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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32화 (132/275)

#132화

단전을 가장 먼저 만들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언론에서는 여러 유망주를 물망에 올렸다.

오성 길드의 에이스라든가.

연예인급 인지도를 지닌 B랭크 헌터라든가.

물론 가장 유력했던 것은 A랭크 헌터들이었다.

외국인 헌터까지 포함하여, 무공 아카데미에 입학한 A랭크 헌터는 무려 20명.

사람들은 단전을 가장 먼저 만드는 사람은 바로 이들 중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가장 먼저 단전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었다.

A랭크, 심지어 B랭크나 C랭크도 아니었다.

D랭크 헌터인 루이스란 사내였다.

“축하합니다. 루이스. 가장 먼저 1반에 들어가시게 되었군요.”

“가, 감사합니다! 총장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회귀 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얼굴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고.

그런 그가 이토록 빠른 성취를 보인 것은 나로서도 의외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파롤의 졸개라고도 의심했었지.’

성취가 빠르다 보니 여명회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면밀하게 확인해본 결과, 그는 여명회와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저 뛰어난 재능.

타고난 ‘마력 감응력’을 가진 인재였다.

‘심지어 그릇도 넓다.’

단전의 그릇이 넓다는 건 무인에게는 엄청난 자질이었다.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니.

“일단 당분간은 지금처럼 호흡법 수련에 집중해주십시오. 1반의 정원이 채워지면 그때 여러 과목들을 배우게 될 겁니다.”

단전을 만든 것이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헌터의 마력을 단전의 내공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D랭크 헌터였기에 마력 보유량이 많지 않아 이 과정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

“초, 총장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게…, 만약 제가 초일류까지 간다면 말입니다.”

벌써 초일류를 이야기하다니.

생각했던 것보다 포부가 큰 듯싶었다.

하긴, 일주일도 안 돼서 단전을 만든 자이니 포부가 큰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지만 말이다.

“저희 페루는 선진국인 한국과 달리 가난한 나라입니다. 대격변이 시작된 이후, 나라 곳곳에서 생겨난 던전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초일류를 거론하다가 뜬금없이 페루 이야기를 꺼내는 루이스.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 예상이 갔다.

“제 꿈은 고향을 바꾸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무공을 배우면 고향, 페루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염치없는 말이지만, 만약 제가 초일류 경지가 되었을 때 고향 사람들에게 무공을 가르쳐도 되겠습니까?”

어찌 보면 그의 말처럼 염치없는 말이 맞았다.

현재 무공 아카데미 학생들은 저렴한 학비로 무공이란 엄청난 가치의 지식을 배우는 중이었다.

즉, 나에게서 ‘은혜’를 입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근데 은혜를 입은 자가 무공을 다른 이에게 가르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염치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으리라.

‘뭐 나로선 오히려 반길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황당함이나 분노를 드러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루이스의 발언을 듣고 반색하였다.

애초에 내가 원하던 인재상이 루이스 같은 자였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세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자들.

“제 최종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은…?”

“루이스 학생의 고향인 페루 역시도 무공을 배울 기회가 생길 겁니다. 물론 루이스 학생이 초일류 이상의 경지가 된다면 루이스 학생이 교수가 되어 직접 가르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저, 정말입니까?”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루이스는 크게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반이 편성되자, 1반 학생들은 기대감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단전만 만들었을 뿐인데도, 이미 많은 게 달라졌는데, 여기서 다른 과목까지 배우면 얼마나 더 강해질까?”

“그러게. 이미 랭크 한 단계 정도는 가볍게 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첫 과목은 뭘 거 같냐?”

“난 검기를 배웠으면 좋겠는데.”

“나도….”

무엇을 배울지 기대하던 1반 학생들은 본관으로 향하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의 간판에는 ‘보법 수련장’이라고 적혀있었다.

“보법 수련장이라고?”

“오, 보법도 나쁘지 않지.”

“교수는 누구일까?”

몇 분 정도 기다리자, 그들에게 보법을 가르쳐줄 교수가 나타났다.

“제군들! 반갑다. 본 교수는 제군들에게 보법을 가르쳐줄 신경철이라고 한다!”

본래 신경철은 권법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법 담당인 김민경이 현재 입학생들에게 격체전력을 해주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하여 그가 당분간 보법 과목을 담당하기로 정해졌다.

“본 교수가 맡게 될 수업은 그야말로 악마의 수업이 될 거다. 경고했으니 미리 알아두도록!”

신경철의 말을 들은 1반 학생들은 웃음을 애써 참았다.

“악마의 수업이라니. 너무 중2병스러운 말 아니냐?”

“좀 깨긴 하네.”

“빡세봤자 얼마나 빡세다고.”

“근데 나는 좀 무섭다. 신경철 교수의 얼굴을 봐봐.”

“얼굴도 얼굴이지만, 지난 행적을 보면 성깔도 장난 아닌 거 같던데….”

신경철은 확실하게 자신의 말을 지켰다.

“빨리 복귀하고 다시 깃발을 향해 뛴다. 실시!”

처음 그가 시킨 일은 무한 달리기였다.

보법의 기초를 뜬구름 잡기 식으로 대충 알려준 뒤, 무작정 뛰게 만든 것이었다.

“허억, 허억!”

“보법이 도대체 뭔데!”

“이게 그냥 고문이지, 무슨 수련이야.”

며칠이 지나자 그냥 달리기에서 한 단계 진화하였다.

“여긴 또 뭐야?”

“설마 저 작은 기둥들을 밟고 깃발 있는 곳까지 뛰어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던데, 젠장.”

“저기 봐. 장애물도 있어.”

보법 수련장에 새로운 장치들이 설치되었다.

한눈에 봐도 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장치들이었다.

“제군들! 지금까지 시시한 수련을 시켜서 미안하다. 오늘부터 진정한 지옥의 수련을 시작할 테니, 마음껏 기뻐해주길 바란다!”

신경철의 말을 들은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그가 하는 지옥의 수련이란 말이 절대 과장된 표현이 아니란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었다.

“제군들이 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저 발판들을 밟고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

발판의 간격은 상당히 넓었다.

그냥 하나하나씩 건너가는 것도 쉽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명색이 보법 수련인데 그럴 리는 없었다.

“이곳을 평지 달리듯 달리면 그때 기초 경지에 도달했다고 인정해주겠다.”

신경철의 말을 들은 학생들은 아연실색하였다.

도저히 평지를 달리듯 달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두가 아연실색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이 신경철에게 잘 보일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혹시 가장 먼저 기초 경지에 도달하면 가점을 받습니까?”

“물론이다. 가장 먼저 기초 경지에 도달한 자, 10점의 추가 점수를 받게 될 거다.”

10점.

작은 점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상위권인 그들에게 있어서는 1점 차이도 작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높은 점수를 따야 할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무공 아카데미에는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비롯하여 여러 혜택을 제공하였다.

물론 장학금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장학금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였다.

영약 그리고 총장의 가르침.

성적이 우수한 이는 영약과 함께 박한새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아직 내공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었기에 박한새의 가르침을 더 절실하게 갈구하였다.

박한새의 가르침을 받다 보면 운 좋게 박한새의 ‘직전제자’가 될 수도 있었고 말이다.

“먼저 시범을 보여주겠다.”

모두가 눈을 부릅뜨며 신경철의 보법을 지켜보았다.

만약 신경철이 작정하고 보법을 펼쳤다면 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터.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시범을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속도로 보법을 펼쳤다.

“뭐, 뭔가 계속 떨어지는데?”

“미친! 저걸 어떻게 통과하라는 거야?”

“심지어 그냥 통과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고, 평지 달리듯 달리라잖아!”

옛날에 유행하던 예능 프로그램인 땡땡 드림팀에서 영감을 받은 게 확실해 보였다.

그 정도로 사람을 작정하고 괴롭히기 위해 만든 공간처럼 보였다.

“진짜 개빡세다.”

“좀 감이 오냐?”

“마력을, 아니 내공을 보내는 법은 대충 알겠는데 너무 제멋대로야.”

“나랑 똑같네. 내공만 엄청나게 소모되고 정작 달리는 속도는 더 느려진 거 같아.”

신경철의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을 기다리던 학생들이 투덜거리듯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단전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단전의 내공을 스킬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헌터 출신인 그들에게도 상당히 어려웠다.

헌터 생활을 하면서 스킬 외에 내공을 사용해본 적이 웬만해서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감이 조금 올 거 같다.’

대부분이 감을 못 잡는 상황이었지만, 루이스는 달랐다.

마력 감응력이 극도로 발달한 그는 내공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어디로 향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도 직감적으로 알았고 말이다.

‘이쪽 혈도에다 보내면 더 빨라질 거 같은데?’

생각을 정리한 그는 당장이라도 보법을 펼쳐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업은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1반의 다음 수업은 이탈리아 교수, 로렌초가 담당하는 괴수학이었다.

“오늘 이론 수업 안 한다. PVE 수업 한다.”

괴수학은 지금껏 이론 수업만 하였었다.

그래서 보법 수련을 아무리 해도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PVE라니?

“PVE?”

“설마 몬스터와 전투를 하는 건가?”

모두의 의문은 금방 해결되었다.

로렌초가 허공에 손짓하자 무언가가 그의 옆에 나타났던 것이다.

“미노타우로스다!”

“엄청 큰데?”

“강해 보인다!”

5성급 몬스터, 미노타우로스를 소환한 로렌초는 학생 한 명을 지목하였다.

“싸워라.”

“실전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 이론 수업 나중에. 오늘은 실전!”

5성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경험을 어디서 할 수 있겠는가?

실로 진귀한 경험이었다.

물론 미노타우로스를 상대하게 될 학생들은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꽤 순조롭군.’

입학생들은 빠르게 무공 아카데미에 적응하고 있었다.

1반의 경우는 보법 수업에서도 꽤 진도가 나갔을 정도였다.

‘루이스가 기대된단 말이지.’

아마 그가 가진 재능이라면 곧 보법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력 감응력이 뛰어나면 배우는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으니까.

‘다만 문제는 비각성자들인데.’

헌터들은 순조롭게 무공을 배우고 있었지만, 비각성자들은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각성자들은 내공을 느끼는 것부터 어려워하였다.

‘어쩌면 몇 명은 자발적으로 자퇴할지도 모르겠어.’

무공 아카데미에 입학을 신청하려던 사람이 100만 명이 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퇴는 욕먹어도 이상할 게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비각성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헌터들과 비교당하며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데 정작 발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으니까.

“비각성자 중에서 주천화부의 경지에 도달한 학생이 나왔습니다!”

강충구가 내게 달려와서는 놀라운 소식을 전하였다.

주천화부의 경지에 도달한 이가 새로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마침내 비각성자 중에서도 단전을 만든 이가 나왔구나!’

비각성자는 헌터와 달리 마력을 보유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현재 시점에서 닿을 수 있는 가장 마지막 경지에 닿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학생이 누구입니까?”

“안능희 학생입니다.”

역시라고 해야 할지, 예상 밖이라고 해야 할지….

뭐가 됐건 나로서는 희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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