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화
“저 사람 서용석 아니야?”
“서용석이라고?”
“아 그, 신경철 교관님에게 망신을 당했던?”
억지를 부리는 DX 길드원은 박한새의 제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낯익은 인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경철에게 도발하여 대결을 신청하였다가, 처참하게 패배했던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굴욕을 복수하려고 저러는 건가?”
“아니, 복수할 거면 신 교관님께 해야지, 왜 우리한테 한대?”
“뭐 우리는 한 몸이나 다름없잖아.”
“우욱! 한 몸은 무슨. 난 너 같은 거랑 한 몸인 적 없거든.”
강병철은 뒤에서 팀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서용석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먼저 쳤으니, 전리품은 우리의 것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욕설에 강병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새끼, 지금 뭐라 한 거야?”
“지랄이란다. 지랄.”
“와, 진짜 신경철 교관님한테 처발린 새끼가 여기 와서 지랄 염병을 떠네.”
팀원들은 욱한 얼굴로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자 서용석이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콧김을 뿜어내며 말했다.
“쫑알쫑알거리지 말고 썩 꺼져. 저 사체 두 개는 우리 거니까.”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상대가 먼저 반말했는데, 계속 존대해줄 이유는 없었다.
강병철은 퉁명스럽게 대꾸하고선 외뿔 독수리의 사체에 손을 댔다.
휘이익!
그때 갑자기 그의 손을 향해 창 한 자루가 날아왔다.
“내가 손 떼라니까, 왜 말을 안 듣고 지랄이야?”
다급히 손을 빼서 날아온 창을 피한 강병철은 서용석을 노려보며 그의 돌발 행동에 대해 따졌다.
“너 이 새끼, 미쳤냐?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너야말로 미친 거 같은데? E랭크 따위가 어디서 말대꾸야?”
“저 새끼 진짜 미친놈이네.”
“병철아. 이 꼴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냐?”
“그래, 창을 날려서 공격했으니 우리가 반격해도 정당방위라고.”
화를 참지 못한 그들이 서용석을 노려보며 한마디씩 하였다.
팀장인 강병철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했으니 그들로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 헌터로서 이래도 되나? 아니, 근데 저쪽에서 먼저 공격한 것은 사실이잖아.’
잠시 고민하던 강병철은 이내 결정을 내렸다.
서용석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자고.
어차피 보는 눈은 없으니, 주먹으로 때려눕혀도 문제 될 게 없으리라.
“야, 뒤에 봐봐.”
“뒤?”
강병철은 팀원이 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뭐야? 저놈들도 설마 DX 길드원인가?”
“그런 거 같은데?”
“시발, 이게 도대체 몇 명이야?”
정면에 있는 DX 길드원의 수도 10명이나 됐다.
그런데 뒤에서는 거의 20명이 넘어 보이는 인원이 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강병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10명이면 모를까, 30명은 너무 많았다.
심지어 서용석은 목동 경기장에서 B랭크 이상의 무력을 선보였던 인물이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뜻.
“흐흐, 갑자기 왜 조용해지냐? 설마 쫀 건 아니겠지?”
도발하려고 작정한 것인지, 서용석이 실실 쪼개며 그와 같이 말했다.
강병철은 고민했다.
만약 그 혼자였다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혼자의 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의 행동에 박한새의 명예가 걸려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끝까지 전리품이 너희 거라고 주장할 거야?”
“첫 타는 우리 거다.”
“아니, 그니까. 첫 타는 너희 건데, 이 사체도 너희 거냐고?”
“…우리 거다.”
“그래? 근데 난 인정 못 하겠는데 어떡하지?”
강병철은 그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어차피 법적으로 시비가 붙으면 그들이 이길 게 분명하였다.
그러니 도발에 넘어갈 필요는 없으리라.
“그나저나 무공이란 거 별거 없나 봐? 그저 입으로만 재잘재잘. 불만이 있으면 주먹으로 덤벼. 이 겁쟁이 새끼들아.”
“신경철 교관님에게 진 주제에 누구보고 겁쟁이래?”
“내가 신경철한테 진 게 왜? 신경철이 무공을 익혀서 날 이긴 게 아니라, 그냥 신경철이 강해서 날 이긴 거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어. 다시 붙으면 내가 이길걸?”
“패배자가 그리 말해봤자 누가 믿을까?”
“믿지 못하겠으면 덤벼 보라니까? 왜? 신경철 말고는 내세울 사람이 없나 보지? 봐봐, 역시 무공은 사기라니까.”
“…지랄하네.”
“박한새, 그 새끼도 사기꾼 새끼지? 듣기로 엄청난 아이템 하나 갖고서 사기 치는 모양인데, 호구도 아니고 어떻게 그딴 사기에 넘어가냐?”
자신의 스승인 박한새를 가지고 도발하자, 강병철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 새끼가…. 짐승처럼 싸우는 놈이 우리 스승님을 모욕해?”
신경철과 다툴 때 서용석의 모습은 전혀 사람 같지 않았다.
괴성을 지르며 네 발로 뛰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짐승 그 자체.
그렇게 짐승처럼 싸우던 서용석이 박한새를 낮잡아 보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강병철이 검을 빼 들자 그의 팀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검을 빼 들었다.
“너희가 검을 들었으니 우리도 들 수밖에 없다?”
“들든지, 말든지.”
그 말에 서용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무기를 빼 들었다.
물론 다른 DX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DX 길드원이 무기를 든 채 사방으로 포위하자 강병철은 마른침을 삼켰다.
‘괜히 도발에 넘어갔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싸워봐야 할 거 같았다.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교관님!?”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강병철은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스승인 박한새가, 갑자기 허공에서 튀어나왔던 것이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서용석은 박한새를 보고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그러는 당신들은 왜 여기에 있으십니까?”
“우리는 외뿔 독수리를 사냥하고 있었다. 저기 죽은 외뿔 독수리가 바로 우리가 사냥한 사냥물이지.”
“아닙니다. 저희가 먼저 공격했고 저기서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어쨌든 막타는 우리가 했잖아? 그러니 우리 거지.”
“너희들이 끼어들지 않았으면 우리가 잡았을 거야!”
“돌이나 던지고 있었던 주제에 퍽이나!”
상황을 지켜보던 박한새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리품은 나중에 분배하기로 하고 그만 물러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왜 네 말에 따라야 하지? 우리가 사냥한 전리품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너희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실력으로 주장해. 원래 헌터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이잖아. 아, 너는 헌터가 아니었구나?”
서용석은 박한새한테도 거칠 것 없이 도발하였다.
그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숫자를 믿고 덤비는 것이었다.
“오, 용감한데? 그럼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컥!”
입을 나불대던 서용석의 몸이 트럭에 치이기라도 한 것처럼 저 멀리 날아갔다.
퍽! 퍽!
바로 근처에 있던 다른 DX 길드원도 똑같았다.
“진짜 스승님 실력 장난 아닌데?”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서용석이 당한 것을 보고서 DX 길드원들은 전투태세를 갖추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반응조차 못한 채 박한새의 주먹에 당하고 말았다.
‘스승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가늠이 안 돼.’
이러다 S랭크 헌터도 이기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박한새가 지금처럼 계속 강해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리라.
사람들은 오성 길드의 공주나 다를 게 없는 진세희가 무공 아카데미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였다.
무공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E랭크 이하의 헌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교장이라 할 수 있는 박한새의 경우 아예 비각성자일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B랭크이자 곧 A랭크로 승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세희의 경우, 엄청난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될 수밖에 없었다.
‘시기와 질투는 무슨.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거 같은데.’
진세희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녀 역시 다른 교육생들과 어느 정도 마찰이나 신경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굴러온 돌이나 다를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무공 아카데미 교육생들은 그녀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공에 대한 갈망.
진세희가 그렇듯, 무공을 배우는 것에만 몰두할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그녀 역시도 무공을 배우는 일에 집중하였다.
현재 진세희가 소속된 곳은 무공 아카데미 세 개의 반 중 초급반이었다.
초급반은 마력 감응에 성공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심지어 단전을 만든 사람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진세희는 아쉽게도 단전을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단전을 만드는 것.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력을 운용하여 단전이 있는 곳까지 혈도를 뚫어야 했는데, 이 과정이 무척이나 위험했던 까닭이다.
원래 마력이란 것은, 조금만 잘못 운용해도 큰 내상을 입기 마련이었으니까.
‘박한새 교관님 말고 무공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그녀는 나중에 무공을 배우고 나면 오성 길드의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줄까도 생각했었다.
어차피 오성 길드 말고도 레이븐 길드와 화영 길드 그 외에 중소 길드들까지 여러 곳에서 무공을 배우는 판이었다.
박한새도 무공을 독점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그녀가 오성 길드원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도 문제 되지 않으리라.
하지만 막상 무공을 배우기 시작하자,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무공이란 단순히 심법만 익힌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무공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호흡법은 그저 마력의 순도와 안정성을 높여줄 뿐, 내상의 위험에서 완전히 배제해주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제대로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는 박한새의 가르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격체전력이란 것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무공 아카데미에서도 박한새가 유일하기 때문이었다.
‘교관님 몸값을 내가 너무 낮게 평가했었네.’
송현동 10만 평의 땅으로 회유하려고 했던 과거가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조 단위를 들이밀어도 안 통할 사람인데, 겨우 강북 땅 10만 평으로 협상하려고 했다니.
‘그나저나 교관님은 언제쯤 돌아오시려나. 빨리 돌아오셔야 나도 단전을 만들 텐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박한새의 가르침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진세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아직 단전을 만들지 못한 상태였고, 단전까지 혈도를 연결하려면 박한새가 격체전력이란 것을 사용해주어야 했다.
하지만 박한새는 파주로 떠난 상태.
진세희로선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작게 중얼거렸다.
“언제쯤 오시려나. 빨리 오셨으면 좋겠는데.”
“누가 말이냐?”
바로 뒤에서 들려온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진세희는 눈을 크게 떴다.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아버지 목소리였던 것이다.
“아, 아빠!”
뒤를 돌아보니 진수호가 있었다.
7성급 던전을 클리어하고자 두바이로 갔던 바로 그 S랭크 헌터, 진수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