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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46화 (146/275)

#146화

린드웜.

대련장 한복판에 초대형 몬스터가 등장하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로렌초다!”

“로렌초 오빠, 멋있어요!”

린드웜을 소환한 사람은 다름 아닌, 로렌초.

왜 그가 린드웜을 소환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관중들은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 봤다.

무공을 익힌 그들이 린드웜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관중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킬은 안 쓰고 뭐 하는 거래?”

“몰라?”

“진법을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이게 진법이야?”

‘진법 교관’이라고 밝힌 열 명의 사람들.

검과 창을 든 그들은 린드웜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크와아아앙!

용의 기세는 매서웠다.

하지만 진법 교관들은 마치 수십 년을 함께 싸운 사람들처럼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린드웜이 거구를 이끌고 공격에 나서면 방어를 담당하는 이들이 린드웜의 기세를 죽였다.

그렇게 린드웜의 기세가 주춤할 때, 공격을 담당하는 이들이 날아오르듯, 높이 도약하여 린드웜의 약점을 공략하였다.

“린드웜이 왜 저렇게 힘을 못 쓰는 거지? 스킬도 안 쓰는 거 같은데, 왜 못 뚫는 거야?”

“너프시킨 거 같은데? 린드웜이 저리 약하지는 않잖아.”

압도적인 질량을 앞세워 공격하는데도 진법 교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자 그 공격이 허무하게 막혔다.

그러자 관중들은 로렌초가 의도적으로 린드웜의 힘을 너프시켰다고 착각하였다.

하지만 그런 관중들과 달리, 진법 교관들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도 있었다.

‘뭔가 움직임이 현묘하게 느껴지는데? 그냥 평범한 보법이 아닌 거 같아.’

24반, 김태규.

비각성자인 그가 오히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봤다.

‘진법이란 것으로 린드웜의 공격력을 약화하는 거겠지?’

화려한 스킬은 없었다.

그저 보법을 펼쳐서 놀라운 기동력을 보여주거나, 검기로 빈틈을 잘 찌르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야말로 무공을 극한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태규는 단면만 보지 않았다.

진법 교관들이 펼치는 동작에서 일종의 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마침 진법 교관 중 한 명이 린드웜의 몸통박치기를 정면으로 막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스킬을 안 쓰고 저런 게 가능하다니.’

5m의 거대한 신장을 가진 몬스터가 린드웜이었다.

압도적인 질량을 가진 린드웜의 몸통박치기 공격은 B랭크 헌터도 쉽게 막기 어려웠다.

그런데 겨우 한 명.

창을 든 단 한 명의 진법 교관이 오직 무공으로 린드웜의 몸통박치기 공격을 막았다.

특이하게도 다른 진법 교관들은 공격도 방어도 하지 않고 있었다.

린드웜의 공격을 막은 진법 교관과 일정한 간격을 벌린 채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러다 린드웜의 공격을 막는 것에 성공하자 서로 아무 대화도 없이 진형을 바꾸었다.

검을 든 사내가 선두에 선 형태의 진형이었다.

수세에서 공세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리더로 보이는 검을 든 사내가 날아오르더니 린드웜의 눈을 찔렀다.

“크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더 난폭하게 움직이는 린드웜.

하지만 진법 교관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였다.

린드웜이 공격하면 창을 든 사내가 정면에서 막고 다른 이들은 자리를 지켰다.

그러자 린드웜의 공격이 너무도 쉽게 막혔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음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진을 짜서 아군은 버프시켜주고 적군은 디버프하는 무공이라니. 무학으로는 정말 못 하는 게 없겠어.’

린드웜을 너프시켰다느니.

티 나지 않게 스킬을 사용했다느니.

온갖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관중들과 달리 김태규는 순수하게 감탄하였다.

그에게는 진법의 위력이 너무도 분명하게 보였던 것이다.

“주, 죽었어.”

“뭐야. 재미있긴 했는데, 그래서 진법이란 건 도대체 뭐라는 거지?”

“그냥 몬스터를 상대할 때 효율적인 대형을 진법이라 하는 거 아니야?”

마침내 린드웜이 죽었다.

그러자 관중들은 저마다 감상평을 내놓았다.

물론 대부분의 감상평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왜 진법을 배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진법 교육을 담당하게 될 교관, 강충구라고 합니다!”

린드웜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던 사내, 강충구가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그와 같이 말하였다.

“저희가 보여드린 진법은 다수의 약자가 소수의 강자를 상대할 때, 이길 수 있게 해주는 비기입니다!”

김태규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

다수의 약자와 소수의 강자라.

아무래도 ‘소수의 강자’ 쪽은 절대 될 수 없는 김태규였기에 강충구의 말을 듣고 흥미가 돋을 수밖에 없었다.

“진법을 익히신다면 설령 저와 같은 비각성자라 해도 5성급 던전 보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비각성자라고?”

그러던 중 강충구가 충격적인 선언을 하였다.

본인과 다른 진법 교관들이 비각성자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관중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린드웜은 무려 5성급 던전 보스였다.

원래 같았으면 B랭크 헌터들도 레이드 팀을 구성하여 간신히 잡는 몬스터란 뜻이었다.

그런 몬스터를 겨우 열 명의 비각성자가 잡았다고?

실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김태규도 눈을 부릅뜨며 경악하였다.

비록 그들이 스킬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 하나같이 무공 고수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었었다.

무공 아카데미에서 그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려면 최소 조교수급은 되어야 할 터.

‘그런데 저분들이 모두 비각성자라고?’

안능희의 활약으로 잠깐 희망을 얻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비각성자들의 무력은 헌터와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이었다.

그로 인해 여론도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였다.

김태규로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법 교관이라는 비각성자들의 모습을 보니 다시 희망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진법이라…, 나도 배워볼까?’

5성급 던전 보스를 상대할 수 있다니.

어렸을 때부터 헌터를 꿈꿔왔던 그로선 저 정도 수준만 되어도 더 바랄 게 없었다.

설령 혼자서 잡는 게 아닌, 팀과 함께 잡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또다시 새로운 걸 보여줄 거라고는 예상 못 했어요. 진법이라니.”

“그러게 말입니다. 심안이라는 것도 엄청난데, 진법까지 생기다니. 정말 무공은 배울 게 끝도 없는 거 같습니다.”

김민경과 신경철이 하는 말을 듣고 다른 교수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법과 심안.

나에게서 1년 이상 무공을 배운 이들도 배워보지 못한 종류의 무공이었다.

당연히 그들로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배울 게 한참 남았는데, 배워야 할 이론과 지식이 끝도 없이 생기는 상황이었으니까.

“진법에 관한 정보가 바깥에 알려지면 군에서 또 난리가 나겠습니다.”

주현근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안능희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무공을 향한 군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안능희를 군으로 복귀시켜서 지금 당장 장병 전체에게 무공을 가르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효과적인 진법이란 무공까지 생겨난다?

군은 더욱 안달을 낼 수밖에 없을 거다.

‘확실히, 진법을 군에 도입하면 큰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

당연히 나도 언젠가 군에 도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지금은 기초를 다지는 게 우선인 상황이었으니.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상당한지, 진법 과목을 신청한 학생이 벌써 오백 명이 넘습니다.”

“오백 명이나 신청했단 말입니까?”

강충구의 말에 교수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원래도 강충구는 종종 회의에 참가하고는 하였다.

내 비서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진법 시범으로 교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무력을 증명해서인지 더더욱 당당한 모습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헌터 출신의 학생들은 신청률이 저조합니다.”

“몇 명 정도 신청했습니까?”

“백 명이 채 안 됩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헌터들에게는 진법이 별로 메리트가 없게 느껴졌겠지.

본인의 무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뭐 상관없다. 모든 이들이 진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니.’

진법은 꼭 필요한 사람만 익히면 됐다.

그리고 그 필요한 사람이란 주로 비각성자들일 터.

그러니 나는 비각성자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바뀌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하였다.

“한새 씨, 회의 끝나고 잠깐 저에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유지은 교수님. 공적인 자리에서 호칭은 제대로 하셔야죠.”

세이서 길드의 길드장이자 무공 아카데미의 교수로 활동하는 유지은이 갑자기 내게 독대를 요청하였다.

그러자 김민경이 눈에 쌍심지를 켜며 그녀의 태도를 지적하였다.

그야말로 견원지간과도 같은 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유지은에게 물었다.

“혹시 용건이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예요. 급하기도 하고요.”

진지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나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더 회의할 것도 없으니 바로 총장실로 같이 가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이쪽에 앉으시죠.”

소파에 앉은 유지은에게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나 역시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니 유지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머지않아 세상에 엄청난 변화가 올 거예요.”

“엄청난 변화라면,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변한다는 말씀입니까?”

“얼마 전, 나인 드래곤에서 7성급 던전의 소유권을 얻는 데 성공하였어요.”

“나인 드래곤이라.”

자주 들어본 단체의 이름이었다.

주로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는 단체였다.

그리고 내가 들어볼 정도면 상당히 유명하다는 뜻인데, S랭크 헌터를 무려 두 명이나 보유한 곳이었다.

“나인 드래곤에서 점령한 던전 외에도 곧 또 다른 7성급 던전이 점령될 거예요. 칼의 형제들이 몽블랑 던전의 소유권을 얻을 예정이거든요.”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지은이 이야기한 정보들이, 내게도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이게 왜 급한 정보라는 말인가?

“한새 씨는 제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모르나 보군요.”

“성좌들의 힘이 점점 강해진다는 의미 아닙니까?”

던전의 소유권을 가질수록 성좌는 강해진다.

정확히는 본신의 힘을 되찾는 것인데, 성좌들이 던전 소유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좌들이 더 강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파롤 같은 악신이 더 강해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할 테지만, 다른 성좌들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내 몸은 하나이고 무공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몸이니까.

“소유화 작업이 끝난 7성급 던전이 벌써 7개예요. 그리고 칼의 형제들이 몽블랑 던전의 점유율을 100%로 만들면 8개가 되죠. 8개가 되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세요?”

“글쎄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8성급 던전이 등장하게 될 거예요.”

‘8성급 던전이 곧 등장하게 될 거라고?’

물론 8성급 던전이 열릴 거란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회귀 전에 8성급 던전이 열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반년 뒤.

그런데 만약 지금 8성급 던전이 열리게 되면 무려 반년이나 단축이 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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