문뜩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10대 길드의 길드원은 무공으로 강해지는 것을 체감해도 내가 아닌 10대 길드를 선택할까?

“이능관리부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애송이들을 그리도 많이 뽑아가다니 말이야.”

멸절 길드의 길드장, 안지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능관리부의 행보가 그로서는 황당하게만 느껴졌다.

연수 과정을 끝마치지 않았다는 말은 랭크 측정조차 안 된 상태임을 의미하였다.

아마 그 안에는 말만 헌터이지, 비각성자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실력을 가진 허수들도 존재할 터.

그런 이들을 가리지 않고 데려가서 무공을 가르친다고 하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길드장님, 이능관리부의 행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애송이들이 무서운 건가? 아직 몬스터 한 마리 잡아본 적 없는 애들인데?”

“하지만 그 애송이들이 무공을 익힌다면 만만치 않은 전력이 될 겁니다.”

“쯧, 또 무공 이야기야?”

안지호는 혀를 찼다.

길드 내에서 점점 무공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게 그로선 마뜩치 않았다.

“이미 보법이란 것을 사용하는 헌터들이 많아졌습니다.”

“보법이 그 이동속도를 늘려주는 스킬이랬지?”

“예, 스킬은 아니지만 실제로 스킬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를 보입니다.”

“그래서 몇 명이나 된다는데? 그 보법 사용자라는 게.”

“족히 서른 명은 된다고 합니다.”

“서른이라.”

보법의 효과를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안지호로선 솔직히 크게 체감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별거 아닌 스킬이라도 스킬을 양성할 수 있는 건 무시 못 할 일이긴 해.’

무능력자를 스킬 보유자로 만들 수 있다니.

안지호로서도 마냥 무공 아카데미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큰일인 것은 화영 길드, 레이븐 길드, 오성 길드 이렇게 세 곳에서도 무공 아카데미 3기를 신청했다는 겁니다.”

“화영 길드는 그렇다 치고, 레이븐 길드와 오성 길드도 무공을 배우는 것에 그리도 적극적이라는 거야?”

부하 간부의 말에 안지호는 입을 떡 벌렸다.

10대 길드 중 무려 2곳이나 무공 아카데미에 우호적이었다니.

그로선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이거 가만히 지켜보려고 했는데, 그래선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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