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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62화 (62/275)

#062화

이능관리부 작전 상황실.

“강병철 팀이 장단면에서 남하하는 고블린 무리를 격퇴하였습니다!”

“군내면도 이제 안심해도 될 거 같습니다. 도심지에 출몰한 외뿔 맹수들을 모두 격퇴했다고 합니다.”

연이어 들려오는 승전보에 이재현 차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이대로만 가면 인명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재산 피해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는 것.

인명 피해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도 막고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번 던전 브레이크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

다른 길드에서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능관리부가 자체적으로 사태를 봉합한 것.

‘무인들이 이렇게까지 활약해줄 줄은 예상 못 했는데 말이지.’

박한새가 자신감을 보였을 때, 이재현 차관 또한 어느 정도 확신을 얻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재현 차관이 지금껏 보아온 박한새는 절대 실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박한새를 비롯한 무인들의 활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였다.

‘한 명, 한 명이 C랭크 수준이야.’

분명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능관리부에서 C랭크 헌터는 굉장히 귀한 존재였다.

차관인 그가 이름을 전부 기억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파주에서 활약하는 무인 중에 그가 기억하는 헌터는 아무도 없었다.

C랭크 이상의 헌터가 없다는 의미였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C랭크보다 더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중이었다.

‘무인들이 늘어난다면 앞으로는 10대 길드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게 될 수도 있겠어.’

국가의 안보를 민간 길드에 의존하지 않는 것.

이 나라의 공무원으로서 이보다 기쁜 일은 없었다.

이재현 차관은 새삼스레 박한새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으며 다시 상황병들의 보고를 집중해서 들었다.

“멸절 길드에서 B랭크 헌터를 포함하여 총 30명의 인원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볼케이노 길드 역시도 B랭크 헌터 한 명과 25명의 헌터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던전 브레이크를 별다른 피해 없이 막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까?

10대 길드를 비롯한 민간 길드에서 뒤늦게 참여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중에는 시종일관 비협조적으로 굴었던 멸절 길드와 볼케이노 길드, 낙원 길드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가 모든 공을 갖는 게 두려웠나 보지?’

마음 같아서는 그들의 지원을 전부 거절하고 싶었다.

그들이 왜 뒤늦게 야생 몬스터를 구제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사태는 완전히 종결된 것이 아니었다.

도심에서는 거의 야생 몬스터를 박멸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아직 산이나 인적이 드문 농지에서는 야생 몬스터가 활개 치고 있었다.

이 몬스터들을 전부 구제하려면 무인들만으로는 부족하였다.

무인들이 아무리 강해도 그들의 숫자는 겨우 44명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DX 길드에서도 대규모 인원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그 같은 보고에 이재현 차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규모 인원? 몇 명이기에 대규모라는 겁니까?”

“총원 100명이 넘습니다.”

“100명이라.”

놀라웠다.

10대 길드도 아니고 중소 길드에 불과한 곳에서 100명의 헌터를 보낸다니.

‘중소 길드가 아닌, 중견급은 되어 보이는데?’

아무래도 DX 길드를 과소평가한 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 혼자만 그렇게 평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파트 단지의 대피소 안에서 제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교관님, 오셨습니까.”

“스승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와, 수백 마리의 고블린을 혼자서 쓸었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세요.”

내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니 제자들이 내 곁으로 달라붙어서는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

“오늘은 비어있는 자리가 많지 않군요.”

원래는 휴게실이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었다.

나를 비롯해서 모두가 휴식을 취할 틈 없이 출동을 나갔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도 거의 다 박멸했으니, 조금 여유가 생긴 거 같습니다.”

“다른 길드에서도 합류했으니, 이제 우리는 구경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하.”

하기야.

내가 죽인 몬스터의 수를 생각하면 이제 여유를 가져도 될 시간이었다.

파주를 구하기 위해 충원된 인원도 적지 않았고 말이다.

“그래도 끝까지 방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던전 브레이크는 언제 어떤 위기가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괜히 방심했다가 사상자라도 나오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상황이 완전하게 종료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마지막까지 긴장하고 있을게요!”

주현근을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으로 얻은 제자들이기 때문일까?

하나같이 내 말을 잘 따라주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또 어떤 길드가 합류했는지 들으신 거 있습니까?”

“낙원 길드가 합류했다는 말은 들은 거 같아요.”

“쳇! 우리가 이미 다 끝냈는데 뒤늦게 와서 뭐 한대?”

“그래도 곧 끝난다는 이야기니 나쁘지는 않잖아.”

“인정. 이제는 운기조식을 아무리 해도 지친다고.”

“아, 맞다. DX 길드라고 중소 길드에서도 대규모 인원을 파견한다고 들었어요.”

“DX 길드에서 말입니까?”

“네. 거의 100명 넘게 보냈다는데요?”

김민경의 말을 듣고 나는 미간을 좁혔다.

하필 DX 길드가 합류한다니.

뭔가 감이 좋지 않았다.

‘절대 좋은 의도는 아닐 거란 말이지.’

안 그래도 중급 마인을 파견하여 나를 몰래 관찰하던 것도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DX 길드까지 움직인다고 하니, 무슨 음모를 획책하기는 한 거 같았다.

“그나저나 스승님.”

“예, 말씀하세요.”

“우리 진짜 강해진 거 같지 않습니까?”

강병철의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번 던전 브레이크로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제가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사실을.”

“강해졌지. 이제는 고블린 열 마리가 한 번에 달려들어도 전혀 무섭지 않다니까?”

“솔직히 오크도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

“검기만 배우면 오크가 뭐야. 리자드맨도 쌉가능하지.”

시야 공유를 했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실전을 치르고 난 뒤에 하나같이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된 거 같았다.

소심하고 용기가 부족하게 느껴졌던 사람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쁜 일은 아니지. 너무 과하면 그래도 제재는 해야겠지만 말이야.’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모습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좀비와 다를 게 없었던 이전의 모습보다는 지금의 모습이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내가 공무원 헌터로 몇 년을 일했지만, 시민들에게 환호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별명까지 생겼다니까?”

“아, 그 폭풍의 검사?”

“크크, 폭풍의 검사라니.”

“멋있는데, 왜?”

“아무튼, 이게 다 스승님 덕이야.”

“당연하지. 스승님이 무공을 안 가르쳐줬으면 우리가 어떻게 이만한 활약을 펼칠 수 있었겠어?”

“활약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몬스터 만나면 도망치기 바빴으면서.”

“아 씨.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냐.”

“스승님, 감사합니다. 무공을 가르쳐 주신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들은 정신없이 떠들더니, 나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을 끝맺었다.

“다 본인이 한 것만큼 얻어간 겁니다. 저에게 너무 감사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스승님 덕에 인생이 바뀌었는데!”

“맞습니다! 무공이 없었으면 저는 회사에서 빈둥거리며 시간만 축냈을 겁니다.”

휴게실에 모인 31명의 제자 전부가 선망, 동경, 존경의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위 헌터였던 그들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려준 게 바로 나였으니, 저들이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뭐 나로서는 미래에 활약해줄 것을 기대하고서 그들을 도운 거지만 말이다.

지지직!

무전기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였다.

-여기는 상황실. 상황실. 현재 규모를 알 수 없는 공중 괴수가 다수 침공하였다.

“공중 괴수? 설마 외뿔 독수리들도 온 거야?”

“헉! 좆 됐다!”

상황실이 전한 정보를 듣고 모두가 당황하였다.

그만큼 외뿔 독수리의 출현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규모를 알 수 없는 다수의 공중 괴수 부대.

즉, 외뿔 독수리로 이루어진 이글 부대는 이능관리부가 담당하는 지역을 침공하였다.

‘이것도 우연일까?’

서걱! 서걱!

열심히 검을 휘두르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외뿔 독수리의 출현이 과연 우연히 발생한 것인지를.

‘던전 브레이크 때는 늘 변수가 발생하지. 하지만 나중에 조사해보면 그 변수의 원인은 대부분 파롤에게 있었다.’

파롤의 졸개들은 몬스터를 다루는 스킬을 보유하였다.

외뿔 독수리를 다루어서 파주를 침공하게 만드는 일쯤은 그들에게 있어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나를 유인하려고 한 것일 지도 모르지.’

왠지 그럴 가능성이 클 거 같았다.

하지만 설령 이것이 함정이라 해도 나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니까.

‘끝이군.’

-꾸에에엑!

내 검에 목이 베인 외뿔 독수리가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을 내뱉었다.

다른 헌터들이었으면 상대하기 까다로웠을 외뿔 독수리지만, 내 손에 걸리니 도망치지도 못하고 바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외뿔 독수리 두 마리와의 짧은 전투가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뒤에서 박수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뒤로 돌린 나는 눈을 부릅떴다.

‘루드밀라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백옥같이 새하얀 피부를 가진 여성의 정체는 다름 아닌, 루드밀라 벨로프.

여명회에 소속되어 있는 전문 킬러였다.

[‘루드밀라 벨로프’를 죽이십시오. 카르마 +50,000]

내가 루드밀라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퀘스트가 발생하였다.

‘역시 여명회에 소속되어 있다면 거의 100% 퀘스트가 발생하는 거 같군.’

아직도 나는 퀘스트 발생 조건을 알지 못하였다.

누군가를 구하라거나, 아니면 권속을 만들라거나.

그도 아니면 나 자신의 힘을 키우라거나.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상황에서 퀘스트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파롤의 졸개와 마주칠 때는 거의 100% 퀘스트가 뜬다는 점이었다.

‘다만, 루드밀라가 내 바로 뒤에까지 왔을 때 뒤늦게 퀘스트가 뜬 걸 보면, 퀘스트가 뜨는 것만 믿고 여유를 부릴 수는 없겠어.’

그녀의 별명은 신궁이었다.

그리고 신궁이란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5km가 넘는 거리에서도 암살이 가능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5km도 아니고 5m의 거리를 허락해주었다.

만약에 내가 퀘스트만 믿고 경계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었으면 언젠가 큰 위기를 맞이했을 게 분명하리라.

“브라보~! 이글을 상대로 잘 싸우는데? 소문이 마냥 거짓은 아니었나 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루드밀라에게 검을 겨누었다.

문답무용.

파롤의 졸개들과는 어떤 대화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죽이면 될 뿐이었다.

“미스터 박, 당신과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검 좀 치워 보지?”

“무슨 대화?”

“궁금한 게 많아서 말이야. 내가 듣기로 당신에게 엄청난 아이템이 있다던데?”

아이템?

그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사람들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거, 아이템 효과 맞지 않아?”

외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소문이 난 건가.

뭐, 한국에서도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으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하긴, 비각성자가 무공으로 C랭크 이상의 강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보단 내게 사람들의 힘을 강화해주는 엄청난 보물이 있다는 게 더 현실적이겠지.

‘그래도 설마 파롤의 졸개들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나로선 나쁠 게 없었다.

여전히 나를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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