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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79화 (79/275)

#079화

무공을 익힌 자는 마력 간섭 현상에서 자유롭다는 소문에 이능관리부 본부는 오늘도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건물 내부라고 기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연무장으로 쓰이던 장소가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쪽은 여당의 대선 후보이신 이윤세 후보님이십니다.”

“하하, 이렇게 유명한 분을 뵙게 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이윤세라는 이름의 대선 후보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귀찮음을 내색하지 않은 채, 그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제가 호칭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누구는 무공의 창시자라 부르고 누구는 S랭크급 비각성자라 부르던데.”

“편하게 박한새 교관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호칭이야 알 바 아니었다.

어차피 이능관리부에서 오래 있을 것은 아니니까.

간단하게 인사만 나눴음에도 사진 찍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자여서, 기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거 같았다.

“박한새 교관님이 만든 무공은 인류의 보물입니다.”

이윤세는 무공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 왔는지, 검기나 보법 같은 것도 들먹이며 연신 나를 칭찬하였다.

내 덕에 희생자가 줄었다는 둥.

약자에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둥.

그러다 이윤세가 아쉬운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짓자 그가 선동적인 몸짓을 하며 말했다.

“인류 전체의 보물이어야 할 무공을 왜 헌터들만 배우고 있는 겁니까?”

왜 헌터에게만 가르치는 거냐고?

그야 헌터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재능 없는 비각성자를 이류 이상으로 만들려면 몇 년은 필요하지.’

내공을 모으는 것만 한 세월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문제란 다름 아닌, 비각성자는 던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저는 박한새 교관님께서 일반인들에게도 무공을 배울 기회를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젠가 비각성자들에게도 기회가 올 겁니다.”

당장은 비각성자에게 무공을 가르칠 생각이 없는 나지만, 굳이 속내를 그대로 털어놓을 필요는 없었다.

정치인인 이윤세도 진심으로 비각성자들이 무공을 배우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비각성자들이 무공을 염원하는 마음을 이용하려는 속셈일 뿐.

‘대충 기사 내용이 예상 가는군.’

나와 만나서 담판을 지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이윤세 덕에 앞으로 비각성자도 무공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식으로 말이다.

“오셨습니까, 사부님.”

“김수민 교관은 아직도 인터뷰 중입니까?”

“예, 그런 거 같습니다.”

내가 이윤세를 상대할 동안 김수민은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십수 명의 헌터를 구한 일로 일약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사부님, 이윤세 후보랑 무슨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비각성자에게도 무공을 가르쳐달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아니, 자기가 뭔데 그런 말을 한답니까.”

신경철이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이윤세 후보가 헌터들을 싫어한다더니 정말 그런 거 같은데요?”

“헌터를 싫어하는 차기 대통령이라니. 이거,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는데요?”

“우리랑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 우리는 어차피 헌터도, 비각성자도 아니니까.”

“상관이 없지는 않죠. 사부님 때문에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정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변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니, 어차피 무공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될 거야. 정치 쪽에서도 더는 귀찮게 굴 수 없겠지.’

잠시만 귀찮음을 감수하면 됐다.

곧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강대국에서 러브콜이 쏟아질 터.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한국 정부는 내가 다른 나라로 가지 않기만을 바라며 심기를 거스를 행동은 일절 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앞으로 많이 바빠지실 겁니다.”

“이미 지금도 바쁜데요?”

“더, 바빠지실 겁니다.”

“사부님은 이변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이변은 계속 발생할 겁니다. 그리고 이변이 아니더라도 무공을 배우려는 사람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긴, 그건 그렇죠.”

무공의 효과는 이미 여러 번 입증되었다.

강해지고 싶은 생각이 있는 헌터라면 무공을 배우려 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더 바빠진다면, 나는 교관직에서 내려오겠다.”

그때, 이정이 돌발 선언을 하였다.

“너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말 그대로다. 난 강해지고 싶어서 무공을 배운 거지, 누군가의 스승 노릇 하려고 무공을 배운 게 아니야.”

그 같은 이정의 말에 신경철이 버럭 화를 냈다.

“이거 웃기는 새끼네? 사부님께 은혜를 입었으면 군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시간 쓰는 게 귀찮다고 내빼는 건 또 무슨 경우야?”

“무공을 가르쳐준 건 고맙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처럼 졸개 노릇까지 할 생각은 없다.”

“뭐, 졸개? 너 이 새끼, 지금 뭐라고 했냐?”

“내가 틀린 말을 했나?”

조금 친해졌나 싶더니, 역시 물과 기름은 섞일 수 없는 법이었다.

난 손을 들어 두 사람의 싸움을 중재하였다.

“두 분 다 싸우지 마십시오.”

“하지만 사부님, 저놈이…!”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말리자 신경철은 애써 화를 참았다.

“이정 교관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태극권이 어때 보였습니까?”

“갑자기 그건 왜 묻지?”

“아마 태극권이 이정 교관님에게는 잘 안 맞았을 겁니다.”

“뭐, 그건 그렇다. 태극권이 뛰어난 권법인 건 알겠는데, 아무래도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

“만약 조금 더 공격적인 형태의 권법, 아니 검법이 생긴다면 어떨 거 같습니까?”

“무조건 배워야겠지. 전 재산을 줘서라도!”

까칠하게만 보이던 이정도 은근히 다루기가 쉬웠다.

“이정 교관님에게 맞는 검법을 따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검법을 새로 만들겠다고?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예. 태극권도 제가 만든 거지 않습니까?”

“어떻습니까? 패도적인 검법을 배운다면, 계속 교관으로 있을 이유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정을 다루는 법은 간단하였다.

더 좋은 무공을 가르치면 되는 일이었다.

“좋다. 태극권 수준의 검법을 새로 배울 수만 있다면 교관으로 몇 년은 일해줄 수 있지.”

“그 말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너야말로.”

“일단 이 아이템을 끼고 훈련하십시오.”

“이건 뭐지?”

“악티홀의 중력 반지라는 아이템입니다. 이 아이템을 끼고 근력 훈련을 하면 효과가 크게 증대될 겁니다.”

나는 이정에게 반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름은 이정에게 말했던 대로 악티홀의 중력 반지였다.

‘이정은 속도 면에서는 최강이지만, 근력은 약한 편이지. 부족한 근력만 보완하면 완벽한 검사가 될 거야.’

그런 면에서 악티홀의 중력 반지는 부족한 근력을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교관들에게도 하나씩 카르마 상점의 물품을 건네주었다.

물론 전부 아이템으로 준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내공이 부족한 편에 속하는 주현근과 고정희에게는 영약을 주는 식이었다.

‘카르마가 조금 넉넉해지니, 제자들을 키울 수 있어서 좋네.’

원래도 카르마가 생기면 상점에서 무엇을 살지 여러 방안을 계획하였었다.

그 계획에서 ‘제자 키우기’는 단연 빼먹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슬슬 두 사람에게 마력 흡수를 가르쳐줘야겠군.’

나는 생각난 김에 두 사람을 따로 불렀다.

“고정희 교관님과 주현근 교관님은 따로 남으시길 바랍니다.”

교관들이 모두 떠나고 두 사람만이 남자, 두 사람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앞으로 두 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네! 어떤 역할이든 맡겨주세요. 최선을 다할게요!”

그녀가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주현근도 든든한 눈빛을 내게 보냈는데 나는 그런 두 사람에게 충격 발언을 하였다.

“제가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두 분께서 새로운 스킬을 받아야 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받아라.

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더 설명하지 않고 카르마 상점을 열어 두 사람에게 ‘마력흡수’를 후원하였다.

“이, 이게 뭐죠!?”

고정희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현근 역시도 놀랐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무에서 무를 이룬 자’가 당신에게 ‘마력흡수’를 후원하였습니다!]

아마 두 사람에게는 이런 문구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뭐 권속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문구가 뜨는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말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두 분만 알고 계십시오. 저는 성좌입니다.”

두 사람은 권속이 됨으로써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비밀을 두 사람에게 밝혔다.

내가 성좌라는 비밀을 말이다.

“후욱, 후욱.”

이정의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겨우 한 시간.

평소 그의 수련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 지칠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지쳤다.

‘이 반지 때문인가?’

그는 원망스럽다는 듯 손가락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겉으로만 봐서는 평범하게 생긴 반지였다.

하지만 이 반지가 그의 체력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무런 효과 없이 체력을 뺏어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만약 그런 거라면 저주 아이템이겠지.

이 악티홀의 중력 반지는 그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대신, 실시간으로 그의 근력을 키워주고 있었다.

전투에서는 조금도 쓸모가 없었지만, 수련용으로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도대체 박한새 그놈은 이런 아이템을 어떻게 구한 거지?’

박한새에게 직접 무공을 배우면서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문은 더 짙어져만 갔다.

태극권이란 권법을 배우게 되면서 특히 그렇게 느꼈다.

비록 그는 분신 스킬 덕에 태극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긴 했었다.

아무래도 태극권은 한 사람이 다수를 상대할 때 유용한 권법이지, 다수가 소수를 상대할 때는 유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태극권의 그 오묘함과 깊이만큼은 확실하게 느꼈다.

‘나는 10년의 시간이 주어져도 그런 권법을 만들지 못했을 거다.’

10년도 과장해서 말한 것.

실상 100년이 주어져도 가능할까 의문이었다.

태극권이란 권법은 그만큼 고절한 권법이었다.

그런데 박한새는 그런 권법을 만들었으면서 또다시 새로운 검법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였다.

그것도 태극권과 비슷한 수준의 검법을 말이다.

아무리 그가 무공의 창시자라고 해도 이정으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재능이 아닐 수 없었다.

“어이.”

이정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형님이 부르는데, 빨리빨리 대답 안 해?”

“무슨 일이지?”

그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니,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이를 갈았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용건만 말해.”

“후우, 이번만 참아주마.”

사내의 말에 이정은 코웃음 쳤다.

장남이라면 모를까, B랭크밖에 안 되는 차남 따위야 두렵지도 않았다.

물론 이정 역시 랭크로 보면 B랭크에 불과했지만, 그에게는 무공이 있었다.

‘이석우, 그놈도 내겐 상대가 안 된다.’

A랭크인 장남도 그는 내심 이길 수 있으리라 자신하였다.

다만 생물학적인 부친은 아직 어려울 거 같았지만 말이다.

“큰형이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기회?”

“무공이란 것을 바치기만 한다면 우리의 형제로 받아주겠다더군. 물론 길드 가입도 허락될 거고 말이야.”

그 말을 듣자 이정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기분 나쁘게 쪼개고 지랄이야? 너 미쳤어?”

“길드에 들어오게 해줄 테니, 무공을 가르쳐달라고? 진짜 좆 까는 소리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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