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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93화 (93/275)

#093화

상대가 일본에서 검술의 달인으로 유명하다는 소리에 강우석은 경각심을 끌어올렸다.

한국 헌터계와 다르게 일본 헌터계가 검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들어본 바 있었다.

랭크가 낮아도 검술 달인이라 불릴 정도로 검을 잘 다루기만 한다면 크게 인정받는 나라가 일본이란 나라였다.

그런 일본에서 검술의 달인이라 불린다면 범상치 않은 검술 실력을 지녔을 게 분명하였다.

‘느린데?’

하지만 막상 류구지 코스케의 검을 상대한 강우석은 의아함을 금치 못하였다.

검의 움직임 자체는 굉장히 현란하였다.

직선으로 날아오는가 싶더니, 뱀처럼 꾸물꾸물거리기도 하였다.

만약 정석대로 검과 검을 부딪치며 검술 실력을 가린다면 쉽게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느린 상대로 굳이 정석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

류구지 코스케.

그는 강우석이 지금까지 무공 아카데미에서 겨루었던 어떤 상대들보다 움직임이 느렸다.

그리고 이런 상대에게 구태여 움직임을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

“니게루나! 오토코라시쿠 타타카에!”

멀찍이 물러나는 것으로 공격을 피해내자 류구지 코스케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마 그가 외친 말은 도망치지 말고 싸우라는, 뭐 그런 말이었을 거다.

하지만 강우석의 입장에서는 상대의 말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피지컬도 결국 검술의 필수 요소다.’

류구지 코스케의 공격은 연달아 빗나갔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는 공격 자체를 아예 하지 못하였다.

강우석의 맹렬한 반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인데?”

“이야, 우석이 검술도 장난 아니잖아?”

“근데 저거는 검술 실력이 아니라, 그냥 속도로 찍어 누르는 거 아닌가? 상대는 우석이의 속도에 아예 반응도 못 하는 거 같은데?”

“하지만 랭크는 저 사람이 더 높을걸? C랭크잖아. 우석이는 D랭크고.”

“와, 그럼 우석이는 C랭크 헌터를 피지컬로 압도하고 있는 거야, 지금?”

두 사람의 대련은 오래가지 않았다.

류구지 코스케는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강우석의 맹렬한 공격을 막았지만, 강우석이 그의 검술에 적응하기 시작하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무량사 던전에서 있었던 일은 일본 헌터 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류구지 코스케가 한국 헌터에게 패배했다는데?”

“한국에도 검술의 달인이 있었던 건가!”

“근데 그 헌터가 류구지 코스케보다 랭크가 낮은 D랭크래!”

“뭐? 그게 정말이야?”

랭크가 높은 이에게 졌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우석은 류구지 코스케보다 랭크가 한 단계 낮은 D랭크 헌터였다.

검성이라고까지 불리던 류구지 코스케가 한 단계 낮은 D랭크 헌터에게 졌다고 하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간악한 조센징이 또 무슨 사술을 썼나 보군!”

“반칙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긴 해!”

충격을 받은 일본 헌터들은 강우석이 비겁한 수작을 부렸다고 주장하였다.

일본 헌터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강우석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강우석은 순식간에 일본 헌터 업계에서 ‘승리를 도둑질한 비겁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은 이내 류구지 코스케, 본인에 의해 진정되기 시작하였다.

“어디까지나 나는 실력으로 패배하였다. 강우석 헌터는 한국의 검성으로 엄청난 실력자다.”

몇몇 이들은 패배를 인정한 그를 되려 비난하기도 하였다.

친한파라느니, 원래부터 달인이 아닌데 과장된 평가를 받고 있었다느니.

일부 극우 사이트에서는 류구지 코스케를 매국노로 매도하기까지 하였다.

검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일본인들로선 검술보다는 오직 스킬만 신경 쓰는 한국 헌터에게 검술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 감각을 가진 이들은 이번 사태를 다른 눈으로 바라봤다.

“류구지 코스케가 진 이유는 무공 때문이라더군.”

“무공이라. 확실히 그거라면 이해가 될 거 같은데?”

“마력 간섭 현상을 막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건가.”

지금까지 일본 헌터 업계는 박한새가 창시한 무공에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박한새가 한국인인 게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였다.

인구는 훨씬 적은데, 헌터 전력은 일본과 거의 엇비슷한 한국이었다.

한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일본으로선 그런 한국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박한새가 창시한 무공이 던전 이변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일본은 억지로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마침 펜테리움이란 훌륭한 대안이 생겨나면서 무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검술의 달인이라던 류구지 코스케가 무공 아카데미의 일개 교육생에게 패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헌터들도 무공을 의식하기 시작하였다.

“D랭크 헌터였던 이가 무공을 배우면 B랭크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게 될 거라더군.”

“미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박한새를 영입하려고 한다던데?”

“나도 들었어. 박한새를 영입하기 위해 5,000억 엔을 불렀다나?”

무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는 여러 정보들.

일본 헌터들은 이런 정보를 접하면 접할수록 큰 충격에 빠졌다.

당장이라도 무공을 배우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리라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몇 행동력이 남다른 이들은 짐을 싸서 무공 아카데미에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을 정도였다.

일본 헌터 업계는 사실상 야쿠자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30대 길드라고 칭해지는 30개의 길드 중 상당수가 야쿠자의 분파거나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고 알려진 길드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본 야쿠자 조직 중의 한 곳인 야마구치구미에서는 최근 한국을 노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전국구 조직인 화룡파가 한국 정부의 헌터 관련 기관인 이능관리부에 의해 무력하게 쓸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한국 암흑가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었다.

“환술가라던 A랭크 헌터 놈. 알고 보니 별거 아니었어.”

“비각성자에게도 무릎을 꿇을 정도로 나약하다니. 쯧쯧.”

“웃긴 것은 그런 나약한 놈이 조선 암흑가를 거의 반쯤 장악했었다더군!”

“우리가 점령해주자고. 무주공산이나 다를 게 없는 조선의 암흑가를 말이야!”

화룡파가 무너진 것을 본 야마구치구미는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휘하 조직원들을 보내 부산의 조직들을 하나하나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부산의 조직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야마구치구미의 세력에 흡수되었다.

A랭크 헌터까지 다수 움직이니, 규모가 작은 부산 조직들로선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역시 조센징들, 별거 아닌데?”

“예상했던 결과다. 더 몰아쳐서 서울까지 점령해버리자고!”

야마구치구미 간부들은 부산에서의 성과를 보고 크게 감탄하였다.

한국의 폭력조직들이 일본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약하다는 사실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 헌터들은 야쿠자가 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지만, 한국 헌터들은 조폭이 되는 걸 극도로 불명예스럽게 여겼다.

상황이 이러니 기본적인 체급 자체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산에서의 성과는 야마구치구미 간부들이 예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단기간에 부산의 암흑가를 절반 이상 장악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조선 암흑가를 전부 장악한다면 이나가와카이, 스미요시카이 놈들을 압도하는 게 가능해진다.”

“야마구치구미가 전국을 손에 넣겠군!”

“전국뿐이겠나. 아시아 전체를 손에 쥐는 것도 가능해!”

그렇게 야마구치구미 간부들이 부산에서의 성과에 들떠 있을 때, 검술의 달인인 류구지 코스케가 한국 헌터에게 패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류구지 코스케를 꺾었다는 그 헌터는 야마구치구미가 예의 주시하던 이능관리부 소속이었다.

“강우석? 그놈이 도대체 누구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는 놈이다.”

“헌터로 활동한 지 벌써 5년이나 됐는데도 알려진 것이 없다고? 얼마나 능력이 구린 거야.”

“그렇게 능력이 구린 놈에게 류구지 코스케가 패배했어!”

다른 일본 헌터가 충격을 받았듯, 야마구치구미의 간부들도 류구지 코스케의 패배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무공 아카데미 인원이 몇 명이랬지?”

“80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설마 800명 전부가 강우석 수준의 강자인 건가…?”

“그, 그럴 리는 없다. 강우석만 해도 B랭크 헌터 수준의 강자인데, 일개 세력이 그 정도로 강할 수는 없어!”

“하지만 들려오는 정보들이 심상치 않아. 어쩌면 우리는 이능관리부의 힘을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위기감을 느낀 야마구치구미 간부들은 무공 아카데미의 전력을 확실하게 파악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무공 아카데미의 전력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던전 이변을 막고자 무공 아카데미 교육생들이 전국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까닭이다.

“화룡파가 약한 게 아니었어.”

“이능관리부, 정확히는 무공 아카데미 놈들이 강한 거였어!”

조사 결과, 야마구치구미는 깨달았다.

무공 아카데미의 전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란 사실을 말이다.

“조선에서 물러난다.”

“부산을 다 점령했는데 물러나자고?”

“빠가야로! A랭크 이상으로 추정되는 헌터가 수십 명이나 되는 곳이 있는데 뭘 더 해보자는 거야!”

무공 아카데미의 전력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자 야마구치구미 간부들의 의견은 반으로 나뉘었다.

한국에서 계속 세력을 뻗치면 언젠가 무공 아카데미와 부딪치게 될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공 아카데미의 전력이 심상치 않으니 한국에서 물러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부산에서 저항하는 조직을 치러 갔던 십수 명의 야쿠자 헌터들이 무공 아카데미 소속 공무원 헌터 한 명에게 무참히 깨진 사건이었다.

“D랭크 헌터 한 명에게 전부 당했다고?”

“하, 하이!”

“몇 명이 갔는데 어떻게 D랭크 헌터 한 명에게 당할 수가 있나! 그놈이 강우석이라도 되는 거야?”

“그, 그건 아니랍니다.”

“칙쇼!”

C랭크 헌터 세 명이 포함된 무리였다.

그런데 겨우 D랭크 헌터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하였다.

야마구치구미 간부들로선 무공 아카데미의 전력을 더욱더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물러난다.”

“이대로 물러나면 이나가와카이 놈들이 우리를 우습게 볼 거다.”

“여기서 더 깨지는 것보다 물러나는 게 나아!”

결국, 야마구치구미는 무공 아카데미의 심상치 않은 전력을 보고는 찔끔 놀라선 한국에서 세력을 키우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죄송합니다. 사부님.”

“조직 사무실에는 왜 갔던 겁니까?”

“…영태파 보스가 제 삼촌입니다.”

“삼촌이라서 도왔다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삼촌이 용돈을 많이 준다고 하셔서….”

순박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는 허성재의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누가 봐도 어설프게 느껴지는 사내였다.

하지만 이런 어설픈 사내에게 일본의 3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의 야쿠자 헌터들이 무참히 깨졌다.

아마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누구도 믿지 못할 거 같았다.

“다행히 사건은 더 커지지 않아서 수습은 어렵지 않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일이 나쁘지 않게 진행되었다.

부산을 잠식하고 있던 야쿠자 조직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야쿠자 조직이 부산의 암흑가를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던 상황이니, 허성재의 행동은 오히려 한국에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사회에서 사고를 치셨으니 처벌은 피하실 수 없습니다.”

허성재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다 이어지는 내 말에 눈에 띄게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3개월 정도 감봉 처분을 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달게 받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능관리부 차원에서의 징계고 저는 추후 있을 영약 지급을 배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헉! 그것만큼은…!”

감봉 3개월 징계 처분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내리려는 징계에는 화들짝 놀라는 허성재였다.

영약이란 것은 그만큼 무공을 배우는 이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아직은 고민 중이니, 앞으로 처신을 잘하셔야 할 겁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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