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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대신 회귀함-151화 (151/275)

#151화

1반 인원들은 전부 헌터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던전 브레이크 상황이 벌어지자 바로 출동 준비를 완료하였다.

그러자 1반 통솔을 맡은 신경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리호리한 체격의 백인 사내가 하는 말을 듣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 지금 페루에 가야 합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갑작스럽게 귀국 의사를 밝힌 사내는 다름 아닌, 페루 출신의 루이스란 헌터였다.

“페루?”

“예, 제 고향이 위험합니다.”

“아직 페루에서는 제군에 대한 어떤 연락도 없었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페루는 8성급 던전 브레이크를 막을 여력이 없습니다.”

단호한 그의 말에 신경철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보도록. 페루행 비행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루이스가 바로 자리를 박차고 떠나자 신경철은 다른 학생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제군들 중에서도 귀국을 원하는 사람 있나?”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로 한국만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

당연히 애국심이 강한 외국인 헌터 중에는 당장이라도 귀국하여 나라를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함부로 손을 드는 외국인 헌터는 없었다.

아직 상황이 얼마나 시급한지 체감이 안 되기도 했고, 지시를 불이행했을 때의 불이익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함부로 손을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에 귀국을 선택했다가 무공 아카데미에서 퇴학 조치를 당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마침 그 불이익이 궁금했는지 용감한 헌터 한 명이 신경철에게 물었다.

“귀국을 선택해도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습니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총장님이 결정할 일이니 말이야. 단, 총장님은 군인 출신이란 사실을 알아두도록.”

박한새가 군 출신이란 말을 듣고 외국인 헌터들은 더더욱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군에서 명령 불복종을 어떻게 대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이가 손을 들었다.

일본 헌터인 야마구치 스토무였다.

“저도 귀국하겠습니다.”

“호오, 제군이?”

평소 그가 보여주던 행동을 보면 그는 누가 봐도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자로 보였었다.

애국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루이스 다음으로 귀국을 결정하였으니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야마구치 스토무의 본심은 따로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일본에서 구국의 영웅이 될 기회!’

지금쯤이면 일본도 큰 위기에 빠졌을 터.

7성급 던전도 두 개나 되는 일본이었으니, 한국보다 상황이 안 좋을 게 뻔하였다.

그런데도 그가 귀국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였다.

C랭크 헌터였던 그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 실력이라면 던전 브레이크도 두렵지 않다.’

던전 브레이크가 두렵기는커녕 웬만한 S랭크 헌터보다 더 활약할 자신이 있었다.

1반에서는 비록 서열이 낮은 그지만, 학교 전체에서 봤을 때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경지였으니 말이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어? 어차피 헌터 강국인 일본이라면 네가 가지 않아도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지금이라도 교수님께 말씀드려! 그러다 무공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하면 인생 망하는 거야!”

그와 친하게 지내던 동료 헌터들이 책망하듯 그렇게 말하였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야마구치 스토무의 행동은 무모하기 그지없었다.

헌터에게 국적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었다.

순위로 따지면 나라는 3위만 되어도 애국심이 넘치는 것이고 2위는 보통 돈, 1위는 개인 무력이었다.

그런데 야마구치 스토무는 애국심 따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인 무력을 희생하려는 선택을 하니 무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한국에서 민간인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다면 퇴학당해도 이상할 게 없긴 하지.’

야마구치 스토무는 피식 웃었다.

동료 헌터들의 우려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에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의 이야기야. 총장님과 S랭크 헌터들로 가득한 교수진이 움직인다면 한국에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일은 없을 거다!’

설령 발생해도 기껏해야 수백 명 정도일 터.

다른 나라는 이미 수백, 수천의 피해가 나오는 상황이었으니 한국의 여론은 나쁘지만은 않을 터.

‘퇴학만 당하지 않는다면 어떤 징계도 감수할 수 있다. 나는 전 일본을 대표하는 무인이자 헌터가 될 테니까!’

물론 같은 반 학생들에게는 이 같은 속내를 감추고 정의감 넘치는 헌터를 연기하였다.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난 내가 배운 무공이란 힘을 가장 올바르게 사용하고 싶을 뿐이야.”

일본으로 가는 게 정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나, 이런 그의 말에 학생들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일본은 언제든 자국의 헌터를 자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전세기를 영종도 공항에다 항상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사실 무공 아카데미가 설립된 이후로 웬만한 나라들은 대부분 이 같은 조치를 하였다.

“하하! 비행기가 참 멋있군요. 돌아갈 때는 편하게 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야마구치 스토무가 환한 표정을 지으며 그리 말하였다.

그러자 대사관 직원, 요시다가 야마구치 스토무의 뒤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글쎄요. 저만 온 거 같은데요?”

“하, 하이?”

야마구치 스토무의 말에 대사관 직원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혼자 왔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당연히 무공 아카데미에 다니는 일본인 학생 전부가 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물론 무공 아카데미에 다니는 일본인 학생이 수십 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야마구치 스토무만 귀국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마구치 스토무처럼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헌터는 없었다.

“무공 아카데미의 규칙이 엄하거든요. 지시에 불복종했을 때, 굉장히 엄한 징계를 받게 됩니다.”

“본국이 위기에 처해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뿐인데도 징계를 받는다는 겁니까?”

“어쨌든 교수의 지시를 어기고 학교를 떠난 것은 사실이니까요. 어쩌면 저도 퇴학을 당할지 모릅니다. 퇴학을 당하면 다시는 무공을 배울 수 없게 되겠지요.”

“그, 그 정도라니….”

“선례를 남기지 않아야 하니, 더 엄하게 본보기를 세우겠죠. 보통은.”

“…그런 상황에서 귀국을 선택하시다니. 야마구치 헌터님은 진정한 애국자십니다.”

“하하, 일본인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한 일 아닙니까.”

야마구치 스토무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대사관 직원은 존경스럽다느니, 곧 일본을 대표하는 헌터가 될 거라느니 온갖 입에 발린 말들을 하였다.

하지만 정작 야마구치 스토무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자, 주한 일본 대사관 직원, 요시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C랭크 헌터 한 명이라니.’

무공 아카데미에 다니는 일본인 헌터 전부가 귀국해도 위기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소식을 들으면 헌터 강국이라 자부하던 일본의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겨우 야마구치 스토무 한 명만 귀국을 선택했으니 요시다로선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역시 박한새 총장, 그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나.’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평온 그 자체였다.

이게 다 무공의 창시자라 불리는 박한새의 덕일 터.

그렇기에 일본 정부는 박한새에게 지원을 요청하려고 하였다.

헌터 아카데미에 다니는 외국인 헌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미국이었다.

거의 30%였는데, 국제 헌터 협회에서 줄이고 줄였음에도 상당한 비율을 자랑하였다.

그리고 8성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자 이 중 상당수 인원이 귀국을 결정하였다.

“한국에서 총 220명의 헌터가 귀국하였습니다.”

무려 220명.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거의 전원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귀국하였다.

다른 나라의 헌터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정부는 요시다가 그러했듯 이 220명의 헌터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중에 S랭크 헌터는 없을 테고, A랭크 헌터가 몇 명입니까?”

“모두 일곱 명입니다.”

“겨우 일곱…?”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 귀국한 수백 명의 헌터.

만약 S랭크 헌터가 포함된 전력이라면 모를까, A랭크 헌터도 겨우 일곱 명뿐이었다.

미국의 넓디넓은 국토를 생각하면 A랭크 헌터 일곱 명과 B랭크 이하 이백 명이 지원을 온다고 큰 변화가 생길 일은 없으리라.

하여 대통령은 별 기대감 없는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연방 소속 헌터들은 가장 위험한 곳부터 우선순위로 파견 보내고, 주 방위군 소속이나 민간 출신의 경우,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라고 하십시오.”

대통령이 말하는 헌터 개개인에게 주어진 의무란 결국 본인이 담당하던 지역을 수비하라는 것.

220명의 귀환 병력을 따로 작전에 활용하지 않는 것만 봐도 대통령이 얼마나 기대가 적은지를 알 수 있었다.

“8성급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지역으로 보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S랭크 헌터가 포함되지 않은 전력이라면 보내봤자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워싱턴에라도….”

“됐습니다. 워싱턴 근방을 사수하는 S랭크 헌터만 다섯 명입니다. 워싱턴 사수는 그들만으로 충분합니다.”

워싱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버지니아에서 8성급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무공 아카데미를 다니던 헌터들보다 기존의 S랭크 헌터들을 신뢰하였다.

8성급 던전은 S랭크 헌터가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고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통령님! 호놀룰루의 안전이 확보되었습니다!”

대통령은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하와이라면 7성급 던전이 터진 곳 아닙니까? 그곳이 벌써 위기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말입니까?”

“예! 한국에서 귀국한 헌터들이 큰 활약을 펼쳤다고 합니다. A랭크 헌터, 존 브라운이 단숨에 7성급 보스를 제거했다고 합니다!”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백악관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

A랭크 헌터가 7성급 던전의 보스를 잡다니!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A랭크 헌터가 7성급 던전의 보스를 잡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하와이는 시작에 불과하였다.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 덴버….

한국에서 귀국한 헌터들이 도착한 지역은 6성급이 터졌든, 7성급이 터졌든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되었다.

S랭크 헌터조차 애를 먹던 7성급 보스도 한국에서 귀환한 헌터들이 등장하면 순식간에 진압이 될 정도였다.

“무공 생도들 전력이 이 정도로 강했다고?”

비각성자가 S랭크 헌터를 쓰러뜨렸다는 이야기야 대통령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무공을 익히면 많게는 두 배 이상 강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하지만 겨우 몇 개월 배운 정도로 이렇게까지 강해질 줄이야.

‘이백 명 중, 최소 서른 명이 S랭크 헌터급 무력이 되어서 돌아오다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S랭크 헌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런 미국이 보유한 S랭크 헌터의 수가 마흔이 채 안 됐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겨우 몇 달 만에 S랭크 헌터 전력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동안 미국이 S랭크 헌터 전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들인 시간과 자본, 노력을 생각하면 실로 황당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미스터 박. 그자를 반드시 미국 시민권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설령 그자가 대통령 자리를 원한다면 저의 자리를 줘서라도!”

미국 대통령은 마치 절규하듯 그와 같이 말하였다.

안 그래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박한새의 가치는 8성급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벌어지면서 하늘은 물론이고 우주까지 뚫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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