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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25화 (125/275)

#125화

페루 출신의 헌터, 루이스는 긴장했는지 연신 물을 들이마셨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국제 헌터 협회의 메일이 왔다.

합격일까?

불합격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메일 제목에는 결과가 적혀있지 않았다.

그저 확인 바란다는 내용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아마 안 됐겠지?’

루이스의 랭크는 D랭크.

국제 헌터 협회에서 발표한 경쟁률을 생각하면 그의 랭크는 너무 낮았다.

전 세계에서 무려 3만 명이 넘는 헌터가 무공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신청하였다.

심지어 그중에는 아드리안 패튼, 브루노 클라크 같은 S랭크 헌터들도 있었다.

일개 D랭크 헌터인 그가 30:1의 경쟁률을 뚫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루이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국제 헌터 협회에서 보낸 메일을 클릭하였다.

[귀하는 무공 아카데미 1기 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합격’이라는 단어를 보자 루이스는 몸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D랭크 헌터인 그가 무공 아카데미에 합격하다니!

기적 그 자체였다.

‘돼, 됐다! 합격이야!’

루이스는 한참이나 감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였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루이스는 애써 차분함을 되찾았다.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신 그는 가장 중요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스크롤 바를 내렸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내용이란 ‘돈’.

즉, 등록금이었다.

헌터 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은 전부 고향에 보냈기에 헌터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돈이 얼마 없었던 것이다.

‘와, 학비가 이렇게 저렴하다고?’

무공 아카데미 등록금은 대략, 1만 달러.

솔직히 루이스는 10만 달러 이상을 예상하였었다.

그래서 소유하고 있던 아이템을 팔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었는데 무공 아카데미의 등록금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하였다.

미국 대학의 평균 등록금에 비교하면 절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인데?’

메일이 가짜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각종 커뮤니티를 확인한 결과, 메일에 담긴 내용은 거짓이 아니었다.

등록금은 1만 달러.

심지어 수업료나 기타 기자재에 대한 비용도 따로 없었다.

1년에 1만 달러만 내면 따로 지출되는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돈이 생각했던 것보다 남겠어. 이러면 고향에 갔다 와도 되겠는데?’

한국으로 가면 오랫동안 가족을 보지 못할 터.

하여 루이스는 오랜만에 고향을 가기로 하였다.

딱히 상쾌하다고 할 수 없는 공기를 마시며 루이스는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고향, 페루로 돌아왔다.

거의 1년 만의 귀향이었다.

‘오자마자 나를 환영해주는군.’

덥석!

루이스는 자신의 휴대폰을 노리는 소매치기범의 손목을 붙잡았다.

설마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을 불러봤자 달라지는 게 있을까?

이 나라는 뿌리부터 썩었다.

공권력의 부패는 말할 것도 없었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경찰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

“어이, 그 손 놓지.”

“그 아이 형이다.”

루이스는 미간을 좁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온 사람은 한눈에 봐도 갱이었다.

‘그냥 갱은 아닌 거 같은데? 헌터인 건가.’

거창하게 마력 같은 걸 느끼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D랭크 헌터인 그에게 그런 능력 따위는 없었다.

다만, 오랜 헌터 생활 덕에 그에게는 경험이란 것이 쌓인 상태였다.

상대의 수준이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상대가 헌터인지 아닌지는 대충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제압할까? 실력은 없어 보이는데….’

소매치기범을 관리하는 갱이라면 말단 중의 말단이니, 끽해봐야 E랭크 헌터일 것이다.

하지만 E랭크 헌터여도 일단 헌터는 헌터였다.

괜히 그를 쓰러뜨리기라도 한다면 여기저기서 소란이 벌어질 터.

갱 쪽에서도 반드시 보복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다음에 또 이런 짓 하면 가만 안 둔다.”

루이스는 어쩔 수 없이 소매치기범의 손을 놓아주었다.

“퉷! 그러든가, 말든가!”

침을 뱉고 사라지는 소매치기범과 갱을 바라보며 루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향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구나.’

공항이 근처라 그나마 치안이 좋아서 이 정도였다.

외진 지역은 소매치기 정도가 아니라, 총을 들고 강도질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무공을 배우면 꼭 고향을, 아니 페루 전체를 바꾸고 말겠어.’

헌터가 되었을 때보다 훨씬 꿈이 커졌다.

무공을 배우면 할 수 있는 게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오빠! 루이스 오빠!”

“와, 큰형 왔다!”

고향 집을 들어가는 순간, 여덟 명의 아이들이 뛰어왔다.

“어이쿠!”

동생들의 격한 환영에 루이스는 아픈 척 뒤로 쓰러졌다.

그러자 동생들은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고는 쓰러진 루이스를 마구 껴안았다.

“나도 보고 싶었다. 얘들아.”

기분 좋게 웃으며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던 루이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샌디는 어디에 있어?”

즐거워하던 동생들은 그의 질문을 듣고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루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묻자, 셋째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샌디 형 다쳐서 지금 방에서 쉬고 있어.”

“다쳤다고? 뭐 하다가 다쳤는데?”

“…싸웠어.”

싸웠다는 말에 루이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샌디는 자존심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자주 다투고는 하였다.

아마 이번에도 그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샌디의 방에 들어간 루이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샌디를 보며 표정이 굳어졌다.

“루, 루이스 형.”

“얼굴이 왜 그래? 이 멍들은 또 뭐야?”

“아무것도 아니긴! 병원엔 안 갔어?”

“침 바르면 나아. 병원 안 가도 돼.”

“누구야. 누가 이렇게 너를 만든 거야?”

루이스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친구와 다툰 거라면 그도 나설 생각이 없었다.

아이들 다툼에 헌터가 끼어들 수는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샌디의 상처를 보니 그냥 아이들 다툼이 아니었다.

“디아즈란 놈인데, 원래 내가 이기고 있었어. 근데 그놈이 스킬을 써가지고….”

“뭐? 스킬을 썼다고? 디아즈란 놈이 헌터라는 말이야?”

“…응.”

설마 샌디와 싸운 상대가 헌터였을 줄이야.

“샌디, 너는 똑똑하면서 왜 헌터랑 싸운 거야?”

“걔가 우리 엄마 욕했어. 창녀라고.”

“그리고 나는 이길 거로 생각했어. 그놈이 스킬만 쓰지 않았으면 이겼을 거라고.”

그런 샌디의 모습에 루이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욕해서 싸웠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 무공을 배우면 그놈에게 반드시 복수할 거야!”

동생의 입에서 ‘무공’이란 말이 튀어나오자 루이스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무공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공? 너는 헌터가 되는 게 꿈이지 않았어?”

“헌터가 될 확률은 너무 적어. 된다고 해도 C랭크 이상의 헌터가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그러니 차라리 무공을 배우는 걸 목표로 삼는 게 훨씬 나아.”

샌디는 차분하게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설마 샌디까지 무공을 배우고 싶어 할 줄이야.’

왠지 어깨가 더 무거워진 기분이었다.

고향을 위해서.

그리고 동생의 꿈을 위해서.

루이스는 반드시 무공 아카데미에서 성과를 봐야 했다.

‘내가 먼저 무공을 배운 뒤에 꼭 너에게 알려주마.’

헌터가 되었을 때는 그저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것밖에 세울 목표가 없었다.

하지만 무공을 배우게 되니 더욱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은 자신의 동생들부터, 그다음에는 친척과 친구들까지.

고향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무공을 가르치다 보면 고향을 바꿀 수 있으리라.

“제니퍼! 제니퍼!”

“언니, 팬이에요!”

“꺅! 너무 예뻐요!”

국제 헌터 협회의 회장, 제니퍼.

그녀의 등장은 언제나 화제를 모았다.

제니퍼가 단순히 국제 헌터 협회의 회장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제 헌터 협회의 회장이라는 신분과 더불어 그녀의 미모.

백금발에 귀족 같은 미모가 그녀로 하여금 웬만한 할리우드 여배우보다 더 큰 인기를 얻게 만들어 주었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 미스터 박.”

“저도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덕분에요. 미스터 박이 아니었으면 편히 지내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녀가 윙크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하였다.

물론 남들이 들었을 때나 의미심장했고 나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내가 가르쳐준 무공으로 무언가 얻은 게 있었나 보군.’

작년에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 나는 밤마다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쳐줬었다.

시간이 워낙 짧아서 기초밖에 가르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워낙 재능이 출중하여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루어냈다.

아마 지금 실력이면 A랭크 헌터는 물론이고, S랭크 헌터 안에서도 중위권에 속하는 헌터는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호텔에서 쉬시고, 오후에 제가 무공 아카데미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전 지금도 괜찮아요.”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예, 비행기에서 명상을 했더니 오히려 정신이 뚜렷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미스터 박이 세웠다는 아카데미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제니퍼를 데리고 곧바로 무공 아카데미가 위치한 송현동으로 향하였다.

“와우! 여기가 말로만 듣던 무공 아카데미인가요?”

“예, 미국의 대학교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무공 아카데미의 규모는 미국 대학교가 아닌, 한국 대학교와 비교해야 할 수준이었다.

서울 한가운데에서 넓은 부지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오성 길드에서 10만 평의 땅을 넘겨준 덕분에 그럴듯한 외관을 가진 무공 아카데미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도 뭔가 운치 있어 보여요.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면 딱 좋을 거 같아요.”

“가로수 길도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다시 보러 와야겠네요!”

“여기는 기공 수련실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사실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은 오성 길드가 세워준 아카데미 건물들이 아니었다.

무공 아카데미의 자랑은 건물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었다.

“어? 이게 뭐죠? 마력이 느껴지는데요?”

역시 무공을 배웠기 때문일까?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무척이나 훌륭하였다.

“기공 수련실 내부에는 결계와 진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결계와 진법이요?”

“마력 집적진이라고 부르는 진법인데, 여기서 호흡법을 수련하면 수련 효과가 향상하게 됩니다.”

고정희라는 수준급의 결계술사가 있는데 진법을 설치하지 않으면 그건 인력 낭비였다.

나는 기공 수련실 전체에다 마력 집적진을 설치하였다.

이곳에서 하루에 1시간씩만 수련해도 남들이 하루 종일 수련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법이라니. 무공으로 그런 것도 할 수 있었군요!”

내가 마력 집적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자 제니퍼는 크게 감탄하였다.

무공이란 것이 단순히 개인의 무력을 상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곳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거 같았다.

“혹시 이 마력 집적진이란 것을 다른 곳에도 설치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눈을 빛내며 묻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어렵습니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가요.”

“나중에 여력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국제 헌터 협회와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와! 감사해요!”

밝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보며 나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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