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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37화 (137/275)

#137화

“타이난현에, 자이현까지?”

왕자성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가 일주일 정도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전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홍곤들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몇 명이 죽었다고 하였소?”

“벌써 마흔이 당했습니다.”

“마흔씩이나…!”

끔찍한 피해였다.

홍곤들이 그 정도로 죽었다는 것은 그 아래 일반 단원들의 피해는 훨씬 더 궤멸적이란 사실을 의미하였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환영 파티는 나중으로 미루어야 할 거 같습니다. 지금 바로 출정 준비를 해주십시오.”

왕자성이 영어로 그같이 말하자, 브루노 클라크는 아무 말 없이 미간을 찌푸렸고 아드리안은 버럭 화를 냈다.

“오자마자 무슨 출정이야? 제대로 대접도 안 해줄 거면 우리를 왜 부른 건데!”

두 사람의 무례한 태도에 13연맹 간부들은 애써 화를 참는 기색이었다.

만약 왕자성이 한국으로 ‘지원군’을 요청하러 갔다 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들은 화를 참지 않고 노여움을 드러냈을 것이다.

“왕 대협, 이분들은 누구십니까?”

“미국에서 우리를 도와주러 오신 협객들이오. 아드리안 대협과 브루노 대협이라 부르면 될 거 같소.”

S랭크 헌터쯤 되면 설령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해도 웬만해서는 모를 수가 없었다.

아드리안 패튼, 브루노 클라크.

이 두 사람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았다.

개성이 특출난 헌터들이었으니까.

“오오! S랭크 헌터가 두 명이나!”

“역시 왕 대협이십니다!”

“왕자성 의장 만세! 왕자성 의장 만세!”

S랭크 헌터 두 명이 지원 왔다는 소식에 환호하는 13연맹의 간부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브루노 클라크가 아드리안에게 말했다.

“이왕 온 거, 빨리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우리는 무공을 배워야 하잖아.”

“쯧. S랭크 헌터가 되고서 호구 노릇을 해본 적이 없는데 촌놈이랑 같이 있으니 몇 번이나 호구짓을 하게 되는 건지.”

아드리안은 투덜거리면서도 브루노 클라크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다.

그 역시 대만에서 오랜 시간이 잡아먹히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 말이다.

하루 정도의 정비 시간을 가진 왕자성은 지체하지 않고 출격하였다.

하루라도 빨리 대만 남부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샤오펑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가는 도중 상점가를 약탈하는 적비단의 조직원들을 발견하였다.

왕자성은 분노를 참지 않고 적비단의 조직원들을 공격하였다.

C랭크 이상의 고랭크 헌터들이었으나, 왕자성의 공격에 적비단의 조직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왕자성, 내 가르침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나 봐. 다시 날 찾아온 걸 보면?”

“샤오펑!”

왕자성은 저주스러운 적비단 부단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저자의 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던가.

한때 그가 사랑했던 여인도 샤오펑의 손에 죽임을 당하였다.

‘반드시 저자를 죽이고 말리라! 내 손으로 못 죽인다면 남의 손을 빌려서라도 기필코!’

그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입으로 샤오펑을 죽이겠다고 선언하였다.

“너는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너 따위가? 해볼 수 있으면 해보든지.”

비웃는 그를 향해 왕자성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그린스킨 소속 헌터답게 가장 자신 있는 근접전으로 싸우려고 하는 것이었다.

“철권!”

그는 그냥 근접전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왕자성은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서 주먹으로 철권을 쏘았다.

하지만 그의 원거리 공격은 샤오펑의 스킬인 진흙 장벽에 막히고 말았다.

샤오펑 앞에 조그만 벽이 세워지더니 철권을 막아낸 것.

근접전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진흙 인간이 된 샤오펑의 주먹과 왕자성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주먹 싸움이라면 왕자성이 우위를 점해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왕자성이 뒤로 밀려났다.

미치도록 분하였다.

아무리 그가 그린스킨 소속 S랭크 헌터 중에서도 약한 쪽에 속한다지만, 다른 S랭크 헌터에게 근접전에서 밀리다니!

‘인정할 수 없다!’

근접전에 특화된 그가 샤오펑 같은 이에게 근접전에서 밀린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속도를 높여 샤오펑의 사각지대를 넓혔다.

하지만 진흙 인간 상태가 되면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도 극대화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샤오펑이란 인간이 근접전 능력이 좋은 것인지, 속도에서 왕자성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왕자성이 뒤로 돌면 바로 반응하여 제자리에서 팔만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땅이 질퍽거리지만 않는다면 속도에서 압도할 수 있었을 텐데!’

속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지형 탓이 가장 컸다.

주변의 땅은 마치 그의 발을 붙잡듯 질퍽거렸다.

겉으로는 멀쩡한 흙으로 보이는데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 역시 샤오펑의 능력이었으니 결국 그의 실력으로는 샤오펑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었다.

샤오펑과의 근접전에 집중하고 있던 그에게 마치 산사태가 일어나듯, 엄청난 양의 토사가 덮쳐들었다.

땅을 박차고 피하려던 찰나, 갑자기 땅의 모양이 손으로 바뀌며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왕자성은 샤오펑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직격을 맞고 말았다.

‘이번에도 이기지 못하다니!’

산사태에 얻어맞은 순간 왕자성은 직감하였다.

자신이 패배하였다고.

실로 비참한 기분이었다.

적비단의 총전력을 상대한 것도 아니고 일개 부단주를 상대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압도적인 패배를 경험하였다.

샤오펑의 뒤에 두 명의 부단주와 한 명의 단주, 그리고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 모를 배후까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니다.’

마침 뒤에서 여유로운 대화 소리가 들렸다.

“촌놈, 내가 먼저 나설 건데, 설마 약속을 어기지는 않겠지?”

“흙 계열의 스킬이라, 아드리안 네놈과는 상성이 안 좋아 보이는데?”

“킥킥! 그깟 상성쯤이야!”

“예전이었으면 불리한 상성을 가진 상대와는 최대한 싸움을 피했을 텐데, 많이 달라졌군.”

“그야, 지금의 나한테는 무공이 있으니까.”

브루노 클라크와 여유로운 대화를 하던 아드리안.

그는 대화를 멈추더니 갑자기 땅을 박차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추진력이 사라질 때쯤, 그의 발밑에 핏빛 구름이 생성되었다.

당연히 무공이 아닌, 그의 스킬이었다.

핏빛 구름을 타고 공중에 뜬 아드리안은 샤오펑을 바라보며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였다.

‘혈액 조작’이라는 이름의 스킬이었다.

그러자 샤오펑은 흠칫하며 반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진흙 인간으로 만들었다.

진흙 인간 상태가 된다면 웬만한 스킬은 무효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 같은 생각이 맞아떨어졌는지 아드리안의 스킬을 막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게 무슨 스킬이었는지 샤오펑은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너는 뭐냐!”

무슨 스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에게 위기감을 심어줄 정도면 상대가 만만치 않은 실력자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그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공중에 떠있는 아드리안을 노려봤다.

“역시 혈액 조작은 안 통하네? 킥킥! 조금 재미있겠어. 이 공격도 막을 수 있는지 보자고.”

아드리안이 타고 있던 핏빛 구름의 크기가 갑자기 더 커졌다.

왕자성은 그 모습을 보고 다급히 장소를 이탈하였다.

이미 사전에 아드리안의 스킬에 관한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샤오펑은 미간을 좁히며 핏빛 구름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던 중 핏빛 구름에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마치 총알 같군. 하나, 이런 작은 거로는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

샤오펑은 진흙 인간이 된 자신의 상태를 믿고 아드리안의 혈액 공격을 가볍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아드리안이 펼친 혈액 공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졌다.

핏빛 구름에서 쏘아진 혈액 공격에 닿자, 그의 몸은 진짜 총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뭉텅이로 파괴되었다.

순식간에 팔 한 짝이 날아갔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에게 날아온 피가 한 방울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치 비가 쏟아지듯 핏빛 구름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피가 그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자 샤오펑은 다급하게 진흙 방벽을 세웠다.

방공호처럼 하늘 위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막기 위한 진흙 방벽이었다.

쾅! 쾅! 쾅! 쾅!

하지만 그가 세운 진흙 방벽은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무슨 이딴 터무니없는 공격이…!’

한 방, 한 방에 가공할 파괴력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이런 공격을 기관총 쏘듯 마구 쏘아댔다.

제아무리 S랭크 헌터라고 해도 마력 소모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시간을 끌면 이긴다!’

그는 다급히 굴을 파고서 땅 밑으로 들어갔다.

일단 상대의 공격 영역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S랭크 헌터 주제에 벌써 도망칠 생각을 하네? 킥킥! 내 손에서 도망칠 수 있을 거 같아?”

샤오펑이 땅속에 숨어도 아드리안은 혈액 감지로 샤오펑의 위치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스킬이 아니더라도 무공을 배운 덕에 감지력이 좋아지기도 한 터라, 샤오펑은 절대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핏빛 구름을 타고서 샤오펑이 도망치는 방향으로 따라가며 혈액 공격을 쏘았다.

그러자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땅이 뒤집혔다.

예전 같았으면 막대한 내공 소모로 감히 시도조차 못 했을 공격이었다.

하지만 워낙 효율이 좋아졌고, 전신에 퍼져있던 마력을 단전의 내공으로 전환하면서 그 양도 훨씬 많아졌다.

이 정도의 소모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던 것.

그렇게 얼마 정도 따라갔을까?

“킥킥! 뒤졌군.”

땅속에서 계속 도주하던 샤오펑의 움직임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아드리안의 공격은 땅속이라고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런 압도적인 힘이라니.’

전투, 아니 학살을 지켜보던 왕자성은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조금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가 경험한 샤오펑의 무력은 S랭크 헌터 중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이었다.

반면 아드리안은?

잘 쳐줘야 중상위권 정도의 수준이리라.

하지만 방금 그가 본 아드리안의 무력은 중상위권 수준이 아니었다.

세계 최정상을 노려도 이상할 게 없을 수준이었다.

‘설마 브루노 대협도 저 정도 수준인 건가?’

만약 그렇다면 이 전쟁, 승산이 있었다.

아드리안 혼자서도 이렇게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는데 브루노 클라크까지 그렇다면?

적비단의 배후에 있을 거대 세력도 마냥 두렵지만은 않았다.

“샤오펑이 죽었다고?”

“예, 왕자성을 잡으러 갔다가 그만….”

“왕자성에게 당한 건가? 의외군. 샤오펑 혼자서야 왕자성을 잡기 힘들겠지만, 샤오펑이 끌고 간 전력을 생각하면 왕자성을 잡는 것은 일도 아닐 텐데.”

단주는 큰 감흥이 없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쟁에서 이 정도의 변수야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령의 이어지는 보고를 듣고 미간을 좁혔다.

“부단주를 죽인 것은 왕자성이 아니라, 아드리안 패튼이란 이름의 미국 헌터입니다.”

“그 디트로이트의 흡혈귀라 불리는 헌터 말이냐?”

“갑자기 미국 헌터는 왜 개입한 거지?”

“그건 저희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미국 헌터가 한국의 성연 길드 소속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성연 길드라고?”

한국의 10대 길드 중 한 곳인 성연 길드라면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설마 13연맹과의 전쟁에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은 예상치 못하였다.

‘성연에 S랭크 헌터가, 그것도 미국의 S랭크 헌터가 소속되어 있다고?’

실로 의아한 일이었다.

S랭크 헌터가 왜 많고 많은 나라 중에서 한국의 길드에 가입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 길드가 왜 적의 편에 선다는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S랭크 헌터가 한 명 증원되었으니, 왕자성을 잡으려면 남은 부단주 전부가 가야겠군.”

적비단의 단주는 나머지 부단주들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동원할 수 있는 전력 전체를 끌고 미국에서 왔다는 헌터들을 제거하라고.

그가 지시를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보가 들어왔다.

“두, 둘 다 당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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