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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27화 (127/275)

#127화

여명회에서 무공 아카데미를 테러하려고 한다?

나는 별로 놀랍지 않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테러라.

역시 여명회라면 그런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

“알고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예상만 했었습니다.”

그 이상도 생각했었다.

이를테면 타국을 선동하여 전쟁하게 만드는 것.

북한이 아직 존재하는 지금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혹시 오 회장의 은신처도 알아냈습니까?”

내가 지금껏 여명회의 한국 지부를 가만히 놔두었던 이유는 간단하였다.

머리를 잡지 않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 회장의 은신처도 알아냈다. 계속 얼굴을 바꿔가며 몸을 숨겨서 제법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말이야.”

그 말에 나는 눈을 빛냈다.

본명 오태호.

여명회의 한국 지부장이었다.

내가 말한 ‘머리’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는데, 이성은조차 까다롭게 여겼던 상대였다.

물론 무력은 볼품없었다.

A랭크 헌터보다 못한 수준이었으니.

하지만 생존력이 엄청났다.

스킬로 얼굴을 계속 바꿔가며 목숨을 이어가는 바퀴벌레 같은 사내였다.

오죽하면 이성은이 그를 잡는 데 몇 달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정도였다.

“은신처 정보를 제게 넘겨주실 수 있겠습니까?”

“은신처를 알게 되면 그자들을 어쩔 생각이지?”

“살려둘 가치가 없는 자들입니다.”

정승호의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살려줄 가치가 없는 자들이라고.

이 말은 내가 그들을 전부 제거하겠다는 의미였다.

“무공 아카데미의 총장이면서 직접 손에 피를 묻히겠다는 거냐? 네가 이 나라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

“총장이라는 이 신분, 만약 파롤의 졸개를 제거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저는 언제든 버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파롤의 졸개라는 자들을 그 정도로 증오한다는 것이냐.”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했다는 사실을 들키지만 않으면 됩니다.”

마침 개교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무공 아카데미를 개교하기 전까지 여명회의 한국 지부를 정리한다면 딱 깔끔할 것이다.

‘뭐 한국 지부를 정리해도 전 세계 기준으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야.’

여명회의 세력은 전 세계에 뻗어 있었다.

물론 아직은 하나의 조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휘 계통이 통합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말이다.

‘그것도 시간문제지.’

몇 년 뒤, 여명회는 완벽한 하나의 조직이 될 것이다.

조직 자체의 힘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질 것이고.

그러니 그 전에 최대한 그들의 힘을 줄여야만 하였다.

“내가 도와주겠다. 아니, 이건 돕는 게 아니지. 나 역시도 놈들의 존재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마찬가지니 말이야.”

“화영 길드를 동원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길드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내 스킬의 힘은 너도 알고 있잖아? DX 길드의 간부들은 몰라도, 말단 놈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다 죽일 수 있다.”

확실히 소란을 줄이려면 정승호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정승호의 스킬은 단순하게 첩보에만 특화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스킬은 암살에 더 최적화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벌레의 왕’.

모기, 파리, 바퀴벌레 등.

흔하디흔한 벌레들을 암살자로 만드는 것이 그의 스킬이었으니까.

“그럼 간부들은 제가 맡을 테니, 말단들의 처리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좋다. 언제 시작하면 되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지금이 낮이니까, 오후에 바로 시작하도록 하마.”

“너도 서둘러 움직여야 할 거야. 말단 놈들이 전부 죽는다면 간부들도 반응할 테니까.”

“그런데 말이다. 요즘 우리 조카들에게 너무 소홀한 거 아니냐?”

“호연이와 소연이, 둘 다 자네를 그리워하면서 연애도 못 하는 모습이 얼마나 불쌍하던지. 나는 찬성이니까, 얼른 두 사람 중 한 명을 데려가 주게.”

능글맞은 그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헌터 전용 각성제, ‘펜테리움’의 공급책인 최익성은 부하의 보고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죽었다고 합니다.”

“다른 조직의 짓은 아니란 거지?”

“예, 아무래도 펜테리움의 부작용인 거 같습니다.”

펜테리움을 구매하는 수요자층은 헌터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빌런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고.

당연히 최익성 역시도 헌터를 수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어렵게 구한 펜테리움을 약탈자에게 뺏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헌터, 그중에서 하급 헌터일 경우, 펜테리움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최익성의 수하들 중에서도 펜테리움 중독자가 많았다.

마약 공급책이 약쟁이가 된 셈이었다.

“쯧! 그러게 적당히 복용하라니까.”

펜테리움은 사용자에게 큰 힘을 가져다주지만, 모든 마약이 그렇듯 부작용이 많은 약물이었다.

이미 지금까지 몇 명이나 심장마비, 심근경색 등으로 숨을 거두었다.

따로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던전 내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여 고블린 같은 하급 몬스터에게 허무하게 죽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최익성은 수하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말단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조직의 짓이 아니라면 뭐 신경 안 써도 되겠네. 시체는 그냥 낚시터에다 던져.”

“예, 짭새가 눈치 못 채게 잘 숨기겠습니다.”

“그보다 겨울인데 왜 갑자기 모기가 많아진 거야?”

짝!

부하의 죽음보다 모기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더 신경 쓰였다.

헌터라고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앗!”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모기에 물린 거 같습니다.”

“시발, 모기에 물렸다고 소리를 질러? 병신 새끼. 나가 뒤져라, 그냥.”

“꺼져. 낮잠 잘 시간이다.”

“예! 형님, 편히 쉬십시오!”

심복이 물러나자 최익성은 서랍에서 안대를 꺼냈다.

아직 햇빛이 밝으니 안대를 끼고 숙면하려는 것이었다.

“쿨쿨.”

순식간에 잠들어버린 최익성.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상을 찡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한창 잠에 빠져있는데 귀에서 계속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시발, 모기 X 같은 새끼들!’

최익성은 한 번도 자신의 스킬에 아쉬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강인한 완력을 가져다주는 그의 스킬은 암흑가에서 무척이나 유용하게 쓰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화염 계열의 스킬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화염 계열의 스킬이 있었으면 모기들을 전부 화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니 말이다.

‘근데 이 새끼들, 도대체 몇 마리인 거야?’

안대를 벗기 귀찮아서 손으로 쫓아냈는데 모기 소리는 작아지기는커녕 점점 커졌다.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안대를 벗어낸 그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천장에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는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그를 향해 움직였다.

위이이이이잉!

거대한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천 마리의 모기 떼였다.

“DX 길드에서 보고가 올라왔소. 수십 명의 길드원들이 의문사를 당했다더군.”

“수십 명? 뭐, 다른 조직에서 공격하기라도 한 거야?”

“적대 조직에서 공격한 낌새는 없었소.”

“그러면 부작용으로 뒤졌나 보네.”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건성으로 말하는 루드밀라를 보며 오태호는 미간을 좁혔다.

“이건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오. 최소 A랭크 헌터가 움직였소. 어쩌면 S랭크 헌터가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오.”

“깔깔깔! 늙은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S랭크 놈들이 어떤 존재인데 이딴 식으로 움직여? 애초에 말단 놈들을 죽여서 무슨 의미가 있는데?”

“펜테리움의 부작용으로 죽은 것은 말이 된다고 보시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약 원래 부작용 심하잖아?”

“하지만 수십 명이 동시에 죽을 정도로 부작용이 심한 것은 아니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부작용이 심한 약이었으면 펜테리움의 인기가 이 정도일 리는 없을 터.

“무엇보다 증상이 다르오.”

“증상이 다르다? 그러면 진짜 S랭크 헌터가 독살이라도 했다는 거야?”

“그 가능성밖에 없소.”

“S랭크 헌터라도 그게 가능해? 한날한시에 수십 명을 독살한다는 게?”

“무공을 익힌 헌터라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오.”

“무공을 익힌 헌터? 그럼 박한새의 짓이겠네?”

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루드밀라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여명회만 박한새를 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박한새 또한 공공연하게 여명회를 적대하였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날, 망설임 없이 그녀를 공격한 것만 봐도 박한새가 여명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박한새의 짓이 맞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면 뭘 하겠다는 말이오?”

“튀어야지.”

예전이었으면 호기롭게 박한새와 싸우겠다고 외쳤을 루드밀라였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그녀의 실력은 박한새에 비할 바가 안 된다는 사실을.

루드밀라가 한국에 남아있는 것도 사실 박한새를 죽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여명회에서 가장 먼저 무공을 습득하기 위함이었다.

“갈 거면 가도 좋소. 어차피 당신의 임무는 진즉에 실패한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오.”

“늙은이는 한국에 계속 남아있으려고?”

오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고 박한새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까지 한국을 떠난다면 한국인들은 파롤이라는 위대한 신을 모실 기회를 영영 잃게 될 것이다.

자신을 애국자라 생각하는 오태호로선 그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근데 팔콘 이 새끼는 왜 안 보이는 거야. 설마 그 새끼, 미리 알고 튄 거 아니야?”

“팔콘이라면 이자를 말하는 건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오태호가 아니었다.

“어떤 새끼…. 어? 박한새, 네가 여기에 어떻게?”

루드밀라는 눈을 부릅뜨며 경악하였다.

오 회장이라 불리는 오태호 역시도 그녀와 다를 게 없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였다.

있으면 안 될 사람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으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너, 너는 비각성자잖아. 근데 어떻게 던전에 들어온 거야!”

그렇다.

그들의 은신처는 바로 던전 속에 있었다.

심지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인도의 던전 속에 말이다.

“어쩐지. 비각성자가 S랭크 헌터보다 강한 게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박한새 너, 헌터였구나!”

“난 헌터가 아니다.”

“던전 안까지 들어왔으면서 그런 말을 해? 너 진짜 뻔뻔한 성격이었네?”

명백한 악인인 그녀에게 뻔뻔하단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비각성자라고 지금껏 전 세계를 속여왔다니. 놀랍다. 정말 놀라워. 근데 너, 엄청난 실수 한 거 알아?”

“실수? 무슨 실수를 말하는 거지?”

“우리를 상대하려고 던전에 들어오다니. 무식해도 너무 무식하잖아? 깔깔깔!”

루드밀라는 세상에 이보다 웃긴 일이 없다는 듯, 배를 잡고 웃었다.

그녀의 반응만 보면 내가 던전 안에 들어온 것이 엄청난 실수처럼 느껴졌다.

“던전에서 싸우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럼!”

루드밀라는 당당하게 외치고는 뒤를 돌아봤다.

“저 녀석, 아직도 자신이 뭔 실수를 했는지 모르는 거 같은데, 늙은이! 늙은이가 직접 보여줘!”

“평소엔 제멋대로 나서더니 이럴 때만 나를 시키는 것이오?”

“박한새는 너무 강하잖아. 정면에선 내가 이길 수 없거든.”

“너무 솔직해서 할 말이 없구려.”

오태호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더니 갑자기 의문의 손짓을 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거대한 무언가가 지축을 울리며 등장하자, 루드밀라가 비웃는 목소리로 물었다.

“안 도망치고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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