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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41화 (141/275)

#141화

“노영배 교수님.”

내가 부르자, 총장실의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던 그가 큰 소리로 대답하였다.

“예, 말씀하십시오. 총장님!”

“요즘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좋지 않은 소식이요?”

의아해하는 그에게 나는 얼마 전 20반의 학생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안능희라는 학생을 비각성자란 이유로 차별 대우 한다던데, 사실입니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교수라는 사람이 그랬다는 사실에 실망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일이라고 해서 두고 볼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비각성자에 대한 차별은 교육 방침에서 심하게 어긋나는 일이었으니.

“안능희 학생이 그럽니까? 제가 차별 대우 하였다고?”

“노영배 교수님. 제 질문은 그게 아니었을 텐데요.”

안능희가 내게 직접 노영배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와 나는 사적으로 만난 적이 드물기도 했고.

오히려 그녀의 소식을 알려준 것은 그녀의 동급생들이었다.

헌터이면서도 비각성자인 그녀를 옹호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에게 따돌림당할 것을 가장 걱정했었는데, 기우였었지.’

설마 학생들이 아닌, 교수가 문제였을 줄이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러자 노영배가 살짝 미간을 좁히더니,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총장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비각성자를 왜 가르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능희 학생을 불성실하게 가르친 것을 인정한 겁니까?”

“예, 안능희 학생은 비각성자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에게 투자할 시간도 부족한데 비각성자인 그녀에게 투자할 시간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도 솔직한 발언이었다.

원래 그의 성격 자체가 진솔한 성격이지만, 이건 숫제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저 역시도 비각성자입니다. 모르셨습니까?”

“총장님은 예외이지 않습니까.”

“왜 저만 예외입니까?”

“그야 70억 분의 사나이시니….”

나는 그의 답변에 헛웃음을 지었다.

70억 분의 사나이라.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막상 듣게 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비각성자도 저와 같은 절정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비각성자들의 숫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무공에 재능을 가진 헌터가 더 많겠습니까, 비각성자가 더 많겠습니까?”

당연히 비각성자가 훨씬 더 많았다.

회귀 전에도 삼류부터 일류 무인까지 무인의 숫자는 비각성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정도였다.

물론 초일류 이상부터는 헌터 쪽이 더 많았지만 말이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마력에 재능을 가진 사람은 자연스럽게 헌터로 각성했을 겁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헌터 각성의 법칙입니다. 그리고 마력에 재능이 있다면 당연히 무공에도 재능이 있을 것입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하지만 랭크가 높을수록 무공에 재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더 이야기해봤자, 평행선만 달릴 뿐이었다.

‘이럴 때는 직접 증명해낼 수밖에 없지.’

노영배가 아무리 고집이 세다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본 것까지 외면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여 나는 그에게 비각성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교수가 많을 터이니, 한 번쯤 비각성자들의 가능성을 증명해낼 필요가 있었다.

“혹시 이번 랭킹전에서 안능희 학생의 순위를 몇 위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20반이 아무리 수준이 낮은 이들만 모였다 해도, 전부 헌터들밖에 없습니다. 안능희 학생의 순위는 낮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그 낮은 순위가 대충 몇 위일 거 같습니까?”

“잘해봐야 90위 정도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조차도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노영배는 안능희를 낮잡아 봐도 단단히 낮잡아 보고 있었다.

아무리 경쟁자들이 헌터라고 해도 그녀가 100명 중 90명 안에도 들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다니.

‘비각성자라는 이유로 그녀의 재능이 어느 수준인지조차 파악하지 않았군.’

이래서 증명이 필요하였다.

재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노영배조차 비각성자란 이유로 색안경을 끼며 그릇된 판단을 하지 않는가.

“만약 안능희 학생이 50위 안에 든다면 어쩌시겠습니까?”

“50위 말씀입니까?”

그가 헛기침을 하였다.

비각성자가 50위라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만약 안능희 학생이 50위 안에 든다면 노영배 교수님은 안능희 학생에게 무엇을 하겠습니까?”

하지만 내가 다시 같은 질문을 하자, 그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대답하였다.

“그때는 제가 안능희 학생에게 사과하겠습니다.”

“30위 안에 든다면요?”

“그러면… 저에게 지급될 백년하수오를 안능희 학생에게 주겠습니다.”

참고로 나는 분기에 한 번씩 교수들에게 각자의 수준에 맞는 영약을 지급해주고 있었다.

사실 이건 따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교수들이 나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나로선 남는 카르마도 사용할 겸, 교수들의 실력도 증진시킬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였다.

“그 약속 반드시 지키셔야 할 겁니다.”

“…만약 90위 안에도 못 든다면 저는 계속 안능희 학생을 무시할 겁니다.”

어차피 지금도 없는 사람 취급한다던데,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물론 나는 이 내기에서 패배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내가 직접 특훈 교관이 되어서라도 이기게 만들어야겠어.’

이건 단순히 그녀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비각성자들 전체의 미래를 위한 일이었다.

“그래서 저는 안능희 학생에게 특훈을 시켜줄까 하는데, 안능희 학생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영배와의 면담이 끝난 나는 안능희를 총장실로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그 같은 질문을 하였다.

사실, 다른 사람이라면 물어볼 필요도 없었을 거다.

백이면 백, 나의 특훈을 받고자 할 테니까.

하지만 역시 안능희는 내 생각대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이 같은 말을 한 것이다.

“총장님과 사적인 인연이 있다고 해서 특혜를 받고 싶지 않아요. 저를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해주세요.”

남들에게는 엄청난 기회일 텐데도 그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안능희 학생. 아니, 능희 씨. 제가 이러는 게 능희 씨와의 사적인 인연 때문인 거 같습니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한마디 하겠습니다. 능희 씨. 능희 씨가 활약해주지 않으면 비각성자들은 지금보다 더 큰 차별을 받게 될 겁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단순히 무공 아카데미 내부에서의 차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헌터 협회에서는 비각성자 무용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공 아카데미에 입학할 기회를 놓친 헌터들은 비각성자들이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았다고 생각하였다.

비각성자들이 무려 천 명이나 입학하였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원래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비각성자를 비난하는 헌터들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비각성자들 역시도 질투 때문인지, 무공 아카데미에 입학한 비각성자를 욕하고는 하였다.

즉, 무공 아카데미에 다니는 비각성자들은 안팎으로 비난을 듣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각성자들이 처참한 성적을 보인다?

무공 아카데미에 다니는 비각성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런 여론에 못 이겨 자퇴하는 이들이 생길 수도 있으리라.

“능희 씨의 어깨에는 비각성자들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비각성자들이 무공을 평등하게 계속 배우려면 능희 씨가 꼭 활약해주셔야 합니다.”

그녀에게 부담을 주는 거 같아서 괜히 미안하였다.

지금도 그녀는 열심히 하고 있었고, 이미 충분한 성과를 보였는데 말이다.

무공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 중에서, 비각성자의 가능성을 보여줄 사람이 그녀뿐인 것을.

“…알겠어요. 특훈이란 거, 한번 받아볼게요.”

“잘 선택하셨습니다.”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내 특훈을 받는다면 랭킹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우리는 곧장 수련에 들어갔다.

“검기는 하실 수 있습니까?”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잠시 얼굴이 빨개지나 싶더니, 그녀의 검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어설프긴 해도 그건 분명 검기였다.

‘역시 성취가 빠르군. 비각성자의 몸으로 겨우 몇 달 만에 이류 무인이 되다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 명의 비각성자들.

그리고 그중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가진 그녀였다.

재능이 없는 비각성자라면 평생을 수련해도 검기를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엄청난 재능을 가진 그녀답게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검기를 만들어냈다.

아직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거 같지만, 이는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물론 그녀의 검기는 한계가 명확하였다.

교수들은 일류 무인인데 그녀의 경지는 괜히 이류 무인인 게 아니었다.

“진정한 검기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예. 제 실력이 부족해서 이게 한계예요. 유지 시간도 짧고, 파워도 무척이나 약하죠.”

“실력보다는 내공 부족 때문인 거 같습니다.”

그녀의 검기는 헌터 출신의 학생들이 발출하는 검기에 비교하면 비실비실하기 그지없었다.

헌터 출신의 학생들이 발출하는 검기도 진정한 검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의 검기는 실전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검기였다.

‘내공을 최대한 늘려야겠어.’

무공의 숙련도니, 깨달음이니.

그런 것도 물론 중요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일단 소프트웨어도 소프트웨어지만, 하드웨어가 너무 달렸다.

마력 집적진 속에서 꾸준하게 호흡법을 수련했을 텐데도, 그녀가 보유한 내공은 고작해야 3년이 채 안 될 정도였다.

이 정도의 내공으로는 헌터를 이길 수 없었다.

설령 F랭크 헌터라고 해도 전신의 마력을 단전의 내공으로 전환하면 최소 10년의 내공은 얻고 시작하니 말이다.

‘하지만 내공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무슨 인형설삼이나 만년지극혈보 같은 영약을 복용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내공이 드라마틱하게 늘지는 않을 거다.

그렇다고 실력이 낮은 그녀에게 인형설삼 같은 영약을 줘봤자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 게 뻔하였다.

자금 사정이 제법 나아졌다고 해도 그런 손해를 감수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아니, 손해야 감수한다고 쳐도 더 큰 문제는 영약을 복용하면 생길 내성이었다.

괜히 값비싼 영약을 복용하여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내성만 생긴다면 영원히 1갑자의 벽을 넘지 못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영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 것도 영약에 내성이 생겨 효율이 극도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단 내공을 늘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되, 그녀에게 결을 보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절정 고수들이 대련할 때는 누가 더 빠르고 누가 더 마력이 많은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보는 능력’.

즉, 안법이었다.

그리고 무인들이 안법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였다.

마침 그녀는 성검을 들어 올릴 정도로 정신력이 좋으니 그녀라면 결을 보는 법을 충분히 배울 수 있으리라.

‘물론 그게 단기간에 될지는 미지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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