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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67화 (67/275)

#067화

아니, 꼭 스킬을 주현근에게만 줄 필요는 없었다.

곧 지분율이 100%가 될 권속 후보가 몇몇 있었으니까.

‘호오, 고정희도 실력이 많이 좋아졌는데?’

나는 어느덧 96%까지 지분율이 치솟은 고정희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녀의 한계치는 주현근과 거의 엇비슷했으니, 아마 그녀도 곧 검기를 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여러분 일주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교관님이 오히려 고생하셨죠!”

“저는 심화반 동기 놈들이 미치도록 부러웠습니다. 저도 사부님과 같이 파주에 가고 싶었는데!”

고정희와 신경철이 각각 한마디씩 하였다.

나는 개성이 느껴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다른 교관들을 바라보았다.

고정희, 신경철, 이정, 주현근, 김수민.

벌써 드림팀이 만들어진 거 같아 마음이 뿌듯하였다.

‘아직 교관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잠재력 하나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사람들이다.’

심지어 개인주의자 이정도 남을 가르치는 일에 의외로 소질을 보이고 있었다.

초급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교관이 그일 정도였다.

천재는 잘 못 가르친다는 말이 무조건 들어맞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교관님, 그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주현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이정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그 이야기라고만 하면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협회에서 무공을 익힌 헌터도 헌터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협회에서 주장하였던 무공 무용론.

나로 인해 무공이 무용하다는 주장은 명백히 잘못된 주장으로 판명 났다.

이제는 10대 길드에서도 무공을 인정할 정도였다.

그러니 주현근이 전한 소식처럼, 헌터 협회에서 무공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병신들. 드디어 현실을 받아들였네.”

신경철이 조소를 지으며 그리 말하였다.

“너, 승급할 거냐?”

“승급? 승급을 왜 해?”

“B랭크가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굳이? 난 이제 협회가 제멋대로 기준을 정하는 랭크 따윈 신경 안 쓰려고.”

원래 신경철은 단전을 만든 뒤 랭크를 올리려고 하였었다.

헌터로서 랭크를 올리고 싶은 건 너무도 당연한 욕구였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나 보군.’

하긴, 구태여 헌터 협회의 기준을 따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무공을 익히다 보면 랭크가 금방 바뀔 것이기도 했고.

“난 B랭크 되는 것보다, 사부님처럼 절정 무인이 되는 게 목표다.”

“절정이라. 근데 정확히 그 기준이 뭐야?”

이정이 나를 보며 묻자, 나는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검기를 자유자재로 발출하며 30분 이상 검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경지를 절정이라고 합니다.”

“그럼 나도 절정 무인인가?”

참고로 주현근의 뒤를 이어 이정 역시 검기를 발현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물론 검기 발현에 성공했다고 바로 절정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정 교관은 아직 자유자재로 발출하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내 말에 이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펜에다 검기를 발현해 보였다.

“이렇게 검기를 쉽게 뽑을 수 있는데 자유자재로 발출하는 게 아니라고?”

“제가 말하는 자유자재의 경지란 이런 것을 말합니다.”

나는 묘기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정과 똑같이 펜에다 검기를 발현하였는데, 그 검기가 마치 고무처럼 쭉 늘어났다.

내 검기를 보고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포커페이스였던 이정도 다르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코앞까지 늘어난 내 검기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게 가능한 거였어?”

“헌터는 기본적으로 마력이 많아서 검기 발현은 비교적 쉽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검기 발출은 수련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이정이 발출한 검기는 진짜 검기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저 무식할 정도로 많은 내공을 검에 밀어넣은 것일 뿐이니까.

실제로 저 검기는 내 검기와 맞부딪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깨질 것이다.

내공 소모량도 나와 비교도 안 되게 클 것이고.

“검기를 발출했다고 끝이 아니었군.”

“물론입니다. 심지어 제가 이룬 경지도 어떻게 보면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작이라. 허.”

이정은 터무니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절정의 경지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다음의 경지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회귀 전에 다음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참고로 이성은이 나를 선택한 이유도 나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반드시 다음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똑똑!

그때,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진세희 교육생이 여긴 어쩐 일입니까?”

“교관님과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진세희 헌터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상담을 요청하다니.

그녀답지 않았다.

‘무슨 중요한 용건이 있는 건가?’

내가 그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용건을 묻자, 그녀가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저희 아버지께서 귀국하셨는데, 박한새 교관님을 뵙고 싶어 하세요.”

오성 길드의 길드장이자 S랭크 헌터인 진수호가 나를 찾는다는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교관들은 진수호가 나를 보러 온다는 말을 듣고 크게 당황하였다.

단순히 진수호가 S랭크 헌터라서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진수호가 좋은 의도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0대 길드에서 우리를 안 좋게 본다더니, 진수호 길드장이 직접 나서는 건가?”

“아니,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안 좋게 본다는 거야?”

신경철이 욱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이정이 어깨를 으쓱하였다.

“우리가 그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있으니 안 좋게 볼 수밖에.”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너만 해도 D랭크 헌터였던 놈이, B랭크 이상도 당연하게 딸 수 있게 됐어. 앞으로 그런 이들이 늘어날 텐데, 그들로선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정의 의견대로 10대 길드 중 일부가 나를 안 좋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수호가 이정이 말한 그런 이유 때문에 나를 찾는 것은 아닐 거다.

“평일은 저도 바쁘니, 주말에 시간을 내겠습니다.”

“사부님, 위험할 수도 있는데 굳이 만나시려고요?”

“위험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정의 말을 들어보면, 진수호 길드장이 사부님께 경고하려는 의도인 거 같은데….”

신경철이 그답지 않게 우려를 표하였다.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그였지만,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진수호 길드장님은 절대 그런 시시한 목적으로 저를 찾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진세희 교육생?”

“네, 네? 그, 글쎄요?”

진수호를 변호해야 할 진세희가 떨떠름하게 답변하니 교관들은 더욱 근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빨리 그림자의 왕을 보게 될 줄이야.’

진세희를 제자로 받아들인 시점에서 진수호와 만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접근할 줄은 예상 못 하였다.

‘분명 나의 실력을 시험하려고 하겠지?’

나는 진수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회귀 전에 자주 겨루었던 사람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진수호의 성격이라면 아마 나를 보자마자 실력부터 파악하려고 할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었지.’

다짜고짜 대결 신청을 해서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옆에서 이성은이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중재하지 않았다면 아마 끝까지 대결을 요구하였을 거다.

뭐 나중에는 결국 대결을 몇 번이고 벌이게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 실력으로는 무시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거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진수호를 놀라게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림자를 다루는 진수호의 실력은 실로 압도적이라, A랭크 이하의 헌터는 그가 봤을 때 그게 그거나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도 그의 눈에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일 터.

진수호를 무공 아카데미로 끌어들여야 하는 나로선 약해 보이는 일은 피해야만 했다.

‘영약을 사야겠어.’

꼭 진수호 때문이 아니더라도 슬슬 영약을 사려던 참이었다.

영약을 자주 복용하면 좋을 게 없었기에 그동안 호흡법으로만 내공을 늘렸었다.

하지만 시간도 꽤 지났고 카르마도 많이 모였으니, 영약을 구매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여명회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만년지극혈보 – 150,000 카르마

구엽자지선란 – 250,000 카르마

‘카르마가 모였어도 이것들은 아직 넘볼 수 없다는 게 아쉽네.’

인형설삼을 복용하면 2갑자도 가능했다.

묵혈정령실이나 구엽자지선란을 복용하면 당연히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알뜰하게 카르마를 모았어도 20만 이상의 카르마를 모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구엽자지초’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내가 선택한 영약은 구엽자지초였다.

구엽자지선란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 영약, 아니 영초는 굉장히 좋은 향기를 풍겼다.

마치 달콤한 과일처럼 느껴지는 향기였다.

‘실제로 맛도 있었으면 좋겠군.’

물론 맛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8만 카르마.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인 만큼, 제값을 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바로 복용하자.’

자세를 잡은 나는 망설임 없이 구엽자지초를 입 안에 집어넣었다.

꿀꺽.

영초를 복용하기 무섭게 효과가 나타났다.

단전에서 내공이 강렬하게 끓어오르며 엄청난 압력이 전해졌다.

‘어, 엄청난 양이야.’

구엽자지초의 설명을 읽고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구엽자지초 안에 잠재된 기운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동안 어렵게 모아놓았던 반 갑자 이상의 내공이 단전에서 요동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내공만 완벽하게 수습하면 회귀 전의 경지를 절반 이상 복구하게 된다!’

나는 단전에서 들끓는 내공을 다스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다.

1갑자.

회귀 전에도 간신히 쌓았던 경지였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회귀 전과 비교했을 때 10년이나 훨씬 더 빨리 1갑자의 경지에 도전하고 있었다.

물론 내공만 1갑자로 만든다고 과거의 경지를 완전히 되찾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꼭 과거의 경지를 되찾지 않아도 1갑자 무인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강자인 셈이니까!

“스승님에게 무례하게 굴지 마. 알았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설령 주먹으로 훈계해도 상대는 무례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나는 오성 길드의 길드장, 진수호니까.”

“아빠!”

“농담이다.”

진수호는 실없게 웃고는 자동차에서 내렸다.

이능관리부 본부.

규모가 큰 부서답게 건물도 굉장히 컸다.

물론 오성 길드의 그것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진수호는 무덤덤한 눈으로 건물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이능관리부에 오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갈 때마다 정치인들이 귀찮게 구니 발걸음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귀찮게 굴면 그림자로 고문을 시켜줘야겠어.’

하지만 다행히 무공 아카데미가 사용하고 있는 층수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발걸음을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냐?”

“응. 내가 스승님 불러올게.”

진세희는 뭐가 그리 급한지, 박한새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진수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뭔가 마력이 이상한데?’

S랭크 헌터답게 그의 마력 감응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마력의 움직임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

그런 그가 느끼기에 무공 아카데미가 있는 이곳의 마력 움직임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바람이 한쪽으로 불고 있는 것처럼 마력도 특정한 공간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향한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진수호는 눈을 부릅떴다.

방금까지 느꼈던 마력의 움직임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강력한 마력을 내뿜는 사람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었다.

‘뭐지? 내가 모르는 S랭크 헌터가 새로 생긴 건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가공할 기운이 젊은 남성에게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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