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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33화 (133/275)

#133화

마력을 보유한 헌터들에게 있어 마력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D랭크 이상의 헌터는 무공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부터 마력을 느낀 경험이 대부분 존재하였다.

E랭크, F랭크 헌터들 역시도 타인의 마력이 체내 속으로 들어온다면 자연스럽게 이질적인 감각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응신입기혈이란 경지는 헌터들에게 있어 경지라 부를 필요조차 없었다.

하루라는 시간도 필요 없이, 교수들이 격체전력을 시도한 순간 바로 터득하는 경지였으니까.

이미 응신입기혈 경지를 넘어선 상태로 출발한 헌터도 적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비각성자의 경우는 헌터들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는 이 응신입기혈 경지에 도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마력을 보유하지 않은 그들에게 있어 마력이란 너무도 낯선 종류의 것이었다.

그래서 진법과 결계로 마력을 느끼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음에도 쉽게 마력을 느끼지 못하였다.

“설마 비각성자는 아예 마력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무려 천 명이야, 천 명. 근데 천 명 중 단 한 명도 마력을 느낀 사람이 없잖아.”

“어쩜 우리는 거대한 사기극에 당한 것일지도 몰라!”

마력을 느끼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일까?

절망감에 휩싸인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속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였다.

비각성자도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사실은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마력을 느끼지 못한 것에 절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헌터들은 비각성자들을 비웃기 바빴다.

“아. 개쪽팔린다. 나는 언제 이곳에서 벗어나냐.”

“근데 솔직히 웃겨. 마력을 아예 못 느끼는 비각성자들이랑 같은 레벨로 취급받다니.”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하늘과 땅끝 차이 아니냐? 우리는 단전도 이미 만들었잖아.”

“도대체 무공 아카데미는 쟤네를 왜 받았는지 모르겠어. 어차피 실전에서 써먹을 수도 없을 텐데.”

“총장이 비각성자니까 받은 거겠지.”

빠드득!

여기저기서 이를 갈았다.

헌터들이 마치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기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비각성자들에게도 다 들렸던 것이다.

“개 같은 놈들…. 마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우리랑 똑같은 처지였을 것들이.”

“제길, 설마 비각성자가 세운 무공 아카데미에서도 비각성자란 이유로 차별을 받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현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무공 아카데미에서는 오직 무공으로 말해야 하는 법.

그런데 그들은 무공을 아예 배우지 못한 상태이니 분노를 표출하기는커녕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비각성자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을 때, 안능희는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늘 똑같은 시간, 늘 똑같은 장소에 늘 똑같은 자세로 앉았다.

그러고는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하루 전부를 마력을 느끼는 것에 투자하였다.

‘이게 마력인가….’

이 같은 노력의 결과일까?

그녀는 자신의 몸속에서 이질적인 감각을 느꼈다.

물론 그녀의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담당하는 교수, 고정희가 탄성을 내지르며 하는 말을 듣고 그녀는 자신이 느낀 감각이 착각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와! 제 마력을 느끼셨군요!”

“제가 느낀 게 맞습니까?”

“분명히 제 마력에 반응하셨어요. 마력을 느끼신 게 맞을 거예요.”

“한 번 더 저에게 마력을 불어넣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해볼게요.”

다시 마력을 느끼려고 시도해본 결과, 더욱더 뚜렷하게 고정희의 마력을 느꼈다.

물론 그녀 몸속에 있는 아주 미세한 양의 마력도 느껴졌고 말이다.

‘이게 마력.’

마력을 느낀 안능희는 더욱더 수련에 매진하였다.

이미 그녀는 응신입기혈의 경지에 닿은 것과 마찬가지.

다음으로 그녀가 노리는 경지는 옥동쌍취란 경지였다.

마력이 없는 비각성자는 사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바로 다음 경지로 갈 수는 없었다.

최소한의 마력이 있어야 단전으로 가는 길을 뚫고 단전의 토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마력 집적진 덕에 이곳, 대강당은 공간 전체에 마력이 충만한 상태였다.

비각성자가 무공에 입문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상의 장소였던 것.

안능희는 호흡법에 열중하여 마력을 최대한 모은 뒤, 조금씩 단전으로 향하는 길을 뚫어냈다.

다시 며칠이 지나자, 그녀는 마침내 옥동쌍취의 경지에 진입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나도 내공을 완전히 정제했어!”

“비각성자들아. 함께해서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그녀가 옥동쌍취의 경지에 진입했을 때쯤, 모든 헌터의 반 편성이 끝났다.

“시발! 헌터들은 죄다 떠났는데 우린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하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비각성자가 애초에 무공을 익힐 수 있는 게 맞는지조차 의문이야.”

“총장님이 비각성자시잖아.”

“그건 모르는 거지. 알고 보니 헌터인 것을 숨겼을 수도.”

박한새가 헌터라는 사실을 숨기고 비각성자 행세를 했다는 가설이 점점 신빙성을 얻어 갔다.

모든 헌터가 큰 성취를 얻고 강당을 떠날 동안 비각성자들은 단 한 명도 성취를 얻지 못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안능희는 묵묵히 호흡법에 열중하였다.

“벌써 옥동쌍취의 경지를 이루셨군요!”

하지만 그녀의 경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그녀도 마냥 수련에 집중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옥동쌍취? 설마 마력을 느끼신 겁니까?”

“뭐야, 그럼 진짜 비각성자도 마력을 느낄 수 있는 거였어?”

“어떻게 마력을 느끼셨어요? 팁 같은 거 없나요?”

무공 아카데미가 개교하고 겨우 3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난 비각성자 중에서 마력을 느끼는 사람이 나오기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다.

마력을 보유하지 않은 비각성자의 경우 마력 감응력을 타고나지 않는 한, 마력을 느끼는 것이 그만큼 어려웠다.

하지만 한참 앞서 나가는 안능희를 보고 자극을 받은 것일까?

비각성자들 사이에서도 하나둘 마력을 느낀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재능이 뛰어난 몇몇 학생들은 옥동쌍취의 경지에 도달했을 정도.

‘곧 비각성자끼리 반을 만들 수 있겠군.’

물론 ‘곧’이라고 말했지만,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걸릴 게 분명하였다.

“그런데 안능희 학생은 어느 반으로 편성하실 겁니까?”

현재 무공 아카데미의 반은 총 20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전을 만든 순서대로 100명씩 한 반을 구성하였다.

“20반으로 보낼 거다.”

“예? 헌터들밖에 없는 20반으로 보내신다는 말씀입니까?”

“아직 정원이 다 채워지지 않았으니 20반으로 보내는 게 맞다.”

“하, 하지만 비각성자가 안능희 학생 한 명뿐인데, 혼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역경이 있을 때 더 강해지는 사람이다.”

안능희가 괜히 정신력 시험으로 입학시험에서 합격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굉장히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다.

비각성자들 중에서 주천화부의 경지에 가장 빨리 도달한 것도 아마 정신력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21반을 구성하고자 한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거야. 안능희 학생에게는 시간이 낭비되는 셈이지.”

안능희는 다른 비각성자와 비교하면 진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아마 다른 비각성자들이 단전을 만들려면 최소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할 터.

그동안 안능희는 더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다른 비각성자를 기다리느니 헌터들과 함께 수업하게 하는 것이 낫다.’

단 하루도 소중한 상황.

헌터들과 함께 수업하면 더 자극되기도 할 테니 나는 그녀를 20반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확실히 안능희 학생에게는 시간이 중요하긴 할 거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중요한 법이지.”

“근데 저도 그렇고, 안능희 학생도 마찬가지겠지만, 비각성자들이 과연 실전에서 무공을 사용할 날이 올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강충구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같이 말하였다.

그 역시 무공에 상당한 자질을 갖춘 비각성자였다.

하지만 헌터와 대결을 한다면?

기껏해야 E랭크 정도를 겨우 상대할 수준이었다.

“진법을 가르치면 비각성자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진법이 실전에서 쓸모가 있겠습니까? 함정으로 써먹는 것이라면 모를까….”

내 말에 강충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공을 익히는 자 중에 진법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무공 아카데미 곳곳에 진법이 깔려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법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진법은 기물을 움직여 하늘의 조화를 땅 위에 펼치는 것이었다.

다만, 기물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진법은 곧잘 깨지고는 했다.

심지어 바람이 불어 진법이 깨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결계를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기문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진법이란, 다수가 소수를 상대하는 일종의 전술을 말한다.”

팔괘진, 오행진, 백팔 나한진 등.

무협지에서도 간혹 나오는 이것들이 바로 내가 말하는 진법이었다.

회귀 전에는 설령 무공 수준이 낮더라도 진법 교관으로 이름을 날린다면, 웬만한 고수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고는 했다.

다수의 약자가 소수의 강자를 상대하기에 진법만큼 좋은 수단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헌터들도 진법을 배울 수는 있지.’

헌터라고 진법을 배우지 말란 법은 없긴 했다.

다만 스킬을 가진 헌터의 경우, 스킬이 진법을 펼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그리고 애초에 헌터들은 ‘약자’라는 인식이 거의 없었기에 진법이란 것을 공부할 생각도 안 할 것이었다.

반면 비각성자들은?

헌터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그들에겐 있었다.

당연히 다수가 소수를 공격하는 것도 그들에겐 거리낄 게 없으리라.

여명회의 중국 지부는 거대한 세력을 자랑하였다.

사실상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그들이 세력 거점으로 삼은 곳에는 심지어 궁전이 있었다.

“헌터들의 랭크가 최소 1단계, 최대의 경우 3단계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개교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그 정도의 성취를 보이는지 참.”

“중국 헌터들도 동요가 큽니다. 펜테리움이 아닌, 무공을 원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흠. 무시 못 할 상황인 건 확실한 듯싶습니다.”

현재 중국 지부에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 무공 아카데미가 개교한 일이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전 세계의 헌터가 한곳으로 모인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인데, 그 헌터들의 무력이 급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대종사라 불리는 박한새를 죽여야 합니다.”

“박한새만 죽여서 되겠소? 일류 무인이니, 초일류 무인이니 하는 것들도 싹 다 죽여야 하오!”

간부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7사도는 나른한 얼굴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시끄럽다.”

“소, 송구합니다.”

“송구합니다!”

그들은 모두 여명회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었으나, 7사도 앞에서는 말 잘 듣는 신도일 뿐이었다.

“무능한 팔콘아. 도대체 너는 한국에서 한 게 뭐냐.”

7사도는 혀를 찼다.

그도 지금 사태에 대해 심각성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가기는 귀찮군.’

심각한 상황이어도, 7사도는 그가 직접 움직여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비단의 우두머리 놈을 불러와라. 놈에게 무공 아카데미를 처리하라고 해야겠어.”

7사도 밑에는 수하가 구름처럼 많았다.

그중 적비단이란 단체도 있었다.

여명회의 한국 지부는 DX 길드를 앞세워서 세력을 넓혔었다.

중국 지부 역시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적비단이란 폭력 조직을 앞세워 세력을 넓힌 것이었다.

중국 본토의 폭력 조직을 흑사회라 부르고 해외의 중국계 폭력 조직을 삼합회라 부르는데, 이 적비단은 흑사회와 삼합회 모두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이었다.

물론 7사도에게 있어 적비단은 한낱 사냥개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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